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내다보며 하비에르가 말한다. "나이 드는 게 이상한 건 이런거예요."
"어떤 거요?"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그 사람들이 대머리이거나 흰머리인 거예요. 근데 그 사람들 머리 색깔이 예전에 뭐였는지 알 수가 없고." - P189

"거의 쉰 살이 되다니 이상하지 않아요? 이제야 겨우 젊게 사는 방법을 안 것 같은 기분인데."
"맞아요! 외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같다니까요. 커피를 마시려면, 술을 마시려면,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제야 알아냈는데, 근데 떠나야 하는 거죠.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거고" - P187

"아냐! 아냐, 아서, 아니야. 그 반대야! 난 결혼생활이 성공이었다고 말하는 거야. 20년 동안의 기쁨과 응원과 우정이라면 그건 성공이지. 뭐든 다른 사람과 20년을 해낸다면 성공이야. 밴드가 20년 동안 해체하지 않는다면 기적이지. 코미디 듀오가 20년 동안 함께한다면 그건 승리야. 한 시간 뒤면 끝난다고 이 밤이 실패인가? 10억 년이 지나면끝나버릴 거라고 해서 태양이 실패작이야? 아니, 어쨌든 씨발 태양이잖아. 왜 결혼은 그렇게 치면 안 되는 건데? 그런 건 우리 안에 없는 거야, 인간 안에는 없다고. 영원히 한 사람에게 매이는 것 말이야. 샴쌍둥이는 비극이야. 20년과, 단 한 번의 행복한 마지막 자동차 여행. 그렇게 난 생각했어. 뭐, 괜찮았네. 성공리에 끝내자." - P222

아버지는 언젠가 내게 왜 그렇게 게으르냐고, 왜 이 세상을 원하지않느냐고 물었다. 내게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으니까. 그래서 결혼식장까지 옛 관습을 따라갔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그 질문에 답할 시간은 오래전에 지나버렸는데- 당신이, 늙은 아서가, 오랜 사랑이, 현관에 어린 실루엣을 올려다보는 당신이 보이는데ㅡ내가 뭘 원하느냐고? 사람들이 원했던 길을,
그럭저럭 쓸 만한 남자를, 편하게 빠져나갈 길을 선택한 이후에나를 본 당신의 눈이 놀라서 휘둥그레진다- 그 모든 걸 손안에 쥐었다가 거부한 지금에, 이 삶에서 내가 원하는 게 뭐냐고?
나는 말한다. "레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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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얼린 건
어쩌면 다정

여름을 힘들어한다. 더워서라기보다는 소란스러워서다. 뜨겁게 내리꽂히는 햇빛, 햇빛이 만들어내는 열기, 열기를 품고 왕성해지는 생기, 생기가 돌아 선명하고 또렷한 자연의 색깔, 그 색깔을 따라 같이 알록달록해지는여름의 옷, 옷들 아래에서 흘러내리는 땀, 땀이 수시로 일깨워주는 살아 있다는 감각, 그 감각이 붕붕 띄우는마음,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조금 지나치게 소란하다.
단지 비유가 아니라 실제 청각의 문제라 여름이면 자주 가만히 귀를 막곤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온갖 힘이 넘치는 것들에 휩싸이는 일은 쉽지 않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머릿속을 눅눅하고 흐릿하며 몽글하게 만드는 게 싫다. 겨울의 적요와 긴 어둠과 정신을 바짝 들게하는 추위를 매일 그리워한다. 어쩌면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보라색인지도 모르겠다. 뜨겁고 붉은 것이 얼어붙은 듯한 색.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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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현제를 바탕으로 진나라는 중국 전역에 공통된 기준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지역마다 달랐던 언어와 단위를 통합했어요. 예를들어 이전까지만 해도 하북성에서 고기 한 근이 300그램이면 하남성에서 500그램이라든가, 하북성의 길 너비는 3미터인데 하남성으로넘어가면 1미터로 좁아진다든가 했거든요. 3미터 폭의 수레를 타고가다 멈춰서 1미터 폭 수레로 갈아타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겁니다. 진시황은 이 단위를 모조리 통일했어요. 덕분에 통치도 편해지고 나라 안 지역 간의 거래도 활발해져 경제가 발전했어요.
군사력도 이에 힘입어 강력해졌습니다. 활이며 창, 전차의 크기와 모양을 일정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무기가 고장이 나면 부품만 갈아 끼워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죠. 길 폭이 통일됐으니 전쟁 시 군수 물자를 빠르게 이동시키기에도 좋았습니다. - P269

영혼 자체가 혼과 백이라는 두 가지 혼, 즉 이혼으로 이뤄져 있고 사같이 살아 있을 때는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다가 죽을 적에 분리된다고 생각했지요. 이때 하늘로 날아가는 게 혼, 무덤의 시체와 함께 머무는 게 백입니다. 혼백을 잘 달래지 않으면 지상을 떠돌며 산사람들을 괴롭힌다고 믿었어요. 장례를 풍족하게 치러 혼과 백을 제대로 대접해야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봤죠. 장례를 훌륭히 치른 후손들을 조상이 돌봐준다고 여기기도 했습니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그렇듯 중국에서도 조상을 숭배했으니까요. 계세관에 조상 숭배가 맞물려 후장은 계속 성행했지요.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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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프라이버시 보호를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프라이버시는 간단히 요약해서 개념을 잡기가 쉽지않다. 사실 프라이버시의 개념을 둘러싸고 학계에서는 지금까지 수많은 논의가 있었다. 프라이버시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무빙 타깃moving target의 성격이 있어서, 이를 구체화하는 데에 추가적인 어려움이 있다. 무빙타깃이란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바뀌면서 그 실질적인 의미가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뜻이다. - P194

사실 ‘프라이버시 = 숨김‘이라는 시각 자체가 그릇된 프레임이다. 프라이버시 개념을 뭔가 숨기고 싶어 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개개인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싶어하는 입장과 그 반대로 정보를 지켜내고 싶어 하는 입장 사이의 대결구조로 상황을 바라보기 쉽다. 그런 식으로 쫓고 쫓기는 게임의 구도가 형성되면 정말 피곤한 세상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어느 만큼의 정보수집을 허용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답이 없는 지리한 공방이 무한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프라이버시가 없이 누군가로부터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나 감시의 대상이 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민주사회의 기본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에 있다. 즉 프라이버시 보호가 충분치 않다는 인식이 생기면 이로부터 개인의 표현이나 행동에 상당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s 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국가건 거대 기업이건 누군가 인터넷 공간에서 나에 관한 세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이러한 정보가 내 이익에 반하는 형태로 이용될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생기면 인터넷 안에서의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각별히 조심하자는 태도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 P199

지나친 정보수집이나 무분별한 정보수집은 그 자체로도 문제일 수 있지만, 나아가 사회적으로는 대다수 개인이 무기력함powerlessness, vulnerability을 느끼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개인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것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면 그로부터 무기력함을 느끼게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이는 민주사회의 기본적인 구성원리를 훼손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프라이버시를 단순히 ‘무언가를 숨기는 것‘이라고 바라보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시각이다. - P200

2019년에 최종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위한 윤리 가이드라인 Ethics Guidelines for Trustworthy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사회적 신뢰도 확보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윤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것이 이 작업의 대전제다. 이 가이드라인은 합법성 lawful, 윤리성 ethical, 기술적·사회적 견고성robust의 3가지 대원칙을 담고 있다.  - P224

OECD 권고에 담긴 인공지능 원칙을 보자.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기본 원칙 5가지가 제시되어있는데, 먼저 포용적 성장, 지속가능한 개발 및 웰빙Inclusivegrowth, sustainable development and well-being이 있고, 두 번째는 인간 중심의 가치 및 공정성 Human-centred values and fairness, 세 번째는 투명성 및 설명가능성 Transparency and explainability이다. 그리고 네 번째는 견고성, 보안 및 안전 Robustness, security and safety, 다섯 번째는 책임성Accountability이다. - P225

이처럼 인공지능의 일부 맥락에서는 인간이 개입하는것이 정당화되는 한편,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인간의 역할이최소화될 것이 요구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관여의 내용이나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여의 수준에 유연성이 있으려면 더욱 더 신뢰의 확보가 중요하다. - P254

이를 더 일반화하면, 훈련 데이터나 입력값에 대한 통제에 관한 논의와 연결된다. 훈련 데이터나 입력값에 대해 통제를 하면 그에 따라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성능은 전반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고, 기대하는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른 한편, 훈련 데이터나 입력값에 대한 통제를 하지 않으면 사회적 차별이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본격화되어 나타날 수 있다. 이런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충분히 쌓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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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혈연 중심의 봉건제가 흔들렸던 탓이 컸어요. 처음엔 제후가 가까운 친인척이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점점 촌수가 멀어지면서 남남처럼 돼버립니다. 자연히 결속력도, 충성심도 약해졌죠. 와중에 각지의 제후들은 자체적으로 자기 지역을 다스리며 힘을 키웠고요. 왕을 천자 삼아 빈틈없는 상하관계 속에서 사회 질서를 유지하던 주나라는 찾아볼 수 없게 됐어요.
전국시대가 되면 주나라는 약소국이 되고 제후국 일곱 나라가 세력을 다툽니다. 일곱 나라를 다스리는 제후가 다 자기가 천자라고 주장하지요. 이때를 ‘일곱 영웅이 나누어 나라를 다스렸다‘는 뜻으로 칠웅할거의 시대라고도 해요. 듣기엔 멋들어져도 사실상 대륙을 통일한 나라가 없으니 서로 피 터지게 싸운 시대였다는 말입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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