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샬로츠빌 지역당에 가서 내가 한 강연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공화당원은 도덕심리학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민주당원은 그렇지못하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정치적 행동을 주관하는 것은 기수가아니라 코끼리라는 것을 공화당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해하고 있었고, 코끼리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공화당원이 만드는 슬로건, 정치 광고, 연설문은 모두 사람의 직감에 직접적으로 가 닿는 경향이 있다. 그중에서도 1988년 윌리 호튼(WillieHorton)이라는 흑인 범죄자의 얼굴 사진을 넣어 만든 광고는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 광고에서 공화당은 윌리 호튼이주말에 감옥에서 나와 잔혹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범죄에 유화적인" 마이클 듀카키스(Michael Dukakis: 당시 민주당의 후보)가 범죄자 주말 휴가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전국에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반면 민주당원은 코끼리보다는 기수를 정면에 놓고 호소할 때가 많으며, 따라서 정책의 세부 내용을 비롯해 그것이 가져다줄 이득이 강조되는 편이다.
조지 W. 부시나 그의 아버지 조지 H. W. 부시나 청중에게서 감동의 눈물을 자아내는 능력이 없기는 매한가지이지만, 둘 다 운만큼은 대단히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대선에서 그들의 대항마로 나선 이들은 머리를 주로 쓰는, 감정적으로 냉철한 사람들(마이클 듀카키스, 앨 고어. 존 케리)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이 나와 재임에까지 성공한 경우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로는 단 한 번뿐이었고, 이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그 주인공은 자신의 친근한 이미지와 유창한 말솜씨를 하나로 결합시킬 줄 알았으며, 그럴 때면 거의 음악을 들을 때의 감동이 느껴지곤 했으니까 말이다. 빌 클린턴, 그는코끼리를 어떻게 매료시키는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 P288

우리 다섯은 정치적으로는 모두 진보였지만, 진보 쪽 사람들이 정치심리학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똑같은 우려를 품고 있었다. 진보파의 연구 중에는 보수주의자가 어떤 면에서 잘못인지를 설명하려는것이 너무 많았다("보수주의자들은 왜 보통 사람들처럼 평등, 다양성,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날은 마침 정치심리학 회의가 열렸던 날이었는데, 보수주의자를 겨냥하거나 부시 대통령의 인지능력 한계를 지적하며 농담을 던진 연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우리 다섯은 모두 그런 행동은 잘못이라고 느꼈다. 도덕적인 면에서만이 아니라(몇 안 되더라도 청중 속에 보수주의자가 끼어 있을 경우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인 면에서도 분명 잘못이었다(그런 행동은 특정결론에 이르려는 동기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결론이 있을 경우 사람들은 그쪽으로 나아가기 쉬운 법이다). 아울러 우리 다섯은 정치와 관련된 미국인들의 삶이 점차 양극으로 나뉘어 서로에게 무례를 범하는 것이 심히 걱정이었다. 따라서 도덕심리학이 힘이 되어 각파의 열성 당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면 좋겠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 P295

이 소론에 담긴 핵심 생각은, 어떻게 하면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평화롭게 살아갈 사회를 만드느냐 하는 문제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의 접근법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두 접근법중 하나는 존 스튜어트 밀로 대표되고, 나머지 하나는 프랑스의 위대한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Emile Durkheim)으로 대표된다. 소론에서 나는 밀의 비전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 번째로, 상호 이득을 위한 사회적 계약으로써 사회가 만들어진다고상상해보자. 이곳에서는 개인들이 다 같이 평등하게 지내며,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뜻에 따라 이사하고, 재능을 계발하고,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계약사회의 대표적 수호자는 존 스튜어트 밀로, 그는 자유론(On Liberty)>에 이렇게 썼다. "교양 있는 공동체에서 그 구성원에게정당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하나, 타인에 대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목적이 있을 때뿐이다." 밀의 이 비전은 수많은 진보주의자와 자유주의자에게 호소력을 지닌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밀의 사회는 평화롭고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곳으로서, 각양각색의 개인이 서로의 권리를 존중해준다. 그러면서도 궁지에 처한 사람을 돕거나 공익을 위해 법을바꾸어야 할 때는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하나로 뭉친다(오바마가 외치는 ‘단결‘도 이러한 것이다). - P303

이런 식의 사회 비전은 오로지 배려 기반과 공평성 기반에만 의존하고 있음을 나는 소론을 통해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누구나 이 두기반에 의지한다고 가정하게 되면, 우리는 사람들이 잔혹과 불의를보면 참지 못하며, 나아가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에는 발 벗고나서리라고 가정하게 된다. 이렇게 밀의 비전을 소개한 데 이어 나는 뒤르켐의 비전을 대조해 보여주었다.

이제는 사회가 개인 간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다기보다 사람들이 함께 살방편을 찾는 과정에서 차차 유기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상상해보자. 즉, 생존을 위해 하나로 엮인 사람들은 상대방의 이기심은 서로 억누르는 한편, 사회 이탈자나 무임승차자 등 집단의 협동에 해가 되는 무리를 처단해나간다. 이때 사회의 기본 구성단위는 개인이 아니다. 그 기본단위는 위계질서가 잡힌 가족으로, 여타 기관들도 이를 본으로 삼는다. 이런 사회 속에서는 개인들이 태어나는 순간 강력하고 제약적인 인간관계 속으로 들어가는바,
따라서 자율성에도 심대한 제약이 따른다. 이렇듯 좀 더 구속적인 사회개념을 수호해온 사람은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으로, 일찍이 아노미(무규범 상태) 현상을 경고한 그는 1897년에 이렇게 썼다. "인간은 자신이 소속감을느낄 수 있는, 자기보다 높은 무엇이 보이지 않으면 고차원의 목표에 애착을 가지거나 규칙에 순응하지 못한다. 사회의 모든 압력에서 자유롭게 해방된다는 것은 곧 스스로를 버리는 것이자 든든한 기반을 잃는 것이다."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뒤르켐의 사회는 숱한 집단이 서로 포개지고 겹치며일종의 안전망을 이루어, 개개인을 사회화시키고 탈바꿈시키고 돌보는 것이다. 자기 뜻대로 하게 개인을 내버려두면 그는 결국 피상적이고 육체적이고 이기적인 쾌락을 좇게 되기 때문이다. 뒤르켐의 사회가 더 중요시하는 것은 자기표현보다는 자기 절제, 권리보다는 의무, 타 집단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기 집단에 대한 충성이다. - P304

뒤르켐의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배려와 공평성 기반만이 아님을나는 소론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런 사회를 건설하려면 충성심, 권위, 고귀함 기반도 마저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어서 나는 미국의 좌파가 이런 뒤르켐의 세상을 도덕적 흉물 정도로만 보는까닭에 사회적 보수층은 물론 종교적 우파까지도 제대로 이해하지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뒤르켐의 세상은 보통 위계적이고, 종교적이며, 또 벌이 엄격하다. 더불어 사람들의 자율성에 한계를 긋고, 많은 경우 전통적인 성 역할을 비롯하여 전통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비전은 진보주의자에게는 떠받들기는커녕 싸워서 물리쳐야 할 대상이다. - P305

여러분의 도덕 매트릭스가 오로지 배려 기반과 공평성 기반에만 의지하고 있다면, 아마 여러분은 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unum: 다자에서 하나로)이라는 미국의 비공식 모토를 들어도 고귀한 울림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고귀하다‘는 것은 앞 장에서 소개한 고귀함 기반의 그런 개념을 말한다. 한마디로 고귀함을 안다는 것은 어떤 사상, 사물, 혹은 사건에 무한한 가치를 부여할 줄 안다는 것인데, 그런 것들이 집단을 하나의 실체로 똘똘 뭉치게 할 경우 그 가치는 특히 커진다. 생각해보면 이 지구에서 성공한 나라치고 플루리부스(각양각색의 민족)로 우눔(하나의 국가)을 만들어내는 기적을 연출하지 않은 곳은 없다." 이 기적을 더 이상 연출하지 못할 때 나라는 망하거나 쪼개진다.
민주당이 플루리부스 정당이 된 것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였다. 이후 민주당은 대체로 다양성을 칭송하고, 동화(同化)되지 않는 이민을 지지하며, 또 영어를 미국의 표준어로 쓰는 데는 반대하고, 성조기 핀은 웬만해서는 달지 않으려 하고, 스스로를 세계시민이라 칭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실정이니, 1968년 이래로 민주당이 대선에서 그토록 부진한 성적을 내왔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미국의 대통령은 사회학자 로버트 벨라(Robert Bellah)가 말한 "미국의 시민 종교(American civil religion)"에서 대사제와 다름없는 존재이다." 그러니만큼 대통령은 (꼭 예수가 아니더라도) 신의 이름을 빌리지 않을수 없고, 미국이 낳은 영웅과 그것이 이룩한 역사를 찬미하지 않을수 없으며, 또 성스러운 경전(독립선언문과 헌법)을 입에 올리지 않을수 없고, 플루리부스를 우눔으로 성화(聖化)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가톨릭교도들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만일 어떤 사람이 라틴어를 쓰지 않겠다고 하거나 자신은 이 세상의 신을 전부 모신다고 여긴다면, 누가 그 사람을 사제로 선택하겠는가?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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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절이 힘든 만큼 여러분 대부분이 지원할 수 있는 거의모든 일자리에 지원한다는 건 알지만, 우리가 고용할 사람이 이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기도 합니다. 프렌티스 양은 이 일자리를 원하세요?"
"네."
"왜죠?"
나는 내가 그런 식으로 대답할 줄 몰랐다.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 내가 준비한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그냥 말이 나왔다.
"모든 걸 만드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데, 한 가지 물건을 만드는 곳에서 일할 이유가 있을까요? 돈이 바로 그거잖아요, 모든 것. 최소한 돈은 모든 것이 될 수 있죠. 돈은 우리가 다른 모든 상품의 가치를 측정하는 보편적 상품이에요. 그리고 돈이 상품의 신이라면 여기가." 나는 손바닥을 뒤집어 사무실을 감싸는 호선을 그렸고, 그건 그 너머의 건물을 의미했다. "그 신의 최고 신전이죠."
긴 침묵 - P260

나는 이들의 소설에 들어 있는 질서라는 관념에 위안을 받았다. 그들의 소설은 전부 범죄와 혼란으로 시작되었다. 분별력과 의미자체마저 시험대에 올랐다. 등장인물과 그들의 행동, 동기는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무법성과 혼란이 지배하는 짧은 시기가 지나고 나면 언제나 질서와 조화가 회복되었다. 모든 것이분명해지고 설명되고 세상과 어우러졌다. 이 점이 내게 어마어마한 평화를 주었다. 아마 그보다 더 중요했던 건, 이 여자들이 내게 여성적 세계의 전형적 개념에 순응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연애나 가정의 축복만을 다루지않았다. 그들의 책에는 폭력이 있었다 그들이 통제하는 폭력. 이작가들은 직접 모범이 되어, 내가 위험한 무언가를 쓸 수 있다는 걸보여주었다. 그들은 믿음직한 사람 혹은 순종적인 사람이 되는 데는 아무런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었다. 독자들의 기대와 요구가 존재하는 건, 의도적으로 그런 기대를 혼란스럽게 하고뒤집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처음으로 내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한 작가들이었다. - P264

베벨 투자회사에서 시험과 면접을 보는 동안 나는 평생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할 기회가 생긴 한 가지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권력의 근원에 가까워질수록 주위가 조용해진다는 것이다. 권위와 돈은 침묵으로 스스로를 둘러싸고, 사람은 누군가의 영향력이미치는 범위를 그들을 둘러싼 침묵의 두께로 측정할 수 있다. - P267

그는 책을 책상 위로 미끄러뜨렸다. 나는 책을 집어들었다. 겉표지는 회녹색이었으며 글씨는 검은색과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달러 지폐를 떠올리게 하는 색 조합이었다. 삽화나 장식은 없었다. 그냥 이렇게만 적혀 있었다.

채권
장편소설
해럴드 배너

이 단어들을 타자기에 입력하는 지금, 나는 앤드루 베벨이 그날주었던 바로 그 책을 보고 있다. 세월이 지나 겉표지는 이제 쉽게 상하고, 햇볕에 바랜 책등에 양쪽 덮개가 실 한 가닥으로 매여 있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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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어떤 위계질서 안에서 사람들이 그 질서를부정하거나 전복하려고 하면, 우리는 행여 거기서 직접적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곧바로 알아차리는 경향이 있다. 권위는질서유지와 혼란 방지를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있다. 만일 그렇다고 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해(利害)를 위헤어느 정도는 이미 형성된 질서를 지탱하고, 나아가 중요한 직위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하는 사람들을 지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권위/전복 기반의 통용적 동인으로는, 정당한 권위를 가졌다고 여겨지는 사람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복종·불복종 · 존경·불신·공손함. 반항을 표하는 행위 모두가 포함된다. 또 갖가지 전통.제도·가치 등 사회를 안정시켜주는 것들을 전복하려는 행위 역시 권위/전복 기반의 통용적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권위 기반은 정치에서는 좌파보다 우파에 의해 훨씬 손쉽게 이용될 수 있는 도덕성기반이다. 좌파의 경우 위계질서·불평등· 권력에 맞서는 것을 자신들 본연의 특성으로 삼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 P271

• 배려/피해 기반이 발달하게 된 것은, 무력한 아이들을 돌봐야하는 적응 도전 과제에 임하면서였다. 이 기반 때문에 우리는 고통과 필요의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또 이 기반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잔혹함을 경멸하는 경향을 보이고, 나아가고통 받는 이들을 돌봐주려는 마음을 갖는다.
• 공평성/부정 기반이 발달하게 된 것은, 협동으로 보상을 얻되착취는 당하지 말아야 하는 적응 도전 과제에 임하면서였다. 이기반 때문에 우리는 누가 협동과 호혜적 이타주의에 훌륭한(흑은 나쁜) 파트너다 싶으면 그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우리가 사기꾼이나 부정행위자와 관계를 끊거나 그에게 벌을 주고 싶어 하는 것도 이 기반 때문이다.
• 충성심/배신 기반이 발달하게 된 것은, 연합을 구성하고 유지해야 하는 적응 도전 과제에 임하면서였다. 이 기반 때문에 우리는누가 훌륭한 팀플레이어인지에(혹은 그렇지 않은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이 기반 때문에 우리는 그런 사람에게는 신뢰와 보상을 주고 싶어 하고, 반대로 나 혹은 우리 집단을 배반하는 사람에게는 위해, 추방, 심지어 살인으로 응징하고 싶어 한다.
• 권위/전복 기반이 발달하게 된 것은, 사회적 위계 서열 내에서인간관계를 잘 구축하여 모종의 이득을 거두어야 하는 적응도전 과제에 임하면서였다. 이 기반 때문에 우리는 서열이나 지위의 표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며, 타인이 자신의 주어진 지위에 맞게 잘 행동하고 있는지도(혹은 그렇지 않은지도) 민감하게 살핀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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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 이후로 우리 가문의 사업은 역사상 가장 큰 도전 의식을불러일으키는 시기를 마주했다. 클래런스는 극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는 가문의 면화, 담배, 설탕 사업을 처분했다. 가격이 떨어졌다거나 전쟁 때문에 농장이 망가졌다거나 연방 정부가 농장을 압류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그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른 셈이었다. 그 가르침에 따르면, 개인의 이득은 국가의 선과 일체를 이루어야 했다. 그런 다음 클래런스는 자리에서 물러나 자신의 아들,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에게 횃불을 넘겨주었다. - P167

나는 사업에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모든 투자에는 수많은 구체적 세부 사항에 대한 심오한 지식이 필요하다. 사업적 모험에 성공하려는 사람은 그 모든 측면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그렇게 되어야 할 때도 있다. 나는 내 진짜 일이 장이 마감된 후에, 산업 관련 기록과 세계의 시사에 관한 자세한 요약문. 최근의기술적 발전에 대한 보고서를 몇 권씩 읽어나가며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늘 해왔다. 나의 학창 시절은 이런 식의 규율된 호기심에 단단한 토대가 되어주었다.
이번 장에서는 교육만큼 높은 배당금을 낳는 투자는 없음을 보여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 기준에 따라 살고 있으며, 나 자신을영원한 학생이라고 여긴다. 또한 밀드레드와 나는 다른 이들도 내가 누렸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여러 해에 걸쳐 지치지 않고 노력해왔다. - P174

모든 인생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삐걱거리다 멈추게 하는 소수의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된다. 다음번의 강력한 순간이 찾아오기 전까지, 우리는 그런 사건들의 결과로 혜택을 보거나 괴로워하며 그 사건들 사이의 세월을 보낸다. 한 사람의 가치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처럼 결정적인 상황의 수에 따라 정해진다. 늘 성공을 거둘 필요는 없다. 패배에도 위대한 영광이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서사시든 비극이든 결정적인 장면의 주연이어야 한다. - P201

이처럼 고립된 위치가 아버지의 고집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기도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버지는 인생의 몇 단계에 걸쳐 스스로 주변부로 추방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아버지의 직업이이 점을 매우 선명하게 드러냈다. 아버지는 자기가 가진 기술이 낡은 것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아버지는 새로운 자동화 시스템을 불쾌하다고 여기는 수작업 식자공이었다. 아버지는 인간의손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라이노타이프를 비롯한 모든 기계가 책장에서 영혼을 몰아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지휘자처럼 두 손을내저으며 모든 행이 작품처럼 구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행이 음악적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구성 compose‘이라는 단어를 쓴게식자를 음악에 비유한 것임을 듣는 사람이 놓칠까봐 어김없이 그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새 기술에는 어떤 재능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글자와 단어를 키보드에 입력하기만 하면 됐다. 아버지는 이런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던 당시에 쉽게 그 기술을 익힐 수 있을 만큼 젊은 나이였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인간이 기계의 기계가 된 상황에 반격할 생각이었으니까.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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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70년대 이래 뇌에 대한 이해가 훨씬 나아진 만큼, 이제우리는 어떤 특징이 인간 안에 내장되거나 보편적이지 않아도 선천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신경학자 게리 마커스(GaryMarcus)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자연에서 받은뇌는 이미 상당히 복잡한 상태이지만, 그 안에 이미 다 갖춰져 있어고정불변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보다 채 갖춰지지 않아 융통성이 있고 또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제일 좋다."
마커스는 종전의 내장 설계도를 대신해 한결 나은 비유를 제시한다. 즉, 인간의 뇌는 한 권의 책과 같고, 엄마의 배 속에 있는 동안 유전자가 그 초고를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태어날 당시 책에는 어느장도 완성되어 있지 않으며, 일부는 아예 개요만 대략 정해져 있어서 아동기를 거치며 그 내용을 채워야 한다. 그러나 각 장(성욕. 언어, 음식 취향, 도덕성에 관한 내용이라고 하자)은 또한 완전히 빈 여백은 아니어서 사회가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써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음과 같이 이어지는 마커스의 비유는 내가 이제까지 접한 선천성의 정의 중 제일 훌륭하다.

자연이 초고를 주면, 경험이 그것에 수정을 가한다. •••••• ‘내장‘이라는 말은 변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경험 이전에 구조화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 P246

진화론 자체로만 보면 여러분이 우리 아들 맥스나 머나먼 타국에서 굶주리는 아이나 새끼 바다표범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진화론에 그런 내용이 없는 까닭은 우리가 현실에서 흘리는 개별적인 눈물을 다윈이 일일이 다 설명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설명해내야 했던 것은 무엇보다 우리에게 눈물샘이 존재하는 이유, 나아가 그 눈물샘이 더러 자신이 고통 받지 않는 때에도 활성화되는 이유였다. 다윈은 각 모듈의 본래적 동인만을 설명해내야 했던 것이다. 통용적 동인은 짧은 시일 안에도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일례로, 폭력에 희생당하는 계층은 우리주위에 항상 있었으나, 우리 조부모 때에만 해도 관심을 받는 계층의 폭이 좁았던 반면 오늘날에는 그 폭이 훨씬 넓어졌다. - P252

 미국을 비롯한 여타 지역에서는 진보주의자의 도덕 매트릭스가 보수주의자에 비해 배려 기반에 의지하는 경향이 훨씬 강한데, 이 운전자는 차량에 스티커를 세 개나 붙여가며 무고한 희생자들을 보호해줄 것을 사람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이 운전자는 다르푸르의 희생자들과 어떤 연고도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스티커를 통해 다르푸르 분쟁 및 육식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배려 기반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직관과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의 경우에는 동정심과 관련된 범퍼 스티커를 찾아보기 힘든 편이지만, "상이용사" 스티커가 이런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운전자 역시 사람들에게 배려를 요청하고 있지만, 보수주의자의 배려는 진보주의자의 배려와는 차원이 약간 다르다. 그들의 배려는 동물이나 타국의 국민보다는 집단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배려는 모든 곳이 아닌 자신이 사는 지역에 더 한정되고, 또 충성심과도 뒤섞이는 경향이 있다. - P254

진화 이론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종종 유전자를 ‘이기적‘이라고 말할 때가 많은데, 그 말은 유전자는 오로지 자기 복제에 도움이 될 때만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그러나 도덕성 기원과 관련해 무엇보다 중요한 통찰은, 이 ‘이기적‘ 유전자로부터 관용을 지넌 존재가 만들어져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들은 누구에게나 관용을 보이기보다 상대를 골라서 관용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인간이 왜 친족 집단에 이타주의를 보이는가는 전혀 골치 아플 일 없는문제이다. 그러나 인간이 왜 친족 이외의 집단에까지 이타주의를 보이는가는 진화론적 사고가 전개되는 동안 가장 오래도록 학자들의골치를 썩여온 문제이다." 이 문제가 해결될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1971년 로버트 트리버스(Robert Trivers)가 호혜적 이타주의 (reciprocalaltruism)라는 이론을 펴내면서였다."
트리버스는 진화를 통해 이타주의자가 만들어질 수 있는 종(種)은 따로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런 종의 개체들은 다른 개체와의 예전 상호작용을 기억할 수 있고, 그 기억에 따라 나중에 자신에게 보답할 가능성이 높은 개체에게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특징이 있었다. 우리 인간이 이런 종에 해당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트리버스가 내놓은 의견에 따르면, 인간은 진화를 통해 일련의 도덕적 감정을 발달시켰고, 그런 감정들을 가지고 되갚기 (tit-for-tat) 게임을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우리는 보통 누구에게든 호의를 보이지만, 그렇게 첫 만남이 지나고부터는 사람을 고르게 되어 있다. 나에게 잘해준 사람과는 힘을 합치고, 나를 이용한 사람은 멀리하는 것이다. - P255

공평성 모듈의 통용적 동인에는 실로 많은 것이 포함될 수 있는데, 이것들은 문화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호혜성 및 부정不正의 역학과 관련이 있다. 좌파의 경우 그들의 공평성 기반은 평등과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사에 의해 일부 형성된다. 좌파에서 부유층이나 권력층을 비난하고 나서는 이유도, 그들이 ‘공평하게 내야 할‘ 세금은 내지 않으면서 사회 최하층을 착취하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을 골자로 내세운 것이 최근 일어난 ‘월가 점령 시위 (Occupy Wall Streetmovement)‘로, 2011년 10월 나도 그 현장에 갔었다. (<도표 7-5) 참조). "
한편 우파에서 진행하는 티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 : 보스턴 차 사건에서 명칭이 유래된 운동으로 2009년부터 미국의 여러 길거리에서 시작된 보수주의 시위를 말함 옮긴이) 역시 공평성에 관심이 매우 높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눈에는 민주당원들이 ‘사회주의자‘나 다름없다. 열심히 일한 미국인들의 돈을 가져다 게으른 사람(복지 혜택과 실업수당을 받는 이들이 여기에 포함된다)과 불법 이민자(무상 건강보험과 무상교육의 형태로)에게 주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평성에 관심을 가지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평성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좌파의 공평성은 평등의 의미를 함축할 때가 많은 반면, 우파의 공평성은 비례의 원칙을 의미한다. 즉, 우파에서는 사람들이 자기가 기여한 만큼 그에 따르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보며, 그로 인해 불가피하게 불평등한 결과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 P258

충성스러운 팀원이 사람들에게서 큰 사랑을 받는 만큼, 그 반대 존재인 반역자들은 보통 적보다 훨씬 악독한 존재로 여겨져 사람들에게서 엄청난 증오를 받는다. 예를 들어, 《코란》에는 타 집단 사람들(특히 유대교도)의 표리부동함을 경계하는 내용이 가득한데, 그럼에도이 유대교도를 죽이라는 명령은 찾아볼 수 없다. 《코란》에서 유대교도보다 훨씬 나쁘게 보는 것은 바로 배교자, 즉 이슬람 신앙을 배신하거나 아무 이유 없이 버리는 사람이다. 《코란》에서는 이 배교자를이슬람교도가 죽여야 한다고 명령을 내리며, 알라신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배교자를 처단할 것을 약속하기도 한다. "그런 자들은 반드시 지옥 불에 떨어뜨려 바싹 구워버릴 것이다. 몇 번이고 불에 집어넣어 피부가 하나도 안 남도록 타버리면 다시 피부를 돋게 하여 진정한 형벌이 무엇인지 그 맛을 보여줄 것이다. 분명 신은 전능하시고, 또 전지하실지니.25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도 배반의 죄를저지른 자는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 떨어져 가장 무시무시한 고통을겪게 되어 있다. 욕정, 폭식, 폭력, 이단보다도 자신의 가족, 팀, 나라에 대한 배신이 훨씬 더 나쁘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듯 충성심 기반은 사랑과 증오의 감정과 단단히 얽혀 있으니, 그것이 정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좌파 정치인들은 애국주의를 지양하고 세계시민주의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어." 충성심 기반을 중시하는 유권자들에게서 표심을 못 얻을 때가 많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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