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그녀는 보통 여자들과는 다른 이상한 점이 있는 것 같았어.
나이는 25살이 조금 넘어 보였고, 얼굴은 고양이를 닮았어. 코는 귀엽고 오뚝하며 조그마했고, 얼굴형은...... 갸름하기보다는동그랬으며, 이마는 넓었고, 볼은 도톰했지만, 아래턱은 고양이처럼 뾰족했어
「그러면 눈은?」
「맑았어. 틀림없는 초록빛이었어. 그림을 더 잘 그리기 위해 눈을 살며시 감고 있었지. 그녀는 그림의 모델로 삼고 있던 동물원의 검은 표범을 바라보고 있었거든. 처음에 표범은 우리 안에 누운 채 가만히 있었어. 그런데 그녀가 이젤과 간이의자를 움직이면서 소리를 내자, 그녀를 쳐다보더니 우리 안을 어슬렁거렸어. 그러더니 그녀를 보고 으르렁거리기 시작했어. 그때까지 그녀는 대상의 윤곽조차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어 - P9

「하지만 네가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네가 영화 이야기를 할때, 내가 그것에 대해 조금 평을 하고 싶어. 그래야만 나도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있을 것 같아. 그게 공평한 것 아닐까?」「하지만 그게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비웃기 위해서라면, 난싫어」「그런 말이 아니야. 내 말은 단지 평을 곁들이면 어떻겠느냐는 거야. 가령 그 청년의 어머니를 네가 어떻게 상상했는지 따위를 물어보고 싶어」「네가 더 이상 비웃지만 않는다면
「약속할게」
「그러니까… 잘 모르겠지만, 좋은 여자였을 것 같아. 매력적인 여자였을 거야. 남편과 자식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항상깔끔하게 단장하고…「집에서 걸레질하는 걸 상상해 봤어?」「아니. 항상 완전무결했어. 레이스가 달린, 목이 긴 옷으로목의 주름을 가리고 있었어. 모든 훌륭한 여자들처럼, 나이 때문에 진지해 보이면서도 조금은 애교를 떨 줄 아는 멋진 여자였어. 그런 여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여자로 남아 사랑 받고 싶어하거든
「그래, 완전무결하군. 그녀는 식모를 부리면서, 돈 몇 푼 때문에 할 수 없이 일하는 그들을 착취했겠지. 당연히 그랬을 거야. 그녀는 자기 남편과 행복하게 살았지만, 그 남편은 그녀를 착취했고, 그가 원하는 대로 하게 했을 거야. 마치 노예처럼 집에 가두어 놓고, 그를 기다리게 하면서……」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변호사 사무실이나 병원 진료실에서 돌아오는 남편을 매일밤 기다리게 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그녀는 그런 제도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었으며, 그 제도에 반항하지도 않았겠지. 또한 자기 아들에게 이런 쓰레기들을 모두 물려주었고, 그래서 그아들은 지금 표범여인과 만나는 거야. 그러니까 그녀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은 인과응보지「넌 정말 그런 어머니를 갖고 싶지 않니? 다정하고 항상 깔끔하게 가꾸는...... 자, 억지는 그만 부려
「아니야.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면, 왜 그런지 설명해주지
「이봐, 난 졸려 죽겠어.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화가 나서 못 견디겠어. 네가 그런 말을 꺼내기 전까지만 해도 난 아주 기분이 좋았단 말이야. 네게 영화 이야기를 해주면서 이 감방의 지저분한 것을 모두 잊을 수 있었단 말이야」「나도 모든 것을 잊고 있었어 - P27

「그럼, 당연하지. 이제는 내가 참고 네 말을 들을 때가 온것 같아. 너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소리를 할 테니까「그런데 네게 뭐라고 말했는데?」「모두 똑같은 말을 하곤 했어. 항상 말이야!」「그게 뭔데?」「어릴 때부터 나를 너무 귀여워해서 내가 지금 이렇게 되었다고 말이야. 또 내가 엄마 치마폭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사람은 항상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수 있는데, 난 남자보다 여자가 되고 싶어. 왜냐하면 여자야말로 이 세상에서 최고의 존재거든」「네게 그렇게 말하던?」
「그래. 그러면 난 항상 이렇게 대답했어…… 정말 멋있어!
나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여자는 이 세상에서 최고의 존재니까..... 난 여자가 되고 싶어. 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고, 내 머릿속에 아주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니까 충고할 생각일랑 하지 마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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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가치보다 경제적 가치를 우선하게 만드는 모순을낳는다.
친절한 행동은 타자에게 공감하고 동료와 공존하기위한 것이며, 이것이 ‘장사‘에도 연결된다면 기쁜 일이고 행운이다. 그러나 ‘장사‘를 위해 동료에게 등급을 매기거나 평가하고, 동료를 늘리려는 경쟁이 목적이 되면 친절한 행동 자체가 따분한 일이 된다. 동료를 웃길 수 있는웃긴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찾거나 많은 동료에게서 칭찬받는 자신을 찍은 동영상을 올리는 것은 ‘놀이‘이자 ‘즐거움‘ 그 자체이며 겸사겸사 ‘일‘에도 활용하고 있을 뿐, ‘일‘을 위해 인터넷을 뒤지거나 자신을 찍은 동영상을 올린다면 모처럼의 즐거움이 시시해지고 귀찮기 짝이 없는 시간이 되고 만다.
생각해보면 ‘즐겁지 않다‘, ‘귀찮다‘ 같은 매우 자연스러운 실천적인 감각, 거래 실적이나 능력으로 친구에게등급을 매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평범한 공정함을 지니고 굳이 ‘카오스‘ 상태로 남아 있는 데에는, 시장 교환과 증여 교환이나 분배의 가치가 역전되지 않는 접속 형태가있는 것 같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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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인의 플랫폼은 어디까지나 엄밀한 호수성을기대하기 어려운, 정해진 형태가 없고 이질성이 강한 멤버십 속에서, 누군가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은 채 무리하지 않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 돕기 위한 시행착오를겪는 과정에서 구축된 것이며, 시장 교환의 논리가 그 위에 올라타고 있을 뿐이다. 즉 ‘닫힌 호수성‘을 ‘열린 호수성‘으로, ‘증여 교환‘을 ‘분배‘로 조정해나가는 과정에서자생적으로 형성된 구조가 나중에 시장 교환 쪽에서도 활용된 것이다.
게다가 ‘효율성‘을 추구하여 이들의 플랫폼을 시장교환에 적합한 형태로 세련화. 제도화해나간다면, 본래의 목적이었던 ‘인심을 쓰는 기쁨‘, ‘동료와의 공존‘, ‘놀고 싶은 마음과 장난치고 싶은 마음‘, ‘자영업의 자유로운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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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오다 마코토小田는 일찍이 ‘증여 교환‘,
‘분배‘, ‘재분배‘, ‘시장 교환‘이라는 네 가지 교환 형태를
‘부담이 각인되는 존재 형태‘에 주목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증여 교환은 부담을 지속시키고, 분배는 부담을 애매한 것으로 만들고, 재분배는 부담을 갚을 수 없는 무한한 것으로 영속시키고, 시장 교환은 부담을 소거한다. 대등한 주체들끼리의 증여 교환은 지속적인 기계적 연대를만들고, 중심과 주변 간의 재분배는 지속적인 유기적 연대를 만든다. 그리고 유동사회 pastoralism에서 나타나는 분배는 일시적인 기계적 연대, 시장 교환은 일시적인 유기적 연대를 만든다.
시장 교환과 재분배의 상보적인 관계야말로 자본주의경제와 근대 국가의 공범 관계를 드러낸다. 이에 대항하는 대안으로 증여 교환과 ‘커뮤니티‘가 주목받기 쉽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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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SNS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마찬가지로, 이들이SNS에 올리는 모습 또한 반드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아니다. 예를 들면 카라마는 종종 친구와 함께 홍콩의 많은 고급 백화점과 명품 셀렉트숍을 찾는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신 명품을 걸치고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그런 다음 직원에게는 "아차, 신용카드를 호텔에 두고 왔네"라는 식으로 적당한 변명을 둘러댄 뒤 아무것도 사지 않고 돌아온다. 하지만 카라마가 올린 사진을 본 아프리카 국가의 고객들은 사업도 잘되고 센스도좋은 브로커라고 착각해 상품 수출을 의뢰할 때가 있다.
앞서 묘사했던 이들이 여러 행사에 나가거나 파티를 즐기는 모습도 ‘인플루언서다‘, ‘잘나간다‘라는 인상을 만드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연애를 포함해 홍콩에서의 모든 인간관계를 매일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고 있기 때문에TRUST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리얼리티 쇼를 시청할 때처럼 특정 브로커의 팬이 되거나 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한 사회관계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다.
카라마가 나와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은 아프리카국가의 고객들에게 내가 카라마의 현지처이거나 약혼자또는 연인이라는 인상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의 아프리카인이 현지처를 얻으면 그의 체류나 경제 활동이 합법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 중 하나가 된다.
지금에 와서 나는 많은 홍콩의 아프리카인이나 아프리카국가의 사람이 나를 카라마의 아내로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한다. 카라마가 아닌 탄자니아인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기 때문에 정숙한 여성이 아니라고 보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내가 홍콩인 아내나 연인이 아님이 알려지더라도 스와힐리어를 할 줄 아는아시아인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어떻게 연출해 보여주느냐에 따라 앞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들에게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기에 내가 장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바라는 바다.
카라마와 동료들은 중국인이나 홍콩인, 홍콩에 거주하는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사진도 많이 올리는데, 이 사진들도 그들의 넓은 인맥과 홍콩에서의 안정적인 신분을 선전하는 효과를 갖고 있을 것이다. - P167

이러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구축되는 것은 ‘보여주기‘, ‘가짜‘에 의한 신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가. 적어도 이들은 ‘별점‘이나 ‘점수‘와 달리, 자기현시욕과 인정 욕구, 취미와 개인적인 호오, 신조와 주의主義 매일 달라지는 기쁨과 슬픔 등을 전부 담고 있는더 생생한 모습을 통해, 즉, 수치화할 수 없는 개인에 대한인격적인 이해와 관심을 바탕으로 ICT를 활용한 장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야말로 자본의 많고 적음과 비즈니스의 안정성이라는 시장경제의 논리만이 아닌 여러 지표로 ‘틈새시장‘을 나누어 가지게 하거나 비즈니스를 돌아가게하는 장치, 나아가 홍콩에서의 그들의 불안정한 삶을 보장하는 안전망을 몇 겹으로 구축해주는 장치이기도하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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