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누구든 입을 연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바로 너 때문이야. 곽은태 선생님은 아내에게 성난 눈길을 던지고, 시현 엄마는 아들을 야단치고, 시현은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러니까 최종적으로는 나 때문인 것이다. 지금은 침묵 속의 비난을 조용히 견디고, 숨은 이유는 차차 찾기로 한다. 일단은 마음속으로 힘겹게 중얼거렸다. 나 때문이 아닐 거야.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화를 내지만 그 진짜 이유는 얼토당토않은 곳에 따로 있다. 이모가 나에게 가르쳐준 그 놀라운 비밀은,
지금 내가 이 고통스러운 죄책감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되어주었다. - P172

곽은태 선생님은 아들의 그 멋진 공연을 보러 오지 않았고 시현이 엄마는 그런 공연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울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바닷가재 레스토랑에서 시현이 바닷가재가 맛없다고 삐죽거렸던 것이 생각났다. 그들은 각각 최고의 것을 눈앞에 놓고도 그건 하나도 좋은 게 아니라고 손발을 내저었다. 가족이란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세상이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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