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고등어를 일컫는 ‘사바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선 약간 의미가 바뀌어사용되고 있다. ‘사바사바‘란 ‘뒷거래를 통하여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 적혀 있다. 그 말이 생긴 유래도 흥미롭다. 어느 한 일본인이 나무통에 고등어 두 마리를 담아서 관청에 일을 부탁하러 가는데, 도중에 어떤 사람이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사바 가지고 관정간다고만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와전되어 ‘사바사바한다‘는 표현으로 우리에게 전해졌고, 주변에서 누구는 사바사바를 잘해서 잘됐다‘는 이야기를 한 번정도는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 P205

"한 입 씹자마자 그야말로 오래된 뒷간에서 풍겨 올라오는듯한 가스가 입안에서 폭발할 것처럼 가득 찼다가 코로 역류하여푹 터져 나온다. 눈물이 찔끔 솟고 숨이 막힐 것 같다. 그러고는 단숨에 박사발에 넘치도록 따른 막걸리를 쭈욱 들이켠다. 잠깐 숨을 돌리고 나면 어쩐지 속이 후련해진다. 참으로 이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 버리는 맛의 혁명이다."
소설가 황석영은 『황석영의 맛과 추억에서 1970년대 홍어를처음 먹었을 당시의 느낌을 이렇게 묘사했다. 또 맛칼럼니스트 고형욱은 이렇게 표현하였다. "참홍어의 구린 냄새와 듬직한 돼지고기의 맛을 품 안에 감싸는 김치 맛의 포용력은 강한 충돌 끝에 화해를 이룬 아이러니한 음식 맛의 극치 중 하나다." 남도의 음식인지라 문학적 표현 또한 남도다워 이보다 잘 표현할 수가 없다. - P209

그러나 참홍어와 같은 연골어류는 삼투 조절 방식이 경골어류와 다르게 진화하였다. 특이하게도 참홍어는 혈액 속에 요소와 요소 이전의 물질인 트리메틸아민산이 많이 들어 있어 체내 삼투압이 해수와 거의같고, 오히려 신장으로부터 요소를 배출하지 않고 재흡수하여 높은 삼투압을 유지한다. 참홍어가 죽으면 몸속의 요소가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으로 분해되면서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데, 이 두 물질이 코끝을톡 쏘는 맛의 원인 물질이다. 그러니까 참홍어의 맛은 삼투 조절의 결과라 말할 수 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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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위에 사는 풀벌레는 풀색을 띠고, 바다 밑 모래 바닥에 사는 가자미는 모래와 같은 색을 띠어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게 위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고등어를 비롯한 참치, 삼치, 정어리 등과 같이 평생을 물에 떠서 사는 표영어류(떠살이 물고기)는 위아래, 전후좌우 모두가 투명한 3차원 공간에 노출되어 있어 숨을 곳이 없다.
그래서 이들 떠살이 물고기는 대체로 등 쪽이 푸르고 배 쪽은 은백색이다. 등 색깔이 푸른 것은 먹잇감을 찾아 배회하는 바닷새가 하늘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바다색과 구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고등어 등에 있는 녹청색의 물결무늬는 물결이 어른거리는 자국과 같은 모양이다. 그리고 물 밑에서 수면을 보면 햇빛이 투과되어 은백색으로 보이는데, 고등어 또한 배가 은백색이어서 물 밑에 있는 포식자가 위를 쳐다보았을 때 분간하기 힘들다. 이와 같이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변 환경에 적응하여 자신을 숨기는 고등어의 보호색은 훌륭한 위장술이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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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문제‘의 해법을 발견한 것 같다. 많은 과학적 대발견이그러했듯이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해답은 명백했다. 그러나 스케줄에 없던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해법을 발견할 수없었을 것이다. - P7

그 다음에는 책상 위에 올라가 공중에 주먹질하며 입을 모아 "아스파이가 통치하라!"를 외쳤다. 내가 읽은 바에 따르면,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아이들은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이번 경험이 그것을 일시적으로 치유해 주는 것 같았지만, 부모들은 또다시 긍정적인 피드백을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소리치고, 어떤 경우에는 아이들을 책상에서 끌어 내리려고 시도했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보이는 진전보다 사회적 관습에 더 집착하는 것 같았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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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이 이모네 집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나는 시현이네 집에서 살아보았지만 시현이는 이모네에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른다. 허름함의 첫 충격을 극복하기만 하면 시현은 스마트폰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곳을 좋아할 것이다. 하루 종일 유튜브를 들여다보며 춤동작을 연구할지도 모른다. 곽은태 선생님부부가 꿈꾸는 시현의 미래와는 전혀 다른 길로 가게될지도 모르고, 나는 그런 시현의 미래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질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달콤한 무심함을 시현에게 한 숟갈 떠먹여주고 싶었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 최고의 가정에서 자란 시현이 단 하나 가지지 못한 바로 그것. 허술하고 허점투성이인 부모 밑에서 누리는 내마음대로의 씩씩한 삶 말이다. - P244

이모의 나직한 목소리가 내 귓전을 떠돌았다. 나는 그 이야기를을 모두 귀담아듣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는 들고, 어느 정도는 흘려보냈다. 나를 휘감고 있는 단단한 팔뚝, 내 볼을 쓰다듬는 손바닥, 언제나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 딱 알맞은 압력, 그것에대해서만 생각했다. 그것이 없는 삶이라니. 내생에서 음식물 쓰레기통이 사라지면 이모 김은숙 씨도 함께 사라진다니. 그 둘이 하나였다니, 세상에 이럴 수가나는 나도 모르게 의미 없는 덧셈과 뺄셈을 무한히 반복하곤 했다. 나에게 부모가 있었다면 나에게 곽은태 선생님처럼 훌륭한 부모가 있었다면, 나에게 기부금이 없었다면 나에게 그 음식물 쓰레기통이 없었다면 가능하지도 않은 덧셈뺄셈에 병자처럼 집착해, 날마다 셈이 달랐다. 어떤 날은 어차피 부모도 없는데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가 어떤 날은 부모가 없으니 다른 건 하나도 밑질수 없다고 발악했다. 셈이 남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떤 날은 크게 밑지고 어떤 날은 적게 밑졌다.
그 모든 덧셈과 뺄셈에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는 숫자가 바로 이모였다. 한 번도 변한 적 없이 내 곁에 있어서 의미를 고민할 필요가없었던, 그 존재조차 의심해본 적 없는 한 사람이었다.
그 이모가 내 곁에 있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내가 음식물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나왔기 때문이다. - P260

시현은 재수 없고 싸가지 없고 인정사정없었다. 그런데 그의 부모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이런 순간의 시현이 가장 시현답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재수 없고 싸가지 없는데도 미워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알 수 없이 홀딱 반하게 되는 것이 시현의 힘이다.
이모라면 시현의 그 힘을 쉽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성깔 부릴 때 쪽찢어지는 저 눈이야말로 시현의 제일 예쁜 점이라고, 저 화살 같은 눈으로 자기 갈 길을 정확하게 찾아간다고 얼토당토않게 갖다 붙이고 흐뭇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모가 소망한 대로 시현은 화살이되어 자기 길을 날아갔을 것이다. - P264

내 귓가엔 음악이 흐르고 있다.
나는 어디에도 설 수 있다.
나는 춤추고 있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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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누구든 입을 연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바로 너 때문이야. 곽은태 선생님은 아내에게 성난 눈길을 던지고, 시현 엄마는 아들을 야단치고, 시현은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러니까 최종적으로는 나 때문인 것이다. 지금은 침묵 속의 비난을 조용히 견디고, 숨은 이유는 차차 찾기로 한다. 일단은 마음속으로 힘겹게 중얼거렸다. 나 때문이 아닐 거야.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화를 내지만 그 진짜 이유는 얼토당토않은 곳에 따로 있다. 이모가 나에게 가르쳐준 그 놀라운 비밀은,
지금 내가 이 고통스러운 죄책감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되어주었다. - P172

곽은태 선생님은 아들의 그 멋진 공연을 보러 오지 않았고 시현이 엄마는 그런 공연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울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바닷가재 레스토랑에서 시현이 바닷가재가 맛없다고 삐죽거렸던 것이 생각났다. 그들은 각각 최고의 것을 눈앞에 놓고도 그건 하나도 좋은 게 아니라고 손발을 내저었다. 가족이란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세상이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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