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은 힘든 노동의 상징처럼 세상에 알려져 있다. 나 역시 달리 생각지 않았다. 눈앞에 태양만큼 눈 따가운 빛이 아른대고 사방으로 벌건 불똥이 튀어대는 위험한 일로치부했다. 처음으로 용접면을 쓴 순간, 내 짧은 인식이 얼마나 큰 편견덩어리였는지 깨달았다. 온통 어두운 시야 속, 번뜩이는 불꽃만 남은 망망대해 위에서 치열하며 섬세한 손놀림이 8자를 그리며 흐느적댄다. 천천히 진군하는 용융 풀은 나긋하게 산책나온 주홍반딧불이 같다. 목적지에 도달한 불길이 사그라지고, 지나왔던 길엔 위아래 간격이 똑바른 용접 비드만 남아 철판과 철판 사이를 메우고있었다. "어때, 해볼 만할 것 같애?" 아저씨의 물음에 살짝 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근사하네예!" 처음으로 용접을 접한 날이었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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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소규모 사회가 어린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위험한 짓을 하는 걸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이 누리는 자유에 편차가 있는 현상은 여러 이유에서 그런대로 이해되는 듯하다. 우리는수렵채집 사회보다 목축 사회와 농경사회에 처벌이 더 많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두 가지 이유를 이미 살펴보았다. 첫째로, 수렵채집 사회는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반면에 대다수의 농경 사회와 목축 사회에서는남녀의 권리가 다르고, 연소자와 연장자의 권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둘째로, 농경 사회와 목축 사회에 비해서 수렵채집 사회에는 어린아이가피해를 입힐 만한 소중한 재산이 거의 없는 편이기 때문이다. 이런 두가지 이유에서 수렵채집 사회의 어린아이들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듯하다. - P294

이런 복합연령 놀이집단에서는 나이 많은 아이와 나이 어린 아이가 함께 지내면서 서로 이득을 얻는다. 나이 어린 아이는 어른만이 아니라 나이 많은 아이와도 어울림으로써 이득을 얻고, 나이 많은 아이는 어린 동생을 보살핌으로써 경험을 얻는다. 나이 많은 아이가 이렇게 경험을 축적하기 때문에, 수렵채집인이 십대에도 부모 노릇을 어엿하게 할 수 있는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된다. 서구 사회에도 십대 부모, 특히 결혼하지않은 십대 부모가 많지만, 서구의 십대들은 동생을 보살핀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규모 사회에서는 십대에 부모가 되더라도 이미 오랫동안 동생들을 보살핀 경험이 축적돼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 P298

현대 국가 사회에는 정규교육이 있다. 학교와 방과후교실에서 놀이와는 별개의 행위로써, 교육위원회가 결정한 자료를 이용해서 전문교육을받은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러나 소규모 사회의 교육은 놀이와 별개의 행위가 아니다. 소규모 사회의 아이들은 부모와 어른들을 따라다니면서, 모닥불을 둘러싼 어른들과 다른 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배운다. 예컨대 인류학자 뉴리트 버드 데이비드(Nurit Bird David)는 남인도의 나야카족에 대해서 이렇게 썼다. "현대 국가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 즉 6세에 나야키족 아이들은 독자적으로 작은 짐승을 사냥하러 나가고, 친척들을 방문해서 그들과 함께 지내며, 모든 어른의 감독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지만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한다.
(•••) 게다가 교육은 무척 미묘하게 행해진다. 정규교육도 없고 암기도없다. 맥락을 배제한 채 지식만이 전달되는 문화적인 공간(학교)이 없어교실도 없고 시험도 없다. 나야카족 사회에서 지식은 사회적인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니다." - P304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현대 미국 사회에서 노인의 지위가 크게떨어진 데는 적어도 세 가지 가치관이 원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첫째는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가 강조한 노동 윤리이다. 베버는 장 칼뱅(Jean Calvin)의 종교개혁과 관련지어 노동 윤리를 강조했다. 물론 베버는 독일을 중심으로 말했지만, 넓게는 현대 서구 사회에도 적용되는 노동 윤리이다. 베버의 복잡하고 많은 책과 논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건 위험한 짓이지만, 그는 노동을 삶의 중심이고,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을 안겨주는 원천이며, 인격 형성에도 유익한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은퇴해서 일하지 않는 노인은 사회적 지위까지 상실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 P332

독립심과 개인주의, 독립독행과 사생활이란 가치관이 뒤얽힌 미국인의 생활방식에서 노인을 공경하고 돌보기는 힘들다. 갓난아기는 어떤 면에서도 독립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이의 의존성은 인정하지만, 수십 년동안 혼자 힘으로 살아온 노인의 의존성은 마뜩잖게 여긴다. 그러나 현실은 잔혹해서 노인도 결국에는 혼자 힘으로 살 수 없고 독립독행할 수없어 타인에게 의지하며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던 사생활을 포기할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기 마련이다. 의존은 당사자인 노인에게도 고통스럽지만, 과거에 꿋꿋하던 부모가 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처한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중년의 자식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존심 때문에 혼자 힘으로 살려고 끝까지 고집을 부렸지만 넘어져서 고관절이 부러지거나 침대에서 혼자 일어날 수 없는 사고로 더 이상 독립독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노인들을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하지만 미국의 이상은 미국 노인들에게 자존심을 상실하게 만들고, 상대적으로 젊은 돌봄이들에게는 노인에 대한 공경심을 잃게 만든다.
셋째로는 유난히 젊음을 강조하고 예찬하는 미국의 가치관이 노인에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듯하다. 물론 우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젊음의 예찬을 문화적으로 선호한 것은 아니다. 달리 말하면, 젊음의 예찬은 철저하게 자의적으로 결정된 가치관이 아니다. 기술이 급속히 변하는 세계에서 젊은 세대가 새로운 교육을 받아 첨단지식으로 무장함으로써 일자리와 일상의 문제 등 중요한 일들에 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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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전통적인 전쟁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항상 더 치열했던 것도 아니다. 생활환경과 생활 방식에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옥하고 따뜻하며 물도 풍부한 농경지에서 평방마일당 100명이 사는 농경인보다, 사막에서 평방마일당 5명이 사는 수렵채집인들이 자원부족을 절감하며 영토를 확장하려 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중요한 것은인구밀도 자체가 아니라, 자원밀도에 대비한 인구밀도이다. 이런 상대적 인구밀도가 높으면 현실적으로나 잠재적으로 자원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유사한 자원을 지닌 유사한 생활 환경에서 유사한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는 전통 사회들을 비교하면, 인구밀도에 따라 전쟁의 빈도가 증가한다. - P240

뉴기니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나는 우리가 사법권을 국가에게 양도함으로써 포기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국가 사회와 종교와 도덕률은 우리에게 징벌권을 포기하라고 설득하기 위해서, 개인적인 복수는 나쁜 것이란 생각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그러나 복수심에 사로잡힌 행동은 억제하더라도 복수심이란 감정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허용되고 권장돼야 한다.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가 죽임을당하거나 부당한 학대를 받으면, 또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 처절한 복수심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많은 국가 정부가 피해자의 관련자들에게 범죄자의 재판에 참석하는 걸 허락하고, 어떤 경우에는 판사와 배심원에게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주거나, 회복적 사법제도를 통하여 범죄자와개인적으로 만날 기회도 부여하며 ,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의 처형을 지켜보는 것도 허락함으로써 개인적인 불만을 해소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 P248

포유동물의 세계에서, 새끼가 어른(특히 어미)과 접촉하며 보내는 시간의 차이는 수유빈도의 차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불연속적으로 수유하는 포유동물종의 경우, 새끼는 젖을 빨고 보살핌을 받는짧은 시간 동안에만 어미와 접촉한다. 반면에 연속적으로 수유하는 포유동물종의 경우, 어미는 식량을 구하러 나갈 때도 새끼를 데리고 다닌다.
어미 캥거루는 새끼를 항상 육아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어미 박쥐는 비행하는 동안에도 새끼를 배에 안고 다닌다. 어미 침팬지와 구세계원숭이는 새끼를 항상 등에 업고 다닌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토끼와 영양의 패턴을 따른다. 요컨대 어머니나 다른 사람이 아기를 끌어안고 젖을 먹이거나 함께 놀아줄 뿐, 항상 함께 지내지는 않는다. 아기는 낮 시간의 대부분을 침대나 놀이 울타리에서 보내고, 밤에도 부모의 침실과 독립된 침실에서 혼자 잠을 잔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우리는 거의 모든 시간을 영장류 원숭이의 패턴을 따랐지만 지난 수천 년 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현대 수렵채집인들을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아기는 거의 하루 종일 어머니나 다른사람과 함께 지낸다. 어머니가 외출할 때는 아기용 운반도구에 아기를데리고 나간다.  - P271

아기를 똑바로 세워서 안거나 업고 다니는 도구들이 한층 흔해졌지만, 대다수의 도구가 아기를 뒤쪽으로 향하게 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전통 사회에서는 아기를 어깨 위에 얹거나 아기띠 같은 도구로 아기를 똑바로 세우고 정면을 바라보게 하는 식으로 업기 때문에 아기가 돌봄이와 같은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돌봄이가 걸을 때도 신체 접촉을 계속하고, 돌봄이와 똑같은 시야를 공유하며, 똑바른 자세로 옮겨지기 때문에 !쿵족 아이들은 신경운동계의 발달이 미국 아이들에 비해서 빠르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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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소규모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전쟁을 넓은 의미에서 다양하게 정의했다. 그 정의들은 서로 유사하며 대체로 세 가지 공통점을 띤다. 첫째는 개인이 아니라 규모를 불문하고 집단이 행하는 폭력이란 것이다(개인이 행한 살해 행위는 살인이지 전쟁 행위로 여겨지지 않는다). 둘째로 전쟁은 같은 정치적 단위에 속하지 않는 집단들, 즉 다른 정치적 단위에속한 두 집단이 충돌하는 폭력이다. 셋째로, 정치적 단위의 일부 구성원만이 폭력을 행하더라도 그 단위 전체가 인가하는 폭력만이 전쟁이다.
••••••
나는 위의 세 조건을 결합해서 전쟁을 간략하게 정의하고, 그 정의를 이 책에서 사용할 생각이다. 그 정의는 국가 사회만이 아니라 소규모 사회를 연구하는 다른 학자들이 정리한 정의와 유사하다.
"전쟁은 경쟁 관계에 있는 정치적 단위에 속한 집단들이 반복적으로 행하고, 정치적 단위 전체가 인정한 폭력이다." - P196

전통적인 전쟁과 현대 국가의 전쟁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첫째, 국가의 전쟁은 간간이 일어나는 예외적인 현상인 반면에 부족전쟁은 사실상 끊임없이 계속된다. 20세기에 독일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또 1939년부터 1945년까지 10년 동안만 전쟁을 치렀다. 나머지 90년 동안에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다니족은 전통적으로 매년 매달 전쟁 중이었다. 둘째, 국가 전쟁에 따른 사망자는 수로18세에서 40세 사이의 남성 군인으로 좁혀지며, 그 연령층에서도 소수의직업군인들만이 전쟁에 참여한다. 세계전쟁 기간 중에 있었던 대대적인징병은 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다. 또 2차대전에 공중에서 융단폭격을 시도할 때까지 민간인들은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다. 반면에 전통 사회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표적이다. 셋째, 국가 전쟁에서 항복하거나 체포된 군인들은 일반적으로 살아남지만,
전통적인 전쟁에서는 가차없이 죽임을 당한다. 끝으로, 전통적인 전쟁에는 대량학살이 주기적으로 끼어든다. 1966년 6월 4일, 1930년대 말, 1952년, 1962년 6월, 1962년 9월에 다니족의 대학살처럼 한쪽의 주민 전부 혹은 대다수가 절멸되거나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 반면에 국가 전쟁에서 승전국은 정복한 국민을 착취하기 위해서 그들을 절멸시키지 않고 살려둔다. - P209

현대 장거리 무시늬 하정거리가 이처럼 증가함으로써, 대부분의 군사적 살상이 ‘푸시 버튼‘ 기술(폭탄과 대포와 미사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군인들이 보이지 않는 적을 죽일 수 있어 얼굴을 마주보고 상대를 죽여야하는 심리적 억압에서 해방됐다는 심리적 효과까지 거론되는 지경이다. 반면에 모든 전통적인 전쟁에서는 근거리에서 단검으로 찌르는 10미터 밖에서 화살을 쏘든 간에 공격할 상대를 개별적으로 선택해서 얼굴을 봐야 한다. 전통 사회에서 남자는 어린시절부터 적을 죽여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면서, 또 적을 죽이는 방법을 배우면서 성장한다. 그러나 현대 국가의 시민들은 18세 이후에 징집되거나 자진해서 군에 입대해서 총을 배급받고 적을 정확히 겨냥해 쏘라는 명령을 받을 때까지 살인은 못된 것이라 배우면서 성장한다. 1차대전과 2차대전에 참전한 대다수의 군인-일부 추정치에 따르면, 절반이적을 자신과 똑같은 인간이라 생각하며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는 기록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전통사회에는 얼굴을 마주보며 상대를 살해하는 데 도덕적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멀리서 적을 보지 않고 살해함으로써 그런 거부감을 우회하는 기술도 필요하지 않지만, 현대 국가사회들은 그런 거부감을 우회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심리적 거부감을 극복하는 방향을 취해왔다. - P212

부족 간의 전쟁이 흥분되고 중요하지만, 부족민들은 전쟁의 처참함, 피할 데가 없는 위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따른 고통을 누구보다잘 알고 있다. 부족 전쟁이 식민 정부의 강압적인 개입으로 마침내 종식되자, 부족민들은 그 결과로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중앙집권화된 정부가 없어 복수의 악순환을 끊지 못했던 까닭에 그들만의 힘으로는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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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이 없는 풍경 속, 우리는 마주선 채 한참 동안 눈동자에 서로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담고만 있었다. 스무 살. 나는 너무 빨리, 너무 잘못 철이 들어서, 가난과 상처의 껍질 속에 불안과 소심을 감춘 채 친구면 족하다고, 연인이 되면 불행하기만 할 뿐이라고 자신을 속였다. 시작도 전에 포기해버린 내게 은주는 조용히 다가와 살포시 안아주었다.
"대학 가서 잘해라이 파이팅"
고맙고 사랑스러운 이가 돌아섰다. 길었던 1학기의 끝이보였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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