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보물실

2013년 7월

존 J. 번스 도서관은 보스턴 칼리지의 녹음이 무성한 교정에 웅장한 신고딕양식의 건축물로 자리잡고 있다. 석조 첨탑들과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있어 그 모습이 성당과 매우 흡사하다. 1863년, 예수회는 아일랜드에서 감자대기근을 피해 달아난 가난한 이민자들의 자녀들을 교육시키려고 대학을 설립했다. 보스턴 칼리지는 이후 150년에 걸쳐 성장하고 번창하면서 고국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5만 권의 장서와 약 1,600만 점의 사본을갖춘 번스 도서관은 미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아일랜드의 정치적, 문화적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여러 해 전, 희귀자료 책임자였던 도서관원은 1480년에 인쇄된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소책자를 소더비에 팔려고 하다가 붙잡힌뒤 수감되기도 했다. 도서관은 귀중한 유물을 구입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기에 나중에 부임한 부서 책임자는 아일랜드인 도굴범이 자신에게 고대 라틴 십자가와 복잡한 원과 비문이 새겨진 훔친 판석묘를 팔려고 했을 때 직접 FBI에 연락해 요원들을 불러야 했던 적도 있었다. - P11

1

납치

진 맥콘빌은 실종되었을 때 서른여덟 살이었으며, 거의 반평생을 임신하거나 출산에서 회복하느라 보냈다. 그 기간 동안 열네 명의 자식을 낳고 그중 넷을 잃었기에, 스무 살인 앤에서부터 앙증맞은 눈망울의 여섯 살 쌍둥이인 빌리와 짐에 이르기까지 열 명의 자식을 두고 있었다. 열 명의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물론, 하물며 돌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인내심의 쾌거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1972년의 벨파스트에서는 제멋대로 구는 천방지축 자식들을 낳는 대가족이 표준이었기에 진 맥콘빌은 어떤 상도 바라지 않았으며 아무런 상도받지 못했다. - P15

디비스 플래츠는 에셔의 그림에 나오는 악몽과도 같은 곳으로, 콘크리트계단과 복도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아파트였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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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도 나와 비슷했다. 영호는 연마 일을 하고 싶어했다. 회전기 가공반에 있는 연마기 이야기를 나에게 하고는 했다. 연마도 고도의 정밀 작업이다. 정밀도 일천분의 오 밀리미터 이내의 작업을 계속해내는 기계공들 앞에서 영호는 기가 죽었다. 아버지는 너무 힘이 없었다. 두 아들을 공업 학교에도 보낼 수 없었다. 아버지의 시대가 아버지를 고문했다. 난장이 아버지는 경제적 고문을 이겨내지 못했다. 공업 학교를 나왔다면 우리는 처음부터 기능공으로 일했을 것이다. 나는 운이 좋았다. 한 달이 채 못 되어 권총 모양의 손드릴을 받았다. 자동 선반기를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기뻐했다. 어머니는 내가 조립 공장의 기계공으로 그 훌륭한 승용차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믿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내가 하는일을 설명하지 않았다. 나는 승용차 시트 뒤에 달려 있는 트렁크에 구멍을 뚫었다. 드릴로 구멍을 뚫은 다음 십자나사못을 틀어넣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 P201

서쪽 하늘이 환해지며 불꽃이 하늘로 치솟으면 내가 우주인과 함께 혹성으로 떠난 것으로 믿어달라. 긴 설명은 있을 수가 없다. 내가 아직 알 수 없는 것은 떠나는 순간에 무엇을 대하게 될까 하는 것뿐이다. 무엇일까? 공동묘지와 같은 침묵일까? 아닐까? 외치는 것은 언제나 죽은 사람들뿐인가?
시간이 다 되었다. 지구에 살든, 혹성에 살든, 우리의 정신은 언제나 자유이다. 모두들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를 빈다. 다른 인사말은 서로 생략하기로 하자.
차렷!
반장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경례!
교사는 상체를 굽혀 답례하고 교단에서 내려왔다. 그는 교실에서 나갔다. 나가는 그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외계인의 걸음걸이가 바로 저럴 것이라고 학생들은 생각했다.
겨울 해는 이미 기울어 교실 안이 어두워왔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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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왼쪽 무릎이나 당신의 손톱처럼 눈에 보이는 특정 형태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를 비롯해서 모든 생물의 몸은 개별 유전자에 의해 구축되는 각각의 부분으로 분해될 수 없다. 수백에 이르는 많은 유전자들이 협동해서 신체의 거의 대부분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한 유전자의 작용은 마치 만화경처럼 변화무쌍한 일련의 환경적 영향을 받는다. (그런 환경에는 배아의 상태도 있고 출생 후의 것도 있으며, 내적인 것도 있고 외적인 것도 있다.) 몸의 각 부분은 유전자가 번역된 것이 아니며, 선택은 각 부분에 직접 작용하지도 않는다. 선택은 생명체를 그 전체로서 받아들이거나 거절한다. 그 이유는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여러 부분들이 전체적인 조합으로 그 생물에게 유리함을 주기 때문이다. 개별 유전자가 자신의 생존 경로를 계획한다는 식의 이미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발생 유전학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도킨스에게는 또 다른 은유가 필요할 것이다. 가령 다수의 유전자들이 총회를 열어 동맹을 결성하고 가능한 상황을 예측하는 조약에 가입하는 식의 상상이 그런 은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처럼 많은 유전자들을 하나로 융합시키고, 그것들을 환경이 매개하는 작용의 계층적인 연쇄에 결합했을 때, 그 결과를 우리는 ‘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P124

결국 나는 도킨스의 이론이 주는 매력이 서구의 과학적 사고에 얽혀있는 몇 가지 악습(우리가 원자론, 환원주의, 결정론 등으로 부르는 태도를 말한다. 이런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용서하기 바란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전체란 모두 ‘기본‘ 단위로 분해시킬 때에만 이해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 방식, 미시적 단위가 가지는 고유한 성질이 거시적 결과의 거동動)을 낳으며, 동시에 설명할 수 있다는 사고 방식, 그리고 모든 사건이나 사물은 명백하고 예측 가능하고 결정론적인 원인을 가진다는 사고 방식이다. 이러한 사고 방식은 몇 개의 작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과거 역사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단순한 현상을 연구하는 데에는 유효했다.
지금 나는 가스 스토브의 손잡이를 돌리면 불이 붙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제로 불이 붙는다.) 여러 가지 기체 법칙은 분자에서 시작해서 그것보다 큰 예측 가능한 부피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그러나 생물은 서로 합병한 유전자들 이상의 무엇이다. 생물은 역사라는 중대한 요소를 가지고 있고, 몸의 여러 부분은 복잡한 상호작용을 한다. 생물의 몸은 협동하며 작용하고,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선택에 노출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번역된다. 물과 그것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결정하는 분자들이라는 비유는 몸과 유전자의 관계와는 빗댈 수도 없는 형편없는 것에 불과하다. 내가 나 자신의 운명에는 정통하지 못할 수 있지만 최소한 전체성에 대한 나의 직관은 생물학적 진실을 반영하고 있을것이다. - P125

찰스 다윈은 1872년에 출간된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이라는 중요한 저서에서, 동물의 적응적 행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인간에서는 상징으로 내면화된 여러 가지 몸짓의 진화적 기반을 밝혀내려고 했다. 그 결과 그는 형태뿐만 아니라 감정에도 진화적인 연속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격노할 때 윗입술을 들어 올려 지금은 사라져 버린 싸움용 송곳니를 드러내 보이려 한다. 인간이 나타내는 혐오의 제스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면 구역질을 일으키는 고도로 적응적인 행동과 결부된 안면의 움직임인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많은 동시대인에게는 무척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다윈은 이렇게 결론지었다. "사람에게서, 극도의 공포 때문에 머리털이 곤두서거나, 광포한 분노 때문에 이를 드러내는 등의 몇 가지 표정은, 인간이 과거에 그보다 훨씬 낮은 동물적 상태로 존재했다는 믿음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 P140

인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에 이르러 직립하게 되었을때 게임은 이미 끝난 셈이다. 다시 말해 이 단계에서 몸 구조의 주요한 개조는 이미 완료되었고, 후속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방아쇠는 이미 당겨졌던 것이다. 이후 인류의 뇌가 커진 과정은 해부학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태아기의 급속한 성장 속도를 이후까지 연장시킴으로써, 그리고 성인이 되어도 어린 시절 영장류 머리뼈의 특징적인 비율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우리의 더 커진 뇌를 우리 자신의 성장 프로그램에서 제외시킨다. 우리의 뇌는 전체 패턴의 모든 부분들과 그밖의 유형 성숙적 특징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진화한 것이다. - P179

순수하게 몸의 구조가 개조되는 문제인 직립 자세는 광대한 범위에 영향을 주는 기본적인 문제이고, 뇌가 커진 것은 표면적이고 이차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뇌가 커짐으로써 나타난 결과는 그 형성 과정의 상대적인 용이함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이적인것은 복잡계 (그중에서도 인간의 뇌는 가장 두드러진 경우이다.)가 가지는 전체적 성질, 즉 단지 양적인 것에 불과한 구조적 변화를 놀랄 만큼 다양한 특성을 가지는 기능으로 번역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이다. - P180

그러나 만약 진화가 밀집 행진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진행한 것이라면, 화석 기록은 연속되고 완만한 조직의 발전 패턴을 보여 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패턴이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진화적인 래칫의 상정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치명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21장에서 다루겠지만, 생명은 지구 자체가 형성된 직후에 태어났고, 그런 다음 30억 년 지구 역사 전체의 약 6분의 5에 해당하는 기간)에 걸쳐 거의 동일한 상태로 지속되었다. 이 장구한 기간 동안 생명은 원핵생물의 수준(유성 생식이나 복잡한 신진 대사가 가능한 내부 구조(핵, 미토콘드리아 등)를 갖지 않은 세균과 남조류 세포의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약 30억 년 동안 생명의 최고 형태는 조류 매트(algal mat, 침전물을 고정시키는 원핵생물인 조류가 만든 얇은 층)였다. 그 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6억 년 전에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동물의 주요한 설계가 수백만 년에 걸쳐 나타났다. 우리는 ‘캄브리아기 폭발(Cambrian explosion)‘이 왜 그 무렵에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사건이 그때 일어나야 했다거나, 또는 어떤 식으로든 일어나야 했다는 식으로 생각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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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르크는 생명이란 연속적으로 그리고 자연 발생적으로 지극히 단순한 형태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후 생명은
"그 조직 체계를 끊임없이 복잡화시키는 경향을 띠는 어떠한 힘에 의해 추동되어 복잡성의 사다리(Ladder of complexity)를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 힘은 "절실한 요구"에 대응하는 생물의 창조적인 반응을 통해 작용한다. 그러나 생명은 하나의 사다리로 정리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는 길도 국지적 환경의 여러 요구로 인해 바뀌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린은 긴 목을 획득하고, 섭금류(涉禽類)에 속하는 새는 물갈퀴가 달린 발을 획득한다. 한편 두더지나 동굴에 사는 물고기는 점차 시력을 잃어 간다. ‘획득 형질의 유전‘은 이러한 체계 속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중심 역할을 하는것은 아니다. 그것은 부모의 노력으로 후손이 이익을 얻는 것을 보증하는 메커니즘이지만, 사다리를 오르도록 진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 P102

다윈의 자연 선택설은 라마르크주의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힘이 아니라, 2개의 서로 다른 과정을 가정하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설과 라마르크주의는 모두 적응의 개념, 즉 생물은 새로운 조건에 가장 적합한 형태나 기능, 행동을 진화시키는 방법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조건에 대응한다는 관점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두 가지 이론 모두 환경에 대한 정보가 생물에게 전달되어야만 한다. 라마르크주의의 경우에는 이러한 전달이 더 직접적이다. 어떤 생물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여 ‘올바른‘ 방법으로 응답하고 그 적절한 반응을 후손에게 직접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것에 비해 다윈주의는 변이와 방향성의 원인이 되는 힘이 각기 다른 2단계의 과정이다. 다윈주의자들은 첫 단계인 유전적 변이가 임의적(random)‘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임의적‘이라는 말은 모든 방향이 동일하게 같다는 수학적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은 그리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변이가 적응의 방향에서 특정한 지향성을가지지 않고 일어난다는 의미로 쓰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온이 낮아지면 털이 많은 개체가 다른 개체에 비해 그만큼 생존에 유리하다 해도, 털이 많이 나는 유전적 변이가 높은 빈도로 발생하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2단계 선택은 ‘무방향성(unoriented)‘의 변이에 대해 작용하여, 유리한 변이체에 그만큼 큰 번식상의 성공을 주면서 개체군을 변화시킨다.  - P105

라마르크주의와 다윈주의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는 여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라마르크주의는 지향성을 가진 변이 이론이다. 만약 털이 많은 쪽이 유리하다면 동물은 그 필요성을 인식해 그것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그 가능성을 후손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변이는 자동적으로 적응을 향한 지향성을 갖게 되고, 자연 선택과 같은 제2의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라마르크주의가 말하는 방향성을 가지는 변이의 본질적 역할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그들은 흔히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를테면 화학적 또는 방사성 돌연변이 유발원이 돌연변이율을 높여 어떤 개체군의 유전적 변이의 풀(pool)이 확장되는 식으로, 환경이 유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라마르크주의는 옳은 것이아닐까? 그러나 이 메커니즘은 변이의 양(量)은 늘릴지언정, 변이를 유리한 방향으로 추진시키지는 않는다. 라마르크주의는 유전적 변이가 적응적인 방향으로 ‘선택적으로‘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 P106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창조자로서의 능동적인 생물 역할을 그토록 힘주어 강조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라마르크를 칭송한다. 우유병을 따서 먹는 방법을 기억한 박새는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선택압(選擇壓, 자연 선택에 작용하는 환경의 여러 가지 특성. 예를 들어 먹이의 부족이나 포식자의 활동, 짝짓기 상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등이 그것이다. 옮긴이)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 자연 선택은 조금 다른 형태의 부리들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이 박새를 자극해, 유리한 형태를 향한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그리고 이것만이 라마르크주의이다. - P109

문화적 진화는 다윈적인 과정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다윈적인 진화는 호모 사피엔스에서도 계속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느려서 우리의 역사에 더 이상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있다. 지구의 역사가 매우 중요한 이 지점에 도달하게 된 것은 라마르크적인 과정이 그 역사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인류의 문화적 진화는 그 성격상 우리의 생물학적 역사와는 완전히 상반되며 오히려 라마르크적이다. 우리가 한 세대 동안에 배운 것은 교육이나 글쓰기를 통해 다음 세대에 직접 전달된다. 과학 기술이나 문화에 관한 한 획득 형질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라마르크적인 진화는 신속함과 축적을 그 특징으로 한다.
라마르크적인 진화는 과거의 순수한 생물학적인 변화 양식과 현대의 새롭고 해방적인(어쩌면 그것이 지옥의 나락을 향하는지도 모르지만) 무엇을 향해 미친 듯이 가속되는 변화 양식 사이에 중대한 차이가 있음을 말해 주고있다. - P113

유전자는 생물 개체의 청사진이고, 개체는 종이라는 건축물을 구축하는 기본 구성 단위이다. 진화는 돌연변이를 필요로 한다. 자연 선택은 숱한 일련의 선택 과정 없이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는 변이가 일어나는 궁극의 원천이며, 유전자는 변이가 일어나는 단위이다. 선택의 단위는 개체이다. 그러나 개체가 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개체는 단지 성장하고, 번식하고, 죽을 뿐이다. 진화적인 변화는 상호 작용하는 생물 개체의 집단에서 일어나는것으로, 진화가 일어나는 단위는 종이다. 즉 철학자 데이비드 리 헐(DavidLee Hull, 1935~2010년)이 썼듯이, 유전자는 변화하고, 개체는 선택되고, 종이 진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통 다윈주의의 관점이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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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 약속대로 ‘안 돼요‘ 라는 말을 그에게 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에게 ‘안 돼요‘ 라고 말하지 못했다. 나는 전혀 다른 세상 사람과 생활하고 있었다. 우리는 출생부터 달랐다. 나의 첫 울음은 비명으로 들렸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나의 첫 호흡이 지옥의 불길처럼 뜨거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모태에서 충분한 영양을 보급받지 못했다. 그의 출생은 따뜻한 것이었다. 나의 첫 호흡은 상처난 곳에 산을 흘려넣는 아픔이었지만, 그의 첫 호흡은 편안하고 달콤한 것이었다. 성장 기반도 달랐다. 그에게는 선택할 것이 많았다. 나나 두 오빠는 주어지는 것 이외의 것을 가져본 경험이 없다. 어머니는 주머니가 없는 옷을 우리들에게 입혔다. 그는 자라면서 더욱 강해졌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반대로 약해졌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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