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우리는 다윈 혁명의 완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 지적대변혁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한편으로는 단순히 성스러운 창조대신 진화가 인정된 것이고(이것은 다윈 생존시에 이미 교양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취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호모 사피엔스가 유구한역사를 가진 아름드리 계통수 한 구석에 최근에 돋아난 미미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프로이트적 인식이 생긴 것이다(이것은 아직 성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다윈혁명은 자연의 참모습을 파악하는 중심 범주를 본질 대신 변이로 대치한 것이다 (마이어는 『동물 종과 진화 Animal species andEvolutions (1963)를 통해 플라톤적 본질론이 아니라 <집단 사고야말로 다윈 혁명의 핵심임을 온몸으로 옹호한 이 시대 최고의 진화학자다).
플라톤의 세계에서는 변이가 우연한 것이고 본질이 더 높은 현실이었지만, 다윈의 혁명에서는 오히려 변이가 확고한 현실로서 가치를갖고, 기술적으로 〈본질〉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던 평균은 추상적인 것이 되었다. 현실에 대한 이해에서 이러한 〈전도〉보다 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있을까?
- P67

첫째, 정신적 안정과 강인한 의지의 잠재적 힘은 신비로운 것이 아니다. 그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과학적 접근이 가능한 범위에 있는 문제임을확신한다 (결국 이 문제는 사고와 감정의 생화학이 면역 체계에 일으키는 반응의 문제로 좁혀질 것이다). 둘째, 긍정적인 태도를 갖자) 하는 운동이 생각지 않게 발휘하는 잔인성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이 운동은 개인적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해 내면 깊은 곳에서 긍정적사고를 불러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꾸짖는 식으로 교활하게 변질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성격과 기질은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것이기 때문에 성격을 근본적으로 개조할 필요가 있음을 알아도 그렇게 쉽게 고치지 못한다. 우리의 심장에 긍정적 태도>라는 이름의단추는 없으며, 그것을 한번 누르기만 하면 당장 긍정적 사고가 효과를 발휘하게 하는 손가락도 없다. 개인의 습성과 기질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초대한 적도 없고 반갑지도 않은 사건에 휘말렸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잘 대처하는데 당신은 왜 그렇게 못하느냐고 누가 감히 책망할 수 있겠는가?!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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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헉슬리의 체스판

우주를 묘사하기 위해 선택하는 비유를 보면 그 사람의 특성이그대로 드러난다. 예를 들면, 셰익스피어는 이 세계를 하나의 무대로, 모든 남녀는 단지 〈배우로 봤다. 늙고 추해진 말년의 프랜시스 베이컨은 외적 현실은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17세기중반 영국의 의사이자 작가이던 토머스 브라운은 세계는 영원 속의 작은 괄호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비유했으며, 셰익스피어는 「윈저의 유쾌한 아낙네들」에서 피스톨과 폴스타프가 나눈 대화 중에이 세상은 칼로 껍질을 열기만 하면 되는 굴이다〉(내가 맘껏 이익을빼낼 수 있는 곳이라는 뜻—— 옮긴이)라고 말했다.  - P19

<다른 생물>이 <인류보다 못하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더구나 그 기사가 다루고 있는 단순한 생물인 곤충류는 포유류와 5억 년 전에 진화적으로 갈라졌으며, 수많은 곤충들이놀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화학적 방어 체계를 유지하고 있음은 모든 과학자들이 다 아는 사실인데도 말이다. 또한 그 기사는 해면동물처럼 진화의 사다리 저 아래쪽에 있는 생물조차도 다른 생물들의조직을 인지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놀라워하고 있다. 이렇듯 전문 학술지까지 진화를 사다리로 형상화하는데...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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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나무들 아래에서 자라는 몬스테라는 그만큼 받을 수 있는 빛의 양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몬스테라 자체도 잎이 많은 식물이라,
만약 몬스테라 잎에 구멍이 없었다면 식물의 아래쪽에 있는 잎들은 빛을 받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나마 잎에 구멍이 뚫려 있어 구멍 사이로 빛이 통과해 아래쪽 잎까지 닿을 수 있는 거죠.
말하자면 빛이 귀해서 그 귀한 빛을 고루 나눠 가지기 위해 잎에 구멍이 난 상태로 진화한 것입니다.
- P75

제비꽃이 번식력이 강한 이유는 개미가 이들의 번식을돕고 있기 때문이에요. 제비꽃의 씨앗에는 엘라이오솜이라는달콤한 젤리 같은 게 붙어 있는데요. 개미가 이것을 좋아해서씨앗을 개미집으로 옮기죠. 땅속까지 씨앗을 가져갈 수는 없으니, 엥라이오솜만 떼서 땅속으로 가져가고 씨앗은 집 입구에 버려요. 그 덕분에 버려진 씨앗은 개미가 남긴 다른 찌꺼기를 양분으로 삼아ㅠ더 잘 틔울 수 있게 돼요. 그래서 콘크리트 틈이나 벽돌 사이에서 제비꽃이 자라나는 거고요. 다만 군락을 이루는 경우는 바람의 영향인 경우가 많죠. - P114

 우리는 흔히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는 과일, 풀에서 열리는 열매는 채소라고 구분하곤 합니다. 이것이 틀린 말은아니지만, 정확히는 씨방 또는 이와 관련된 기관이 자란 것을과일, 밭에 심어서 가꿔 먹는 식물은 채소라고 정의합니다. 열매 말고도 잎, 뿌리, 꽃 모두 채소라고도 하고요. 이 정의를 기준으로 보아도, 토마토는 역시 과일이면서도 채소입니다. 정확히는 과일의 ‘과 자와 채소의 ‘채‘ 자를 따서 ‘과채류라 부릅니다. 채소 중에서 열매와 씨앗을 식용하는 경우 이를 과채류라하고, 토마토 말고도 참외와 오이, 가지, 콩과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 P148

 일본 사람들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식물이라며 복수초를 워낙에 좋아하거든요. 도쿄대학교 부속 식물원에서 만났던 할아버지가 복수초를 발견하고 유독 기뻐하셨던 게 그런 이유 때문일 수도 있겠어요. 추운 겨울 복수초를 발견하고 반가워하는 그 자체가 그사람 몫의 행복일 겁니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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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의 쓸모
2016년, 덴마크 출신의 작가 ‘카밀라 베르너 Camilla Berne‘가 한국에서 전시를 열었는데, 그때 그의 작업을 함께 도운 적이 있습니다. 그는 버려진 땅에 사는 식물을 소재로 작업을 이어왔는데, 한국의 식물에는 생소한 그를 위해 식물의 이름과 종 정보 등을 알려주기로 했죠. 그는 전시장 근처인 서울 서촌의 골목 사이, 건물이 허물어진 공터에서 스스로 자라난 잡초들로 꽃다발을 만들어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말하자면 ‘잡초‘라는 식물에 화훼식물로서의 가치를 쥐여주는 일이었죠..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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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황당한 논쟁이 벌어졌을까요? 다시 ‘현생 인류의 정의‘ 문제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은다른 사람들과 생김새가 꽤 다릅니다. 6만 년이나 고립돼 있었으니 고유한 특성이 많이 생겼겠죠. 그래서 만약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을 같은 종(인류)으로 포함시킨다면, 생김새가 몹시 다양한 다른 사람들 (고인류 포함)도 같은 종으로 인정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가능해집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바로 네안데르탈인입니다. 생김새는 비록 많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과 유럽인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생김새의 차이보다 월등히 그 차이가 큰 것도 아니거든요. 네안데르탈인의 생김새는 현생 인류가 지닌 생김새의 다양성 범위안에 충분히 포함됩니다. 네안데르탈인 역시 현생 인류의 일부가 될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사이에 자손이 나왔고, 그 결과 우리를 비롯해 지구 곳곳의 현생 인류의 몸 안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둘을 다른 종으로 구분하는 게 과연 옳을까요? ‘호모 네안데우한 특성이 많이르탈렌시스인지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현생 인류의 아종)‘인지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 P262

그래서 저는 다른 입장에 서 있습니다. 현생 인류가 한곳이 아니라다양한 지역에서, 홀로 세계로 진출한 게 아니라 각 지역에 존재하던여러 인류와 만나 교류하며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볼 수 있는 광범위한 지역적 다양성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모두 현생 인류의 한 식구인 것은 물론이고요. 이런 생각은 현생 인류가 어느 한 시점에 홀로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여러 지점, 여러 시점에서 다발적으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아프리카 기원론의 맞수인 ‘다지역 연계론(다지역 진화론)‘ 입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서로 교류하며 유전자 이동(gene flow)을 통해 계속 하나의 종으로 진화해 왔다는 다지역 진화론은 최근의 유전학 연구 결과와도 부합합니다. - P262

21세기에 들어서서 고인류학 연구는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데니소바인처럼 뚜렷한 화석 없이 DNA 로만 존재하는 인류 조상도 발견되었습니다. 고DNA 추출 기법이 계속 발달하고 비용이 절감되면서 유전학은 고인류학에서 화석과 동등한, 어쩌면 더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입니다. 그에 못지않게 새로운 고인류 화석 역시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연구가 쌓여 가면서 우리는 근원적인 질문을 새롭게 묻고 대답을 찾습니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있게 되었는가?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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