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늘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물론 당연히
‘소방관이나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밑그림을 아주 일찍이 그릴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과학 분야라고는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오랫동안 답을 하지 못한 채로 지내다가 열여덟 살무렵에야 시동이 걸렸다. 몇 날 며칠을 병원 병상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지내던 가운데 내 주요 일과는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를 읽는 것이었다. 영국의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은 이 책에서 우주의 시작, 빅뱅설, 블랙홀을 비롯해 수많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엄청 놀라운 일을 다룬다. 이때 나는 결심이 섰다. 그래, 나도 천체물리학자가 되겠어!
- P7

밀러의 실험이 오파린 가설을 지지하는 듯이 보이는 것은 일견사실이다. 산소가 없는 대기 환경에서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요소들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밀러는 산소를 초기 혼합기체에 넣으면 실험 결과에서 아미노산을 발견할수 없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실제로 산소가 있으면 산화작용 때문에 너무 빨리 손상되어서 아미노산 같은 것들이 형성되지 못한다.
이처럼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대기에 있는 산소는 생명 출현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전혀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다.
그렇지만 초기에 지구의 대기에 산소가 하나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게 과연 합리적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지금 대기에 산소가 21퍼센트 가까이 포함되어 있는 걸까? 현재 우리는 지구의 원시대기 구성을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오파린의 가설이 맞고 원시대기에는 산소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안다. 왜냐하면 바로 생명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대기에 산소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구에 출현한 최초의 단세포 유기체는 아마도 손쉽게 흡수할 수 있는 탄소를 통해서 영양을 섭취했을 것이다. 시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a(남조류)라는 새로운 종류의 세포가 다른 방식, 즉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축적하기 시작한 게 27억 년 전밖에 되지 않는다.
광합성이란 특히 식물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광합성 덕분에 유기체가 빛과 이산화탄소CO,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시아노박테리아가 대거 증식하면서 24억 년 전 공기의 산소 농도가 엄청난 수준에 도달했다. 0퍼센트에서 0.1퍼센트로! - P29

오리너구리는 외양이 이상하긴 하지만, 털이 있고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는 사실로 봐서 확실히 포유류다. 이 점을 이해하려면 포유류가 세 가지 하위분류로 나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유태반류有胎盤類(Placentalia)라고 불리는 종류는 포유류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어미 배 속에서 태아가 성장하고, 이 시기 동안 태반을 통해 영양을 섭취하는 종이 여기에 속한다. 생쥐부터 대왕고래, 인간, 코끼리까지 거의 모든 포유류가 이 부류에 해당한다.
 유대류有袋類(Marsupialia)는 성장 시기의 대부분을 어미 몸 바깥에 있는 주머니에서 보낸다. 코알라, 주머니쥐와 캥거루 같은 동물이 유대류에 속한다. 유태반류와의 차이를 더욱 명확히 하자면,
새끼 캥거루는 태어날 때 약 2센티미터에 1그램밖에 되지 않는다.
새끼 캥거루는 몇 달 동안 어미 주머니에서 더 자란 후에야 주머니밖으로 나올 수 있다.
포유류의 마지막 하위분류는 단공류單孔類(Monotremata)다. 오리너구리 그리고 그와 가까운 사촌(바늘두더지) 등 단 다섯 종밖에 없어서, 그 수가 많지 않다. 단공류는 알을 낳는 포유류다. ‘하나의 구멍‘
이라는 뜻에서 볼 수 있듯이, 단공류의 특징에서 이름을 따왔다. 단공류는 배뇨와 배변, 생식 기능을 하는 구멍이 하나밖에 없다(이런 단공류의 특징을 불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조류나 파충류도 전부 마찬가지다).
- P37

맨틀의 구성이 지각과 엄청난 차이는 없다. 사실 맨틀은 마그네슘 산화물과 규소, 철로 이루어진 규산염 암석으로 구성된다. 맨틀내부는 맹렬한 고온이 기승을 부리는데, 그 온도가 1,500~3,000도다. 일반적으로 암석은 800~1,200도에서 녹으므로 맨틀의 광석을 액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할 것 같다. 그렇지만 틀렸다.
실제로 암석의 압력이 높아질수록 녹기는 더 힘들어진다. 압력이 높아질수록 녹는점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맨틀 한가운데에서 압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서 대기압의 약 50만 배다.
이런 압력에서 암석의 용해 온도는 1,000도 근처가 아니라 4,000도정도까지 올라간다. 따라서 맨틀에서 암석은 액체가 아니라 고체이고, 맨틀은 압력 때문에 이렇게 고체 상태로 유지된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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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저승사자는 오전 9시에 찾아온다.
사카키바라 료는 딱 한 번, 그 발자국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처음 들려온 것은 철문을 여는 중저음이었다. 땅이 울리는 것같은 그 공기의 흔들림이 멎자, 감방 전체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옥을 향한 문이 열리고, 미동조차 허용되지 않는 완전한 공포가 흘러 들어온 것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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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 P415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 같은 종끼리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유일한동물이기 때문이네. 이것이 사람이라는 생물의 정의야, 인간성이란 잔학성이란 말일세. 일찍이 지구상에 있던 다른 종류의 인류, 원인(原人)이나 네안데르탈인도, 현생인류에 의해 멸망되었다고 나는 보고 있네."
"우리만 살아남게 된 것은 지성이 아니라 잔학성이 이겼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뇌의 용적은 우리보다 네안데르탈인이 컸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현생인류가 다른 인류와의 공존을 바라지 않았다는 점일세."
- P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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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탐색의 과정은 단순한 것에서 시작해 갈수록 점점 힘들어진다. 처음에는 우리가 우리 밖의 세계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단계는 쉽다. 그런 다음에는 우리 자신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우리가 통제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과정은 더 어렵다. 궁극에는 우리의 욕망,
심지어 이런 욕망에 대한 반응까지 우리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의견이나 느낌, 욕망에 덜 집착할 수 있다. 우리는 자유 의지가 없다. 하지만 우리 의지의 폭정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인간은 보통 자신의 욕망에 너무나 큰 중요성을 부여한 나머지 이 욕망에 따라 온 세상을 지배하고 조성하려 애쓴다. 자신의 열망을 추구하느라 달에도 날아가고,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전 생태계까지 불안정하게 만든다. 만약 우리의 욕망이 완전히 자유로운 선택의 마술 같은 발현이 아니라 생화학적인 과정(여기에는 문화적 요인들도 영향을 미치지만 이 역시 우리의 통제력 밖에 있다)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그것에 덜 사로잡힐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환상이라면 무엇이든 실현하려 애쓰기보다 자기 자신과 정신, 그리고 욕망을 이해하는 것이 더 낫다.
- P454

그러니 정치인이 신비로운 용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는 늘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이해하기 힘든 거창한 말 속에 숨기는 방법으로 실제 고통을 위장하고 변명하려 들지 모른다. 특히 다음 네 단어를 조심해야 한다. 희생, 영원, 순수, 구원. 이 중 어떤 단어라도 듣게 되면 경보음을 울려야 한다. "그들의 희생이 영원한 우리 민족의 순수함을 구원할 것" 이라는 말을 지도자가 상습적으로 해대는 나라에 살고 있다면 각오해야 한다. 정신을 온전히 보존하려면 그런 지도자의 주문은 늘 현실의 용어로 바꿔 이해해야 한다. 즉, "병사는 고뇌 속에서 울고, 여성은 얻어맞고 야만적인 취급을 당하며, 아이는 두려움 속에 떨게 될 것" 이라는 뜻으로 말이다.
우주와 삶의 의미,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진실을 알고 싶은가. 가장 좋은 출발점은 먼저 고통을 관찰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것이다.
답은 결코 이야기가 아니다.
- P466

 고통은 외부 세계의 객관적 조건이 아니다. 나 자신의 정신이 일으키는 정신적 반응이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더한 고통의 발생을 그치는 첫걸음이다.
- P473

기술이 개선되면서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 첫째, 돌칼이 점차 핵미사일로 진화함에 따라 사회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더욱 위험해졌다. 둘째, 동굴 벽화가 점차 티브이 방송으로 진화함에 따라 사람들을 속이기는 더 쉬워졌다. 가까운 미래에 알고리즘은 이 과정이 완결에 이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관한 실체를 관찰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 장차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 자신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알고리즘일 것이다.
앞으로 수 년 혹은 수십 년 동안에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 우리가 노력을 기울인다면 아직은 우리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탐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회를 활용하고 싶다면 지금 실행하는것이 좋을 것이다.
- P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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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분쟁 전체를 피상적으로 대표한다. 분쟁의 복잡한 진상을통계와 정확한 데이터로 사람들에게 설명하려 하면 실패한다. 하지만 한 어린이의 운명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는 사람들의 눈물샘을자극하고, 피를 끊게 하고, 허위의 강한 확신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많은 자선단체들이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방법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실험이 있었다.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로키아라는 이름의 말리 출신 가난한 일곱 살 소녀를 돕기 위한 기부금을 부탁했다. 많은 사람들이 소녀의 사연에 감동해서 마음과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로키아의 개인적인 사연에 더해 연구진이 아프리카의보다 폭넓은 빈곤 문제에 관한 통계를 제시하자, 갑자기 응답자들의 구호 의향이 줄어들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학자들이 구호 모금을 하면서 한 명의 아픈 아이를 도울 것인지, 여덟 명의 아픈 아이들을 도울 것인지 선택하게 했다. 사람들은 여덟 명의 집단보다한 아이에게 더 많은 돈을 기부했다.
- P343

 그럼에도 수십억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이런 이야기들을 믿어왔다. 어떤가짜 뉴스들은 영원히 남는다.
이처럼 종교를 가짜 뉴스와 동일시하는 것에 많은 사람이 분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이 바로 그 점이다. 1,000명의 사람이 어떤 조작된 이야기를 한 달 동안 믿으면 그것은 가짜 뉴스다. 반면에 10억 명의 사람이 1,000년 동안 믿으면 그것은 종교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가짜뉴스‘라 불러서는 안 된다는 충고를 들어왔다. 신도들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분노를 촉발)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지금 나는 종교의 효과나 그것이 품고 있는 자애로움의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이아니다. 정반대다. 좋든 나쁘든 허구는 인류가 가진 도구들 중에서가장 효과적인 것에 속한다. 종교적 신념을 통해 사람들을 한데 뭉치고 대규모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군대와 감옥은 물론 병원과 학교, 다리도 지을 수 있다. 성경은 상당 부분이 허구일지 몰라도 여전히 수십억 신도에게 기쁨을 줄 수 있고, 사람들에게 연민과 용기와 창의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 P351

첫째, 믿을 만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만큼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만약 뉴스를 공짜로 얻는다면 당신이 상품이기 쉽다.
어떤 수상한 억만장자가 당신에게 이런 거래를 제시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에게 매월 30달러를 주겠다. 그 대신 당신은 내가 바라는 정치적, 상업적 편견을 당신 머릿속에 심을 수 있도록, 매일 한시간 당신을 세뇌할 수 있게 해달라." 이런 거래를 받아들이겠는가? 제정신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자 수상한 억만장자는 조금 다른 거래를 제안한다. "매일 한 시간 내가 당신을 세뇌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 그 대신 이 서비스의 비용을 당신에게 물리지 않겠다." 그러자 갑자기 수억 명의 사람들이 솔깃해 한다. 부디 그런 사례를 따라가지 않기를 바란다.
두 번째 요령은, 만약 어떤 이슈가 특별히 중요해 보인다면 그것에 관련된 과학 문헌을 찾아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 P366

오늘날 과학 기술 혁명의 결과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진정한개인과 진짜 현실이 알고리즘과 티브이 카메라에 의해 조종될 수있다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자체가 신화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상자 안에 갇히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이미 자신들이 상자 - 자신의 뇌 - 안에 갇혀 있으며, 그 상자는 다시 더 큰 상자 - 무수히 많은 기능을 갖춘 인간 사회 -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매트릭스를 탈출했을 때 발견하게 되는 것은 더 큰 매트릭스일뿐이다.  - P373

"하지만 나는 불편한 것이 좋아요."
"우린 그렇지 않아요." 통제관이 말했다. "우린 무엇이든 편안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나는 안락함을 바라지 않아요.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사실상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거군요." 무스타파몬드가 말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야만인이 도전적으로 말했다.
"늙고 추해지고 성 불능이 될 권리,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부족할 권리, 몸에 이가 득실거릴 권리, 내일은 어떻게 될지 끊임없는 걱정 속에서 살아갈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온갖 종류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고문당할 권리는 물론입니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야만인이 말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무스타파 몬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좋을 대로 해요." 그가 말했다.
- P384

이런 세상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수해야 할 교육 내용과 가장거리가 먼 것이 바로 ‘더 많은 정보‘다. 정보는 이미 학생들에게 차고 넘친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이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차이를 식별하는 능력이며, 무엇보다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조합해서 세상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다.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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