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래서 죽은 건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진짜밀크맨이 말했다. 그런 소문이 도는 까닭은 여기에서는 그냥 죽을 수가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죽음을 맞을 수가 없기 때문에, 누구도 자연사하거나 창문에서 떨어지는 등의사고로 죽을 수가 없기 때문에, 특히 지금 이 구역에서 이렇게 많은 폭력적인 죽음이 일어나는 마당에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뭐든정치적일 수밖에 없어. 그가 말했다. 국경에 관한 것이어야 납득할 수 있는 거야. 정치적인 게 아니라면, 평범하지않고 극적이고 충격적인 죽음이어야 하지. 자기가 슈퍼히어로라고 생각하고 뛰어내려서 죽는 일 같은 것. 사람들은 당연히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세살짜리 꼬마가 중력을 이해하지 못하고 혹은 자기가 위층 뒤쪽 방에 혼자 방치된 어린아이라는 걸(엄마도 위층 앞쪽 방에 있기는했지만 비탄에 빠져 방에 들어간 이래로 방 밖으로 나오지않고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정신은 딴 데를 헤매고 있으니) 이해하지 못하고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는 게 이 지역에서는 누군가가 죽을 만한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겠지. 여기에서는 사는 것도 죽는 것도 극단적이어야 해, 진짜 밀크맨이 말했다.  - P214

 사람들은 내 얼굴표정이 너무 인색하다고 하면서 나한테 단 한가지 표정만있다는 듯이 ‘표정‘이라고 단수로 말했다. 거의 표현이 없다고도 했다. 거의 단조롭고 거의 고적하고 거의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속을 알 수 없다‘고 말하지는 않은것에서 나는 또 희망을 느꼈다. 이곳에서 속을 헤아릴 수없다는 것은 사전 기획이나 표층 생각과 마찬가지로 통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사람들 말이 처음에는 내가 자기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거드름을 피우며 재수 없는 마리앙투아네트 흉내를 내고 있나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들은 그게 아니라 이 괴상한 성격은 내가 걸으면서 읽는 오래된 책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사람들은 내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어서 자기들이 진이 다 빠진다고 하면서도 나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내가 좀 괴상하고 소름 끼친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나의 열려 있지만 닫혀 있는 점이 십분 지역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무언가가 있고 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했다. - P259

 그런데 상황이 정말 그렇게 나빴을까? 그때 내가 찾아가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내 말을 들어주고 나를 위로해주고 지지해주고 보호해줄 사람이 정말 단 한명도 없었을까? 나를 나무라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나는 정말 십분 지역처럼 꽉 막히고 삐딱한 사람이었을까? 지금 돌아보면, 단 하나 남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인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를 제외하고 본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불신이 너무 강해서 나를 도와주고 지지하고 위로해줄 사람이 있었을 텐데도 친구를 만들고 지원을 끌어낼 수 있었을텐데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을 못 믿었고 나 자신을 못 믿었고 나한테 도움을 구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못했기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그때에는 정신을 붙잡고 추스르는 게 내 최대 목표였고 그곳에서는 다른 사람들도 제각기 정신을 붙잡고 추스르려 애쓰고 있었으니, 어쩌면 나로서는 도움이나 위안이라는 개념을 알아차리거나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나에게 접근하기는 했고 그중 몇몇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정말 좋은 뜻으로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움츠러들었는데, 두려움과 고집때문만은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무엇이라도 사람들에게말할 만한 일이 있는지 아닌지조차 확신을 못하고 있었다. - P260

 사람들은 알약소녀를 무척 싫어했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거의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사람들이 정말 분노해서 알약소녀를 죽이고 싶어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조마조마하고 두렵고 위험한 일상이긴 했지만말이다. 하지만 알약소녀가 최고 인기 술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아무도 안했다. 알약소녀를 병원이나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거나 집 밖에 못 나가게 식구들이 가둬야 한다거나 아니면 식구들이 당번을 정해 알약소녀가 집 밖에 나갔을 때 따라다니며 감시해서 다른 사람들이 금요일 밤마다 독을 먹고 고통 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었다. 알약소녀가 위협적인 존재이기는 하나, 지금과 다른 시대, 의식도다르고 삶과 죽음과 관습에 대한 생각도 달랐던 그때에는알약소녀를 그냥 참았다. 날씨를 참듯이, 천재지변을 참듯이, 금요일 밤 군인들이 들이닥치는 것을 참듯이, 알약소녀를 상도를 벗어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게 우리가 할 수있는 최선이었다.  - P315

언니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나쁜 일들이 있는데,
잊을 수 없는 나쁜 일들이 이렇게 많은데 좋은 일만 보면 위험하다고 했어. 새로운 나쁜 일들뿐 아니라 오래된 나쁜일들도 기억하고 새겨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면 이전에있었던 일들이 모두 헛된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고 했어.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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