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자체는 분자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대부분 수소로 이루어진 가스 구름이 중력에 의해 뭉쳐지면서 수소 원자는 혹독하게 뜨거운 중심부에서 융합하기 시작한다. 네 개의 수소 핵이 융합하여 새로운 원소인 헬륨을 만들고, 이런 거대한 핵반응으로 발생한 에너지가 바깥으로 폭발적으로 방출되는 덕분에 별은 자체무게의 압력으로 인해 중심으로 붕괴하지 않고 버티게 된다. 별은 이런 상반되는 두 힘(바깥으로 폭발하는 힘과 안쪽으로 수축하는힘)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한다.
마침내 수소 연료가 고갈되고, 별은 가용한 유일한 다른 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핵융합으로 생성된 헬륨 껍질이다. 세 개의 헬륨 원자가 융합하여 또 다른 원소인 탄소를 만들기 시작한다. 탄소는 이어 산소를 만들고, 산소는 규소와 황으로 바뀐다. 이렇게가벼운 원소가 융합하여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과정은 ‘항성핵합성‘의 연쇄 반응이다. 이런 융합 과정은 주기율표를 따라 계속 올라가 별이 철을 만들 때까지 이어진다. 이 무렵이면 별은 이제 너무 무거워져서 에너지가 더 이상 방출되지 않고 고스란히 안으로 흡수된다. 그 결과로 결국에는 거대하고 격렬한 폭발이 일어난다.
- P79

우리 주위의 분자들 역시 오래된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마시는물이 신선하다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과학자들은 물이 태양보다 오래되었다고 믿는다. 그러니 여러분이 다음에 물을 마신다면 그것이 한때는 구름이었고 빙산이었고 파도였음을, 해저 협곡을 따라 굽이쳤음을 생각하자. 여러분의 몸속에 들어오기 전에 그것은 평균 3,000년을 바다 속에 있었고, 비로 내리기 전에 하늘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 빙하에 갇혀 보낸 세월은 그보다 더 오래여서 수천 년에서 수십 만 년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빙하가 녹으면서 물은 보름가량 개울과 강을 떠다니다가 바다로 흘러갔다. 이런 순환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45억 년 동안 수없이 되풀이되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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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미생물군 유전체 프로젝트‘의 창립자 릭 스티븐스의 말대로 "지구 생명체의 50퍼센트는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지구를 생명이 사는 곳으로 만드는 것은 그들이다." 과학자들은 이제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와 먹는 음식을 포함하여 지구의 체제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지구에서 가장 작은 생명체들이라는 것을 안다.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막강한 생물인 것처럼 으스대지만,
실제로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것은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다세포 생물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산소를 생산한다. 우리는 산소가 주로 나무들이 호흡으로 내뿜는 물질이라고 배웠지만, 실제로는 산소의 28퍼센트만이 우림 지대에서나온다. 대다수 산소는 바다에서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조류가 만든다. 하지만 이런 광합성의 원천은 육지에 사는 식물과 조류도 공통으로 갖고 있는 바로 그것, 역사의 어느 시점에 그들 속으로득어간 박테리아다.
- P41

그리고 우리는 크기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는 편이지만,
크기야말로 동물의 생존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속성이다. 크기는 우리가 이 행성에서 어디에, 어떻게, 심지어 얼마나 오래 사는지도 정한다. 하지만 지구에서 살아가는 종들에게 있어서 크기는 한계가 있다.
‘요정파리‘라고 불리는 기생벌은 몸길이가 200마이크로미터에불과하다. 이 자그마한 벌 다섯 마리를 합치면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문장 마지막 마침표에 딱 들어간다. 믿기지 않는 사실은 요정파리가 아메바 같은 단세포 생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복잡한 생물 기관들을 말도 안 되게 작은 꾸러미 안에 집어넣은 다세포 생물이다. 몸 안에는 박동하는 심장, 날개, 다리, 소화계, 제 기능을하는 뇌까지 다 들어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요정파리는작아지는 대신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뇌세포를 희생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요정파리가 성체가 될 즈음이면 뉴런의 95퍼센트에서 핵을 포기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핵은 세포에서 유전 정보가 저장되는 장소다. 이 말은 곤충의 경우 이보다 더 작아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박테리아는 뇌가 없으므로 이보다 공간을 더 줄일 수 있다. 요정파리는 마침표에 다섯 마리만 들어가지만, 단세포 박테리아는 수십만 마리도 가능하다. 크기에 관해서라면 박테리아가 훨씬 더 한계 지점까지 나아간 것이다. 다세포 생물은 단백질과 DNA 같은 필수 구성 요소가 들어설 공간이 필요하므로 이보다 작아질 수 없다. 생명을 무작정 쥐어짤 수는 없다. - P44

 영국의 작가 헬렌 맥도널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규모를 잘 다루지 못한다. 흙 속에 사는 존재들은 너무 작아서 마음을 쓰지 않고, 기후 변화는 너무 거대해서 감히 상상하지 못한다." 위압적인 규모의 대상과 숫자는 모호하게 뭉개져서 연구자들이 규모맹scale blindness‘ 이라고 부르는 현상에 빠지고 만다. 거대한 우주와 극소의 양자 세계는 우리의 존재의 근본이겠지만, 대개의 경우 우리는 우리가 차지하는 세상의규모보다 크거나 작은 규모를 의식하는 일이 거의 없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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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까지 ‘현실‘은 인간이 만지고 냄새 맡고 보고 들을 수 있는모든 것이었다. 전자기 스펙트럼 도표가 처음으로 공개되고 나자인간은 자신들이 만지고 냄새 맡고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 ‘현실‘
의 백만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미래에 영향을 미치게 될 요인의 99퍼센트는 인간의 몸으로 감지하지 못하는 영역의 현실에서 인간이 도구를 사용해서 벌이는 활동으로 인한 것이다.
- 리처드 버크민스터 풀러 - P9

개인으로서 우리는 명백한 것을 못 볼 수 있지만, 집단으로서 사회 역시 그럴 수 있다. 여기 생각해 볼 만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21세기에 우리는 온갖 곳에 카메라를 설치했지만, 우리가 식량을 얻는 곳, 에너지를 얻는 곳, 쓰레기를 보내는 곳은 예외다. 지구 상 가장 막강한 생명체가 자기 삶을 지탱하는 것들을 보지 못하는 건 어찌 된 영문일까?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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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오래된 벽돌 건물 창 너머로가냘픈 그림자가 지나다닌다고 하네요.
흰머리에 잿빛 눈을 한 여자가 그 집에 산대요.
길고 검은 옷을 입은 그 여자는 새하얀 타일이 빛나는 방을 지나가서는 전화기가 놓인 널찍한 나무 책상 앞에 앉습니다.
그러고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기죠.
- P3

하지만 마리는 나무와 납으로 만들어진 상자 앞에서 가장 오래 머물러요. 그럴 때면 그 잿빛 눈 속에서작은 불꽃이 춤을 추어요.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다이아몬드보다 귀한 보물, 미국에서 보내 준라듐 1그램이 거기 있답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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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헬은 아예메넴의 몬순기 공기가 얼마나 눅눅한지 잊고 있었다. 부풀어오른 옷장이 삐걱거렸다. 잠긴 창문이 벌컥 열렸다. 표지 사이의 책장이 눅눅해져 물결쳤다. 저녁때면 낯선 벌레들이 망상처럼 나타나 베이비 코참마의 흐릿한 사십 와트짜리 전구에서 타들어갔다. 바싹 화장된 사체가 낮이면 마룻바닥과 창틀 여기저기 널려 있어, 코추 마리아가 플라스틱 쓰레받기에 그것들을 쓸어담아 버릴 때까지는 공기 중에 ‘뭔가 타는‘ 냄새가 감돌았다.
- P23

그러는 동안 그는 어디에 있든 그 배경 - 책장, 정원, 커튼, 문간, 거리 - 에 녹아드는 능력을 갖게 되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익숙지 않은 눈에는 투명한 존재와도 같았다. 그를 모르는 사람들은 에스타와 한방에 있더라도 한참 후에야 그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에스타가 전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더 긴 시간이 걸렸다.
어떤 사람들은 전혀 알아채지도못했다.
에스타는 이 세상에서 극히 작은 공간만을 차지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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