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예나 지금이나 속물이었다. 동시에 내가 아는 그누구보다 세속에서 살아가는 재능과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겸비한 천재였다. 성공하고픈 욕망이 가득했고 실제로차근차근 이루어가고 있었다. 아마 수많은 기업인들이 동생과 비슷한 단계를 거쳤을 것이다. 다만 그들 대다수는 부의 정점에 오른 다음에도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주했다. 노동자를 밟아 누르고, 중소기업을 피눈물 쏟게 했으며, 정치인과 야합해 나라를 제 입맛에 맞게 건드렸다. 왜그럴까 늘 생각했는데 오늘 그 답의 편린을 주운 느낌이었다. 그들은 원칙이 없었거나 권력을 얻으며 잃어버렸다. 방향성 없는 권력은 블랙홀처럼 팽창하며 약자들을 집어삼킨다. 동생은 다르리라. 그들처럼 부자가 된다 한들, 마음속에 원칙을 품고 계속 실행하는 한 비열한 기업인이 되지않으리라. 그건 바람이자 확신이었다. - P254

쇠와 매연, 공장과 작업복의 회색 지대가 저의 세계였듯 여러분 역시 각자 자신의 세계가 있을 거예요. 저는 여러분이자신의 세계를 부끄러워하지 않길 바랍니다. 오히려 더욱더선명하게 그 세계를 완성해나가길 바랍니다. 다만, 내 세계를더욱 또렷하게 하기 위해선, 공부와는 약간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저 꾸준히 우직하게 정진해나가는 게 아니라 자신이 예전부터 관심 가던 분야 혹은 옳다고 생각하던 분야, 재있다고 느꼈던 분야를 찾아 꾸준히 넓게 파고드는 게 중요해요. 까고 말해서 ‘덕질‘하자는 거죠. 거창하게 ‘뭐뭐학 개론‘
같은 두껍고 재미없는 책부터 읽을 필요 없어요. 유튜브나 나무위키도 괜찮습니다. 어떤 경로건 정보의 가지를 계속 뻗어나가는 게 중요해요. - P271

그래, 이제 과거 같은 번영기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이곳에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나의 친구들, 고마운 어른들과 치열하게 살아가는 후배들이 있다. 지금은 비록 돈을 벌러 떠나지만, 언젠가는 이들의 품속으로 다시 돌아오고야 말리라. 돌아와서 고향을 위해 내 나름의 역할에 충실하리라. 비록 몸은 다른 곳에 있을지라도 오늘도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쇳밥꾼들의 마음을 잊지 않으리라. 주머니에 실패한 연애편지처럼 구겨져 있던 천원짜리 석장을 꺼냈다.
고향을 떠나기 전, 풀빵이 먹고 싶었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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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사회적 소외가 심화되는 현재의 상황 뒤에는 노인이 세 가지이유에서 과거만큼 유용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현대적개념의 문자해독력과 학교교육과 급속히 변하는 기술 환경이다. 이제는모든 지식이 글로 저장된다. 따라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있으면 과거에 지식의 창고 역할을 하던 노인의 기억력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또한 제대로 운영되는 국가 사회에는 교육제도가 있다. 제1세계에서 어린아이들은 의무적으로 교육기관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노인의 기억이지식 창고로서의 역할을 끝냈듯이 집단으로서 노인은 더 이상 사회의 교사가 아니다. 기술의 신속한 발전도 노인의 사회적 소외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과거에는 기술이 느리게 변해서, 어린 시절에 배운 것이 거의변하지 않아 70년 후에도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노인의 기술능력이 여전히 유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기술의 혁신이 급속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의 모든 것이 수년 후에는 구식이 된다. 따라서 노인이 70년 전에 받은 교육은 쓸모가 없다. - P350

요약하면, 현대 서구 사회에서 노인의 위상은 지난 세계에 현격하게 바뀌었다. 그로인한 문제들이 현대인의 삶에서 재앙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씨름하고 있다. 노인들은 장수를 누리며 건강한 삶을 향유하고,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은 인류의 역사에서 어느 때보다 노인을 부양하기에 충분한 여력이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과거 사회에 제공하던 효용성을 거의 상실하고, 육체적으로는 더 건강해졌지만 사회적으로는 더 빈곤한 상황에 떨어지고 말았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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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은 힘든 노동의 상징처럼 세상에 알려져 있다. 나 역시 달리 생각지 않았다. 눈앞에 태양만큼 눈 따가운 빛이 아른대고 사방으로 벌건 불똥이 튀어대는 위험한 일로치부했다. 처음으로 용접면을 쓴 순간, 내 짧은 인식이 얼마나 큰 편견덩어리였는지 깨달았다. 온통 어두운 시야 속, 번뜩이는 불꽃만 남은 망망대해 위에서 치열하며 섬세한 손놀림이 8자를 그리며 흐느적댄다. 천천히 진군하는 용융 풀은 나긋하게 산책나온 주홍반딧불이 같다. 목적지에 도달한 불길이 사그라지고, 지나왔던 길엔 위아래 간격이 똑바른 용접 비드만 남아 철판과 철판 사이를 메우고있었다. "어때, 해볼 만할 것 같애?" 아저씨의 물음에 살짝 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근사하네예!" 처음으로 용접을 접한 날이었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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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소규모 사회가 어린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위험한 짓을 하는 걸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이 누리는 자유에 편차가 있는 현상은 여러 이유에서 그런대로 이해되는 듯하다. 우리는수렵채집 사회보다 목축 사회와 농경사회에 처벌이 더 많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두 가지 이유를 이미 살펴보았다. 첫째로, 수렵채집 사회는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반면에 대다수의 농경 사회와 목축 사회에서는남녀의 권리가 다르고, 연소자와 연장자의 권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둘째로, 농경 사회와 목축 사회에 비해서 수렵채집 사회에는 어린아이가피해를 입힐 만한 소중한 재산이 거의 없는 편이기 때문이다. 이런 두가지 이유에서 수렵채집 사회의 어린아이들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듯하다. - P294

이런 복합연령 놀이집단에서는 나이 많은 아이와 나이 어린 아이가 함께 지내면서 서로 이득을 얻는다. 나이 어린 아이는 어른만이 아니라 나이 많은 아이와도 어울림으로써 이득을 얻고, 나이 많은 아이는 어린 동생을 보살핌으로써 경험을 얻는다. 나이 많은 아이가 이렇게 경험을 축적하기 때문에, 수렵채집인이 십대에도 부모 노릇을 어엿하게 할 수 있는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된다. 서구 사회에도 십대 부모, 특히 결혼하지않은 십대 부모가 많지만, 서구의 십대들은 동생을 보살핀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규모 사회에서는 십대에 부모가 되더라도 이미 오랫동안 동생들을 보살핀 경험이 축적돼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 P298

현대 국가 사회에는 정규교육이 있다. 학교와 방과후교실에서 놀이와는 별개의 행위로써, 교육위원회가 결정한 자료를 이용해서 전문교육을받은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러나 소규모 사회의 교육은 놀이와 별개의 행위가 아니다. 소규모 사회의 아이들은 부모와 어른들을 따라다니면서, 모닥불을 둘러싼 어른들과 다른 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배운다. 예컨대 인류학자 뉴리트 버드 데이비드(Nurit Bird David)는 남인도의 나야카족에 대해서 이렇게 썼다. "현대 국가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 즉 6세에 나야키족 아이들은 독자적으로 작은 짐승을 사냥하러 나가고, 친척들을 방문해서 그들과 함께 지내며, 모든 어른의 감독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지만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한다.
(•••) 게다가 교육은 무척 미묘하게 행해진다. 정규교육도 없고 암기도없다. 맥락을 배제한 채 지식만이 전달되는 문화적인 공간(학교)이 없어교실도 없고 시험도 없다. 나야카족 사회에서 지식은 사회적인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니다." - P304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현대 미국 사회에서 노인의 지위가 크게떨어진 데는 적어도 세 가지 가치관이 원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첫째는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가 강조한 노동 윤리이다. 베버는 장 칼뱅(Jean Calvin)의 종교개혁과 관련지어 노동 윤리를 강조했다. 물론 베버는 독일을 중심으로 말했지만, 넓게는 현대 서구 사회에도 적용되는 노동 윤리이다. 베버의 복잡하고 많은 책과 논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건 위험한 짓이지만, 그는 노동을 삶의 중심이고,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을 안겨주는 원천이며, 인격 형성에도 유익한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은퇴해서 일하지 않는 노인은 사회적 지위까지 상실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 P332

독립심과 개인주의, 독립독행과 사생활이란 가치관이 뒤얽힌 미국인의 생활방식에서 노인을 공경하고 돌보기는 힘들다. 갓난아기는 어떤 면에서도 독립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이의 의존성은 인정하지만, 수십 년동안 혼자 힘으로 살아온 노인의 의존성은 마뜩잖게 여긴다. 그러나 현실은 잔혹해서 노인도 결국에는 혼자 힘으로 살 수 없고 독립독행할 수없어 타인에게 의지하며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던 사생활을 포기할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기 마련이다. 의존은 당사자인 노인에게도 고통스럽지만, 과거에 꿋꿋하던 부모가 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처한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중년의 자식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존심 때문에 혼자 힘으로 살려고 끝까지 고집을 부렸지만 넘어져서 고관절이 부러지거나 침대에서 혼자 일어날 수 없는 사고로 더 이상 독립독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노인들을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하지만 미국의 이상은 미국 노인들에게 자존심을 상실하게 만들고, 상대적으로 젊은 돌봄이들에게는 노인에 대한 공경심을 잃게 만든다.
셋째로는 유난히 젊음을 강조하고 예찬하는 미국의 가치관이 노인에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듯하다. 물론 우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젊음의 예찬을 문화적으로 선호한 것은 아니다. 달리 말하면, 젊음의 예찬은 철저하게 자의적으로 결정된 가치관이 아니다. 기술이 급속히 변하는 세계에서 젊은 세대가 새로운 교육을 받아 첨단지식으로 무장함으로써 일자리와 일상의 문제 등 중요한 일들에 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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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전통적인 전쟁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항상 더 치열했던 것도 아니다. 생활환경과 생활 방식에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옥하고 따뜻하며 물도 풍부한 농경지에서 평방마일당 100명이 사는 농경인보다, 사막에서 평방마일당 5명이 사는 수렵채집인들이 자원부족을 절감하며 영토를 확장하려 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중요한 것은인구밀도 자체가 아니라, 자원밀도에 대비한 인구밀도이다. 이런 상대적 인구밀도가 높으면 현실적으로나 잠재적으로 자원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유사한 자원을 지닌 유사한 생활 환경에서 유사한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는 전통 사회들을 비교하면, 인구밀도에 따라 전쟁의 빈도가 증가한다. - P240

뉴기니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나는 우리가 사법권을 국가에게 양도함으로써 포기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국가 사회와 종교와 도덕률은 우리에게 징벌권을 포기하라고 설득하기 위해서, 개인적인 복수는 나쁜 것이란 생각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그러나 복수심에 사로잡힌 행동은 억제하더라도 복수심이란 감정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허용되고 권장돼야 한다.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가 죽임을당하거나 부당한 학대를 받으면, 또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 처절한 복수심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많은 국가 정부가 피해자의 관련자들에게 범죄자의 재판에 참석하는 걸 허락하고, 어떤 경우에는 판사와 배심원에게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주거나, 회복적 사법제도를 통하여 범죄자와개인적으로 만날 기회도 부여하며 ,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의 처형을 지켜보는 것도 허락함으로써 개인적인 불만을 해소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 P248

포유동물의 세계에서, 새끼가 어른(특히 어미)과 접촉하며 보내는 시간의 차이는 수유빈도의 차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불연속적으로 수유하는 포유동물종의 경우, 새끼는 젖을 빨고 보살핌을 받는짧은 시간 동안에만 어미와 접촉한다. 반면에 연속적으로 수유하는 포유동물종의 경우, 어미는 식량을 구하러 나갈 때도 새끼를 데리고 다닌다.
어미 캥거루는 새끼를 항상 육아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어미 박쥐는 비행하는 동안에도 새끼를 배에 안고 다닌다. 어미 침팬지와 구세계원숭이는 새끼를 항상 등에 업고 다닌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토끼와 영양의 패턴을 따른다. 요컨대 어머니나 다른 사람이 아기를 끌어안고 젖을 먹이거나 함께 놀아줄 뿐, 항상 함께 지내지는 않는다. 아기는 낮 시간의 대부분을 침대나 놀이 울타리에서 보내고, 밤에도 부모의 침실과 독립된 침실에서 혼자 잠을 잔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우리는 거의 모든 시간을 영장류 원숭이의 패턴을 따랐지만 지난 수천 년 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현대 수렵채집인들을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아기는 거의 하루 종일 어머니나 다른사람과 함께 지낸다. 어머니가 외출할 때는 아기용 운반도구에 아기를데리고 나간다.  - P271

아기를 똑바로 세워서 안거나 업고 다니는 도구들이 한층 흔해졌지만, 대다수의 도구가 아기를 뒤쪽으로 향하게 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전통 사회에서는 아기를 어깨 위에 얹거나 아기띠 같은 도구로 아기를 똑바로 세우고 정면을 바라보게 하는 식으로 업기 때문에 아기가 돌봄이와 같은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돌봄이가 걸을 때도 신체 접촉을 계속하고, 돌봄이와 똑같은 시야를 공유하며, 똑바른 자세로 옮겨지기 때문에 !쿵족 아이들은 신경운동계의 발달이 미국 아이들에 비해서 빠르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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