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녀는 삶이 느려지고, 그녀와 마찬가지로 남편의 기력도 약해질 그 나이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고, 그 후로 이십 년쯤이 더 지나 아무 모자나 마음 내키는 대로 쓰고도 바보처럼 보일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바보처럼 보인다고 말할 남편조차 없게 될 그 나이도 즐겁게 기다린다고, 미첼에게 말했다.
친구 미첼은 그녀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녀는 사실 그때가 오면, 나이와 함께 잃어버린 다른모든 것을 모자와 그런 자유가 보상해주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구나 이제 소리 내어 이런 이야기를 하고 보니, 어쩌면 그런 자유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조금도 즐겁지 않은 것 같았다. - P1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무렵 나는 모든 것에서 어두운 면만 보았다. 부자들은 미웠고 가난한 사람들은 역겨웠다. 아이들 노는 소리는 거슬렸고 노인들의 침묵은 불편했다. 세상을 혐오하며 돈의 보호를갈망했지만 내겐 돈이 없었다. 주위에서 여자들이 온통 비명을 질렀다. 나는 시골의 평화로운 은신처 같은 곳을 꿈꿨다.
나는 계속 세상을 관찰했다. 내게는 두 눈이 있었지만 더는많이 이해할 수 없었고 더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느끼는능력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내 안에는 더 이상 설렘도, 더이상 사랑도 없었다.
그러다 봄이 왔다. 나는 겨울에 너무 익숙해졌던 터라, 나무에 돋아난 잎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

나는 이제 상태가 좋아졌으니, 치료가 곧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급해졌고, 궁금해졌다. 치료는 어떻게 끝나는 것일까? 다른 것들도 궁금했다. 이를테면, 나를 데리고 하루를 지나 또 다른 하루로 넘어가는 데만 온 힘이 필요한 이 상황이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까? 그 질문에는 답이 없다. 치료에도 끝이 없거나, 아니면 치료를 끝내길 선택하는 사람이 나는 아닐것이다. - P1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을 떠나기 2주 전 마지막으로 치샴푸를 길에서 마주쳤다. 그는 작업복 대신 빳빳한 흰색 셔츠와 검은색 양복 상의를 입고 있었다. 근처 식당에서일하는 딸을 만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의 옆구리에 책 한 권이 보였다.
「10인의 현대 산문 작가』라는 책이었다. 처음으로 온라인과 현실의 두 페르소나가 하나로 합쳐진 그의 모습을 보았다. 「어떻게 영감을 얻나요?」 전에 내가그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글을 쓸 때면 무엇이든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할 때는 현실적이 되어야 하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모든 것이 내게달려 있죠 - P5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광청은 자신의 가능성을 진심으로 믿게 된 것이 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친절함과 정의감이 존재하며 용기를 내서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에게 중국 공산당이 궁극적으로 내부로부터 개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상상하기 어려운일입니다. 그들은 아직도 폭력의 힘을 믿고 있거든요. 중국에는 무력으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죠 중국 공산당은 종종 천광청과 그 밖의 반체제 인사들을 예외적인 사람들이라고 설명했지만 천광청은 그렇게 생각하지않았다. 「2,500년 전 공자는 사람들이 제각각 다른 길을 선택하더라도 결국에는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어요. 아이웨이웨이와 내가 성장 배경이 얼마나 다른지 보세요. 그는 엘리트 집안 출신인 반면에 나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죠. 하지만 우리는 둘 다 정의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가 다른 비유를 들었다. 이를테면 물의 표면과 같아요.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 두면 수면은 매우 평화롭죠. 하지만 그 위로 조약돌을 던지면 물결이 사방으로 일고 서로 교차하기도 합니다. 권리를 둘러싼 의식은 바로 그런 식으로 작용하는거죠.」이야기를 나누면서 천광청이 점자 장치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키보드만 한 그 검은색 기계 장치는 입력 내용을 화면에 띄우는 대신 소리 내어 읽어 주었다. 인터넷이 중국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느냐고 묻자 그가 한숨을 내쉬고는 기술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인터넷에 의존하는 건 아닙니다. 수많은 다른 경로들이 존재하죠. 중국에는 <입 밖을 나온 말은 바람보다 빠르다. 한 사람에게서 열 사람으로, 열 사람에게서 백 사람으로 퍼져 나간다>라는 말이 있어요. - P4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인들은 인(仁)>이라고도 알려진 <인정(人情)>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이 개념은 서양의 <대접받길 바라는 만큼 먼저 타인을 대접하라>는 원칙처럼 중국의 도덕관념에서 중요성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중국 아이들은 실용적인 차원에서, <남을 도우려다가는 자칫 사기를 당한다>라는 말처럼 감흥이 덜한 부분에도 신경을 쓰도록 배웠다. 구체적으로는 <진즉부터 깨져 있던 도자기를 네가 깼다고 비난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펑스> 같은 단어가 주는 공포였다.
오늘날 중국의 많은 사람들은 위험한 해류로 둘러싸인 채 새롭게 번창하는 섬에 사는 듯 느끼고 있었다. 요컨대 섬에 발을 디디고 있는 동안에는 안전하고 만족스럽지만 한순간이라도 헛디뎠다가는 곧바로 세상을 하직할 수 있었다. 스스로의 삶에 너무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계속해서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권이 없다고 느꼈다. 언론인인 내 친구 파예리가 내게 물리 선생님이었던 자신의 아버지가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에 부딪쳐 땅바닥에 넘어진 일을 들려주었다.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 최대한 서둘러 자전거를 끌고 그곳을 벗어났어요. 그는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자신이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분명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사칭해서 득을 보려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중국에서는 곤경에 휘말리기가 쉬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책임을 뒤집어쓸 위기에 처하는 상황은 지난 수년간 반복적으로 신문의 표제를 장식한 시나리오였다. 2006년 11월 난징에서 한 나이 든 여성이 버스 정류장에서 넘어지자 펑위라는 젊은이가 길을 가다 멈추고 그녀를 도와 병원에 데려갔다. 건강이 회복되자 그녀는 평위가 자신을 넘어뜨렸다고 제소했고 지역판사는 그 주장을 받아들여 그에게 7천 달러가 넘는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증거가 아닌 이른바 <논리적 사고>에 의거한 판결이었다. 즉 죄책감이없었다면 펑위가 절대로 그녀를 돕지 않았을 거라는 논리였다. - P417

갈취당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될 확률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았지만 대중의 의식 속에서는 점점 증가했다. 그렇게 믿는 편이 현재에 대한 그들의 불안감, 즉 남보다 앞서려는 경주가 중국의 윤리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인식과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동료 시민들을 하찮게 여길수록 그들을 도와주려는 의지도 사라졌고 악순환은 계속되었다. 하드웨어 시티를 연구한 인류학자 저우루난은 억울한 누명을 쓸 위험에 직면했을 때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이주자들보다 더 예민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개인은 시민 사회의 기초입니다. 반면 중국에서는 집산주의 사회가 와해되고 있음에도 아직 이 체제를 대체할 만한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어요...... 타지에서 살아가려면 스스로 자신을 건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이 아내나 남편과 아이들이 삶의 중심이 됩니다.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덜 중요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마음속에 경계를 긋는 거죠.>
중국 언론은 이 같은 사건들이 대도시 생활의 소외 문제를 보여 준다는 이론을 재빨리 보완했다. 「환구시보」는 <비정한 방관자들이 단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언했고 「인민일보는 그 사건들이 <국가의 도시화 과정에서 불가피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그럼에도 샤오웨웨와 그 밖의 다른 사례들을 깊이 파고들수록 나에게는 이러한 설명들이 미흡하게 느껴졌다. - P419

이따금 나는 만일 중국의 지도자들이 레이펑 깃발이나 조화로운 사회라는기치를 내거는 대신 정부 기관들을 보다 윤리적이고 믿음직하며 정직하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신뢰할 만한 신호들을 보여 준다면 중국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했다. 적어도 공자의 주장에 따르면 국가는 행동과 비행동을 통해 도덕적 견해를 피력한다. 공자는 <군자의 먹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같아서,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쓰러진다>라고 말했다. 인권 탄압과기만에 빠진 중국 정부는 현대 사회에서 중국인이라는 사실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 당은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경제적 번영과 안정, 공허한 영웅들에게 의지했다. 그 결과 영혼을 두고 벌이는 전투에서 스스로 무장을 해제했고 중국 국민들은 그들 나름대로 우상을찾기 위해서 관념(觀念) 시장을 배회하고 있었다. - P4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