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무르호랑이는, 백호 즉 흰 털을 지닌 호랑이보다도 유전자다양성이 낮았어, 이게 왜 문제인 줄 이니 ? 백호는 자연적으로 태어난 게 아니야. 흰 털을 지니도록 사람들이 세심하게 인공 교배를 한 결과로 태어난 호랑이거든. 이 말은, 극히 일부 호랑이를 이용해 교배를 시켰기 때문에 유전자 다양성이 몹시 낮다는 뜻이야. 그런데 이런 백호보다 너 아무르호랑이의 유전자 다양성이 더 낮았다니, 네가 현재 개체수가 급감해 위기에 처했음을 알려주는 거야. 하긴 이건 너 혼자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전체 대형 고양이과 동물은 극히 최근인 약 7000년 ~ 7만 년 전부터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었던 흔적이 유전체에 남아 있다. 혹시, 이 무렵 지구를 뒤덮기 시작한 호모 사피엔스(인류) 때문은 아닐까. 그들이 네게 직접 해를 끼친 것은 아니더라도, 네가 살 곳을 차지하고 그곳을 개간하며 점차 너를 살기 척박한 곳으로 내몬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 P109

 호랑이가 돌아와야 할 당위성은 커요. 호랑이 같은 생태계의 최상위에 있는 육식 포유류를, 환경학에서는 ‘우산종‘ 이라고 불러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으로,
그 종이 존재한다면 다른 종 역시 그 그늘에서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마치 비를 피하는 우산처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거예요. 복원 역시 마찬가지예요. 우산종을 복원하면, 생태계 복원 효과를 그 우산 아래에있는 동물이 두루 누릴 수 있게 됩니다. 호랑이의 귀환은, 동물의 다양성이 낮은 한반도의 전체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거예요. 저 역시 그런 한반도를 고대합니다.
- P125

일단 형태를 갖추자, 당신은 급속히 오늘날의 모습으로 진화했습니다. 그 결과 이빨고래와 수염고래라는 크게 두 가지 고래로 나뉘었습니다. 수염고래는 이빨 대신 ‘벌린 baleen‘이라는 일종의 수염을 지닌 고래입니다. 입을 크게 벌려 크릴등 작은 먹이를 바닷물과 함께 입 안에 가득 머금은 뒤, 수염을 마치 체처럼 써서 물을 걸러 내보내면 먹이만 먹을 수 있지요. 덩치에 걸맞지 않게 작은 바다 생물을 즐기는 고래에게 적합한 섭식 도구입니다. 이빨고래는 뾰족한 이빨이 있는 고래로, 사냥을 통해 어류나 다른 포유류, 심지어 다른 고래를 잡아먹고 사는 고래입니다. 

- P146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비둘기는 대부분 ‘바위비둘기‘ 예요, 바로 아저씨가 속한 종이지요. 색이나 무늬에 변이가 많긴 하지만, 대개 회색 몸에 난개 부분에 두 줄의 검은 무늬가 있는 게 특징이지요. 목 주위에는 녹색과 보라색을 띠는 오묘한 금속 느낌의 색(이렇게 미세한 분자구조에 빛이 비치면 생기는 금속성 색을 구조색이라고합니다. 풍뎅이나 나비의 오묘한 색이 대표적인 예예요)이 비치는데, 꽤 우아하고 상서로운 색임에도 사람은 아무도 그렇게생각해 주지 않는 것 같군요. 이 비둘기는 정확히는 유럽 남부와 아프리카 북부 등 지중해 연안에 살던 ‘야생, 바위비둘기‘가 사람에 의해 사육돼 ‘집비둘기‘가 됐다가, 다시 우여곡절 끝에 도시에 재정착해 세계 전체로 퍼진 새입니다. 정리하면 야생 바위비둘기가 사육돼 집비둘기가 됐고, 그 집비둘기가 다시 야생 상태(주로 도시)로 빠져 나가 적응한 게 바로우리가 도시에서 보는 바위비둘기예요.  - P174

이제 다원이 <종의 기원>을 내놓은 지도 155년이 지났어요. 다윈은 당신을 자연선택의 원리를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으로 소개했어요. 하나의 바위비둘기에서 다양한 외모의 집비둘기가 나오는 과정을 통해 변이와 선택의 원리를 제시했지요. 하지만 바위비둘기에게서 자연선택 이야기를 직접 꺼낸 것은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사람의 사육과 교배에 의한 ‘인위적인‘ 선택의 사례였지요. 그 후 155년 지난 지금의 아저씨 모습은, 오히려 ‘자연‘선택의 사례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도시라는 새로운 생태계가 펼쳐졌고, 이 환경은 다른 모든 새에게와는 달리 아저씨에게만은 번식과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 됐습니다. 아저씨는 살아남았고 개체수를 늘려가며 번성했으며, 전세계로 퍼졌습니다. 그 영리하다는 까치도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도시 생활을, 아저씨는 능숙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그지역의 환경에 적합한 특성을 지닌 종이 선택된다는 자연선택의 원리가, 도시라는 인위적 환경에서도 제대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아저씨만큼 적합한 동물이 또 있을까요.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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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걸 이해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어려, 하지만 때로는 어떤 사람 손에 쥐어져 있는 성경책은 누군가가 그렇지, 네 아빠가 손에 쥐고 있는 위스키보다도 더 나쁘단다."
••••••
" 세상에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어 죽은 뒤의 세계를 지나치게 걱정하느라고 지금 이 세상에서 사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 말이야. 길거리를 쳐다보려무나, 그 결과를 보게 될 테니까."
- P88

집에 도착했을 때 난 오빠에게 월요일 날 학교 가서 애들에게 말해줄게 생겼다고 했다. 오빠가 나에게 몸을 돌리더니 "스카웃, 그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마" 하고 말했다.
"뭐라고? 난 꼭 말할 거야. 다른 애들 아빠는 우리 아빠 같은 메이 군의 명사수가 아니잖아."
"우리가 알고 있기를 바라셨다면 아빠는 우리에게 말씀하셨을 거야. 아빠가 그 솜씨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신다면, 우리에게 말씀하셨을 거라고."
"어쩌면 아빠가 깜박 잊어버렸을 수도 있잖아."
"아냐, 스카웃. 그건 네가 이해할 수 없는 거야. 아빠는 정말 나이가 많으셔. 하지만 아무 일 못 하셔도 난 상관하지 않을 거야 - 아빠가 그야말로 아무 일도 못 하신다 해도 난 상관 않을 거란 말이야."
오빠는 돌멩이 하나를 집어 기분 좋게 차고를 향해 던졌다. 그러고는 그것을 잡으러 달려가면서 뒤에 대고 이렇게 소리쳤다.
"아빠는 신사셔. 꼭 나처럼 말씀이야!"
- P189

"나이가 많고 몸이 성치 않은 할머니잖니.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신사처럼 행동해, 할머니가 무슨 말씀을 하시든 그것 때문에 화를내서는 안 돼."
오빠는 듀보스 할머니가 아플 리 없다고, 아픈 척 소리를 지를 뿐이라고 말하곤 했다. 우리 셋이서 할머니 집을 방문했을 때 아빠는 모자를 휙 벗어 정중하게 흔들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보스 할머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밤은 그림처럼 아름다우시군요."
나는 아빠가 무슨 그림처럼이니 하고 말씀하시는 것을 이제껏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빠는 법원에서 일어난 소식을 전하는가하면, 내일도 건강하시기를 충심으로 바란다고 인사를 드리는 거다.
모자를 다시 쓰고는 아빠는 할머니가 보는 앞에서 나를 아빠의 어깨에 태우고는 황혼에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총을 싫어하고 전쟁에 한 번도 참전해본 적이 없는 아빠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은 바로 이런 때였다.
- P192

"그렇단다. 바로 그거였어. 네가 책을 읽어드리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모르긴 몰라도 할머닌 네 말을 한 마디도 듣지 않으셨을 거야..
할머니의 온 정신과 육체는 그 자명종 시계에 집중되어 있었거든.
 네가 할머니한테 걸려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난 할머니께책을 읽어드리도록 만들었을 거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관심을 딴 데로 돌리실 수 있었을 테니까. 또 다른 이유는 --"
"할머니는 모르핀에서 해방된 채 돌아가셨나요?" 오빠가 물었다.
"마치 산 속의 공기처럼 편안히 돌아가셨어. 할머닌 최후의 순간까지 거의 의식을 지니고 계셨어."
아빠가 미소를 지으셨다.
"의식을 지니고 계셨단다. 또 심술을 부리며 말이다. 할머닌 여전히 내가 하는 일을 강하게 비난하셨어. 너를 감옥에서 보석으로 풀려나게 하는 데 내 여생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도 하셨지. 할머닌 제시를 시켜 이 상자를 만들도록.. "
아빠는 팔을 뻗쳐 캔디 상자를 집어 올렸다. 그러고는 그 상자를 오빠에게 넘겨주었다.
오빠는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축축한 솜뭉치에 싸인, 창백하고 하얀 동백꽃 한 송이가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눈꽃 동백이었다.
오빠의 두 눈이 거의 튀어나오는 듯했다.
"늙은 악마 할머니 같으니, 늙은 악마 할머니 같으니라고!"
오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거야?"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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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첫째, 스카웃, 네가 간단한 요령 한 가지만 배운다면 모든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야"
"아빠?"
"- 말하자면 그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거야."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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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개체superorganism의 대표적인 동물입니다. 당신 p한 마리 한 마리는 벌이라는 곤충 개체로서 존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 같이 모여서 한 마리의 기대한 동물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마치 세포가 신체 기관에 따라다른 모습으로 분화해 활동하는 것처럼요.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라는 책을 쓴 독일의 곤충학자 위르겐 타우츠는 당신에게서 척추동물, 그것도 포유동물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꿀벌 군집은 포유류처럼 자식을많이 낳지 않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당신은 ‘여왕벌이 하루에 많게는 3000개나 되는 알을 낳는데?‘라며 반문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생식 능력이 있는 ‘진짜 자식‘인 여왕벌은 그 중두세 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초개체를 유지하기 위해 봉사하는 일벌들이죠. 이들은 여왕벌과 유전자는 공유하지만, 대를 이을 능력이 없습니다. 5기] - P65

발표를 듣다 보니, 조금 이해가 갔어. 호랑이가 깊은 산속에 살았던 것도 맞긴 맞대. 다만 깊은 산속에 주로 산 것은 조선후기에 국한될 뿐이라는 거지, 전기와 중기까지만 해도 호랑이는 산 속 외에도 야트막한 지형의 물가 습지에서도 태연히 살았대.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말인지도 몰라. 지상에서 가장 힘세고 강한 최상위 포식자인 네가 가장 먹잇감이 많고 물이 넉넉한 곳에서 사는 게 당연하잖아? 물가만큼 생태계가 다양하고 복잡하며 풍요로운 곳이 어디 또 있겠어. 플랑크톤류부터 물고기 같은 물 속의 동물, 이들을 노리고 오는 새,
범람원의 무성한 수풀과 주변의 갈대숲에 사는 고라니 같은 초식 동물, 이들을 노리는 육식동물까지 그야말로 동물에게는 천국이지, 동물 입장에서는 이런 지상 낙원을 두고 산에 들어갈 이유가 어디 있겠어!
- P92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네가 밀려났을까. 김 박사는 농지 개간을 큰 이유로 꼽았어, 농업 개발은 고려 말인 15세기부터 본격화됐는데, 이 때 강가에 수리 시설을 짓고 무논을 만들기 시작했대. 그런데 바로 그 강가가 네가 뛰어놀던 공간이었던 거야! 전에는 사람이 가끔 풀이나 베러 갔던곳인데, 여기에 논을 조성하니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게 됐지, 너는 자연히 지상 낙원과 같은 물가를 포기하고, 물 귀하고 동물 수 적은 척박한 산으로 올라가야 했고,
••••••
이번에는 산골짜기와 중턱에 불을 질러 화전으로 만들기 시작했지.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줄곧 이어진 화전 조성으로, 너는 다시 낮은 산을 떠나 깊고 깊은 산 위로 올라가야 했던 거야. 먹을 게 풍부한물가를 포기하고, 물가보다는 못하지만 그나마 영양가가 풍부했던 산 아래마저 사람에게 빼앗긴 너는 어쩔 수 없이 깊은 산속에 갈 수밖에 없었어. 먹을 것도 별로 없는 척박한 그곳으로!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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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 오빠의 팔이 심하게 부러진 것은 열세 살이 다 되었을 무렵이었다. 상처가 아물고 어쩌면 다시는 미식 축구를 못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라지자 오빠는 좀처럼 상처에 대하여 생각하지않았다. 오빠의 왼쪽 팔은 오른쪽 팔보다 조금 짧아졌다. 서 있거나걸을 때면 손등이 몸과 직각을 이루었고, 엄지손가락은 허벅지와 평행이 됐다. 하지만 공을 떨어뜨려 땅에 닿기 전에 차거나 패스할 수있는 한, 오빠는 눈곱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사건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는사건의 발단을 두고 가끔 논쟁을 벌였다. 나는 그 모든 사건이 이웰집안 사람들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주장했지만, 네 살 위인 오빠는그보다 훨씬 전에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딜이 이곳에 온 첫 여름, 부래들리를 집 밖으로 끌어내자는 생각을 해냈을 때 이미 시작되었다는 거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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