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와 함께 한동안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 그것은 프랑스의 것이 아니었다. 하필 할아버지가 종종 말하기를, 시간은 낙타 대상들과 함께 사막에서부터 느리게 오는 것이며, 영원을 운반하고 있기 때문에 바쁠 일이 없다고 했다. 매일 조금씩 시간을 도둑질당하고 있는 노파의 얼굴에서 시간을 발견하는 것보다는 이런 이야기 속에서 시간을 말하는 것이 훨씬 아름다웠다. 시간에 관해 내 생각을 굳이 말하자면 이렇다. 시간을 찾으려면 시간을 도둑맞은 쪽이 아니라 도둑질한 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 P174
"내가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했다구?" "열네 살인데, 왜 열 살이라고 하셨냐구요."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로 그녀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네가 내 곁을 떠날까봐 겁이 났단다, 모모야. 그래서 네 나이를 좀 줄였어. 너는 언제나 내 귀여운 아이였단다. 다른 애는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네 나이를 세어보니 겁이 났어. 네가 너무 빨리 큰 애가 되는 게 싫었던거야. 미안하구나." - P257
한가지 말해둘 게 있다.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만,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엄마뱃속에 있는 아기에게는 가능한 안락사가 왜 노인에게는 금지되어 있는지 말이다. 나는 식물인간으로 세계 기록을 세운 미국인이 예수 그리스도보다도 더 심한 고행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십자가에 십칠 년여를 매달려 있은 셈이니까. 더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넣어주는 것보다 더 구역질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 P295
나는 일어나서 지하실로 되돌아왔다. 로자 아줌마는 여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그랬다. 그건 마비 상태였다. 이 단어를 나는꼭 기억해 두어야겠다. 나는 단번에 네 살을 더 먹었고, 그 일은쉬운 일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나도 내 나이에 맞게 말을 할 수 있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온몸이 조금씩 다 아팠다. 나는 다시한번 그녀의 눈앞에 히틀러 사진을 가져다대보았다. 아무 반응이없었다. 그녀가 이런 상태로 몇 년을 더 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녀를 안락사시켜줄 용기는 없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안색은좋지 않아 보였다. 나는 그녀의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촛불을 있는 대로 다 켰다. 나는 화장품을 들고 입술에 루주를 발라주고 볼터치를 해주고 그녀가 좋아하던 모양대로 눈썹을 그려주었다. 눈꺼풀은 푸른색과 흰색으로 칠해주고 그녀가 평소 하던 대로 애교점도 붙여주었다. 인조눈썹도 붙여주려 했지만 잘 붙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숨을 쉬지 않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숨을 쉬지알아도 그녀를 사랑했으니까. 나는 그녀 곁에 펴놓은 매트에 내우산 아르튀르와 함께 누웠다. 그리고 아주 죽어버리도록 더 아파지려고 노력했다. 내 주위의 촛불이 꺼졌다. 나는 다시 불을 붙였다. 촛불은 여러 차례 꺼졌고, 나는 다시 불을 붙이고, 또 붙였다. 네 살이나 더 먹었는데도, 푸른 옷의 광대가 다가와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나는 온몸이 아팠다. 노란옷의 광대도 왔다. 나는 단번에 먹었던 네 살의 나이를 떨쳐내버렸다. 모든 게 하잘것없이느껴졌다. 가끔씩 일어나서 로자 아줌마의 눈앞에 히틀러 사진을 가져다대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이제 더이상 우리와 함께 있지 않았다. 그녀에게 한두 번 뽀뽀도 해주었지만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차가웠다. 화려한 기모노차림에 붉은 가발을 쓴, 내가 화장을 해준 아줌마는 무척 아름다웠다. 나는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군데군데 점차 푸르죽죽하게 변해가는 그녀의 얼굴 화장을 고쳐주었다. 나는 그녀 곁의 매트에서 잠을 잤다. 바깥에 나가기가 두려웠다. 밖엔 아무도 없었으니까. - P300
유태인들이 하듯이 일곱 개의 촛불을 켜놓고 그녀 옆의 매트 위에 누웠다. 내가 수양엄마의 시체 옆에서 삼 주일을 지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로자 아줌마는 내 수양엄마가 아니었으니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렇게 오래는 내가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향수가 다 떨어지고 없었으니까. 나는 롤라 아줌마가 준 돈과 내가 홈친 돈을 가지고 향수를 사러 네 번 더 밖으로 나갔었다. 나는 그녀의 몸에 향수를 몽땅 뿌려주고, 자연의 법칙을 감추기 위해 온갖색깔로 그녀의 얼굴을 칠하고 또 칠했다. 그러나 그녀의 몸뚱이는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이 썩어갔다. 자연의 법칙에는 동정심이란게 없으니까. 진동하는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사람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왔을 때, 나는 그녀 옆에 누워 있었다. 사람 살려! 이런 끔찍한 일이! 그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그들은 그녀가 아무리 아파도 그녀가 살아 있을 때에는 비명을 지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살아 있는사람에게서는 냄새가 나지 않으니까. 그들은 나를 구급차에 실었다. 그리고 내 호주머니에서 나딘 아줌마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쪽지를 찾아냈다. 그들은 거기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했다. 전화번호를 보고 나하고 무슨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이 모두 왔고,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곳 나딘 아줌마네 시골 별장으로 오게 되었다.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아직도 그녀가 보고 싶다. 하지만 이 집 아이들이 조르니 당분간은 함께 있고 싶다. 나딘 아줌마는 내게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라몽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내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한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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