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르크는 생명이란 연속적으로 그리고 자연 발생적으로 지극히 단순한 형태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후 생명은
"그 조직 체계를 끊임없이 복잡화시키는 경향을 띠는 어떠한 힘에 의해 추동되어 복잡성의 사다리(Ladder of complexity)를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 힘은 "절실한 요구"에 대응하는 생물의 창조적인 반응을 통해 작용한다. 그러나 생명은 하나의 사다리로 정리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는 길도 국지적 환경의 여러 요구로 인해 바뀌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린은 긴 목을 획득하고, 섭금류(涉禽類)에 속하는 새는 물갈퀴가 달린 발을 획득한다. 한편 두더지나 동굴에 사는 물고기는 점차 시력을 잃어 간다. ‘획득 형질의 유전‘은 이러한 체계 속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중심 역할을 하는것은 아니다. 그것은 부모의 노력으로 후손이 이익을 얻는 것을 보증하는 메커니즘이지만, 사다리를 오르도록 진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 P102

다윈의 자연 선택설은 라마르크주의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힘이 아니라, 2개의 서로 다른 과정을 가정하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설과 라마르크주의는 모두 적응의 개념, 즉 생물은 새로운 조건에 가장 적합한 형태나 기능, 행동을 진화시키는 방법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조건에 대응한다는 관점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두 가지 이론 모두 환경에 대한 정보가 생물에게 전달되어야만 한다. 라마르크주의의 경우에는 이러한 전달이 더 직접적이다. 어떤 생물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여 ‘올바른‘ 방법으로 응답하고 그 적절한 반응을 후손에게 직접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것에 비해 다윈주의는 변이와 방향성의 원인이 되는 힘이 각기 다른 2단계의 과정이다. 다윈주의자들은 첫 단계인 유전적 변이가 임의적(random)‘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임의적‘이라는 말은 모든 방향이 동일하게 같다는 수학적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은 그리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변이가 적응의 방향에서 특정한 지향성을가지지 않고 일어난다는 의미로 쓰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온이 낮아지면 털이 많은 개체가 다른 개체에 비해 그만큼 생존에 유리하다 해도, 털이 많이 나는 유전적 변이가 높은 빈도로 발생하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2단계 선택은 ‘무방향성(unoriented)‘의 변이에 대해 작용하여, 유리한 변이체에 그만큼 큰 번식상의 성공을 주면서 개체군을 변화시킨다.  - P105

라마르크주의와 다윈주의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는 여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라마르크주의는 지향성을 가진 변이 이론이다. 만약 털이 많은 쪽이 유리하다면 동물은 그 필요성을 인식해 그것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그 가능성을 후손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변이는 자동적으로 적응을 향한 지향성을 갖게 되고, 자연 선택과 같은 제2의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라마르크주의가 말하는 방향성을 가지는 변이의 본질적 역할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그들은 흔히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를테면 화학적 또는 방사성 돌연변이 유발원이 돌연변이율을 높여 어떤 개체군의 유전적 변이의 풀(pool)이 확장되는 식으로, 환경이 유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라마르크주의는 옳은 것이아닐까? 그러나 이 메커니즘은 변이의 양(量)은 늘릴지언정, 변이를 유리한 방향으로 추진시키지는 않는다. 라마르크주의는 유전적 변이가 적응적인 방향으로 ‘선택적으로‘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 P106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창조자로서의 능동적인 생물 역할을 그토록 힘주어 강조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라마르크를 칭송한다. 우유병을 따서 먹는 방법을 기억한 박새는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선택압(選擇壓, 자연 선택에 작용하는 환경의 여러 가지 특성. 예를 들어 먹이의 부족이나 포식자의 활동, 짝짓기 상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등이 그것이다. 옮긴이)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 자연 선택은 조금 다른 형태의 부리들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이 박새를 자극해, 유리한 형태를 향한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그리고 이것만이 라마르크주의이다. - P109

문화적 진화는 다윈적인 과정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다윈적인 진화는 호모 사피엔스에서도 계속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느려서 우리의 역사에 더 이상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있다. 지구의 역사가 매우 중요한 이 지점에 도달하게 된 것은 라마르크적인 과정이 그 역사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인류의 문화적 진화는 그 성격상 우리의 생물학적 역사와는 완전히 상반되며 오히려 라마르크적이다. 우리가 한 세대 동안에 배운 것은 교육이나 글쓰기를 통해 다음 세대에 직접 전달된다. 과학 기술이나 문화에 관한 한 획득 형질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라마르크적인 진화는 신속함과 축적을 그 특징으로 한다.
라마르크적인 진화는 과거의 순수한 생물학적인 변화 양식과 현대의 새롭고 해방적인(어쩌면 그것이 지옥의 나락을 향하는지도 모르지만) 무엇을 향해 미친 듯이 가속되는 변화 양식 사이에 중대한 차이가 있음을 말해 주고있다. - P113

유전자는 생물 개체의 청사진이고, 개체는 종이라는 건축물을 구축하는 기본 구성 단위이다. 진화는 돌연변이를 필요로 한다. 자연 선택은 숱한 일련의 선택 과정 없이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는 변이가 일어나는 궁극의 원천이며, 유전자는 변이가 일어나는 단위이다. 선택의 단위는 개체이다. 그러나 개체가 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개체는 단지 성장하고, 번식하고, 죽을 뿐이다. 진화적인 변화는 상호 작용하는 생물 개체의 집단에서 일어나는것으로, 진화가 일어나는 단위는 종이다. 즉 철학자 데이비드 리 헐(DavidLee Hull, 1935~2010년)이 썼듯이, 유전자는 변화하고, 개체는 선택되고, 종이 진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통 다윈주의의 관점이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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