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들을 분리시키자 친구나 가족들조차 서로에게 손대는 일이 없어졌다.
공격성이 어떤 대가를 치를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집단 내에서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까지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단 내 협력자의 수가 크게 제한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었다. 공격성과 연관해 위험을 무릅쓸 때 기대할수 있는 보상은 더 우수하거나 더 많은 후손을 얻는 것뿐이다.
이 공격성에 관한 비용 대비 이익 비중을 조금만 비틀어 생각해보아도 친화력이 호전성보다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바로 알수 있다.
- P92

암컷 보노보는 배란기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냈다. 그들은 엉덩이가 분홍빛으로 부풀어 있는 기간이 길어서 수컷으로서는 정확히 언제 배란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또 암컷들은 침팬지 같은 행동을 보이는 수컷에게는 적대적으로 군다. 암컷에게 강제로 짝짓기하려 드는 수컷은 반드시 맹렬한 저항에 부딪힌다. 성난 암컷들이 연대해서 공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어떤 수컷이라도 아기 보노보를 좋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가는 곧바로 암컷들의 맹렬한 반격을 당하게될 것이다. 암컷들은 함께 움직인다. 따라서 덩치는 수컷 개체들이 클지 몰라도 수컷들은 언제나 단결한 암컷들에게 수로 제압당한다. 암컷 침팬지는 친척 암컷에게만 도움을 주지만 암컷 보노보는 모든 암컷을 돕는다. 새로운 암컷이 무리에 들어오면 흥분하거나 호의를 보이며 반기는데, 서로 앞다투어 달려들어 인사하고 털을 다듬어주고 성기를 문질러주곤 한다. 이 원주민 암컷들이 그동안 알고 지낸 수컷들에 맞서서 새내기 암컷을 지켜줄 것이며, 자기네 아들들로부터도 지켜줄 것이다.  - P96

랭엄은 보노보 집단이 친화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이유를 이들이 서식하는 콩고강 남부가 자원이 풍부하여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생태계에 관한 여러 연구는 보노보 서식지의 열매와 초본이 풍부함을 시사한다. 보노보는 이러한 자원을 놓고 고릴라와 경쟁할 필요도 없다. 고릴라가 침팬지 서식지에 사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콩고강 남부 보노보 서식지 부근에는 살지 않는다.
보노보 암컷은 서열과 상관없이 모두 일일 필요 열량을 충족할 수 있지만, 침팬지는 서열이 높은 암컷들에게만 매일 충분한 먹이가 보장된다. 보노보 암컷은 암컷 친구를 챙길 여력이 있지만 침팬지 암컷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친화력 좋은 보노보 암컷들은 서로 돕고 살 수 있어 수컷의 공격성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또한 공격성이 가장 낮은 수컷과 짝짓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수컷 보노보에게도 친화력은 승리의 전략이었다.
- P97

암컷의 승리가 어느 정도로 완전하냐면, 수컷이 암컷을 만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어머니를 통하는 것일 정도다. 보노보 수컷은 침팬지 수컷처럼 암컷을 꺾어 누르기 위해서 뭉치는대신 엄마에게 의지해서 암컷 친구를 소개받는다. 침팬지 수컷은 자기네 엄마마저 복종시키는 반면 보노보 수컷은 마마보이의 결정판이다. 암컷과 친하게 지내는 이 방식은 성공적 번식 전략이어서, 번식에 가장 성공한 수컷 보노보는 번식에 가장 성공한 침팬지의 수컷 우두머리보다도 더 많은 후손을 얻는다. 이는 암컷의 다정한 수컷 선호가 다정한 사회의 진화를 야기하는 선택압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 P98

사람에게 다가왔던 늑대들이 그러지 않았던 늑대들보다 친화력이 강력한 선택압으로 작용할 정도의 큰 이익을 누렸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 압력은 행동과 외모만이 아니라 심지어 인지능력까지 진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어떤 종 안에서 관용과 친화력을 지닌 개체군이 살아남는 자연선택이 일어났는데, 그 형질 변화가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집단 내부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또한 자기가축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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