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인의 플랫폼은 어디까지나 엄밀한 호수성을기대하기 어려운, 정해진 형태가 없고 이질성이 강한 멤버십 속에서, 누군가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은 채 무리하지 않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 돕기 위한 시행착오를겪는 과정에서 구축된 것이며, 시장 교환의 논리가 그 위에 올라타고 있을 뿐이다. 즉 ‘닫힌 호수성‘을 ‘열린 호수성‘으로, ‘증여 교환‘을 ‘분배‘로 조정해나가는 과정에서자생적으로 형성된 구조가 나중에 시장 교환 쪽에서도 활용된 것이다.
게다가 ‘효율성‘을 추구하여 이들의 플랫폼을 시장교환에 적합한 형태로 세련화. 제도화해나간다면, 본래의 목적이었던 ‘인심을 쓰는 기쁨‘, ‘동료와의 공존‘, ‘놀고 싶은 마음과 장난치고 싶은 마음‘, ‘자영업의 자유로운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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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오다 마코토小田는 일찍이 ‘증여 교환‘,
‘분배‘, ‘재분배‘, ‘시장 교환‘이라는 네 가지 교환 형태를
‘부담이 각인되는 존재 형태‘에 주목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증여 교환은 부담을 지속시키고, 분배는 부담을 애매한 것으로 만들고, 재분배는 부담을 갚을 수 없는 무한한 것으로 영속시키고, 시장 교환은 부담을 소거한다. 대등한 주체들끼리의 증여 교환은 지속적인 기계적 연대를만들고, 중심과 주변 간의 재분배는 지속적인 유기적 연대를 만든다. 그리고 유동사회 pastoralism에서 나타나는 분배는 일시적인 기계적 연대, 시장 교환은 일시적인 유기적 연대를 만든다.
시장 교환과 재분배의 상보적인 관계야말로 자본주의경제와 근대 국가의 공범 관계를 드러낸다. 이에 대항하는 대안으로 증여 교환과 ‘커뮤니티‘가 주목받기 쉽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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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SNS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마찬가지로, 이들이SNS에 올리는 모습 또한 반드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아니다. 예를 들면 카라마는 종종 친구와 함께 홍콩의 많은 고급 백화점과 명품 셀렉트숍을 찾는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신 명품을 걸치고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그런 다음 직원에게는 "아차, 신용카드를 호텔에 두고 왔네"라는 식으로 적당한 변명을 둘러댄 뒤 아무것도 사지 않고 돌아온다. 하지만 카라마가 올린 사진을 본 아프리카 국가의 고객들은 사업도 잘되고 센스도좋은 브로커라고 착각해 상품 수출을 의뢰할 때가 있다.
앞서 묘사했던 이들이 여러 행사에 나가거나 파티를 즐기는 모습도 ‘인플루언서다‘, ‘잘나간다‘라는 인상을 만드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연애를 포함해 홍콩에서의 모든 인간관계를 매일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고 있기 때문에TRUST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리얼리티 쇼를 시청할 때처럼 특정 브로커의 팬이 되거나 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한 사회관계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다.
카라마가 나와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은 아프리카국가의 고객들에게 내가 카라마의 현지처이거나 약혼자또는 연인이라는 인상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의 아프리카인이 현지처를 얻으면 그의 체류나 경제 활동이 합법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 중 하나가 된다.
지금에 와서 나는 많은 홍콩의 아프리카인이나 아프리카국가의 사람이 나를 카라마의 아내로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한다. 카라마가 아닌 탄자니아인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기 때문에 정숙한 여성이 아니라고 보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내가 홍콩인 아내나 연인이 아님이 알려지더라도 스와힐리어를 할 줄 아는아시아인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어떻게 연출해 보여주느냐에 따라 앞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들에게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기에 내가 장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바라는 바다.
카라마와 동료들은 중국인이나 홍콩인, 홍콩에 거주하는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사진도 많이 올리는데, 이 사진들도 그들의 넓은 인맥과 홍콩에서의 안정적인 신분을 선전하는 효과를 갖고 있을 것이다. - P167

이러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구축되는 것은 ‘보여주기‘, ‘가짜‘에 의한 신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가. 적어도 이들은 ‘별점‘이나 ‘점수‘와 달리, 자기현시욕과 인정 욕구, 취미와 개인적인 호오, 신조와 주의主義 매일 달라지는 기쁨과 슬픔 등을 전부 담고 있는더 생생한 모습을 통해, 즉, 수치화할 수 없는 개인에 대한인격적인 이해와 관심을 바탕으로 ICT를 활용한 장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야말로 자본의 많고 적음과 비즈니스의 안정성이라는 시장경제의 논리만이 아닌 여러 지표로 ‘틈새시장‘을 나누어 가지게 하거나 비즈니스를 돌아가게하는 장치, 나아가 홍콩에서의 그들의 불안정한 삶을 보장하는 안전망을 몇 겹으로 구축해주는 장치이기도하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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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와 함께 한동안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 그것은 프랑스의 것이 아니었다. 하필 할아버지가 종종 말하기를, 시간은 낙타 대상들과 함께 사막에서부터 느리게 오는 것이며, 영원을 운반하고 있기 때문에 바쁠 일이 없다고 했다. 매일 조금씩 시간을 도둑질당하고 있는 노파의 얼굴에서 시간을 발견하는 것보다는 이런 이야기 속에서 시간을 말하는 것이 훨씬 아름다웠다. 시간에 관해 내 생각을 굳이 말하자면 이렇다. 시간을 찾으려면 시간을 도둑맞은 쪽이 아니라 도둑질한 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 P174

"내가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했다구?"
"열네 살인데, 왜 열 살이라고 하셨냐구요."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로 그녀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네가 내 곁을 떠날까봐 겁이 났단다, 모모야. 그래서 네 나이를 좀 줄였어. 너는 언제나 내 귀여운 아이였단다. 다른 애는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네 나이를 세어보니 겁이 났어. 네가 너무 빨리 큰 애가 되는 게 싫었던거야. 미안하구나." - P257

한가지 말해둘 게 있다.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만,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엄마뱃속에 있는 아기에게는 가능한 안락사가 왜 노인에게는 금지되어 있는지 말이다. 나는 식물인간으로 세계 기록을 세운 미국인이 예수 그리스도보다도 더 심한 고행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십자가에 십칠 년여를 매달려 있은 셈이니까. 더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넣어주는 것보다 더 구역질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 P295

나는 일어나서 지하실로 되돌아왔다. 로자 아줌마는 여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그랬다. 그건 마비 상태였다. 이 단어를 나는꼭 기억해 두어야겠다. 나는 단번에 네 살을 더 먹었고, 그 일은쉬운 일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나도 내 나이에 맞게 말을 할 수 있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온몸이 조금씩 다 아팠다. 나는 다시한번 그녀의 눈앞에 히틀러 사진을 가져다대보았다. 아무 반응이없었다. 그녀가 이런 상태로 몇 년을 더 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녀를 안락사시켜줄 용기는 없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안색은좋지 않아 보였다. 나는 그녀의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촛불을 있는 대로 다 켰다. 나는 화장품을 들고 입술에 루주를 발라주고 볼터치를 해주고 그녀가 좋아하던 모양대로 눈썹을 그려주었다. 눈꺼풀은 푸른색과 흰색으로 칠해주고 그녀가 평소 하던 대로 애교점도 붙여주었다. 인조눈썹도 붙여주려 했지만 잘 붙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숨을 쉬지 않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숨을 쉬지알아도 그녀를 사랑했으니까. 나는 그녀 곁에 펴놓은 매트에 내우산 아르튀르와 함께 누웠다. 그리고 아주 죽어버리도록 더 아파지려고 노력했다. 내 주위의 촛불이 꺼졌다. 나는 다시 불을 붙였다. 촛불은 여러 차례 꺼졌고, 나는 다시 불을 붙이고, 또 붙였다. 네 살이나 더 먹었는데도, 푸른 옷의 광대가 다가와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나는 온몸이 아팠다. 노란옷의 광대도 왔다. 나는 단번에 먹었던 네 살의 나이를 떨쳐내버렸다. 모든 게 하잘것없이느껴졌다. 가끔씩 일어나서 로자 아줌마의 눈앞에 히틀러 사진을 가져다대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이제 더이상 우리와 함께 있지 않았다. 그녀에게 한두 번 뽀뽀도 해주었지만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차가웠다. 화려한 기모노차림에 붉은 가발을 쓴, 내가 화장을 해준 아줌마는 무척 아름다웠다. 나는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군데군데 점차 푸르죽죽하게 변해가는 그녀의 얼굴 화장을 고쳐주었다. 나는 그녀 곁의 매트에서 잠을 잤다. 바깥에 나가기가 두려웠다. 밖엔 아무도 없었으니까.  - P300

유태인들이 하듯이 일곱 개의 촛불을 켜놓고 그녀 옆의 매트 위에 누웠다. 내가 수양엄마의 시체 옆에서 삼 주일을 지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로자 아줌마는 내 수양엄마가 아니었으니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렇게 오래는 내가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향수가 다 떨어지고 없었으니까. 나는 롤라 아줌마가 준 돈과 내가 홈친 돈을 가지고 향수를 사러 네 번 더 밖으로 나갔었다. 나는 그녀의 몸에 향수를 몽땅 뿌려주고, 자연의 법칙을 감추기 위해 온갖색깔로 그녀의 얼굴을 칠하고 또 칠했다. 그러나 그녀의 몸뚱이는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이 썩어갔다. 자연의 법칙에는 동정심이란게 없으니까.
진동하는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사람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왔을 때, 나는 그녀 옆에 누워 있었다. 사람 살려! 이런 끔찍한 일이! 그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그들은 그녀가 아무리 아파도 그녀가 살아 있을 때에는 비명을 지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살아 있는사람에게서는 냄새가 나지 않으니까. 그들은 나를 구급차에 실었다. 그리고 내 호주머니에서 나딘 아줌마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쪽지를 찾아냈다. 그들은 거기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했다. 전화번호를 보고 나하고 무슨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이 모두 왔고,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곳 나딘 아줌마네 시골 별장으로 오게 되었다.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아직도 그녀가 보고 싶다. 하지만 이 집 아이들이 조르니 당분간은 함께 있고 싶다. 나딘 아줌마는 내게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라몽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내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한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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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아줌마는 환하게 웃었다. 이제 이빨도 거의 없었다. 미소라도 지어야 아줌마는 평소보다 덜 늙어 보이고 덜 미워 보였다. 그녀의 미소에는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을 상기시켜주는 무엇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녀는 유태인 대학살 전인 열다섯 살 적사진을 한 장 가지고 있었는데, 그 사진의 주인공이 오늘날의 로자아줌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로자 아줌마가 열다섯 살의 사진 속 주인공이었다는사실 역시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열다섯 살 때의 로자 아줌마는 아름다운 다갈색 머리를 하고 마치 앞날이 행복하기만 하리라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열다섯 살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를 비교하다보면 속이 상해서 배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생이 그녀를 파괴한 것이다. 나는 수차례 거울 앞에 서서 생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면 나는어떤 모습으로 변할까를 상상했다. 손가락을 입에 넣어 양쪽으로 입을 벌리고 잔뜩 찡그려가며 생각했다. 이런 모습일까? - P147

그녀는 암소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들이라면서 공기좋은 노르망디에 가서 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로자 아줌마의 손을 잡고 앉아 내가 경찰이 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나자신이 너무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가 빨간색 홈드레스를 입겠다고 해서 가져다주었는데, 그 옷은 십오 년 전 창녀일을 할 때 입던 것이라서 뚱뚱해진 몸은 도저히 들어가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창녀들이 젊었을 때는 성가시게 쫓아다니지만 일단 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젊은 창녀들에게는 포주가 있지만 늙은 창녀들에게는 아무도 없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늙은 창녀들만 맡고 싶다. 나는 늙고 못생기고 더이상 쓸모없는 창녀들만 맡아서 포주 노릇을 할 것이다. 그들을 보살피고 평등하게 대해줄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경찰과 포주가 되어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칠층 아파트에서 버려진 채 울고 있는 늙은 창녀가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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