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모든 소규모 사회가 어린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위험한 짓을 하는 걸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이 누리는 자유에 편차가 있는 현상은 여러 이유에서 그런대로 이해되는 듯하다. 우리는수렵채집 사회보다 목축 사회와 농경사회에 처벌이 더 많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두 가지 이유를 이미 살펴보았다. 첫째로, 수렵채집 사회는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반면에 대다수의 농경 사회와 목축 사회에서는남녀의 권리가 다르고, 연소자와 연장자의 권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둘째로, 농경 사회와 목축 사회에 비해서 수렵채집 사회에는 어린아이가피해를 입힐 만한 소중한 재산이 거의 없는 편이기 때문이다. 이런 두가지 이유에서 수렵채집 사회의 어린아이들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듯하다. - P294
이런 복합연령 놀이집단에서는 나이 많은 아이와 나이 어린 아이가 함께 지내면서 서로 이득을 얻는다. 나이 어린 아이는 어른만이 아니라 나이 많은 아이와도 어울림으로써 이득을 얻고, 나이 많은 아이는 어린 동생을 보살핌으로써 경험을 얻는다. 나이 많은 아이가 이렇게 경험을 축적하기 때문에, 수렵채집인이 십대에도 부모 노릇을 어엿하게 할 수 있는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된다. 서구 사회에도 십대 부모, 특히 결혼하지않은 십대 부모가 많지만, 서구의 십대들은 동생을 보살핀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규모 사회에서는 십대에 부모가 되더라도 이미 오랫동안 동생들을 보살핀 경험이 축적돼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 P298
현대 국가 사회에는 정규교육이 있다. 학교와 방과후교실에서 놀이와는 별개의 행위로써, 교육위원회가 결정한 자료를 이용해서 전문교육을받은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러나 소규모 사회의 교육은 놀이와 별개의 행위가 아니다. 소규모 사회의 아이들은 부모와 어른들을 따라다니면서, 모닥불을 둘러싼 어른들과 다른 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배운다. 예컨대 인류학자 뉴리트 버드 데이비드(Nurit Bird David)는 남인도의 나야카족에 대해서 이렇게 썼다. "현대 국가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 즉 6세에 나야키족 아이들은 독자적으로 작은 짐승을 사냥하러 나가고, 친척들을 방문해서 그들과 함께 지내며, 모든 어른의 감독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지만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한다. (•••) 게다가 교육은 무척 미묘하게 행해진다. 정규교육도 없고 암기도없다. 맥락을 배제한 채 지식만이 전달되는 문화적인 공간(학교)이 없어교실도 없고 시험도 없다. 나야카족 사회에서 지식은 사회적인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니다." - P304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현대 미국 사회에서 노인의 지위가 크게떨어진 데는 적어도 세 가지 가치관이 원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첫째는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가 강조한 노동 윤리이다. 베버는 장 칼뱅(Jean Calvin)의 종교개혁과 관련지어 노동 윤리를 강조했다. 물론 베버는 독일을 중심으로 말했지만, 넓게는 현대 서구 사회에도 적용되는 노동 윤리이다. 베버의 복잡하고 많은 책과 논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건 위험한 짓이지만, 그는 노동을 삶의 중심이고,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을 안겨주는 원천이며, 인격 형성에도 유익한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은퇴해서 일하지 않는 노인은 사회적 지위까지 상실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 P332
독립심과 개인주의, 독립독행과 사생활이란 가치관이 뒤얽힌 미국인의 생활방식에서 노인을 공경하고 돌보기는 힘들다. 갓난아기는 어떤 면에서도 독립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이의 의존성은 인정하지만, 수십 년동안 혼자 힘으로 살아온 노인의 의존성은 마뜩잖게 여긴다. 그러나 현실은 잔혹해서 노인도 결국에는 혼자 힘으로 살 수 없고 독립독행할 수없어 타인에게 의지하며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던 사생활을 포기할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기 마련이다. 의존은 당사자인 노인에게도 고통스럽지만, 과거에 꿋꿋하던 부모가 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처한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중년의 자식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존심 때문에 혼자 힘으로 살려고 끝까지 고집을 부렸지만 넘어져서 고관절이 부러지거나 침대에서 혼자 일어날 수 없는 사고로 더 이상 독립독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노인들을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하지만 미국의 이상은 미국 노인들에게 자존심을 상실하게 만들고, 상대적으로 젊은 돌봄이들에게는 노인에 대한 공경심을 잃게 만든다. 셋째로는 유난히 젊음을 강조하고 예찬하는 미국의 가치관이 노인에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듯하다. 물론 우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젊음의 예찬을 문화적으로 선호한 것은 아니다. 달리 말하면, 젊음의 예찬은 철저하게 자의적으로 결정된 가치관이 아니다. 기술이 급속히 변하는 세계에서 젊은 세대가 새로운 교육을 받아 첨단지식으로 무장함으로써 일자리와 일상의 문제 등 중요한 일들에 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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