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동물들은 태어난 직후 뇌의 성장이 멈추지만 우리는 태아기의 뇌 성장 속도가 출생 후 2년까지 유지된다. 출생 후 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특히 정수리 뒷부분에 영향을 주어 머리가 풍선 형태가 되는 것이다. 뇌 상단 뒤쪽인 두정부에는 마음이론 신경망이 모이는 두 중심점, 측두두정연접부와 설전부가 있다. 이곳이 아기가 타인의 시선과 제스처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다. 우리는 두개골 화석을 분석하여 이렇게 초기에 사회적 기술이 발현되는 것이 호모 사피엔스 고유의 특성이라고 추정할 수 있었다.
- P154

우리 종에게 집단 내 타인이라는 새로운 범주가 출현한 것은 8만 년 전 중기 구석기시대로, 이 시기 이후로 공동체의 규모가 커지고 인구밀도는 더 높아졌을 것이다. 인류학자 킴 힐Kim 은 성별과 상관없이 모두가 이웃 집단에 받아들여지고, 집단을 초월해 가족으로 결속하게 하는 이런 수준의 포용력은 다른 영장류에게서 관찰된 바 없다고 말한다.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기술혁신은 더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는 다른 사람 종들보다 더 광범위한 환경으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종교 의례나 의사소통 체계를 공유하는 이웃 집단들 간의 교역망으로 혁신을 더 널리 그리고 더 멀리 전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혁신가들이 만나지 못하는 곳에서도 참신한 생각들은 교류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지역과 자연에서 얻은 자원을 물물교환하고 영토 경계선 너머의 바다로 나아갈 기회도 얻었을 것이다. 우리는 새로 얻은 협력능력으로 여러 무리가 연합하여 덩치 큰 포유류나 어류를 사냥하는 집단행동의 가능성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사회적 관계의 공식이 친화력에 유리하게 바뀐 뒤로 우리 뇌의 신경연결망이 점점 더 증가하여 그 어떤 사람 종보다도 압도적 우위를 갖게 해주었을 것이다.
- P164

개와 보노보는 자기가축화를 통해서 친화력을 강화했지만 두 종 모두 자신의 가족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에 대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공격성을 발달시켰다. 개는 자기가 사는 사람의 집에 낯선 자가 다가오면 공격적으로 짖어댄다. 보노보 암컷의 경우에는 방어적 모성이나, 암컷 간의 유대로 오히려 보노보 수컷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띠곤 하는데 이는 침팬지 암컷과 비교해보아도 더 공격적이다. 우리는 이러한 공격성의 증가가 자기가축화중에 일어난 옥시토신 시스템의 변화에서 기인했다고 추정한다.
- P179

우리가 위협받는다고 느낄때 우리 집단 소속이 아닌 사람들의 기본 인권에는 눈 감는 것도 이 능력 때문이다. 이 맹목성은 편견보다 훨씬 더 어두운 힘이다.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할 때 그들이 겪는 고통은 우리와 하등 상관없는 일이 된다. 그런 자들은 공격해도 무방해진다. 규칙도, 규범도, 그들을 인간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도덕적 판단도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우리 집단이 위협받는다고 지각할 때 뇌에서 마음이론 신경망의 활동이 둔화된다는 근거를 찾아야 한다. 이 둔화는 소속 집단을 위협하는 외부자에게는 기꺼이 고통을 가하고자 하는 마음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타인을 비인격적 존재로 여기는 비인간화 경향은 사람에 따라편차가 있고, 비인간화의 수준도 사회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겠지만, 우리의 가설은 모든 사람의 뇌에는 타인을 비인간화할 수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 P183

크테일리는 이 연구에서 우리가 타인을 사람이라고 생각할때, 우리 뇌에서 마음이론 신경망을 담당하는 부위가 선택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결과도 얻었다. 미국인 참여자들이 다른 집단미국인, 유럽인, 무슬림, 노숙자 등)에 속한 개인들을 완전히 동등한 사람으로 여길지 말지 고민할 때는 설전부가 다소 활성화되었다. 설전부의 폭발적 발달로 우리가 우리 종 고유의 구형 두개골을 갖게 되었을 기억하자. 그리고 이 변화는 우리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분리된 뒤에 비로소 발생했음을 기억하자.
자신들이 누리던 자원이나 특권 혹은 어떤 경제적 이익에 위협이 되는 집단이 나왔다면, 그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이 상식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정치적 이념 대결이나 혹은 한 사회 내 다른 집단의 상대적 지위가 타인에 대한 비인간화를 야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크테일리가 이 연구에서 얻은 결론은, 외집단에 대한 비인간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소는 그들이 먼저 우리를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인식이었다. 이것을 보복성 비인간화 Reciprocal Dehumanization라고 한다. - P193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은 사람에게 해를 가했을 때는 징벌을 가한 사람 스스로 자신을 면책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징벌을 받은 사람이 고통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전기충격을 더 강화해야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믿었다. 밴듀라는 비인간화가 인간의 잔인성을 설명해주는 중심 요소라고 결론 내렸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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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다니까. 재경의 말이 맞았다. 솔직히 목숨을 걸고 올 만큼 대단한 광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윤은 이 우주에 와야만 했다. 이 우주를 보고 싶었다. 가윤은 조망대에 서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까지 천천히 우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언젠가 자신의 우주 영웅을 다시 만난다면, 그에게 우주 저편의 풍경이 꽤 멋졌다고 말해줄 것이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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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질과 마음이론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선택된 감정반응이 협력적 의사소통능력과 더불어 포용력도 향상시켰을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자연선택이 사람들이 서로에게 반응하는 다양한 방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문화적 인지능력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곧 사람에게도 자기가축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 P112

자제력은 사고와 행동 사이의 공간이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 전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이다.  - P114

나를 포함해 대다수 사람들은 큰 무리를 이루어 사는 동물일수록 더 복잡한 사회관계를 형성하기에 자제력이 강해서 성공할 길을 더 잘 찾을 거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마시멜로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들은 그저 연산능력이 더 좋은 큰 용량의 뇌를 지녔을 뿐이다. 우리가 테스트한 바에 따르면 뇌가 작은 동물들은 자제하는 것을 힘들어했고 뇌가 큰 동물들은 거의 즉각적으로 자제력을 발휘했다. - P116

사회연결망은 많은 이유로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술 발전에 필수 요소다. 더 큰 사회연결망과의 관계가 끊어진 인구 집단은 그저 기술의 진보가 멈추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집단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영장류 학자 토마셀로는 무인도에 혼자남겨진 어린이는 침팬지와 아주 흡사한 문화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태즈메이니아 원주민들은 약 1만 2000년 전 본토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고립되었다. 화석 기록을 보면 이 시기 전까지 그들이 사용한 도구는 더 큰 규모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집단과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만 년 뒤, 본토 원주민들의 도구 세트는 눈에 띄게 늘어났지만 태즈메이니아 원주민들의 도구 세트는 겨우 몇십 종으로 줄어들었다. - P121

하얀 공막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협력을 증진하는 데 두루 이바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하얀 공막을 친화력 선택의 결과로 보며, 이 진화가 이루어진 시기는 8만 년 전이었을 것으로 본다. 눈맞춤 빈도가 증가하면서 유대와 협력적 의사소통이 촉진되어 옥시토신이 훨씬 활발히 발현되었을 것이다. 또 하안 공막은 속임수나 사기를 막는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눈은 분명하고 유일할 뿐만 아니라 보편적이기도 하다. 사람은 피부, 머리, 심지어는 손톱까지 다양한 색을 띤다. 홍채도 초록색, 회색, 파란색, 갈색에 검은색까지 다채로운 색이있다. 하지만 공막은 모두 똑같이 하얀색이다. 하나의 형질이 이렇게 절대적인 단일성을 보이는 건 아주 이례적이다.
- P135

우리의 가설이 맞다면,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하얀 공막의 눈을 가졌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한 다른 사람 종들은 다른 영장류 동물들처럼 색소로 눈을 덮어 시선을 숨겼을것이다. 다른 사람 종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그들의 어두운 공막을 보고 강하게 느꼈을 것이다. 저들은 우리와 같지 않다고,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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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들을 분리시키자 친구나 가족들조차 서로에게 손대는 일이 없어졌다.
공격성이 어떤 대가를 치를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집단 내에서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까지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단 내 협력자의 수가 크게 제한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었다. 공격성과 연관해 위험을 무릅쓸 때 기대할수 있는 보상은 더 우수하거나 더 많은 후손을 얻는 것뿐이다.
이 공격성에 관한 비용 대비 이익 비중을 조금만 비틀어 생각해보아도 친화력이 호전성보다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바로 알수 있다.
- P92

암컷 보노보는 배란기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냈다. 그들은 엉덩이가 분홍빛으로 부풀어 있는 기간이 길어서 수컷으로서는 정확히 언제 배란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또 암컷들은 침팬지 같은 행동을 보이는 수컷에게는 적대적으로 군다. 암컷에게 강제로 짝짓기하려 드는 수컷은 반드시 맹렬한 저항에 부딪힌다. 성난 암컷들이 연대해서 공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어떤 수컷이라도 아기 보노보를 좋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가는 곧바로 암컷들의 맹렬한 반격을 당하게될 것이다. 암컷들은 함께 움직인다. 따라서 덩치는 수컷 개체들이 클지 몰라도 수컷들은 언제나 단결한 암컷들에게 수로 제압당한다. 암컷 침팬지는 친척 암컷에게만 도움을 주지만 암컷 보노보는 모든 암컷을 돕는다. 새로운 암컷이 무리에 들어오면 흥분하거나 호의를 보이며 반기는데, 서로 앞다투어 달려들어 인사하고 털을 다듬어주고 성기를 문질러주곤 한다. 이 원주민 암컷들이 그동안 알고 지낸 수컷들에 맞서서 새내기 암컷을 지켜줄 것이며, 자기네 아들들로부터도 지켜줄 것이다.  - P96

랭엄은 보노보 집단이 친화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이유를 이들이 서식하는 콩고강 남부가 자원이 풍부하여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생태계에 관한 여러 연구는 보노보 서식지의 열매와 초본이 풍부함을 시사한다. 보노보는 이러한 자원을 놓고 고릴라와 경쟁할 필요도 없다. 고릴라가 침팬지 서식지에 사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콩고강 남부 보노보 서식지 부근에는 살지 않는다.
보노보 암컷은 서열과 상관없이 모두 일일 필요 열량을 충족할 수 있지만, 침팬지는 서열이 높은 암컷들에게만 매일 충분한 먹이가 보장된다. 보노보 암컷은 암컷 친구를 챙길 여력이 있지만 침팬지 암컷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친화력 좋은 보노보 암컷들은 서로 돕고 살 수 있어 수컷의 공격성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또한 공격성이 가장 낮은 수컷과 짝짓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수컷 보노보에게도 친화력은 승리의 전략이었다.
- P97

암컷의 승리가 어느 정도로 완전하냐면, 수컷이 암컷을 만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어머니를 통하는 것일 정도다. 보노보 수컷은 침팬지 수컷처럼 암컷을 꺾어 누르기 위해서 뭉치는대신 엄마에게 의지해서 암컷 친구를 소개받는다. 침팬지 수컷은 자기네 엄마마저 복종시키는 반면 보노보 수컷은 마마보이의 결정판이다. 암컷과 친하게 지내는 이 방식은 성공적 번식 전략이어서, 번식에 가장 성공한 수컷 보노보는 번식에 가장 성공한 침팬지의 수컷 우두머리보다도 더 많은 후손을 얻는다. 이는 암컷의 다정한 수컷 선호가 다정한 사회의 진화를 야기하는 선택압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 P98

사람에게 다가왔던 늑대들이 그러지 않았던 늑대들보다 친화력이 강력한 선택압으로 작용할 정도의 큰 이익을 누렸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 압력은 행동과 외모만이 아니라 심지어 인지능력까지 진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어떤 종 안에서 관용과 친화력을 지닌 개체군이 살아남는 자연선택이 일어났는데, 그 형질 변화가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집단 내부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또한 자기가축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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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 P181

보현을 무슨 말로 위로해야 했을까? 나는 순간 보현을 위로할 수 있는 어떤 언어도 나에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가슴속에서 빠져나가버린 듯 싸늘했고, 나는 그게 생각이나 관념이 아닌 실재하는 감각임을 알았다.
그제야 어설프게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잠시 머물렀다 사라져버린 향수의 냄새. 무겁게 가라앉는 공기.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 오래된 벽지의 얼룩. 탁자의 뒤틀린 나뭇결. 현관문의 차가운 질감.바닥을 구르다 멈춰버린 푸른색의 자갈. 그리고 다시, 정적.
물성은 어떻게 사람을 사로잡는가.
나는 닫힌 문을 가만히 바라보다 시선을 떨구었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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