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내가 카라마의 친구=고객/고객=친구라면 내 관계자도 그의 친구=고객이다. 2018년 3월, 내가 홍콩의 서아프리카 교역인을 조사하려는 대학원생 두 명을 홍콩에데려오자 카라마는 "만약 ㅇㅇ(대학원생)에게 무슨 일이생기면 내가 큰일이야"라고 말했다. 체류 중인 고객의 안전은 호스트인 브로커가 책임을 지는 듯했다. 이처럼 고객=친구 네트워크를 침범하지 않는 행위는, 같은 장사를하는 홍콩의 탄자니아인들이 ‘틈새 시장‘을 나누어 가지는데, 또 여러 고객을 상대할 때가 많은 이들이 연계하거나 서로 협력하는 데 중요한 암묵적인 규칙이 되어 있다. 그러나 동료와의 사이에서 암묵적인 규칙은 이것뿐이다. 탄자니아인들에게 고객 이외의 자원-상품, 상품정보, 매입처, 교섭, 비즈니스 요령 등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캄틴에 브로커별로 ‘구역‘이 있는 것도 아니기때문에, 곳곳에 자리한 중고차 판매업자나 해체업자의 부지에 쌓여 있는 수많은 중고차와 부품은 먼저 발견하는사람이 임자다. 점찍어둔 중고차는 되도록 빨리 업자에게예약금 등을 지불하고 정식으로 매매 계약을 맺지 않으면 금방 다른 브로커에게 빼앗긴다. 이제껏 살펴보았듯이 탄자니아인 중고차 브로커 대다수는 카라마에게 가르침을받았거나, 또는 카라마에게 가르침을 받은 누군가에게서 장사 방법을 배웠기에 수법은 물론 교섭이나 설득 문구까지 똑같다. 친하게 지내는 업자들도 앞선 이에게 소개받았기 때문에 역시 같은 사람들이다. - P137
즉, 그들은 ‘고객 네트워크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틈새 시장‘을 나누어 가지면서 상품, 매입처, 비즈니스 요령, 교섭술 등은 ‘커먼즈commons‘로서 공유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으려고 홍콩에진출한 이들은 자영업을 선호하며, 업자에게 노동자로 고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브로커와 공동 경영을 하는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이의 고객 네트워크를 침범하지 않음으로써 느슨한 ‘틈새 시장‘을 확보해나가는 한편으로, 장사 방법을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배움으로써 경쟁자를 늘리고 그 경쟁자와 정보를 ‘공유‘해나가는 것은스스로 상품이나 매입처를 둘러싼 경쟁을 격화하는 행위로도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겸사겸사‘ 무리하지 않고서로 도움으로써 홍콩에서의 생활을 일구어나가는 ‘생활의 논리‘와 시장 경쟁이라는 ‘비즈니스의 논리‘ 사이에서 안전망을 창출·유지하는 ‘일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실천‘ 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 P138
현재 카라마와 브로커들은 특정 고객에게 차 사진을 보내 "이렇게 상태가 좋은 토요타 프라도를 찾았는데 사지 않겠어요?"라고 직접 영업할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사람이 참여하는 SNS에 우연히 찾은 잘 팔릴 만한 상품의사진과 희망 판매가를 올리느라 바쁘다. 이러한 정보를어떻게 활용할지 느슨하게 설정해놓은 것이 앞으로 설명할, TRUST라는 ‘가상‘의 플랫폼 (전문적으로 구축한 어떤특정 사이트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는 브로커들이 ‘공유규칙‘ 혹은 ‘가상 그룹 계좌‘를 지칭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규칙은 공유하더라도 명칭은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만이 아니라 거기에 게시된 링크들 속 다양한 SNS)에 걸쳐 있는 TRUST에는 홍콩 체류 브로커와 고객 (아프리가 국가들에 있는 브로커 및 정기적으로 중고차를 수입하는 일반 소비자) 그리고 그들의 친구와 지인 들이 속해 있는데, 유동적이기 때문에 정확한 인원수는 알 수 없다. - P143
ICT와 IoT, 전자화폐와 블록체인 등 테크놀로지의 발전에수반해 사회 경제에 커다란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커진 지 오래다. 특히 2010년대에 들어서 ‘공유share‘, ‘공짜fice‘, ‘커먼즈‘라는 개념이 이제부터 경제 사회를 만들어나갈 핵심 개념으로 급속히 주목을 받게 됐다. 예를 들어 제러미 리프킨 Jeremy Rifkin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TheZere Marginal Cost Society』에서 ICT와 IoT 등의 발전에 따라생산 비용이 내려가고, 각자가 P2PPeer to Peer로 직접 거래하게 되어 한계비용이 끝없이 감소함으로써 실현된다고 예상되는 경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계비용 제로경제는 경제 프로세스라는 개념 자체를 근본부터 바꿔놓는다. 소유자와 노동자, 판매자와 구매자로 분리되는 낡은 패러다임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소비자 스스로 생산자가 되면서 이 둘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프로슈머(생산소비자)‘는 생산하고 소비하며 자신의 재화와 서비스를 협동형 커먼즈 내에서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유하고, 기존 자본주의 시장의 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 생활 방식을 전면에 내세운다. 둘째, 시장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자동화에 의해 인간은 이미 노동에서 해방되고 있으며, 진화중인 소셜 이코노미 (사회적 경제)로의 이행이 시작되고 있다. 시장경제 시대에는 근면이 중요했지만, 다가오는 시대에는 협동형 커먼즈 내에서의 ‘심오한 활동Deep Play‘이 그것과 동등하게 중요시되며, 사회적 관계 자본을 축적하는것이 시장 자본을 축적하는 것만큼이나 높이 평가받는다.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커뮤니티에 대한 애착의 깊이나 기존의 틀을 넘어서려는, 혹은 의의를 탐색하려는 정도에 따라 삶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다.‘
ICT와 IoT를 통해 상품이나 가격 등의 정보, 장사 비법이나 요령에 관한 지식, 또는 ‘기회‘와 ‘틈새시장‘을 서로제공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커먼즈‘로 만들어나간다. 리프킨은 인적 자본을 포함한 유무형 자원을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생산성이 극한까지 높아지면 사람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무료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희망을 담아 예상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지식, 물건, 서비스를 공유하는 ‘유저 커뮤니티‘가 중요해진다고 한다. 즉 어떤 사회적 가치나 윤리적 가치, 삶의 보람, 즐거움 등도 포함한 공유경제 플랫폼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 P147
아룬 순다라라잔Arun Sundararajan도 기업 중심의 현대는 인류 역사에서 보면 극히 단기간에 지나지 않는 데다, 산업 혁명까지는 대부분의 경제적 관계가 개인 대 개인의형태를 취했고 공동체에 뿌리를 두었으며 사회적 관계와밀접히 얽혀 있었다고 설명하며, 일찍이 존재했던 공유경험, 자기 고용, 공동체 내에서의 재화 교환이 현대 디지털 기술에 의해 계속 부활하고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이야말로, 새로운 무언가처럼 이야기되고 있는 공유경제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라고 지적한다. 순다라라잔은 현대 공유경제의 새로움이란, ICT 등의 발전에 따라 ‘경제적 공동체‘가 가족과 이웃 주민의 틀을 넘어 디지털로 신분이 증명된 전 세계 사람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고(=낯선사람과의 공유stranger sharing) 상업 가치의 원천이 기업에서 일반 대중 창업가로 이행하는 것(=대중자본주의 crowd-based capitalism)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대중자본주의‘의 특징, 즉 시장기반성, 자본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 분권화된 개인 집단이 자본과 노동력의 공급을 담당하는 것, 사적인 일과 직업상의 일·정규직과 임시직. 종속적 고용과 자영업 · 일과 여가 활동 간의 모호한 경계 등‘은 그야말로 글로벌로 연결된 비공식 경제의 특징과 대체로 겹쳐 보인다. 카라마 같은 탄자니아인들이 ICT와 전자화폐를 활용해 구축한 TRUST‘도 ‘협동형 커먼즈‘의 창출을 통해 이루어진 일종의 공유경제 시스템이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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