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시대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판매합니다."
최근 동네에 새로 생긴 상점의 광고 문구였다.
과연 저 3층짜리 큰 건물 속에서 무엇을 팔고 있을까? 다른 상점에서도 흔히 파는 물건을 훨씬 싸게팔고 있을까? 아니면 한 번도 보지 못한 신기한 물건이 있을까? 상점 앞을 지나갈 때마다 항상 궁금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사람이 많은 것 같아보인다.
이참에 상점에 들어가서 세 층을 모두 둘러보고 나오는 것도 좋겠다. 나는 1층 입구, 상점 문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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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보다도, 꼬마 이고르한테 거짓말을 했어요. 그 애가 멋진 형, 훗날 자기도 닮고 싶은 그런 형이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꼬마 이고르가 친구들한테 형 자랑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공공 장소에서 형이랑 같이 있는 모습을 남들이 봐 주기를 바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당신을 위해 글 쓰는 것이 재미있나 봐요. 실제 내 모습이 아니라. 꼬마 이고르가 봐 주었으면 하는 모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우스울까 곰곰이 생각할 시간이 있으니까 재미있게 할 수도 있고, 실수했을 때는 고칠 수도 있고, 우울한 식으로만이 아니라 재미있는 식으로 우울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요. 글을 쓸 때는 기회가 한 번 더 있어요. 우리 대장정 첫날 저녁에 내가 당신이 작가가 되기 위해 태어났을지도 모른디고 했을 때당신이 말했죠. 끔찍하다고, 하지만 당신이 그 말을 했을 때 당신이 말한것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묘, 당신은 글쓰기를 좋아하는지, 이 세상과 정확히 닮지는 않은 세상 혹은 이 세상과 꼭 같은 세상을 상상하는 일이 당신에게 재미있는지 이야기해야 할 참이었어요. 틀림없어요. 내 장담하는데, 당신이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쓸 테지만 작가가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나예요.
- P217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우시는 모습을 보게 될까 봐 집에 들어오지 않으세요. 이건 내 생각이에요. "배가 아프신가 보다." 지난주에 텔레비전방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들리자 아버지가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배가 아프신 게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저도 알고, 아버지도 알아요.. (그래서 제가 아버지를 용서하기로 한 거예요. 전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아요. 미워해요. 하지만 전부 다 용서해요.) 되플이해 말하는데, 할아버지는 나쁜 분이 아니에요. 조너선, 누구나 나쁜 짓을 하지요. 저도 해요. 아버지도 하고요. 당신도 그래요. 나쁜 사람은 나쁜 행동을 하고도 슬퍼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할아버지는 지금 자신의 나쁜 행동 때문에 죽어가고 있어요, 우리를 용서해 달라고,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애원할게요. 우리가 착한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 P219

 "할머니는 자제분이 있으세요?" 내가 물었다. 할아버지가 내게 입 다물라는 뜻의표정을 지어 보이셨다. "꼭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내키지 않는다면." "어린 딸이 있다우." 이것이 대화의 끝임을 알았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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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속의 사람들 보신 적 있어요?"
"아니." 할머니는 여전히 사진을 살펴보면서 대답하셨지만, 곁눈질로 볼 뿐이었다.
"이 사진 속의 사람들 보신 적이 있어요?"
"아니." 할머니는 더 큰 소리로 다시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이 사진 속의 사람들 보신 적이 있어요?"
"아니."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아니야." 할머니의 흰 치마로 떨어지는 눈물을 보았다. 그 눈물도 말라붙어 자국만 남겠지.
"이 사진 속의 사람들 보신 적이 있어요?" 질문을 던지면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끔찍한 인간처럼 느껴졌지만,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아니."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본 적 없다. 다들 낯선 얼굴처럼보이는걸."
나는 최후의 도박을 감행했다.
"이 사진 속의 누구라도 할머니를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이 또 한 방울 떨어졌다.
"당신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차를 가리켰다. "우린 트라킴브로드를 찾고 있어요."
"아" 할머니가 탄식하시더니 강물처럼 눈물을 쏟아 내셨다. "당신이 왔구려. 저예요."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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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내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상황의 개별 요소들을 눈앞에 생생히 나열하다 보면 우리는 감정과 바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삶의 역사에 서 있는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는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도 변화를 가져옵니다. 내적으로 일어나는 드라마가 개념적으로 투명하고 명확하게 변화하여 삶의 역사를 잘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경험과 의지를 더 이상 덮어두지 않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수 있게 되니까요. 그렇게 되면 새로운 추진력이 발휘될 수 있고,
그 추진력이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의 다른 영역들과 연결되어 우리가 그것을 행위의 새로운 패턴으로 삼을 수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경직된 구조를 허물고 새로운 경험과 의지의 형태를 가능하게 만드는 정신적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새로운 인식이 기존에 인식된 것에 개입하면서 자기 인식이 자기 결정으로 거듭납니다.
- P52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뜻입니다. 여기 들어 있는 개념을 설명하자면,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이 별달리 자기 인식을 상실하지 않고도 억제할수 있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내 표현의 징표들이 삶의 방식과 그 방식 안의 개별성을 인식하게 해주는 소중하고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 P55

타인의 요구를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동기, 그리고 그들도 나에게똑같이 하리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도덕적 친밀성에 따라 그들과 살아가는 것은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타인의 욕구로 말미암아 내가 어떤 행위를 하거나 어떤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 도덕적관점의 핵심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런 개념을 전혀 모른다면 사람은 잔인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타인을 나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단이자 도구로만 보는 것이지요. 타인을 존중하고 그들의 욕구를 배려하려면 그들을 타자로서 인식해야 하고, 그러기위해서는 자신이 누군지 아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도덕적 존중은 종종 우리 자신에 대한 맹목적 생각 앞에서 좌절되곤합니다. 이것 또한 잔인함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요. 자기 자신이하는 행동의 동기에 대한 이해가 적을수록 잔인함으로 치우칠 위험은 높아집니다. 우리의 시기와 미움, 드러나지 않는 질투심, 비록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숨겨져 있는 증오 같은 것들을 알지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잔인한 폭력이 많습니다.
- P69

문화적 공간 속에서 우리는 자기 결정, 존엄성, 도덕적 경험 등에 대해 많은 것들을 듣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그들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자기 안의 것들을 스스로도 느낄 수있을 만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비록 풍부한 지식은 있을지 몰라도 아직 교양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문화가 가진 종교적 요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그들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내적 입장을 표명한다는 심정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교양을 쌓는다는 것, 그것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 P96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능력과 투명성이 확대될수록 내적 자유도 확대되어 맹목적으로 각인되었던 틀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양과 깨어남의 과정에는 끝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문화적 정체성은 고정되거나 최종적인 것이 아닙니다. 문화적 존재에 있어 특별한 점은 그 자신이 항상 새롭게 화두가 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바르게 이해된 교양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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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켈이 동물 생리학에 관한 책을 사다 주었을 때는 그의 앞에 그림을 펴들고 이런 말을 했다. 아빠, 우리가 어떻게 이런 것들을 먹는지 이상하지않아요?
난 그림은 먹어 본 적이 없는데,
동물 말이에요. 이상하지 않아요? 전에는 이상하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꼭 자기 이름 같잖아요, 내내 신경 안 쓰고 살다가갑자기 의식하게 되면 자꾸 자꾸 불러 보지 않을 수 없고, 자기가 그런 이름을 갖고 있고 모두가 평생 동안 그 이름으로 자기를 부른다니 얼마나 이상한지 왜 한번도 생각 안 해 봤을까 궁금하고 그렇잖아요.
양켈, 양켈, 양켈. 난 전혀 이상한 줄 모르겠는데,
이젠 동물을 먹지 않을래요, 적어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게 될 때까지는요..
브로드는 누구나 받아들이는 것, 아무에게도 도전받지 않고 누구도 도전하지 않는 일에조차 일일이 다 반항했다.
- P117

브로드의 삶은 세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이유가 뭐든 간에 자신이 결코 행복한 동시에 솔직할 수는 없으리라는 사실을 천천히 깨달아 가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늘 자기 안에 더 많은 사랑을 만들어 내고 쌓아 놓아서 넘칠 듯 찰랑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쏟아 낼 곳이 없었다. 식탁, 코끼리 상아 부적, 무지개, 양파, 머리 손질, 연체동물, 샤보스, 폭력, 손톱 뿌리의 얇은 피부, 통속극, 도랑, 꿀, 도일리레이스 분양이 들어간 그릇받침....... 그중 어느것도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자신의 세계와 솔직하게 대면하여 자기 안의 크나큰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보았지만, 그때마다 이렇게 말해야만 했다. 너를 사랑하지 않아, 밤갈색 울타리 기둥아. 너를 사랑하지 않아. 너무 긴 시야.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릇에 담긴 점심밥아...실제 모습 이상의 무언가로 다가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P122

4: 812--- 브로드와 함께 영원히 사는 꿈, 매일 밤 이런 꿈을 꾼다. 다음 날 그 꿈을 기억할 수 없을 때조차도, 애인이 떠난 후 옆의 베개에 남은 머리 자국처럼 그곳에 있음을 안다. 브로드와 함께 나이 들어 가는꿈이 아니라, 우리 둘 다 결코 나이를 먹지 않는 꿈을 꾼다. 브로드는 절대 나를 떠나지 않고, 나도 그 애를 떠나지 않는다. 정말이지, 죽는 것이두렵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나의 부재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며, 더 나쁜 것은 어떤 자연의 힘이 삶을 계속해서 말고 가리라는 것이다. 이기적인 생각인가? 난 나의 죽음과 더불어세상도 끝나기를 꿈꾸는 나쁜 인간인가? 나에게만 세상이 끝나지 않고,
모든 이가 나와 함께 일제히 눈을 감기를 바란다. 때로는 브로드와 함께 영원히 사는 꿈이 우리가 함께 죽는 꿈이기도 하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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