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풍등에 쓸 문장을 여러번 고쳐 썼다. 다이어트, 주택청약 당첨, 포르셰 카이엔, 첫 책 대박 나게 해주세요…… 뭔가 다 내 진짜 소원이 아닌 것 같아 빗금을 쳐서 지워버렸다. 아마도 그러는 사이 구멍이 나버린 것이겠지.
나는 결국 풍등에 두 글자만을 남겼다.
규호,
그게 내 소원이었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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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가 우주로 나가서 일하는 것은 그의 경력 중 일 퍼센트에 불과하며 우주복을 입고 일하는 것은 다시 그중의 일 퍼센트다.
- 메리 로치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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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서 앤더슨은 "지구라는 행성에 방문한 인간이 초래한 교란이 도처에서 잡종형성 사례를 증가시킬 게 분명하며, 무수한 잡종과그들의 서식지는 새로운 진화계통의 묘판이 될 것이다" 라고 주장한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중요한 진화단계는 첫 번째 잡종세대(FI)가 아니라 그다음 세대(F2)에서 나타난다. F1은 요구사항이 균일하며, 대체로양쪽 부모의 요구사항의 중간에 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랜트 부부가 현재 다윈핀치들에게서 관찰하고 있는 상황이 바로 그렇다. 첫 번째 잡종세대의 부리와 몸은 양쪽 부모의 중간형태인 것이다.
그러나 F1의 자손, 즉 F2에서는 경이로운 일이 일어난다. 앤더슨은
"두 번째 세대는 자기만의 특정한 서식지를 요구하는 개체들로 구성될것이다"라고 언급한 후, 다음과 같이 한 번 더 강조했다. "두 번째 세대는 최적의 발육에 필요한 자기만의 특정한 서식지를 요구하는 개체들로 구성될 것이다."
- P396

우리는 잡초의 침입‘과 ‘종의 도입‘을 자연의 위대한 작업, 즉 다왼주의의 창조적 과정에서 일탈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격변은 모든 시대를 통틀어 반복적으로 일어났던 사건임을 명심해야 한다. 즉,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되풀이된 진화의 한 표본일 뿐이다. 비록 우리와 같은 의식을 지닌 우점종, 즉 ‘관찰하는 정복자‘가 출현한 적은 없었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진화이론의 틀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앤더슨과 스테빈스에 의하면 이런 사건들은 ‘생태적 우점종(오늘날에는 인간)의 영향하에 진화가얼마나 빨리 진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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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종의 등장과 몰락을 발견했다고 해서, 자연선택의 힘이 줄어드는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다윈핀치들이 지구상에 나타난 새로운존재라는 사실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강한 선택압은 핀치의 부리를 형성하고 재형성함으로써 모든 부리들이 사라지는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다윈과정은 하나에서 다수를 창조했으며, 심지어 지금도 창조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만약 자연선택이 각 섬에서 각세대에 계속 부지런하게 작용하지 않았다면 다수는 금세 다시 하나가되었을 것이다.
- P347

다윈은 『연구일지』에서 새들의 유순함을 서술한 갈라파고스에 관한 장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볼때, 한 지역에 새로운 포식동물이 도입될 경우 토종생물이 낯선 생물의 힘이나 기교에 적응하기 전에 얼마나 큰 재난이 일어나는지 유추할수 있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생태학을 확립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유명한 구절을 통해 이 점을 부연설명하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든 복잡한 관계망이 모든 생물들을 연결한다. 종을 하나라도 더하거나 빼면, 동심원이 하나씩 추가되며 변화의 파동이 망 전체로 퍼져나간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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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감.
그것은 타인에게 별 기대가 없는 내가 평소에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웃긴 일이었다. 재희는 그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했을 뿐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내 정체성이 밝혀지는 데 별 거리낌이 없는 편이었다. 술만 들어가면 길바닥에서 남자와 키스를 하는 주제에 소문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웃긴다고 생각했다. 다만 나의 비밀이 재희와 그 남자의 관계를 위한 도구로 쓰였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누구든 떠들어대도 괜찮지만, 그 누구가 재희라는 것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다른 모든 사람이 나에 대해 얘기해도 재희만은 입을 다물었어야했다.
재희니까. - P52

그렇게 한참 동안 의미 없는 메시지를 주고받다보면 갑자기 바람빠진 풍선처럼 모든 게 다 부질없어지곤 했는데, 그가 나에게 (어떤 의미에서든)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벽에 대고서라도 무슨 얘기든 털어놓고 싶을 만큼 외로운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그런 외로운 마음의 온도를, 냄새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때의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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