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모두가 어떤 말을 해줄 때, 그게 사실이기 때문에 그러는 경우가 많단다."‘모두가 어떤 말을 해줄 땐 그들이 모두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니나가 똑 부러지게 말했다. "그렇지만 왜 모두의 얘기를 들어야 해요? 모두가 「오디세이」를 썼나요? 모두가 「아이네이스」를 썼나요? 니나는 고개를 저으며 명확히 결론지었다. ‘모두와 극소수의 차이는 숫자의 차이일 뿐이에요."
그렇다. 우리 시인 김수영이 꿈꾼 중용의 사회는 단독성이 실현되는 동시에 보편성도 확보되는 사회, 다시 말해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제스처로 살아가지만 때로는 서로 아름답게 때로는 아프게 공명할 수 있는 사회였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팽이가 돈다.팽이가 돈다. -<달나라의 장난> 중에서
나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세상의 누구도 백 년 전에 없었고,천년 전에도 없었다. 또한 우리는 이백 년 뒤에도 이천년 뒤에도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김수영이 말한 자유를 가능케 하는 존재론적 기초다.
이처럼 기질은 특정 사물이나 사건에 정해진 반응을 하도록 훈육된 습관이나 타성의 다른 이름이다. 여기서 타자를 응시하고 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거리감은 발붙일 곳이 없다. 김수영이 제일 우리한바가 이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태와 자기가 하나로 붙어서 생긴 타성을 ‘벽‘이라고 부르며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