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원틴: 굴드 교수와 저는 그 논문에서 적응을 너무도 손쉽게 양산해내는 그 당시 진화생물학계의 풍조를 일러 ‘적응주의 프로그램‘이라며 호되게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형질이 자연선택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했죠.
굴드 교수께서는 이런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자 적응주의의전형적인 실수를 스팬드럴spandrel‘이라는 공간에 빗대어 설명한바 있습니다. 굴드 교수의 재치 하나만큼은 하여간 알아줘야 합니다.
굴드 : 원, 별 말씀을 화면을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스팬드럴은 대체로 몸을 지탱하는 둥근 아치들 사이에서 형성된 역삼각형모양의 구조를 가리키죠.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대성당에 있는 스팬드럴에는 네 명의 기독교 사도가 그려져 있는 타일 모자이크 장식이 있습니다. 적응주의자들이라면, 이런 스팬드럴을 보고는 틀림없이 기독교적 상징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구조물이라고 여길 겁니다. 그건 아치 위의 돔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구조적 부산물일 뿐인데 말이죠. - P79

핑커 : 저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 mind works》(1997)에서인간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인 종교와 예술 등이 매우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자연선택에 의해 직접적으로 진화한인지적 적용이라기보다는 다른 적응들로 인해 생겨난 부산물이 라고 했죠. 적응을 양산(혹은 남발)했던 1970~1980년대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지금은 세련된 적응주의자들이 활동 중인 시기이니까요저는 딸기치즈케이크를 아주 좋아하는데요. 저뿐만 아니라틀림없이 다들 좋아하실 겁니다. 왜 그럴까요? 딸기치즈케이크를 위한 미각을 진화시켰기 때문은 아니겠죠. 우리가 진화시킨건, 잘 익은 과일의 달콤한 맛에서 소박한 기쁨을, 견과류와 고기에서 지질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감촉을, 신선한 물에서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회로들입니다. 치즈케이크에는 자연계의 그 무엇에서도 찾을 수 없는 감각적 충격이 풍부하게 농축돼 있죠. 거기에는 우리 뇌 속의 ‘즐거움 버튼‘을 누르기에 충분한, 인공적인 조합을 이룬 과다한 양의 유쾌한 자극들이 가득채워져 있습니다. 포르노 역시 또 다른 즐거움의 테크놀로지일테고요. 저는 예술이 말하자면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청각적인 치즈케이크라면, 미술은 시각적 치즈케이크라고 할까요. 예술은 우리 뇌 속의 ‘즐거움 버튼이 눌릴 때마다 생기는부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 P80

도킨스 : 윌슨 교수님, 그렇게까지 물러서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동료 철학자 데닛 교수는 <다윈의 위험한 생각Darwin‘s dangerousideas》(1995)에서 굴드와 르원틴의 ‘스팬드럴‘ 비유가 왜 잘못됐는지 신랄하게 비판했는데요. 아, 저기 방청석에 앉아 계시네요.
데닛의 요지인즉슨, ‘스팬드럴‘도 적응이라는 거죠. 건축에서급경사진 지붕 아래를 채우고 지지력을 주고자 지붕의 처마 바로 아래에 만드는 ‘코벨corbel‘이란 양식이 있습니다. 벽에서 약간 돌출하여 무거운 구조물을 지지하는 돌받침을 가리키는 말이죠, 코벨은 중세 초기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에서 잘 쓰이던 건축 양식이었는데, 그 위에 그로테스크한 무늬가 기발하게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건축가들은 지붕을지지해주는 방법으로써 스팬드럴을 설계할 수도 있고, 코벨을 만들 수도 있었다는 거죠. 산마르코 대성당의 스팬드럴은 이렇게 다른 여러 건축 양식들 가운데 선택된 겁니다. 즉 미적인 이유가 됐든 아니면 구조적인 이유가 됐든 간에, 건축가가 신중히 선택한 것이지 단지 부산물만은 아니라는 거예요. 두 분이 든 비유를 이렇게 뒤집어 보면, 부산물로 여겼던 것들도 알고 보면 적응으로 분류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이건 어쩌면 진실입니다. 자연계는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놀라운 적응들로 가득하니까요.  - P82

인간의 언어는 어떻게 진화했나?
사회자 : 촘스키 교수께서는 언어의 보편 문법을 주장하시면서도 언어 능력이 자연선택의 산물은 아니라고 주장하시는 걸로압니다만, 맞습니까?
촘스키 : 그렇습니다. 언어 기관이 생득적이긴 합니다만, 언어 능력은 기본적으로 두뇌가 커졌다거나 일반 지능이 발달하는 가운데 그 부산물로 생긴 거라고 보죠. 굴드 교수도 저와 같은 견해일 텐데요. 언어는 기껏해야 두뇌 활동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언어의 신비는 생물학보다는 오히려 물리학에 의해서 벗겨지리라고 봅니다. 흔히 언어가 의사소통을 위해 자연선택됐다고들하지만, 저는 언어의 일차적인 기능이 ‘독백‘이라고 봐요. 자기자신에게 말을 거는 일종의 정신언어인 셈이지요.
핑커 : 바로 이 대목이 촘스키 교수님과 제가 의견을 달리하는부분입니다. 뇌가 커져서 언어 능력이 생기게 됐다는 주장에는 몇 가지 큰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해부학적으로, 인간의 발성 기관, 특히 성도vocal track 는 하나의 적응임을 시사합니다. 촘스키와 굴드 교수님 주장처럼 언어가 두뇌나 지능의 부산물이라면, 이런 특별한 발성 기관의 존재를 설명하긴 힘들겠죠. 또한 언어 습득에 관한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시피, 문법 습득 능력은 1.5세에서 7세에 이르는 결정적 시기 동안 뚜렷이 발휘되다가 점차 줄어드는데, 이런 추이는 일반 지능의 발달 추이와도 잘 들어맞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언어 능력과 일반 지능이 항상 같이 발달하는 건 아니더라는 거죠. - P84

도킨스 : 영국의 시인 테니슨Alfred Tennyson은 자연을 ‘피범벅이된 이빨과 발톱red in claws and teeth‘이라고 읊조린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자연은 피 튀는 정글 같다는 말이겠지요. 하지만 경쟁은 자연계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좀 더 애정어린 눈으로 자연계를 보면 협동도 경쟁만큼이나 널리 퍼져 있음을 발견하게 될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특히 자연선택이 기본적으로 개체 수준에서 작용한다고 주장하는 다윈의 진화론을 받아들인다면, 자기 자신의 적합도fitness를 훼손하면서까지 다른 개체와 협동하는 듯 보이는 현상은 분명히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지요.
실제로 다윈은 많은 진사회성 곤충eusocial insects, 가령 개미나벌, 말벌 등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자기희생적 행동이 자신의 자연선택 이론에 위협이 될까봐 전전긍긍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협동의 진화에 관한 물음이 다윈 이후로 진화생물학의 중심에 자리 잡아왔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만한 것이 못 됩니다. - P100

윌리엄스 : 하지만 1960년대 중반에 저는 적응과 자연선택Adaptation andNatural Selection》(1966)에서 ‘집단을 위해‘ 존재하는 형질들은 자연선택에 의해 집단 내에서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그 형질들이 진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집단의 이득을 위한 행동이라고 알려진 것들이 사실은 개체에게 더 큰 이득을 주었기 때문에 진화한 행동들이라고 분석했지요. 암사자들이 혼자 사냥을 해서 먹이를 독점할 수 있는데도 왜 두세 마리씩 모여 함께 사냥을 해서 먹이를나누는지 아십니까? 1960년대까지 대부분의 생물학자는 집단을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자의 그런 공동 사냥 행동은, 혼자 사냥할 때보다 더 많은 고기가 개체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협동 사냥은 서로에게 일종의 윈윈win-win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죠. - P103

도킨스 : 만일 일벌이 수컷과 짝짓기를 해서 정상적으로 자식을 낳는다고 칩시다. 그 자손은 모친 일벌의 유전자를 반만, 즉 50퍼센트를 공유할 것입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만일 일벌이 자식을 낳지 않고 여왕벌의 자식 낳기를 돕는다면 75퍼센트의 유전적 친밀도를 갖고 있는 다른 자매들이 더 생깁니다. 일벌의 유전자에게 어느 쪽이 더 이득입니까? 75퍼센트가 50퍼센트보다 25퍼센트나 더 크니까 당연히 일벌이 자식을 낳지 않고 여왕벌을 돕는것이 더 이득이겠지요. 바로 이것이 자연계에 불임 일벌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일벌의 불임은 별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일벌 자체를 위한 것도 아니며, 오직 유전자의 이득을위한 행동인 것이지요. 자연계의 존재 방식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설명이죠. 이렇게 뒤집어 보면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 기계 survival machine 이며 운반자 vehicle일 뿐입니다. 주체가 인간 집단이나 개체에서 유전자로 바뀌었지요. 닭이 알을 낳는게 아니라 알이 닭을 낳는다는 식이지요. - P107

트리버스 :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배신이죠.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입니다. 만일 두 용의자가 모두 협력했다면 1년 형을 살았을 텐데, 논리적으로는 두 용의자가 모두 배신하는 것이 각자에게 제일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왔기에 배신하고 3년 형을 살게 된다는 것이지요. 해밀턴과 액설로드는 이 죄수의 딜레마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그러다 ‘TFT(일명 텃포탯Tit-For-Tat) 전략‘을 발견하게 되었죠. TFT 전략이란 처음에는 무조건 상대방에게 협력하되 이후의 만남에서는 상대방의 직전 행동과 동일하게 행동하도록 프로그램된 간단한 알고리듬으로, 일종의 협동 전략입니다. 즉 먼저 배신하지 않되, 상대방의 배신에는 즉각적인 응징을 하고, 상대방의 이전 배신들에 대해서는 눈감아주는 전략이지요. 마치 성서에 나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유사합니다. 해밀턴과 액설로드는 미래에 상대방과 다시 만날 확률이 어느 선 이상이 되면 TFT 전략이 항상 배신하는 전략에 비해 더 이득이 되는 전략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것은 협동 전략인 TFT 전략이 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지요. 여기에 혈연관계는 필요 없습니다. - P113

도킨스 : 제가 유기체의 중요성을 무시한다고 많은 이들이 비판하는데, 그건 명백한 오해입니다. 자연선택에 직접 노출되는 것이 유기체라는 의미에서 유기체는 중요하죠. 하지만 유기체는 유전자의 ‘운반자‘일 뿐입니다.
개체나 집단은 유전자에 비하면 한시적인 존재죠. 마치 흘러가는 구름처럼 순간 머물러 있다가도 이내 사라지는 존재라고 할까요.
굴드 : 역시 동물행동학자는 스케일이 문제예요. 개체를 구름에비유하여 자연선택의 단위에서 제외시켰죠? 제가 묻겠습니다. 한 유전자의 수명이 도대체 얼마나 길답니까? 600만 살쯤 된 침팬지 종보다 더 긴가요? 3만 년쯤 된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보다 더 깁니까? 유전자가 뭡니까? DNA 서열 아닙니까? 이 서열이 어떻게 불멸인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유전자도 세대를 거치면서 섞이고 삭제되고 새로 생겨나는데 말입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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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월터 버글런드에 대한 기사를 그의 고향 지역에 있는 언론은 다루지 않았다. 월터와 패티는 2년 전 워싱턴으로 이사했기에 이제는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 지역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세인트폴안에 있는 램지힐 지역의 도시 부유층 사람들은 전국 신문인 <뉴욕타임스>를 외면할 만큼 애향심이 깊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에는 월터가 미국의 수도에서 자신의 직장 경력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는 기사가 자세히 실렸다. 그의 예전 이웃들은 <뉴욕타임스>가 묘사한 월터(오만하고", "위압적이고, "윤리의식이 타락한)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월터가 너무 달라서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들이 기억하는 월터는 눈이 내리는 2월에도 유서깊은 서밋 가(街)의 오르막길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홍조 띤 얼굴에너그러운 표정의 쓰리엠(3M)사 직원이었다. 환경 단체 그린피스보다 철저한 환경보호주의자이며 시골 출신인 월터가 석탄 산업계와 공모해 순박한시골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버글런드 가족에게는 늘 무언가 미심쩍은 면이 있었다. - P11

패티는 이 모든 의문의 답을 알고 있었다. 패티는 사회적·문화적 꽃가루를 옮기는, 붙임성 있고 활달한 꿀벌 같았다. 그녀는 램지힐 지역에서 몇 안되는 전업주부 중 한 사람으로, 자화자찬이나 험담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 P13

조이를 지나치게 사랑한 또 한 사람은 모너핸의 딸 코니다. 코니는 어두운 표정, 작은 체구에 말이 없는 데다 마치 상대방과 자기 사이에 아무런 공통점도 없다는 듯 눈도 깜박이지 않고 빤히 쳐다봐서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버릇이 있었다. 코니는 매일 오후 어김없이 패티의 집 부엌에 진을 쳤다. 그 애는 밀가루 반죽을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공 모양으로 열심히 치댔고, 버터가 녹아 누르스름하게 윤기 나는 쿠키를 만들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패티는 코니가 공 모양의 과자 반죽 하나를 완성할 동안 열한 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구워진 쿠키를 오븐에서 꺼내면 코니의 허락을 받고서야 "가장 훌륭한"(더 작고, 더 납작하고, 더 단단한) 쿠키를 맛보았다. 코니보다 한 살많은 제시카는 이웃집 여자애에게 기꺼이 부엌의 주도권을 넘겨주고 책을읽거나 자기가 키우는 식물을 돌보았다. 제시카처럼 원만하고 성숙한 성품의 아이에게 코니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코니는 넓이와 깊이만 알뿐, 전체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 애는 색칠을 할 때도 한두 공간을 사인펜으로 집중적으로 칠하는 데 몰두했고, 나머지 공간은 비워두었다. 패티가 명랑한 목소리로 다른 색깔도 한번 써보라고 권하면 완전히 무시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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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은 일종의 착각이지만 그 영향은 꽤 강력하다. 일단 마음속에 들어오면 일종의 버그처럼 정보처리를 교란시킨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사실에 더 집중하고 그것을 더잘 기억한다." 결과적으로 그 고정관념을 점점 더 확신하는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반면 고정관념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에는 별로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고정관념과 충돌하는 사례를 보더라도고정관념을 바꾸지 않는다. 대신 전형적이지 않은 특이한 경우라고 여기며 예외로 치부한다." 고정관념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반증 사례를 아무리 제시해도 별 효과가 없는 이유이다. - P48

‘우리‘와 ‘그들‘이라는 감각의 차이는 두 집단을 가르는 경계에서 생긴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다른 집단,
즉 ‘그들‘을 쉽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속한 내부 집단은 복잡하고 다양하고 더 인간적이라고 느낀다. 반면외부 집단은 훨씬 단조롭고 균질하며 덜 인간적으로 보인다. 내부집단과 외부 집단의 차이를 과장하여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를 중심으로 집단을 가르는 마음의 경계를 따라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만들어진다.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도 이 마음의경계에 따라 달라진다. - P51

이성상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은 외부의 시선에서 시작되지만, 그 구성원들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내면의 시선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집단에 소속감을 가지면서 그 집단을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로받아들인다. 사회적 정체성 Social identity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때 그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흡수되고 이 고정관념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고정관념을 내면화하느냐에 따라 본인의 역량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어빙 코프먼 Erving Coffinan 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인 낙인stigma 이 내면화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 사회가 부여한 낙인을 자신 안에 내면화하고, 스스로를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개인적인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굳이 타인들이 노골적으로 차별하지 않아도 본인들이 소극적으로 행동하면서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차별적인 구조가 유지된다. 차별을 받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 부족하고 열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저항을 하지도 않는다. - P66

고약한 악순환의 고리이다. 부정적 고정관념을 자극하면, 부정적 고정관념을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고, 부담 때문에 수행능력이 낮아져서, 결국 고정관념대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이런 압박 상황을 고정관념 압박stereotype threat 이라고 한다. 반면 부정적고정관념이 없는 집단의 수행능력은 상대적으로 향상된다. 부정적고정관념이 없는 상태에서는 자기의심과 불안이 적기 때문에 지적능력에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부정적 고정관념이 없으므로의심보다는 존중받는다고 느끼며, 실패해서 지위가 강등되거나 거부당할까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 P67

들은 그 조건에 맞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는 차별적인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직업시장이 성별에 따라 분리되면 여성에게 이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아지는 현상은 계속된다. 노동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사회 전반의 성차별 의식 그리고 정치적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 여성이 많은 직업은 여성이많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노동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현상이다. 여성이 남성과 같은 일을 하면서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상황은 직관적으로도 부당한 차별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성이 애초에 임금이 낮은 직종에 진출하는 상황은 다르다. 어떤 면에서 여성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노동시장으로 자발적으로 진입한 셈이 되었으니, 여성이 스스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구조적 차별dystemic discrimination은 이렇게 차별을 차별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미 차별이 사회적으로 만연하고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서 충분히 예측 가능할 때, 누군가 의도하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차별이 이루어지는 상황이 생긴다. 차별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불이익을 얻는 사람 역시 질서정연하게 행동함으로써 스스로 불평등한 구조의 일부가 되어간다. - P74

메릴린 프라이 Mailyn Frye는 억압의 상태를 새장에 비유한다. 새장을 가까이에서 보면 철망이 한줄씩 보인다. 철망은 하나씩 보면아무것도 아니다. 그 얇은 선 하나가 새의 비행을 방해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새장에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아야만 그 철망들이 모여 새장을 이루고 있으며 이 새장이 새를 가두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를 가두고 있는 새장도 뒤로 물러나야 볼 수 있다. "구조적으로 연결된 강압과 장벽의 네트워크"가우리의 날갯짓을 방해하고 있음을 말이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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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종업원 여자가 가고 나서 올리브가 앤드리아에게 말했다. "투명인간이 돼.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한편으론 그게 자유를 주지."
앤드리아가 궁금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게 어떻게 자유를 주는지 말씀해주세요."
"음." 올리브는 약간 당황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없었다.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된다는 말이야. 거기에 뭔가 자유를 주는 측면이 있지."
"잘 모르겠어요." 여자가 말했다. 그 순간 올리브의 마음을 관통한 것은 이런 생각이었다. 너는 솔직하구나.
올리브가 말했다. "내가 그걸 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살다보면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잖아. 그건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아니야. 하지만 어쨌든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돼.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는 거지" -올리브는 아까 커피를 가져온 여자가 있는 쪽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자기가 더이상 아무 존재가 아니라는 걸 엉덩이가 큰 종업원에게 투명인간이 되는 거지. 그런데 그게 자유를줘." 그녀는 앤드리아의 얼굴을 계속 살폈는데, 뭔가와 싸우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젊은 여자가 말했다. "음, 부러워요."  - P324

어둑한 침실에서 올리브는 작은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고 앤드리아의 페이스북에 들어갔다. 댓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 건지 좀 헤맸다. 하지만 알아냈다. 그리고 이렇게 썼다. "새로 쓴 시 읽었어. 잘 썼더라." 그녀는 앉아서 창밖으로 들판의 어둠을 내다보았다. 여기서는 멀리 떨어진 가로등하나만 보였다. 그녀가 다시 노트북을 보며 한 행을 덧붙였다.
"네가 죽지 않아 다행이야."
올리브는 오랫동안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저 유리창을 통해 어두운 들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금껏 인간의 경험이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제대로 알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았다. 올리브는 앤드리아 르리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고, 앤드리아도 올리브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드리아는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경험을 그녀보다 더 잘해냈다. 얼마나 재미있는가. 얼마나 흥미로운가. 올리브는 자신이 늘 다른 사람이 모르는 모든 것을 안다고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헨리, 창문을 통해 어둠을 내다보면서 그 이름이 올리브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잭 그들은 누구지? 누구였지? 그리고 그녀는 누구도대체 누구지?
올리브는 생각에 빠져든 채 한 손을 입에 갖다댔다.
이어 그녀는 노트북을 치우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앤드리아 잘됐어. 네가 죽지 않아 다행이야." - P345

 리사는 말했다. "그러니까 그저 이말을 하고 싶어요. 키터리지 선생님이 오래전 수학 수업 시간에하신 말씀인데 ・・・・・・ 절대 잊히지 않았어요. 선생님은 어느 날 칠판에 수학 문제를 풀다 말고 우리를 돌아보며 전체 학생을 향해
‘너희 모두 너희가 누군지 안다. 그저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에게귀를 기울이면 자신이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있어. 그걸 잊지 마‘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저는 절대 잊지 않았어요. 그 말은지금까지 제게 용기를 줬어요. 선생님이 맞았으니까요. 저는 제가 누군지 알았어요." - P368

Tekcal올리브는 계속 중환자실에 있었다. 삽관 때문에 폐렴이 왔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던 그 시기에 그녀는 자신이 크고 냄새나는 치즈 덩어리가 된 것 같았고,
이따금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이쪽저쪽 돌리며 닦아주는 게 느껴졌다. 설핏 잠이 들었다 다시 깼고, 그런 뒤에는 아예 잠을 이룰 수 없는 듯했다. 깊은 슬픔이 그녀를 덮쳤다.  - P388

베티가 이야기를 끝냈을 때 올리브는 침묵했다.
베티가 가슴속에 제리 스카일러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었다는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올리브는 그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사랑은, 자신이 의사에 대해 품었던 그 짧은 사랑을 포함해,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베티는 이 사랑을 오래오래 심장 가까이 품고 있었다. 그 사랑이 그만큼 필요했던 것이다.
올리브가 마침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 이 사람아. 넌 아주 잘하고 있어." 그러고는 뒤로 기대앉았다.
사랑이라는 건 참.
트럭에 붙인 그 범퍼 스티커에도 불구하고, 올리브는 베티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다. - P421

"음, 나는 뒤쪽이 새요. 그게 훨씬 나쁜 것같네요."
정말 난감하겠다는 표정과 함께 이자벨의 입이 벌어졌다. "오.
이런 세상에, 올리브 정말로 그게 더 나쁘네요."
"그렇고말고요. 그리고 뭔가 먹은 뒤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정말이지, 이제벨, 앞으론 이 바보 같은 똥기저귀를 꼭 입고다녀야겠어요. 내 손녀도 그걸 입을 때가 지났는데, 오래전에!"
이저벨은 그 농담을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눈에서 눈물이나올 때까지 웃었다. 그리고 다른 노인들과 같이 밴을 타고 가서그것을 사올 때면 늘 창피했다고 말했다(이저벨은 차가 없었다).
늘 몰래 가서 집어오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올리브가 말했다. "저런, 필요한 게 있으면 내가 다 사다줄게요. 내가 하는 일이 월마트가 문을 여는 아침 여섯시에 맞춰 거기 가는 거거든요."
"올리브."이저벨이 숨을 내쉬었다. "당신을 만나서 정말로다행이에요."

그날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 올리브는 어떤 기억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저 의자에 앉아 창밖 모이통에 모여든 새들을지켜보았고, 자신은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 P446

이야기를 더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저벨은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처럼 턱에 손을 갖다댔다. "음, 손주들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에겐 지루할 것 같아서, 그리고 또....……"이저벨은 이쯤에서 한숨을 쉬고 올리브의 거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번갈아가며 서로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또 손자를 그리 잘 알지는 못해요. 사실 올리브, 에이미는 나한테 잘해주지만 아이오와에 살고, 나는 이따금 자식이 그렇게 멀리에 가서 산다는 건 정말로 뭔가로부터 떨어져 있으려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 경우에 그 뭔가는 내가 아닐까 하고요."
그제야 올리브는 크리스토퍼가 왜 뉴욕에 사는지를 어느 면에서는 완전히 이해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녀가 천천히 말했고, 고통이 그녀 안에서 그물을 짜듯 퍼져나갔다. 그리고 올리브는 에이미를 생각했다. 약간 차갑게 느껴졌던 이유가이것이었다. 에이미는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어머니와 가깝지는않은 것이다. 어린 시절에 일어난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 P450

 장미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우와, 피어난꽃 뒤로 또 한 봉오리가 막 피어나려 하는 게 아닌가! 오, 그것을바라보니 행복해졌다. 새로 맺은 싱싱한 봉오리의 모습. 그리고그녀는 뒤로 기대앉아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다. 놀라움과 두려움의 감정이 되돌아왔다.
그것은 올 것이다.
"그래, 그래."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거기 꽤 오래, 심지어 정말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앉아 있었다.
마침내 올리브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며 천천히 일어섰고,
테이블로 이동했다. 의자에 앉았고, 안경을 쓰고 타자기에 새 종이를 끼웠다.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자판을 톡톡 쳐서 한 문장을타자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더 타자했다. 종이를 빼내 쌓인 기억 위에 조심스럽게 올렸다. 방금 쓴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내게는 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어떤 단서도 없다. 진실로 나는 한가지도 알지 못한다.

올리브는 지팡이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이저벨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할 시간이었다.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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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나 성소수자에 관한 역차별 주장 역시, 이주민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다‘ 혹은 ‘있더라도 불합리한 차별은 아니다‘라는 전제 위에 성립한다. 소수자 정책은 다수자가 차별을 하고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기에 다수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다수자가 차별하지도 않는데 소수자가 차별받는다며 시정을요구하는 정책들이 불합리하고 부당하게 느껴진다. 여성이 안전을외칠 때 남성을 모두 성범죄자로 몰아세운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자신을 차별주의자로 몰아세우는 것 같아 불편하다. 내가 속한 집단은 차별하지 않는 사람들이고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라고생각해야 안심이 된다.
사람들은 대체로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관념적으로그렇다는 말이다. 다수자 차별론도 결국은 차별은 옳지 않다는 기본 전제 위에 성립한다. 사람들은 적어도 평등이라는 원칙을 도덕적으로 옳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에게 차별을 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차별에 가담한다는 건 도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차별이 없다는 생각은 어쩌면 내가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는 간절한 희망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히려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차별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 P25

이 과정을 국가 단위로 확대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장애인을 위해 국가가 예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별 감정이 없다가,막상 장애인이 당연한 권리로서 국가 예산을 요구하면 기분이 상한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리라고요구하며 시위를 했더니, 지나가는 사람이 "나라에 고마워하며 살아야 해요"라고 충고한다.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베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며 시위 방식을 문제삼는다. 나는 호의를 베풀 수 있지만 당신에게는 그것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호의와 권리에 대한 이 이른바 ‘명언‘은 불평등한 권력관계를선명하게 보여준다. 무언가 베풀 수 있는 자원을 가진 사람은 호의로서 일을 하고 싶다. 자신이 우위에 있는 권력관계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호의성(시혜성) 자선사업이나 정책은 그저 선한 행동이 아니다. 내가 당신을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주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는, 통제권이온전히 나에게 있는 일종의 권력행위이다. 만일 당신이 권리로서무언가 요구한다면 선을 넘었다고 비난할 수 있는 권력까지 포함한다. - P27

사람들 사이에는 권력관계가 있다. 사회 안에서 나의 위치에 따라 특권을 가지기도 한다. 돈이나 정치적 권력을 가진 사람의 특권은 비교적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보통 특권이란 말이 일부 재벌이나 고위층의 권력으로 좁게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특권을일부 사람들만 향유하는 것은 아니다. 특권privilege 이란 주어진 사회적 조건이 자신에게 유리해서 누리게 되는 온갖 혜택을 말한다.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학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특권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발견‘인 이유가 있다. 일상적으로 누리는 이런 특권은 대개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조건이라서 많은 경우 눈치채지못하기 때문이다. 특권은 말하자면 ‘가진 자의 여유‘로서, 가지고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한번쯤 시외버스를 타보았을 것이다. 비행기를 타거나 그것도 비즈니스석을 타지않는 이상,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교통수단 탑승을 특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외버스 좌석에 앉아서 자신이 특권을 누리고있다고 의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누군가가 시외버스 탑승을 요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P28

물고기에 비유해 생각해보자. 흐르는 물결을 따라서 헤엄치는물고기는 그 물결을 가로지르거나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보다 편하다." 하지만 물결을 따라가며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고 그저 편하다고만 할 수 없다. 삶은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를 힘들게 한다.
게다가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과업이 따르고,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책임이 무거워지는 법이다.
그러니 누구의 삶이 더 힘드냐 하는 논쟁은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모두가 똑같이 힘들다"는 말도 맞지 않다. 그보다는 서로 다르게 힘들다고 봐야 한다. 불평등한 구조에서는 기회와 권리가 다르게 분배되고, 그래서 다르게 힘들다. 여기서 초점은 서로 다른 종류의 삶을 만드는 이 구조적 불평등이다. 그렇기에 불평등에 관한 대화가 "나는 힘들고 너는 편하다"는 싸움이 되어서는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너와 나를 다르게 힘들게 만드는 이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공통의 주제로 이어져야 한다. - P33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개선되었는가에 대한 설문에, 백인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고, 흑인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꾸준히 나타난다. 대니얼 카너Daniel Kat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tmos Tregnaly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전망이론 prespect theory 을 통해, 사람들이 손실의 가능성과이익의 가능성 가운데 손실의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loss aversion bia 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이론을 반영하손실회피편향lass16듯, 미국사회의 인종차별 개선은 특권을 잃는 백인의 입장에서 흑인보다 더욱 크게 체감한다.
기존에 특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사회가 평등해지는 것이 손실로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평등을 제로섬 게임zero-sumgame 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상대의 이익이 곧 나의 손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성평등을 둘러싼 논쟁에서 비슷한 긴장이 감지된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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