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계산해 보고 얻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방은 중력이 너무 크다. 원래 지구의 중력가속도는 9.8m/s 이어야 하는데, 이 방의 중력가속도는 15m/s이다. 낙하하는 물체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그것이다. 너무 빨리 떨어지니까 이렇게 근육이 많은데도 내가힘이 없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원래의 무게보다 1.5배는더 나간다.
문제는, 중력에 영향을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중력은 증가시킬 수도, 감소시킬 수도 없다. 지구의 중력가속도는 9.8m/ 이다. 끝, 그런데 나는 그 이상의 중력을 경험하고 있다. 가능한 설명은한 가지뿐이다.
내가 있는 곳은 지구가 아니다. - P33

페트로바선에 관한 발표 이후로도 인생은 놀랄 만큼 변하지 않았다.
상황은 심각하고 치명적이었지만 그게 정상이기도 했다. 제2차세계대전 중 대공습을 당한 런던 시민들도 평소처럼 일상을 이어갔다. 가끔씩 건물들이 날아간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사태가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누군가는 계속 우유를 배달해야 한다. 그러다가 맥크리디 부인의집이 밤에 폭격을 당한다면 뭐, 그 집은 배달 고객 명단에서 지우는 것이다.
(외게의 생명체에 의한 것일지도 모르는) 세계 멸망을 한 세대나 두세대쯤 앞두고 있는 상황도 그랬다. 나는 아이들 앞에 서서 그 애들에게 기초과학을 가르쳤다. 이 세계를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지 못한다면세계가 존재하는 의미가 뭐겠는가?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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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아웃은 그렇게 작용한다. 0.15 정도의 수치에서는 해마가 기능을 멈추고 기억 형성이 중단되지만, 바로 이 술을 마신 사람의 전두엽과 소뇌, 편도체가 그와 동시에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기능을 지속하는 것은 전적으로 가능하다.
우리는 술에 취했을 때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 블랙아웃 상태에서 할 수 있습니다." 화이트의 말이다.

단지 기억을 하지 못할 뿐이죠. 아마존에서 물건을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항상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요. 사람들은 아주 복잡한 일도 할 수 있습니다. 표를 사고, 여행을 하고, 온갖 종류의 일을하지만 다만 기억하지 못하죠. - P264

이런 추세 때문에, 그리고 생리학적 이유가 겹치면서 여성의 블아웃의 위험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만약 평균 체중의 미국인남성이 네 시간에 걸쳐 여덟 잔을 마신다면(전형적인 대학생 사교클럽파티에서 적당히 마시는 사람이 이 정도 수준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0.107이 된다. 이 수치는 운전하기에는 너무 취한 것이지만, 블랙아웃과 연결되는 0.15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이와 대조적으로 만약 평균 체중의 여성이 네 시간 동안 여덟 잔을 마신다면,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73 이 된다. 그리고 블랙아웃 상태에 빠진다. 20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여자들은 점차 와인과 혼합주를 마시고있는데, 이런 술은 맥주보다 혈중 알코올 농도를 훨씬 빠르게 높인다. 화이트의 말이다. "여자들은 술을 마실 때 남자보다 식사를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 P267

그리고 블랙아웃에 빠지면 그 결과는 무엇인가? 여자들은 취약한상태에 처하게 된다. 낯선 이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든 간에 우리 기먹은 최초의 방어선이다. 우리는 파티에서 누군가와 반 시간 동안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알게 된 것을 재본다. 우리는 기억력을 활용해서 다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를 파악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우리에게 말하고 행동한 것들을 수집하며, 그에 따라 우리의 반응을결정한다. 최선의 순간에도 이것은 오류가 없는 과정이 아니다. 하지만 특히 그 사람을 집에 데리고 갈 것인지가 당면한 문제일 때, 이것은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방금 전에 알게 된 사실이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당신 뇌 속의 해마가 제대로 작용할 때 내리는 것과 동일한 양질의 결정을 내린다는 보장이 없다. 당신은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넘겨주는 셈이다.
"한 가지 분명히 하자. 범죄자들은 범죄를 저지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비평가 에밀리 요피는 <슬레이트>지에서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자들이 스스로 무방비 상태가 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여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젊은 여자들은 남자와 술 마시기 대결을 벌일 권리가 페미니즘 문제라는 왜곡된 메시지를 듣고 있다. 진정한 페미니즘의 메시지는 당신이 자기자신을 책임질 능력을 상실하면, 이를테면 당신의 최선의 이익을 아랑곳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들 가능성이 급격하게커진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비난하려는 말은 아니다. 더 많은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 P268

그리고 당신한테 이야기하는 낯선 사람은 어떨까? 그는 당신이 블랙아웃에 빠졌는지 모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는 몸을 기울이며당신을 만지려고 하는데, 당신은 몸이 굳어진다. 그리고 10분 뒤 그가 다시 한 바퀴 돌아서 좀 더 기교를 부린다. 보통이라면 당신은 다시 몸이 굳어질 것이다. 그 낯선 사람의 패턴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번째 손길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두 번째에는 몸이굳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당신이 앞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몸이 굳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고 낯선 사람은 투명성의 가정 아래서 당신이 자신의 유혹을 환영한다고 생각한다. 보통이라면 그는 그런 가정에 입각해서 행동하는 걸 조심스러워할 것이다. 친절함은 친밀함의유혹과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취했다. 그는 알코올 근시에 휘말린 상태이고, 평소라면 그의 행동을 제약했을 장기적인 고려(내가 이 상황을 오독한 것이라면 내일 나한테 어떤 일이 벌어질까?)도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 P269

이런 식의 실험 중 하나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질문을 받은뒤 참가자 표본의 80퍼센트가 그림을 조각조각 그렸다고 모건은 말한다. "마치 사춘기 이전 아이, 그러니까 전전두엽 피질이 아직 닫혀있는 아이 같았죠."
심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건의 연구가 심각한골칫거리였다. 심문의 관건은 대상자의 입을 여는 것이었다. 대상자의 기억을 억지로 열어서 그 안에 있는 내용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만약 굴복을 확보하는 과정이 대상자에게 너무도 많은스트레스를 유발해서 그가 실제로 기억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임이 밝혀졌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모건은 성인이 아이로 변하는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 P303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일까, 대치일까 결합일까? 영국 가스의 현대회는 이 질문을 시험하기 위한 거의 완벽한 수단이다. 만약 자살이 대치의 경로를 따른다면(자살자들이 워낙 결심이 굳어서 한 방법을 봉쇄하면 그냥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면), 자살률이 시간이 흘러도 꾸준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주요한 사회적 사건이 있을 때만 변동해야 한다.
(자살은 전시에 감소하고 경제적 고통의 시기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한편으로 만약 자살이 결합되는 것이라면, 특정한 자살 시도 방법의용이성에 따라 변해야 한다. 도시가스처럼 새롭고 손쉬운 방법이 등장하면 자살이 증가해야 하고, 그런 방법이 사라지면 자살이 감소해야 한다. 자살 곡선은 롤러코스터 같은 모양이 되어야 한다.
다음 도표를 한번 보자. 롤러코스터 같은 모양이다.
도시가스가 처음 영국 가정에 도입될 때 자살 곡선이 올라간다. 그리고 1960년대 말 천연가스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곤두박질친다. 그 10년 동안 도시가스가 서서히 사라짐에 따라 수천 명의 죽음이 예방되었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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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2 더하기 2는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들으니 왠지 짜증이 난다. 피곤하다.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든다.
몇 분이 지나자 다시 그 소리가 들린다.
"2 더하기 2는 무엇입니까?"
여성의 조용한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고, 발음은 지난번과 똑같다. 컴퓨터다. 컴퓨터가 나를 귀찮게 군다. 이젠 더 짜증이 난다.
"내도" 내가 말한다. 놀랍다. 나는 내버려 둬‘라고 말하려 했다. 제법 합리적인 응답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말을 할 수가 없다.
"틀렸습니다." 컴퓨터가 말한다. "2 더하기 2는 무엇입니까?"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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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믿지 못할 때까지 언제나 당신을 믿었다.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았다는 것을 이보다 더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 P167

스패니어가 한 행동은 등반가나 스콧 카마이클, 냇 사이먼스, 트리니아 자 그리고 래리 나사르에게 치료받은 체조선수의 모든 부모 등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나사르가 자기 아이를 성추행할 때 그부모들이 치료실 안에 없었나? 그 아이들이 뭔가 틀린 말을 한 적은없었나? 왜 부모들은 아이를 거듭해서 나사르에게 보냈을까? 하지만 나사르 사건에서 어느 누구도 체조선수 부모들을 자식을 성적 약탈자에게서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교도소에 보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부모 노릇을 하려면 자녀 주변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에 대한 기본적인 수준의 신뢰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모든 코치가 소아성애자라고 가정되면, 어떤 부모도 아이가 집 밖을 나가게 하지 않을 것이며,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아무도 코치를 맡겠다고 자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결정이 아무리 끔찍한 위험을 수반하더라도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가 굴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신뢰가 결국 배신으로 끝나는 드문 경우에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은 것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비난이 아니라 동정을 받아 마땅하다. - P177

투명성은 행동과 태도, 즉 사람들이 겉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그들이 속으로 느끼는 방식에 대한 확실하고 믿을 만한 창을제공한다는 관념이다. 이것은 우리가 낯선 사람을 파악하는 데 사용하는 결정적인 도구 중 두 번째 것이다. 누군가를 알지 못하거나 그와 소통하지 못하거나 그를 제대로 이해할 만한 시간이 없을 때, 우리는 행동과 태도를 통해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 P190

잡음인가, 신호인가
여기까지가 2장에 등장한 두 번째 수수께끼, 즉 왜 컴퓨터가 보석 결정에서 판사보다 더 유능한지에 대한 설명이다. 컴퓨터는 피의자를볼 수 없다. 판사는 피의자를 볼 수 있고, 추가적인 정보가 있으면 의사결정자로서 더 유능해지는 게 논리적으로 당연해 보인다. 뉴욕주판사 솔로몬은 자기 앞에 선 사람의 얼굴을 살피면서 정신질환의 증거, 예컨대 게슴츠레한 표정이나 정서불안, 시선 회피를 찾을 수 있었다. 피의자는 그의 앞 불과 3미터 거리에 서 있고, 솔로몬은 자신이 평가하는 사람을 파악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추가적인정보는 사실 유용하지 않다. 사람이 놀랐다고 해서 반드시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은 아니다. 감정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감정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 P204

그러면 이 차이는 어떻게 설명될까? 러바인은 투명성 가정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사람들의 태도를 근거로 정직성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친절하고 매력적인 데다가 말을 잘하고자신 있는 사람이 손을 꼭 잡고 악수하면 믿음직하게 보인다. 초조하고 미덥지 못하며 말을 더듬고 불안한 사람이 내용 없는 설명을 빙빙 돌려 하면 믿음직해 보이지 않는다. 몇 년 전에 전 세계 58개국의 수천 명에게 기만에 대한 태도를 묻는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용답자의 63퍼센트는 거짓말쟁이를 알아맞히는 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서를 "시선 회피"라고 답했다. 5 우리는 실생활에서 거짓말쟁이가 <프렌즈>에 등장하는 거짓말쟁이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눈알을 꿈틀거리고 굴리는 식으로 자신의 내면 상태를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건 점잖게 말해서 터무니없는 소리다. 거짓말쟁이는 딴 데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러바인이 말하는 요점은 기만과 결부되는 일군의 비언어적 행동에 대한 우리의 완고한 믿음이 그가 거짓말 영상에서 발견하는 패턴을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제대로 판단한 사람들은 태도와 결과가 일치하는 이들이다. 이 사람들의 진실성 수준은 우연히 그들의 겉모습과 일치한다. 
•••
하지만 거짓말쟁이가 정직한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정직한 사람이 거짓말쟁이처럼 행동하면 우리는 당황한다. 초조한 빌리는 일치하지 않는다.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아니다. 그냥 초조한 것일 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형편없는 거짓말탐지기다. 우리가 판단하는 사람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형편없는 거짓말탐지기다 - P216

근시 이론을 처음 제안한 것은 심리학자인 클로드 스틸과 로버트 조지프스였는데, 두 사람이 말하는 근시는 알코올의 주요 효과가 우리의 정서적·정신적 시야를 좁힌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알코올은 ‘근시 상태‘를 야기한다. "피상적으로 이해할 때 근시 상태에서는 직접적인 경험의 측면이 행동과 감정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은 전경에 있는 사물을 훨씬 더 두드러지게 하고, 후경에 있는 사물을 한층 더 흐릿하게 한다. 또한 단기적인 고려사항을 더욱 부각하면서 인식에 집중하게 하고, 장기적인 고려사항은 멀어지게 한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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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모부에 대한 내 생각은 다른 것이었다. 물론 그 시절이 지난 뒤에 홀로 정리한 생각이지만, 우리가 이모부를 비난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주리와 주혁이는 이모부의 자식들이었고, 나와 진모는 술주정뱅이의 자식들이었다. 이모부가 누구를 더 사랑했겠는가. 생선살 한 젓가락 우리에게 떼어주기를 아까워했던이모부지만 아버지의 사업자금으로 갈치백 마리, 아니 천 마리만 마리 살만한 돈을 빌려주었고 결국 돌려받지 못했어도 별다른불평을 하지 않았던 것을 어머니는 왜 잊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진모처럼 갈치를 탐하는 식성이 아닌 탓에 내가 이모부에게 관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될 빛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 P127

이처럼 오순도순했던 외갓집 풍경도 아버지의 패악이 굳어지면서 점점 뜸하게 연출되었다. 가족 중 누구하나의 불행이 너무깊어버리면 어떤 행복도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없는 법이었다. 어머니도 점차 외갓집 발길을 끊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에요. 그런 줄 알고 걱정 마세요."
가끔씩 외갓집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어머니는 그 말 외엔 아는것이 없는 사람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우리 집이 무소식이희소식이었을 때, 이모네는 소식마다 기쁜 소식이었기에 어머니는 외갓집에 대해 더욱 말을 잃어갔다. - P133

쓰러지지 못한 대신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 거대한 불행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훨씬 견디기 쉽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생애에 되풀이 나타나는 불행들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어머니에게 극복되었다.
불행의 과장법, 그것이 어머니와 내가 다른 점이었다. 내가 어머니에게 진저리를 치는 부분도 여기에 있었다. 그렇지만 어머니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과장법까지 동원해서 강조하고 또 강조해야 하는 것이 기껏해야 불행뿐인 삶이라면 그것을 비난할 자격을가진 사람은 없다. 몸서리를 칠 수는 있지만. - P152

진모의 행동을 꾸짖는 천사의 얼굴은 엄격했다. 그건 옳은 말이었다. 졸개들과 더불어 연적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갈겨대는 짓따위는 해서는 안 될 일임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나라면 주리처럼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 P173

사람들은 의외의 사건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말한다.
그럴 줄 알았어. 예감하고 있었던 일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건은 언제나 돌발적으로 일어난다. 이런 일이 현실로 드러날 줄은 알았지만, 그 일이 ‘오늘이나 내일‘ 일어난다고는 믿지 않는다. 예감 속에 오늘이나 내일은 없다. 오직 ‘언젠가‘만 있을 뿐이다. 매일매일이 오늘이거나 혹은 내일인데. - P257

나는 내게 없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김장우와 결혼하면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한 그것, 그것을 나는 나영규에게서 구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이모가 그토록이나 못 견뎌했던 ‘무덤 속 같은 평온‘이라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귀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일 년쯤 전, 내가 한 말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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