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의 재능은 재능 자체가 아니라 즐거움에서 비롯한 부지런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비록뛰어난 실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그가 존경하는 음악인의 양대 산맥인 바흐와 듀크 엘링턴의 음악을 다소 불안정할지언정 수줍어하지 않고 연주했다. 그리고 연주하는 내내 음악의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찬양하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예술가란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나의 생각은 분명 아버지에게서물려받은 것이다. - P27

하지만 형인 톰이 갑자기 병상에 눕게 되면서 모든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 8개월 동안 나에게 현실세계란 베스 이스라엘 병원의 병실과 퀸스에 있는 방 하나짜리형의 아파트가 전부였다. 졸업 후 뉴욕 중심가의 고층 빌딩에서 화려한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정작 나에게 아름다움, 우아함, 상실 그리고 어쩌면 예술의 의미를 가르쳐준 것은 그런 조용한 공간들이었다.
2008년 6월, 형이 세상을 떠나고 나자 나는 내가 아는 공간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일을하는 일자리에 지원했다. 열한 살 때와 달리 이번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생각지도 않으며 그곳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도착했다. 가슴이 벅차고 찢어지는 듯했다. 한동안은 그저 가만히서 있고 싶었다.
- P32

 뉴욕 평균 크기 아파트 약 3천 개를 합친 면적의 미술관은 너무도 장황하게 펼쳐져 있어서 이런 전시실 정도는 거의 붐비지않는다. 몇 분간 C구역에 서서 멈춘 게 아닐까 싶은 느린 속도로시간이 서서히 전진하는 것을 느낀다. 나는 앞으로 손깍지를 낀다. 뒤로 손깍지를 낀다.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본다. 문설주에 기댔다가 잠시 서성거렸다가 벽에 기대어본다. 새끼 오리처럼 아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주위를 경계하며 가만히 서 있는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준비가 되지 않은 듯 안절부절 못하고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지난 몇 주 동안 형이 죽은 뒤 처음으로 내 삶이방향을 잡았다고 느끼게 해준 일들을 지나오고 있었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훈련을 받고, 뉴욕 주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하고, 지문을 등록하고, 근무복 제작실에서 미술관의 재단사가 내 치수를 재고...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내가 할 유일한 일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망을 보는 것. 두 손은 비워두고, 두 눈은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작품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삶의 소용돌이 속에 뒤엉켜 내면의 삶을 자라게 하는 것. 이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다. 기나길게 느껴진 몇 분이 더 지난 후, 나는 이것이 진정으로 나의 역할이 될 수 있겠다고 믿기 시작한다. - P33

내가 태어났을 때 형인 톰은 채 두 살이 되지 않았다. 내가 어린이였을 때 형도 어린이였고, 내가 사춘기를 거칠 때는 형도 10대였다. 그리고 내가 스물다섯 살 생일을 맞이한 직후 형이 이세상을 떠났을 때도 그는 젊은이였다. 하지만 그런 건 모두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동생에게 형은 언제나 다 큰 어른인 법이다. 새 학년이 될 때마다 교실에 가면 선생님이 출석부를 한 번쓱 쳐다보고는 반쯤은 기쁘고 반쯤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브링리라고? 톰 브링리 동생?"이라고 물었다. 백 살까지 산다 해도나는 어딜 가나 톰 브링리의 동생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 P55

자가면역질환으로 위기가 극에 달하자 형은 우리를 한 사람씩 차례로 자기 방으로 불러 작별 인사를 했다. 방에서 나온 후이미 부서질 대로 부서져 더 이상 부서질 수도 없게 된 심장을부여잡고  의료 정보가 담긴 소책자 뒤에 이렇게 갈겨썼다.

이제 곧 말을 못 하게 될 거야. 하지만 행복해. 여러 가지로 운이좋았지. 가족, 크리스타를 잘 돌봐줘. 수학을 끝내지 못한 건 후회가 돼. 포기하지는 않을 거야. 넌 걱정 안 해. 훌륭한 녀석. 사랑해. 나도 괜찮은 사람으로 산거 같아. 잠들었는데 그사이에 누가비디오를 대여점에 돌려줘버렸어. 누구나 고통을 겪지, 내 차례야. 누구나 죽어, 내 차례고, 고통을 피하는 약을 먹고 싶기도 하고 먹고 싶지 않기도 해. 죽는 건 상관없어. 다만 고통을 겪고 싶진 않아. 모두들 늙어가는 걸 보고 싶은데... 크리스타를 행복하게 해줘. 행복한 추억이 많아. 너랑 이야기한 것도 좋은 추억이야. 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다 끝내지 않은 비디오를 누군가가 돌려줘버린 느낌이야. - P61

그 그림을 뒤로하고 어머니를 찾으러 초기 르네상스 전시실로 갔다. 어머니는 내가 찾은 그림보다 더 인정사정없고, 더 아름답고, 심지어 더 진실되어 보이는 그림 앞에 서 있었다. 14세기에 활동한 피렌체 출신의 니콜로 디 피에트로 제리니 Nicolas diPietro Gerini라는 거장이 그린 그림이었다. 특징 없는 금색 배경 앞으로 매우 아름답지만 당돌하리만치 죽은 게 확실한 젊은이를그의 어머니가 온몸으로 받치고 있는 장면이다. 마치 아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그를 껴안고 있는 어머니를 그린 이 그림은 ‘통Lamentation‘ 혹은 ‘피에타 Pieta‘라고 부르는 장르에 속한다. 어머니는 늘 잘 울었다. 결혼식에서나 영화관에서나 눈물을 흘리곤 하는 사람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어깨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가 심장이 부서지는 동시에 충만해져서 그렇게 울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그림이 어머니 안의 사랑을 깨워서 위안과 고통 둘 다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경배‘를 할 때 아름다움을 이해한다. ‘통곡‘을 할 때 ‘삶은 고통이다‘라는 오래된 격언에 담긴 지혜의 의미를 깨닫는다.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있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냉혹하고 직접적이며 가슴을 저미는 바위 같은 현실 말이다. - P67

 운 좋게 얻은 전도유망한 직장이 있는 마천루의 사무실로는더 이상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세상 속에서 앞으로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종류의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거기서더 앞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움직이고 싶지가 않았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는 침묵 속에서 빙빙돌고, 서성거리고, 다시 돌아가고, 교감하고, 눈을 들어 아름다운것들을 보면서 슬픔과 달콤함만을 느끼는 것이 허락되었다.
지친 승객들을 가득 태우고 브루클린을 향해 달리는 지하철의 흔들림에 몸을 맡겼다. 그러다 한 생각이 머리 속에서 형태를갖추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나는 뉴욕의 훌륭한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눈여겨봐왔다. 보이지 않는 사무실에서 일하는큐레이터들이 아니라 구석마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서 있는 경비원들 말이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되면 어떨까? 해결책이 이렇게 간단해도 되는 것일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가 온종일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속임수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브루클린의 5번가를 따라 걸으면서 멕시코 식당 대여섯 개를 지나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3층에 있는 집에 도착했다. 문에 열쇠를 넣고 돌릴 즈음에는 모든 것이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2008년 가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일을 시작했다. - P70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이렇게 뛰어난 많은 사람을께 일한다는 것은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거야!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어! 나는 중요하고 존재감 있는 자리의 명함을 지니고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만 계속하면 반드시 그런 사람이 될 거야!‘
이 달갑지 않은 역설을 직시하는 데는 거의 3년이 걸렸다. 내가 만약 덜 ‘대단한‘ 일을 하고 있었더라면 그동안 틈틈이 내 생각들을 흐릿하게나마 적어두었을 테고, 영감을 주는 주제가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과감히 도전해 글을 써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리어 이런 빅 리그였기에 내 생각에 스스로 족쇄를 채웠고 야망은 이상하리만치 줄어들었다. 나는 「평론 한 마디」라는 섹션에 들어가는 한 단락짜리 서평을 쓰는 데도 스스로가 아닌 목소리를 사용하고, 내 것이 아닌 권위를 주장하고, 정말 그렇게느끼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의견들을 피력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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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지하층의 경비원 배치 사무실 앞에 빈 예술품 운송 상자들이 쌓여 있다. 1층의 무기와 갑옷 전시관 바로아래에 있는 사무실이다. 놓여 있는 운송 상자들은 형태와 크기가 제각각이어서 커다란 박스처럼 생긴 것도 있고, 캔버스처럼폭은 넓고 두께가 얇은 것도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위풍당당하고, 옅은 색의 가공하지 않은 원목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져서 희귀한 보물 혹은 이국적인 야수까지도 담아 운반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듯 보인다. 근무복을 입고 출근한 첫날, 이 견고하고 낭만적인 물건들 곁에 서서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일들을 하게 될지 상상해본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너무 강렬하게 사로잡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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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지역에 헛소문이 퍼지면서 우리 사이에서 점점자라던 긴장감이 다시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두 루머가 하나로 합해져서 어쩌면 남자친구의 생각은 ‘내가 어쩌면 - 남자친구를 부끄러워해서 집에 찾아오는 것을 꺼린다‘에서 ‘내가 밀크맨과 사귀기 때문에 집에 찾아오는 것을 꺼린다‘로 바뀌었고 내 생각은 ‘엄마가결혼과 아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어쩌면 - 남자친구가 집에 찾아오는 것이 싫다‘에서 ‘밀크맨이 어쩌면-남자친구를 죽일까봐 집에 찾아오는 것이 싫다‘로 바뀌었다. 사실을 털어놓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래봐야 좋을 게 없다. 봐라, 지금 막 마음을 열려고 했는데 어쩌면-남자친구가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나? 이렇게 정리되었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남자친구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에 (어쩌면-남자친구도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이 나를 다짜고짜 비난하는데 내가 왜 대답을 해야 하나?) 다시 한걸음 물러섰고 마음을 닫았고 속이 상하고 화가 났고 그때 또 혐오감이 치솟았다. 아 안돼. 나는 생각했다.  - P408

 다만 지금은 분노가사라진 듯 흔적도 없었다. 다리가 보이기는 하지만 느껴지지 않고 바닥을 밟고 있는데도 떠다니는 기분인 한편으로내가 달리 행동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테니 나에게는분노할 권리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이러이러하는대신 저러저러했다면, 거기 가는 대신 저기 갔다면, 이렇게 말하지 말고 저렇게 말했다면, 다르게 생겼다면, 그날「아이반호』를 들고 길에 나다니지 않았다면, 그날밤에도그주에도 지난 두달 동안 어느 날에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면 그가 나를 보고 욕망할 일도 없었을 텐데. 그때 나는 비틀거렸고 그 순간 흰색 승합차가 내 옆에 멈춰섰다. 조수석 문이 열렸고 아빠가 말했던 "그 공포의 장소에 처음으로 가는 게 아닌 느낌"이 나를 덮쳐왔다.
나는 당연한 듯이 올라탔다.  - P430

 언니는 이 일이 나에게 교훈을 주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밀크맨의 정치적 위치 때문이 아니었다. 밀크맨을 죽인 사람의 정치적위치 때문도 아니었다. 그런 것은 아무 상관 없었다. 오직언니가 오래전에 잃은 것을 내가 갖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언니처럼 나도 내가 원하는 남자가 아니라, 언니가 그랬듯이 나도 사랑했지만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누가 되었건 밀크맨 뒤에 나타날 원치 않는 대체물을 받아들이고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에, 늘 비탄에 잠겨 있던 언니는 이제 황홀한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의 불행 때문에 언니가 황홀감을 느끼다니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행복해하지 마, 언니가 행복해할 일이 아니야. 찰싹! 하고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실제로는, 내 반응을 기다리는 언니 앞에서 나는 늘 그러듯이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것처럼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게 얼굴 표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다가 감정을 살짝 꾸며내면서, 한순간, 아주 짧은 순간 다소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는 듯한 미묘한 느낌을 주면서 말했다. "언니 지금 오르가슴 느끼는 것처럼 보여."
언니의 환희뺨을 맞아도 싼, 남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그 못된 환희가 아니라, 평소에는 완전히 죽은 것이나다름없이 끔찍하게 살다가 한순간 살아 있음을 느낀 사람의 환희는 그 즉시 사라졌다. 예상한 대로였다. 나는 정곡을 노렸고 바로 겨냥한 데를 맞혔다. 언니나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그런 말을 하면서 노리는 바로 그 지점이었다. - P436

그렇게 해서 결론이 났다. 우리는 다시 스트레칭을 했고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양을 재미있게 구경하다가 우리가 하는 양이 재미없어지자 스트레칭 하는 우리를 밀고지나갔다. 언니가 마지막으로 "아, 아무튼 너 참 짜릿하게사는구나 가운데동생"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에 화가 나지는 않았고 심지어 조금 웃기기도 했다. 셋째 언니와 친구들은 돌아서서 언니와 형부의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작은 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거실 창문을 통해 쇼핑백 부스럭거리는 소리 산 물건을 보고 감탄하는 소리 술과 잔과 재떨이와 엘비스 등을 다급하게 챙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는 동안 우리 둘은 다시 스트레칭을 했고 셋째 형부가물었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내가 말했다. "그렇다니까. 자, 가자." 우리는 작은 대문을 열고 닫고 할 것도 없이 작은 산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었고 나는 초저녁의 빛을 들이마시며 빛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부드러워진다고 부를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수지 공원 방향으로 가는 보도 위로 뛰어내리면서 나는 빛을 다시 내쉬었고 그 순간, 나는 거의 웃었다. - P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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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배우자와 짝짓기해 온 우리의 진화사를 유추할 수 있는 생리적 단서들이 여럿 있다. 하나는 남성의 정소 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대개 정자 경쟁이 심하면 그 결과 고환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정자 경쟁은 암컷이 여러 수컷과 교미하여 생식관 안에 그들 수컷들의 정자가 동시에 존재할 때 정자 간에 일종의 경쟁이 일어남을 말한다. 정자 경쟁은 수컷으로 하여금 사정량을 늘려 더 많은 수의 정자를 분출하도록 하는 선택압으로 작용한다. 귀중한 난자를 차지하기 위한 경주에서 한 번에 많은 양을 사정하여 암컷의 몸 안에 정자를 더 많이 남길 수있다면 그만큼 다른 수컷의 정자들을 제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몸무게에 비교한 인간 남성의 상대적인 고환 크기는 고릴라나 오랑우탄보다 훨씬 더 크다. 고릴라 수컷의 고환은 몸무게의 0.018퍼센트를 차지하며, 오랑우탄 수컷의 고환은 몸무게의 0.048퍼센트를 차지한다. 반면 인간 남성의 고환은 몸무게의 0.079퍼센트를 차지하며, 이는오랑우탄에서 고환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60퍼센트 더 높고 고릴라보다는 4배나 더 높다. 남성의 상대적으로 큰 고환은 인간의 진화사에서 여성들이 때때로 단 며칠 사이에 여러 남성들과 성 관계를 맺었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 많은 문화권에서 쓰이는 표현인 "알이 큰 남자라는 말은 단순히 은유를 넘어 그 지시 대상에 직접 연결된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모든 영장류 가운데 가장 고환이 큰 좋은 아니다. 인간의 고환은 심한 난교가 이루어지는 침팬지에 비하면 상당히 작다. 침팬지의 고환은 몸무게의 0.269퍼센트를 차지하며, 이는 인간 남성의 고환 비중의 3배 이상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인간 조상들이 침팬지에서 관찰되는 극도로 문란한 성생활과는 거리가 멀었음을 보여준다. - P156

일시적인 섹스 상대에 대한 기준을 낮추는 성향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자신에게 계속 헌신해 주기를 바라는 여성에 대한 기호이다. 결혼할 여성을 찾는 남성들은 남자에게 헌신을 요구하는 여성에 대해 무려 +2.17이라는 높은 선호를 보이지만, 일시적인 섹스 상대를 찾는 남성들은 헌신을 요구하는 여성에게 1.40, 즉 매우 탐탁치 못하다는평가를 내린다. 뿐만 아니라 남성들은 일시적인 섹스 상대가 기혼 여성이라도 특별히 기분 나빠하지 않는데, 이는 기혼 여성의 경우 이미남편에게서 헌신을 제공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자신에게 헌신을 요구하려 애쓸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구성과들은 남성들이 욕망을 탄력 있게 바꾸어 일시적인 짝짓기에 드는투자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추측을 입증해 주며, 진화 역사를 통해 때때로 남성들이 헌신할 필요가 없는 찰나적인 성 관계를 추구해 왔음을 다시 한번 알려 준다. - P164

남성 동성애에서 가장 흔하게 이루어지는 섹스 유형은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의 찰나적인 성 관계이다. 남성 동성애자들이 짧은 만남을갖기 위해 술집이나 공원, 공중 화장실을 돌아다니는 데 반하여 레즈비언들은 거의 그러지 않는다. 흔히 남성 동성애자들이 새롭고 다양한 섹스 상대를 계속 추구하는 데 반하여 레즈비언들은 친밀하고, 지속적이며, 서로에게 헌신하는 애정 관계에 정착하는 경향이 훨씬 더 강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들의 94퍼센트가 15명 이상의 섹스 상대를 경험했던 데 비하여 레즈비언들은 단 15퍼센트만이 그와 같은 정도의 섹스 상대를 경험했다. 1980년대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다 광범위하게 실시된 킨제이의 연구는 남성 동성애자의 거의 4분의 1이 500명이 넘는 섹스 상대를 경험했으며, 이들은 보통 화장실이나 술집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증거들로부터 남성들은 주로 여성에 의해 부과되는 정성 어린 구애나 헌신에 대한 요구에 묶이지만 않는다면 다양한 섹스 상대와의 찰나적인 성 관계를 즐기려는 본연의 욕망을 마음껏 충족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 P175

매매춘, 곧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대상을 비교적 가리지 않고성적 서비스를 반대급부로 제공하는 일은 찰나적인 성 관계를 향한 남성의 강한 욕망을 드러내 주는 또 다른 사례이다." 지금까지 연구가 실시된 거의 모든 사회에서 매매춘은 일어나고 있었다. 미국 내에서 자발적인 매춘부는 대략 10만 명에서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에는 13만 명 이상, 폴란드는 23만 명 이상,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는 8만 명 이상의 매춘부가 있다. 모든 문화권에서 매매춘의 구매자는 거의 절대적으로 남성이다. 킨제이는 미국 남성의 69퍼센트가매매춘을 한 적이 있고, 15퍼센트는 매매춘을 통해 정기적으로 성욕을 배출한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수치가 너무 낮아서 정기적인 성욕 배출구로 고려조차 되지 않는다.
매매춘이 성행한다고 해서 매매춘이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적응이라는 것을 반드시 내포하지는 않다. 그보다 매매춘은 큰 손실 없이 찰나적인 성 관계를 즐기려는 남성의 욕망과 경제적인 필요 때문에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질적 이득을 반대급부로 얻는 길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거나 그러한 길로 강제로 내몰린 여성의 상황,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해 생겨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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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그래서 죽은 건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진짜밀크맨이 말했다. 그런 소문이 도는 까닭은 여기에서는 그냥 죽을 수가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죽음을 맞을 수가 없기 때문에, 누구도 자연사하거나 창문에서 떨어지는 등의사고로 죽을 수가 없기 때문에, 특히 지금 이 구역에서 이렇게 많은 폭력적인 죽음이 일어나는 마당에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뭐든정치적일 수밖에 없어. 그가 말했다. 국경에 관한 것이어야 납득할 수 있는 거야. 정치적인 게 아니라면, 평범하지않고 극적이고 충격적인 죽음이어야 하지. 자기가 슈퍼히어로라고 생각하고 뛰어내려서 죽는 일 같은 것. 사람들은 당연히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세살짜리 꼬마가 중력을 이해하지 못하고 혹은 자기가 위층 뒤쪽 방에 혼자 방치된 어린아이라는 걸(엄마도 위층 앞쪽 방에 있기는했지만 비탄에 빠져 방에 들어간 이래로 방 밖으로 나오지않고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정신은 딴 데를 헤매고 있으니) 이해하지 못하고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는 게 이 지역에서는 누군가가 죽을 만한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겠지. 여기에서는 사는 것도 죽는 것도 극단적이어야 해, 진짜 밀크맨이 말했다.  - P214

 사람들은 내 얼굴표정이 너무 인색하다고 하면서 나한테 단 한가지 표정만있다는 듯이 ‘표정‘이라고 단수로 말했다. 거의 표현이 없다고도 했다. 거의 단조롭고 거의 고적하고 거의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속을 알 수 없다‘고 말하지는 않은것에서 나는 또 희망을 느꼈다. 이곳에서 속을 헤아릴 수없다는 것은 사전 기획이나 표층 생각과 마찬가지로 통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사람들 말이 처음에는 내가 자기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거드름을 피우며 재수 없는 마리앙투아네트 흉내를 내고 있나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들은 그게 아니라 이 괴상한 성격은 내가 걸으면서 읽는 오래된 책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사람들은 내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어서 자기들이 진이 다 빠진다고 하면서도 나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내가 좀 괴상하고 소름 끼친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나의 열려 있지만 닫혀 있는 점이 십분 지역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무언가가 있고 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했다. - P259

 그런데 상황이 정말 그렇게 나빴을까? 그때 내가 찾아가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내 말을 들어주고 나를 위로해주고 지지해주고 보호해줄 사람이 정말 단 한명도 없었을까? 나를 나무라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나는 정말 십분 지역처럼 꽉 막히고 삐딱한 사람이었을까? 지금 돌아보면, 단 하나 남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인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를 제외하고 본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불신이 너무 강해서 나를 도와주고 지지하고 위로해줄 사람이 있었을 텐데도 친구를 만들고 지원을 끌어낼 수 있었을텐데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을 못 믿었고 나 자신을 못 믿었고 나한테 도움을 구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못했기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그때에는 정신을 붙잡고 추스르는 게 내 최대 목표였고 그곳에서는 다른 사람들도 제각기 정신을 붙잡고 추스르려 애쓰고 있었으니, 어쩌면 나로서는 도움이나 위안이라는 개념을 알아차리거나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나에게 접근하기는 했고 그중 몇몇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정말 좋은 뜻으로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움츠러들었는데, 두려움과 고집때문만은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무엇이라도 사람들에게말할 만한 일이 있는지 아닌지조차 확신을 못하고 있었다. - P260

 사람들은 알약소녀를 무척 싫어했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거의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사람들이 정말 분노해서 알약소녀를 죽이고 싶어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조마조마하고 두렵고 위험한 일상이긴 했지만말이다. 하지만 알약소녀가 최고 인기 술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아무도 안했다. 알약소녀를 병원이나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거나 집 밖에 못 나가게 식구들이 가둬야 한다거나 아니면 식구들이 당번을 정해 알약소녀가 집 밖에 나갔을 때 따라다니며 감시해서 다른 사람들이 금요일 밤마다 독을 먹고 고통 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었다. 알약소녀가 위협적인 존재이기는 하나, 지금과 다른 시대, 의식도다르고 삶과 죽음과 관습에 대한 생각도 달랐던 그때에는알약소녀를 그냥 참았다. 날씨를 참듯이, 천재지변을 참듯이, 금요일 밤 군인들이 들이닥치는 것을 참듯이, 알약소녀를 상도를 벗어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게 우리가 할 수있는 최선이었다.  - P315

언니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나쁜 일들이 있는데,
잊을 수 없는 나쁜 일들이 이렇게 많은데 좋은 일만 보면 위험하다고 했어. 새로운 나쁜 일들뿐 아니라 오래된 나쁜일들도 기억하고 새겨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면 이전에있었던 일들이 모두 헛된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고 했어.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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