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도 타고나는 폭력성으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활동이 인기를 얻자 우생학 운동은 폭력적 범죄 성향에서 나아가 다양한 유형의 정신질환자로 범위를 넓혀갔다. 뇌전증, 조현병, 치매를않는 사람들, 혹은 지능지수 70 이하의 사람들 모두가 ‘나쁜 유전자‘의 희생자가 되었으며, 미래 세대의 완전무결한 보전을 위협하는, 우생학 운동의 표적이 되었다.
하지만 우생학 운동 전선의 최대 표적은 다른 종류의 정신질환에 직면한 사람들, 즉 정상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들의 정신적 결함이 다음 세대로 유전될 경우 인류 전체의 지적 능력을하락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간주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이면 모두 이 범주에 넣고는 이현령비현령 의지박약‘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성적으로 분방한 여자, 빈곤층, 흑인, 법적 부부가 아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비혼모등이 이 범주에 포함되었는데, 그 목록이 얼마나 긴지 과연 이 표적을 피해간 그룹이 있었을지 의아할 정도다.
미국에서는 총 6만여 명이 강제 불임수술을 받았다. 지금 이 책을 읽는 독자 중 일부는 마지막 강제 불임시술 기간에 살아 있었을 것이다. 1983년이었으니까. 비록 미국에서 강제 불임수술을 받은 인원수가 나치 독일에 의해 강제 불임화된 인원수의 7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해도, 미국의 강제 불임시술 기간이 6배 더 길었다.
- P229

우생학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상식적 윤리에 위배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공격성을 배제하는 선택이 너무나 쉬워 보였던 여우 실험도, 실은 매우 극단적인 선택 번식이었다. 이 실험에서는 사람에게 친화적인 개체라는 조건하에 많은 세대의 수많은 여우 가운데 단 1퍼센트에게만 번식을 허용했다. 우리종의 친화력 선택 진화가 진행되던 후기 구석기시대, 우리의 인구 규모는 100만 명 이하로 그리 크지 않았고, 그 선택의 결과는 수만 년에 걸쳐서 나타났다.
전 세계 인구가 70억 명이 넘는 오늘날, 벨랴예프의 실험 속여우들이 겪은 정도의 선택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69억 명이상에게 번식을 금지시켜야 할 것이다. 설령 이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여우 실험처럼 간단하게 사람의 친화력을 측정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선택압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강화하려는 유형의 친화력 관련 유전자를 지닌 개인들을 찾아내야 한다. 말하자면 환경적 요인으로 친화력을 갖게 된 개인을 선택했다면, 몇 세대가 지나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 P230

과학기술을 선한 힘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가진 최고의 미덕과 최악의 본성을 함께 예측하고 개발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더 다정하고 친화적인 미래를 위한 해결책에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어두운 본성을 길들일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야기된 문제에는 사회적 해법이 필요할 것이다.
- P234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은 ‘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이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며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서 두루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또 어떤 정치 이데올로기에서는 가장자리 극단에 속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경쟁자를 비인간화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한다. - P251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학자들은 집단 간 갈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접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갈등을 완화하는 최상의 방법은 서로를 위협으로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불안이 낮은 상황에서 여러 집단이 함께할 수있다면 학자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이야말로 집단 간 갈등을 감소시키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위협받는다는 느낌이 우리 뇌에서 마음이론 신경망의 활동을 꺼버린다면, 위협 없는 접촉은 이 스위치를 다시 켤 수 있을것으로 보였다.
대부분 정책은 태도의 변화가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가정을 전제로 설계된다. 하지만 집단 간 갈등의 경우에는 접촉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행동의 변화가 태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 P260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우리가 왜 접촉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지 설명해준다. 우리는 내집단의 구성원들이 위협받을 때, 평소에는 타인이나 외집단에게도 무리 없이 잘 느끼던 공감능력을 차단시킨다. 이에 외부자들도 위협받는다고 느껴 상대 집단을 비인간화하고, 여기에서 보복성 비인간화의 피드백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서로 접촉하고 교류하는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그 위협받는 느낌을, 아주 잠깐만이라도 없앨 수 있다면 다른 종류의 피드백 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보답성 인간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서로 다른집단 사람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사회적 유대감이 더 많이 형성되며 타인이 지닌 생각에 대한 감수성도 전반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 문화, 인종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은 우리 모두가 같은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효과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이다.
- P264

도시는 우리의 조상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과비슷한 환경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도시는 교류와 접촉을 증진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도시계획가 마이 응우엔 Mal Nguyen 은 말한다.
응우엔은 효율적인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도심이나 적어도 환승 지원 시설이 가까운 지역에 정부 보조 주택을 건설할 것을제안한다. "노출이 관용을 창조한다"고 응우덴은 강조한다.
••••••
서식지는 바뀌었지만 우리 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큰 규모의 집단 안에서 협력하며 살아갈 때 가장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종이다. 우리는 출신이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교류할 때 가장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건축물이 관용을 베풀 때 그 안의 개인들도 관용을 베풀수 있다.  - P183

오레오와 나눈 우정과 사랑으로 나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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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를 향해 뛰면서 나는 생각했다. ‘티아와 함께 살아야지. 그리고 나는 티아처럼 될 거야. 쿨리브리를 떠나지 않을래. 결코.‘ 티아에게 가까이 갔을 때나는 티아가 울퉁불퉁한 돌을 하나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렇지만 티아가 그것을 내게 던지는 것은 보지 못했다. 돌을 맞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단지 뭔가 축축한 것이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다고 생각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티아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마주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내 얼굴에서는 피가, 그리고 티아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흐르는 채로. 티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내 얼굴을 보는 것 같다고 느꼈다. 마치 거울 속의 나를 내가 보듯이.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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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쿨리브리

‘문젯거리가 생기면 대열을 좁힌다.‘ 라는 말이 있듯이, 위기가 닥치자 백인들은 결속을 강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무리에 끼지 못했다. 자메이카 여인들은 어머니를 받아들이지않았다. 크리스토핀은 어머니의 미모가 너무나 뛰어난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후처였다. 사람들은 어머니가 아버지에비해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어머니는 마르티니크 태생이었다. 내가 어머니에게 "우리 집에는 왜 손님이 안 와요?" 라고 물으면, 어머니는 "스패니시타운에서 우리가 사는 쿨리브리까지 오는 길이 너무 나빠서 그래. 그러나 지금 같아선 길을 고칠 생각 따위는 할 수도 없구나." 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 손님, 말, 침대에 누우면 들던 안전한 느낌, 이 모든 것들은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 P39

나는 전에 다니지 않던 길을 골라서 다녔다. 설탕 공장을 지나고 몇 년째 돌지 않는 물레방아를 지나서, 내가 여태 가본적이 없는 쿨리브리 저택 사유지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곳엔 사람이 다니도록 만들어놓은 길은 물론, 동물들이 지나다닌 흔적조차 없었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풀잎이 내 팔과 다리를 베어도 나는 ‘그래도 사람들보다는 나아‘ 라고 생각하곤 했다. 까만 개미, 빨간 개미 그리고 새 둥지를 갉아먹으려고 붙어 있는 흰개미 떼를 보았고, 비를 맞아 살 속까지 젖는 듯하긴 했지만, 참, 뱀을 본 적도 있었지. 모두가 사람들보다는 훨씬 나았다.
훨씬, 훨씬 낫고말고.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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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물들은 태어난 직후 뇌의 성장이 멈추지만 우리는 태아기의 뇌 성장 속도가 출생 후 2년까지 유지된다. 출생 후 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특히 정수리 뒷부분에 영향을 주어 머리가 풍선 형태가 되는 것이다. 뇌 상단 뒤쪽인 두정부에는 마음이론 신경망이 모이는 두 중심점, 측두두정연접부와 설전부가 있다. 이곳이 아기가 타인의 시선과 제스처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다. 우리는 두개골 화석을 분석하여 이렇게 초기에 사회적 기술이 발현되는 것이 호모 사피엔스 고유의 특성이라고 추정할 수 있었다.
- P154

우리 종에게 집단 내 타인이라는 새로운 범주가 출현한 것은 8만 년 전 중기 구석기시대로, 이 시기 이후로 공동체의 규모가 커지고 인구밀도는 더 높아졌을 것이다. 인류학자 킴 힐Kim 은 성별과 상관없이 모두가 이웃 집단에 받아들여지고, 집단을 초월해 가족으로 결속하게 하는 이런 수준의 포용력은 다른 영장류에게서 관찰된 바 없다고 말한다.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기술혁신은 더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는 다른 사람 종들보다 더 광범위한 환경으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종교 의례나 의사소통 체계를 공유하는 이웃 집단들 간의 교역망으로 혁신을 더 널리 그리고 더 멀리 전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혁신가들이 만나지 못하는 곳에서도 참신한 생각들은 교류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지역과 자연에서 얻은 자원을 물물교환하고 영토 경계선 너머의 바다로 나아갈 기회도 얻었을 것이다. 우리는 새로 얻은 협력능력으로 여러 무리가 연합하여 덩치 큰 포유류나 어류를 사냥하는 집단행동의 가능성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사회적 관계의 공식이 친화력에 유리하게 바뀐 뒤로 우리 뇌의 신경연결망이 점점 더 증가하여 그 어떤 사람 종보다도 압도적 우위를 갖게 해주었을 것이다.
- P164

개와 보노보는 자기가축화를 통해서 친화력을 강화했지만 두 종 모두 자신의 가족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에 대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공격성을 발달시켰다. 개는 자기가 사는 사람의 집에 낯선 자가 다가오면 공격적으로 짖어댄다. 보노보 암컷의 경우에는 방어적 모성이나, 암컷 간의 유대로 오히려 보노보 수컷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띠곤 하는데 이는 침팬지 암컷과 비교해보아도 더 공격적이다. 우리는 이러한 공격성의 증가가 자기가축화중에 일어난 옥시토신 시스템의 변화에서 기인했다고 추정한다.
- P179

우리가 위협받는다고 느낄때 우리 집단 소속이 아닌 사람들의 기본 인권에는 눈 감는 것도 이 능력 때문이다. 이 맹목성은 편견보다 훨씬 더 어두운 힘이다.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할 때 그들이 겪는 고통은 우리와 하등 상관없는 일이 된다. 그런 자들은 공격해도 무방해진다. 규칙도, 규범도, 그들을 인간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도덕적 판단도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우리 집단이 위협받는다고 지각할 때 뇌에서 마음이론 신경망의 활동이 둔화된다는 근거를 찾아야 한다. 이 둔화는 소속 집단을 위협하는 외부자에게는 기꺼이 고통을 가하고자 하는 마음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타인을 비인격적 존재로 여기는 비인간화 경향은 사람에 따라편차가 있고, 비인간화의 수준도 사회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겠지만, 우리의 가설은 모든 사람의 뇌에는 타인을 비인간화할 수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 P183

크테일리는 이 연구에서 우리가 타인을 사람이라고 생각할때, 우리 뇌에서 마음이론 신경망을 담당하는 부위가 선택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결과도 얻었다. 미국인 참여자들이 다른 집단미국인, 유럽인, 무슬림, 노숙자 등)에 속한 개인들을 완전히 동등한 사람으로 여길지 말지 고민할 때는 설전부가 다소 활성화되었다. 설전부의 폭발적 발달로 우리가 우리 종 고유의 구형 두개골을 갖게 되었을 기억하자. 그리고 이 변화는 우리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분리된 뒤에 비로소 발생했음을 기억하자.
자신들이 누리던 자원이나 특권 혹은 어떤 경제적 이익에 위협이 되는 집단이 나왔다면, 그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이 상식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정치적 이념 대결이나 혹은 한 사회 내 다른 집단의 상대적 지위가 타인에 대한 비인간화를 야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크테일리가 이 연구에서 얻은 결론은, 외집단에 대한 비인간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소는 그들이 먼저 우리를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인식이었다. 이것을 보복성 비인간화 Reciprocal Dehumanization라고 한다. - P193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은 사람에게 해를 가했을 때는 징벌을 가한 사람 스스로 자신을 면책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징벌을 받은 사람이 고통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전기충격을 더 강화해야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믿었다. 밴듀라는 비인간화가 인간의 잔인성을 설명해주는 중심 요소라고 결론 내렸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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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다니까. 재경의 말이 맞았다. 솔직히 목숨을 걸고 올 만큼 대단한 광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윤은 이 우주에 와야만 했다. 이 우주를 보고 싶었다. 가윤은 조망대에 서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까지 천천히 우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언젠가 자신의 우주 영웅을 다시 만난다면, 그에게 우주 저편의 풍경이 꽤 멋졌다고 말해줄 것이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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