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 마찬가지다. 유전적 요인이니 공동체적 유대감이니 상대적 소득이니 하는 것들을 모두 빼버리면, 행복도 선택이 된다. 쉬운선택도 아니고, 항상 바람직한 선택도 아니지만 선택인 건 맞다. 잔혹한 기후와 철저한 고립 앞에서 아이슬란드인들은 절망 때문에 술독에 빠져 사는 삶을 쉽사리 선택할 수도 있었다. 러시아인들은 그랬다. 하지만 이 바이킹의 강인한 아들딸들은 정오의 하늘에서꿈쩍도 하지 않는 검은 어둠 속을 들여다보며 다른 삶을 선택했다. 행복하게 술독에 빠지는 삶, 내가 보기에 그건 현명한 선택이다. 사실 어둠 속에서 달리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 P298
물론 이건 전혀 좋은 상황이 아니다. 나는 몰도바인들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깎아내릴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내가 여행을 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상황이 단순한 경우는 아주 드물다는 점이다. 몰도바보다 가난한데도 더 행복한 나라는 얼마든지 있다. 나이지리아나 방글라데시가 좋은 예다. 문제는 몰도바인들이 자신을 나이지리아인이나 방글라데시인과 비교하지 않는다는점이다. 그들은 자신을 이탈리아인이나 독일인과 비교한다. 몰도바는 부자동네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다. 이런 처지에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 P315
오늘날 구소련 공화국들은 전체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은 곳이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인과관계를 신봉하는 늙은 도깨비 같은 정치학자 론 잉글하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민주주의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들이민주주의를 수립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려면 문화적 토양이 비옥해야 한다. 제도는 문화보다 덜 중요하다.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필요한문화적 요소는 무엇인가? 신뢰와 관용이다. 자기 집단 내부, 이를테면 가족 내부의 신뢰뿐만 아니라 외부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다. 이방인을 믿고, 반대 세력을 믿고, 심지어 적도 믿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도박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란 결국 거대한 도박이 아니고 무엇인가? 따라서 민주주의 덕분에 스위스인들은 행복하지만 몰도바인들은그렇지 않다. 스위스에서 민주주의는 부유함이라는 케이크를 덮은크림이다. 몰도바인들은 아예 케이크가 없기 때문에 크림을 즐기지못한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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