로자 아줌마는 환하게 웃었다. 이제 이빨도 거의 없었다. 미소라도 지어야 아줌마는 평소보다 덜 늙어 보이고 덜 미워 보였다. 그녀의 미소에는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을 상기시켜주는 무엇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녀는 유태인 대학살 전인 열다섯 살 적사진을 한 장 가지고 있었는데, 그 사진의 주인공이 오늘날의 로자아줌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로자 아줌마가 열다섯 살의 사진 속 주인공이었다는사실 역시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열다섯 살 때의 로자 아줌마는 아름다운 다갈색 머리를 하고 마치 앞날이 행복하기만 하리라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열다섯 살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를 비교하다보면 속이 상해서 배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생이 그녀를 파괴한 것이다. 나는 수차례 거울 앞에 서서 생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면 나는어떤 모습으로 변할까를 상상했다. 손가락을 입에 넣어 양쪽으로 입을 벌리고 잔뜩 찡그려가며 생각했다. 이런 모습일까? - P147

그녀는 암소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들이라면서 공기좋은 노르망디에 가서 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로자 아줌마의 손을 잡고 앉아 내가 경찰이 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나자신이 너무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가 빨간색 홈드레스를 입겠다고 해서 가져다주었는데, 그 옷은 십오 년 전 창녀일을 할 때 입던 것이라서 뚱뚱해진 몸은 도저히 들어가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창녀들이 젊었을 때는 성가시게 쫓아다니지만 일단 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젊은 창녀들에게는 포주가 있지만 늙은 창녀들에게는 아무도 없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늙은 창녀들만 맡고 싶다. 나는 늙고 못생기고 더이상 쓸모없는 창녀들만 맡아서 포주 노릇을 할 것이다. 그들을 보살피고 평등하게 대해줄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경찰과 포주가 되어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칠층 아파트에서 버려진 채 울고 있는 늙은 창녀가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 - P1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땅바닥에 누워서 눈을 감고 죽는 연습을 해봤지만, 시멘트 바닥이 너무 차가워 병에 걸릴까봐 겁이 났다. 나는 마약 같은 너절한것을 즐기는 녀석들을 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행복해지기위해서 생의 엉덩이를 핥아대는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생을 미화할 생각, 생을 상대할 생각도 없다. 생과 나는 피차 상관이 없는사이다. 법적으로 어른이 되면 나는 아마 테러리스트가 될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본 것처럼 비행기를 납치하고 인질극을 벌이고 무언가를 요구하겠지. 그게 뭐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쉽지 않은걸 요구해야지. 진짜 그럴듯한 걸로. 당분간은 그 요구 조건이 무엇이 될지 나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그 직업에 대해 전문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시멘트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비행기를 납치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상상을 했다. 인질들은 두 손을 들고 나온다. 나는 그 돈으로 무얼 할까 궁리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살 수는 없을 테니까. 나는 로자 아줌마가 새 가발을 쓰고 물에 발을 담그고 평온하게 죽어갈 수 있도록 집을 하나 살 것이다. 창녀의 자식들을 그애들의 엄마와 함께 니스의 호화별장으로 보내서 편히 살게하겠다. 그러면 그들도 나중에 파리를 방문하는 국가 원수가 되든지 다수당의 국회의원이 되든지 성공한 회사 중역이 될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나는 진작부터 가게 진열창에서 봐뒀던 텔레비전을 사러 갈 것이다. - P116

광대들만은 죽고 사는 데 문제가 없다. 그들은 우리가 잘 아는 방식으로 세상에 나타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연의 법칙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므로결코 죽지 않는다. 그러면 재미가 없을 테니까. 나는 내가 원할 때언제든지 그들을 내 곁으로 불러올 수 있었다. 원하기만 하면 누구든 내 곁으로 불러올 수 있었다. 킹콩이든 프랑켄슈타인이든 상처 입은 붉은 새떼라도. 그러나 엄마만은 안 된다. 그러기에는 내 상상력이 부족한 모양이다. - P1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 당시 나의 가장 좋은 친구는 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을해입힌 내 우산, 아르튀르였다. 나는 녹색 헝겊으로 우산 손잡이를 공처럼 둥글게 감싼 뒤 로자 아줌마의 붉은색 립스틱을 사용하여 동그란 눈과 다정하게 미소짓는 입을 그려넣었다. 특별히 사랑할 만한 대상을 갖고 싶어서였다기보다는, 어릿광대짓을 하기위해서였다. 나는 용돈이 부족했고 또 이따금 프랑스인 거주구역에 가면 어릿광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발뒤꿈치까지 내려오는 긴 외투에 중산모를 쓰고 얼룩덜룩하게 색칠을 한 얼굴로 거리에 나가면, 아르튀르와 나는 그야말로 우스꽝스러운 한쌍이었다. 길거리에서 광대짓을 하면 하루에 이십 프랑까지 버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거리의 아이들을 잡아가는 경찰이 항상 있었기때문에 마음놓고 그 짓을 할 수도 없었다. 아르튀르는 바지를 입고, 흰 바탕에 푸른색 줄무늬 농구화를 신은 외다리 모습이었다. 나는 거기에다 옷걸이를 끈으로 비끄러매서 만든 어깨에 체크무늬 웃옷을 걸쳐주고, 머리에는 빵떡모자를 꿰매 붙여주었다. 은다 아메데 씨에게 내 우산에게 입힐 재킷을 하나 빌려달라고 했더니, 그는 번화가에 있는 퓔 도르라는 최고급 양복점으로 나를 데려가 마음대로 옷을 골라보라고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사람들이다 그런 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아무것도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거리에서 쇼를 할 때면, 나는 온몸을 흔들면서 아르튀르와 함께 춤을 추었다. 그러고는 동전푼을 주워모았다. 어린아이에게 저런 짓을 시킨다고 몹시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누가 그렇게 시켰다는 것인지 도무지 모를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내가 무척 안됐다고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웃기려고 한 짓인데 왜들 그러는지 참 이상한 일이었다. - P84

나는 마약에 대해서는 침을 뱉어주고 싶을정도로 경멸한다.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하긴 오죽이나 간절했으면 주사를 맞았을까만은 그 따위 생각을 가진 녀석은 정말 바보 천치다. 나는 절대로 꼬임에 넘어가지 않는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몇 차례 마리화나를 피운 적은 있지만, 그래도 열 살이란 나이는 아직 어른들로부터 이것저것 배워야 할 나이다. 아무튼 나는 그런 식으로 행복해지기보다는 그냥 이대로 사는 게 더 좋다.  - P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또한 내가 카라마의 친구=고객/고객=친구라면 내 관계자도 그의 친구=고객이다. 2018년 3월, 내가 홍콩의 서아프리카 교역인을 조사하려는 대학원생 두 명을 홍콩에데려오자 카라마는 "만약 ㅇㅇ(대학원생)에게 무슨 일이생기면 내가 큰일이야"라고 말했다. 체류 중인 고객의 안전은 호스트인 브로커가 책임을 지는 듯했다. 이처럼 고객=친구 네트워크를 침범하지 않는 행위는, 같은 장사를하는 홍콩의 탄자니아인들이 ‘틈새 시장‘을 나누어 가지는데, 또 여러 고객을 상대할 때가 많은 이들이 연계하거나 서로 협력하는 데 중요한 암묵적인 규칙이 되어 있다.
그러나 동료와의 사이에서 암묵적인 규칙은 이것뿐이다. 탄자니아인들에게 고객 이외의 자원-상품, 상품정보, 매입처, 교섭, 비즈니스 요령 등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캄틴에 브로커별로 ‘구역‘이 있는 것도 아니기때문에, 곳곳에 자리한 중고차 판매업자나 해체업자의 부지에 쌓여 있는 수많은 중고차와 부품은 먼저 발견하는사람이 임자다. 점찍어둔 중고차는 되도록 빨리 업자에게예약금 등을 지불하고 정식으로 매매 계약을 맺지 않으면 금방 다른 브로커에게 빼앗긴다. 이제껏 살펴보았듯이 탄자니아인 중고차 브로커 대다수는 카라마에게 가르침을받았거나, 또는 카라마에게 가르침을 받은 누군가에게서 장사 방법을 배웠기에 수법은 물론 교섭이나 설득 문구까지 똑같다. 친하게 지내는 업자들도 앞선 이에게 소개받았기 때문에 역시 같은 사람들이다.  - P137

즉, 그들은 ‘고객 네트워크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틈새 시장‘을 나누어 가지면서 상품, 매입처, 비즈니스 요령, 교섭술 등은 ‘커먼즈commons‘로서 공유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으려고 홍콩에진출한 이들은 자영업을 선호하며, 업자에게 노동자로 고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브로커와 공동 경영을 하는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이의 고객 네트워크를 침범하지 않음으로써 느슨한 ‘틈새 시장‘을 확보해나가는 한편으로, 장사 방법을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배움으로써 경쟁자를 늘리고 그 경쟁자와 정보를 ‘공유‘해나가는 것은스스로 상품이나 매입처를 둘러싼 경쟁을 격화하는 행위로도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겸사겸사‘ 무리하지 않고서로 도움으로써 홍콩에서의 생활을 일구어나가는 ‘생활의 논리‘와 시장 경쟁이라는 ‘비즈니스의 논리‘ 사이에서 안전망을 창출·유지하는 ‘일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실천‘
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 P138

현재 카라마와 브로커들은 특정 고객에게 차 사진을 보내 "이렇게 상태가 좋은 토요타 프라도를 찾았는데 사지 않겠어요?"라고 직접 영업할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사람이 참여하는 SNS에 우연히 찾은 잘 팔릴 만한 상품의사진과 희망 판매가를 올리느라 바쁘다. 이러한 정보를어떻게 활용할지 느슨하게 설정해놓은 것이 앞으로 설명할, TRUST라는 ‘가상‘의 플랫폼 (전문적으로 구축한 어떤특정 사이트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는 브로커들이 ‘공유규칙‘ 혹은 ‘가상 그룹 계좌‘를 지칭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규칙은 공유하더라도 명칭은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만이 아니라 거기에 게시된 링크들 속 다양한 SNS)에 걸쳐 있는 TRUST에는 홍콩 체류 브로커와 고객 (아프리가 국가들에 있는 브로커 및 정기적으로 중고차를 수입하는 일반 소비자) 그리고 그들의 친구와 지인 들이 속해 있는데, 유동적이기 때문에 정확한 인원수는 알 수 없다.  - P143

ICT와 IoT, 전자화폐와 블록체인 등 테크놀로지의 발전에수반해 사회 경제에 커다란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커진 지 오래다. 특히 2010년대에 들어서 ‘공유share‘, ‘공짜fice‘, ‘커먼즈‘라는 개념이 이제부터 경제 사회를 만들어나갈 핵심 개념으로 급속히 주목을 받게 됐다. 예를 들어 제러미 리프킨 Jeremy Rifkin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TheZere Marginal Cost Society』에서 ICT와 IoT 등의 발전에 따라생산 비용이 내려가고, 각자가 P2PPeer to Peer로 직접 거래하게 되어 한계비용이 끝없이 감소함으로써 실현된다고 예상되는 경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계비용 제로경제는 경제 프로세스라는 개념 자체를 근본부터 바꿔놓는다. 소유자와 노동자, 판매자와 구매자로 분리되는 낡은 패러다임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소비자 스스로 생산자가 되면서 이 둘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프로슈머(생산소비자)‘는 생산하고 소비하며 자신의 재화와 서비스를 협동형 커먼즈 내에서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유하고, 기존 자본주의 시장의 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 생활 방식을 전면에 내세운다.
둘째, 시장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자동화에 의해 인간은 이미 노동에서 해방되고 있으며, 진화중인 소셜 이코노미 (사회적 경제)로의 이행이 시작되고 있다. 시장경제 시대에는 근면이 중요했지만, 다가오는 시대에는 협동형 커먼즈 내에서의 ‘심오한 활동Deep Play‘이 그것과 동등하게 중요시되며, 사회적 관계 자본을 축적하는것이 시장 자본을 축적하는 것만큼이나 높이 평가받는다.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커뮤니티에 대한 애착의 깊이나 기존의 틀을 넘어서려는, 혹은 의의를 탐색하려는 정도에 따라 삶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다.‘

ICT와 IoT를 통해 상품이나 가격 등의 정보, 장사 비법이나 요령에 관한 지식, 또는 ‘기회‘와 ‘틈새시장‘을 서로제공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커먼즈‘로 만들어나간다. 리프킨은 인적 자본을 포함한 유무형 자원을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생산성이 극한까지 높아지면 사람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무료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희망을 담아 예상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지식, 물건, 서비스를 공유하는
‘유저 커뮤니티‘가 중요해진다고 한다. 즉 어떤 사회적 가치나 윤리적 가치, 삶의 보람, 즐거움 등도 포함한 공유경제 플랫폼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 P147

아룬 순다라라잔Arun Sundararajan도 기업 중심의 현대는 인류 역사에서 보면 극히 단기간에 지나지 않는 데다,
산업 혁명까지는 대부분의 경제적 관계가 개인 대 개인의형태를 취했고 공동체에 뿌리를 두었으며 사회적 관계와밀접히 얽혀 있었다고 설명하며, 일찍이 존재했던 공유경험, 자기 고용, 공동체 내에서의 재화 교환이 현대 디지털 기술에 의해 계속 부활하고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이야말로, 새로운 무언가처럼 이야기되고 있는 공유경제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라고 지적한다. 순다라라잔은 현대 공유경제의 새로움이란, ICT 등의 발전에 따라 ‘경제적 공동체‘가 가족과 이웃 주민의 틀을 넘어 디지털로 신분이 증명된 전 세계 사람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고(=낯선사람과의 공유stranger sharing) 상업 가치의 원천이 기업에서 일반 대중 창업가로 이행하는 것(=대중자본주의 crowd-based capitalism)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대중자본주의‘의 특징, 즉 시장기반성, 자본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 분권화된 개인 집단이 자본과 노동력의 공급을 담당하는 것, 사적인 일과 직업상의 일·정규직과 임시직. 종속적 고용과 자영업 · 일과 여가 활동 간의 모호한 경계 등‘은 그야말로 글로벌로 연결된 비공식 경제의 특징과 대체로 겹쳐 보인다.
카라마 같은 탄자니아인들이 ICT와 전자화폐를 활용해 구축한 TRUST‘도 ‘협동형 커먼즈‘의 창출을 통해 이루어진 일종의 공유경제 시스템이다. - P1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널 보니 우리 아들 생각이 나는구나, 모모야. 방학이라서 엄마와 함께 니스 해변엘 갔는데, 내일 돌아오지. 녀석의 생일이거든.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사줄까 하는데, 우리 아들녀석하고 놀고싶으면 우리집에 오도록 해라."
엄마도 아빠도 자전거도 없이 지낸 지 벌써 몇 년째인데, 이제와서 이 작자가 나를 못 견디게 만들다니. 여러분은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좋다. ‘인샬라(신의 뜻대로)‘. 하지만 이건 진심이 아니다. 단지 내가 훌륭한 회교도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뿐이다. 하여튼 그 사건이 내 감정을 건드렸고, 나는 너무 열이 올랐다. 그런 감정은 내 속에서 치밀어오른 것이었고, 그래서 더욱 위험했다.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없다.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만 싶어진다. 마치 내 속에 다른 녀석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울부짖고 땅바닥에 뒹굴고 벽에 머리를 찧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 녀석이 다리를 가지고 있는건 아니니까. 아무도 마음속에 다리 따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기분이 좀 나아진다. 그녀석이 조금은 밖으로 나가버린 기분이다. 여러분은 내 말을 이해하는지? - P62

그리고 나서 아줌마는 마치 아주 먼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듯내 머리 위로 시선을 던진 채 중얼거렸다.
"모모야, 그곳은 내 유태인 피난처야."
"알았어요."
"이해하겠니?"
"아뇨. 하지만 상관없어요. 그런 일엔 익숙해졌으니까."
"그곳은 내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야."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다. - P69

로자 아줌마는 동물들의 세계가 인간세계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동물들에게는 자연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라나. 특히 암사자의 세계가 그러하단다. 로자 아줌마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암사자를 칭찬했다. 나는 잠들기 전에 이따금 상상 속에서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열고 나가보면, 거기에는 새끼들을 돌보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암사자가 한 마리 있었다. 로자 아줌마는 바로 그것이 암사자들의 특성이라고 했다. 암사자들은 새끼를위해서라면 절대 물러서지 않고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데, 그것이정글의 법칙이며, 암사자가 새끼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구도암사자를 신뢰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했다.
나는 거의 매일 밤 나의 암사자를 불러들였다. 암사자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로 뛰어올라 우리들의 얼굴을 핥아주었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그러길 원했고, 또 내가 나이가 가장 많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그런데 수사자들은 평판이 좋지않았다. 세상 모든 수컷들과 마찬가지로 수사자들은 자기 혼자 먹고살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내 암사자가 올거라고 하면 아이들은 이불 속에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바나니아조차도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아이는 원래 낙천적이라 별다른 반응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바나니아를 무척 좋아했는데, 그 아이는 여유 있는 프랑스 가정에 입양되었다. 나는 언젠가 그 아이를 보러 갈 것이다.
마침내 어느날 로자 아줌마는 자신이 자는동안 내가 암사자를 불러들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줌마는 물론 그것이 사실이아니며 다만 내가 자연의 법칙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져 집 안에 야생동물이 있다는 생각에 밤마다 공포에 떨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나에게는 꿈인 것이 아줌마에게는 악몽이 되었던것이다. 로자 아줌마는 꿈이 오래되면 악몽으로 변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우리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두 마리의 암사자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 P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