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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으려는 욕심은 있을 수 있지만, 상처받지 않은 삶은 불가능하다. 완전한 삶을 갈망할 수는 있어도, 완전한 삶을 실제로 살아내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삶엔 상처가 있고, 아쉬움이 있고,
한계가 있고,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도 있다. 완전하지 않은 자기 삶을 드러내는 순간, 남들로부터 동정의 대상이 되거나 최악의 경우 쑥덕공론거리가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사람들은 때로 아니 종종 자신의 실제 삶을 외면한다.
자신의 삶을 드러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좌절과 슬픔에 빠질수 있음도 각오해야 한다. 삶을 그대로 들여다볼 용기가 없는 사람은 판타지라는 안경을 쓴다. 판타지에 의존하는 한 우리의 삶은 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김원영은 자신의 삶을 판타지에 의존해 들여다보지 않는다. 자신의 삶과 오롯이 대면하는 순간을 겪고난 이후의 사람에게서 보이는, 감히 위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김원영의 책을 덮고 나니 아도르노가 생각났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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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자 미즈키는 원숭이에게서 되찾아온 ‘오자와 미즈키‘라는 낡은 이름표와 ‘안도(오자와) 미즈키‘라는 이름이 새겨진 은팔찌를 갈색 서류봉투에 넣어 테이프로 밀봉하고 벽장 안의 종이박스에 넣었다. 마침내 자신의 이름이 손 안에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 다시 그 이름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일이 잘 풀릴수도 있고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게 바로그녀의 이름이고 그밖에 다른 이름은 없는 것이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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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마찬가지다. 유전적 요인이니 공동체적 유대감이니 상대적 소득이니 하는 것들을 모두 빼버리면, 행복도 선택이 된다. 쉬운선택도 아니고, 항상 바람직한 선택도 아니지만 선택인 건 맞다.
잔혹한 기후와 철저한 고립 앞에서 아이슬란드인들은 절망 때문에 술독에 빠져 사는 삶을 쉽사리 선택할 수도 있었다. 러시아인들은 그랬다. 하지만 이 바이킹의 강인한 아들딸들은 정오의 하늘에서꿈쩍도 하지 않는 검은 어둠 속을 들여다보며 다른 삶을 선택했다.
행복하게 술독에 빠지는 삶, 내가 보기에 그건 현명한 선택이다. 사실 어둠 속에서 달리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 P298

물론 이건 전혀 좋은 상황이 아니다. 나는 몰도바인들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깎아내릴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내가 여행을 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상황이 단순한 경우는 아주 드물다는 점이다. 몰도바보다 가난한데도 더 행복한 나라는 얼마든지 있다. 나이지리아나 방글라데시가 좋은 예다. 문제는 몰도바인들이 자신을 나이지리아인이나 방글라데시인과 비교하지 않는다는점이다. 그들은 자신을 이탈리아인이나 독일인과 비교한다. 몰도바는 부자동네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다. 이런 처지에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 P315

오늘날 구소련 공화국들은 전체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은 곳이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인과관계를 신봉하는 늙은 도깨비 같은 정치학자 론 잉글하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민주주의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들이민주주의를 수립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려면 문화적 토양이 비옥해야 한다. 제도는 문화보다 덜 중요하다.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필요한문화적 요소는 무엇인가? 신뢰와 관용이다. 자기 집단 내부, 이를테면 가족 내부의 신뢰뿐만 아니라 외부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다. 이방인을 믿고, 반대 세력을 믿고, 심지어 적도 믿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도박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란 결국 거대한 도박이 아니고 무엇인가?
따라서 민주주의 덕분에 스위스인들은 행복하지만 몰도바인들은그렇지 않다. 스위스에서 민주주의는 부유함이라는 케이크를 덮은크림이다. 몰도바인들은 아예 케이크가 없기 때문에 크림을 즐기지못한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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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하는 말은 밤공기 속에서 문장으로서의 형태를 잃고 희미한 와인 향기에 섞여 그의 의식 깊은 곳에 은밀히 와닿았다. "이를테면 바람은 의지를 갖고 있어. 우리는 평소에 그런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지.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저절로 깨닫게 돼. 바람은 단일한 의지를 갖고 당신을 감싸고 당신을 뒤흔들어 바람은 당신의 내면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
바람뿐만이 아니야. 온갖 다양한 것들이 돌도 그중 하나겠지? 그들은 우리를 아주 잘 알아.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다. 어느 순간이찾아오고, 우리는 그것을 문득 깨달아, 우리는 그런 것들과 함께살아나갈 수밖에 없어. 그런 것들을 받아들여서 우리는 살아남고 그리고 점점 더 깊어져가는 거야."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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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무라카미는 이 글의 필자다. 이 이야기는 거의 다 삼인칭으로 서술되었지만, 첫머리에 화자가 먼저 얼굴을 내밀게 되었다.
옛날식 연극처럼 커튼 앞에 나서서 몇 마디 해설을 하고 인사한 다음에 물러날 것이다. 아주 잠깐이면 끝날 테니 잠시만 함께해주셨으면 한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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