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도 나와 비슷했다. 영호는 연마 일을 하고 싶어했다. 회전기 가공반에 있는 연마기 이야기를 나에게 하고는 했다. 연마도 고도의 정밀 작업이다. 정밀도 일천분의 오 밀리미터 이내의 작업을 계속해내는 기계공들 앞에서 영호는 기가 죽었다. 아버지는 너무 힘이 없었다. 두 아들을 공업 학교에도 보낼 수 없었다. 아버지의 시대가 아버지를 고문했다. 난장이 아버지는 경제적 고문을 이겨내지 못했다. 공업 학교를 나왔다면 우리는 처음부터 기능공으로 일했을 것이다. 나는 운이 좋았다. 한 달이 채 못 되어 권총 모양의 손드릴을 받았다. 자동 선반기를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기뻐했다. 어머니는 내가 조립 공장의 기계공으로 그 훌륭한 승용차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믿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내가 하는일을 설명하지 않았다. 나는 승용차 시트 뒤에 달려 있는 트렁크에 구멍을 뚫었다. 드릴로 구멍을 뚫은 다음 십자나사못을 틀어넣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 P201
서쪽 하늘이 환해지며 불꽃이 하늘로 치솟으면 내가 우주인과 함께 혹성으로 떠난 것으로 믿어달라. 긴 설명은 있을 수가 없다. 내가 아직 알 수 없는 것은 떠나는 순간에 무엇을 대하게 될까 하는 것뿐이다. 무엇일까? 공동묘지와 같은 침묵일까? 아닐까? 외치는 것은 언제나 죽은 사람들뿐인가?
시간이 다 되었다. 지구에 살든, 혹성에 살든, 우리의 정신은 언제나 자유이다. 모두들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를 빈다. 다른 인사말은 서로 생략하기로 하자.
차렷!
반장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경례!
교사는 상체를 굽혀 답례하고 교단에서 내려왔다. 그는 교실에서 나갔다. 나가는 그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외계인의 걸음걸이가 바로 저럴 것이라고 학생들은 생각했다.
겨울 해는 이미 기울어 교실 안이 어두워왔다. - P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