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모두는 한때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이 절실한 나약한어린아이였다. 그 사실이 변한 적은 없다. 한때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정면에는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라는 네루다.
의 시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그 어린아이는영원히 우리 안에 있다. 성장은 끝나지 않는다. 모든 비극과 희극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배를 타고 고향을 떠나는 것, 술을 만들어 먹는 것만으로 온전한 성인이 될 수 있었다면 아마 문학과 연극, 영화 같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P76

남의 위험은 더 커 보인다. 반면 자기가 처한 위험은 무시한다. 그게 인간이다. 나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쏠지도 모르니 이에 대비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로마인들은 화려한 연회를 열 때마다 노예에게 은쟁반에 해골바가지를 받쳐들고 손님들사이를 지나다니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라‘ 같은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게 연회의 흥을 더 돋우었기 때문이다. 해골바가지를 보면 술맛이더 났던 것이다. 로마인들은 변태였나? 아니다. 지금도 그 전통은 핼러윈으로 면면히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그날이 되면 해골과 좀비 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죽은 자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밤새 술을 마셔댄다. 핼러윈의 상징, 속을 파내고 불을 밝힌 호박은 즉각적으로 해골바가지를 연상시킨다. 죽음과 종말을 떠올리면 현재의 삶은 더 진하고 달콤해진다. 로마인들은 이천 년 전에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파국을 상상해보는 것은 지금의 삶을 더 각별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카르페 디엠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은 그렇게 결합돼 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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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 든 산소가 생명 활동을 통해 나온다는 것이다. 지구 대기에 산소를 불어 넣을 수 있는 과정은 오로시 산소를 생성하는 광합성 뿐이다. 광합성은 물에서 전자를 추출하는데, 이때 부산물로 산소가 나온다. 지구 대산소화 사건 Fireat Oxygenerion Event, GOE 은 대변혁이었고, 이 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은 바로 남세균이었다. 남세균은 산소성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세균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 가능성 있는 단순한 해답이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남세균이 진화함으로써 GOE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 P127

 남세균이 생산하는 산소는 햇빛이 드는 물에서 다른 전자의 원천들을 다 제거함으로써, 생물권을 산소성 광합성과 산소가 풍부한 공기 쪽으로 영구히 돌려놓았다.
게다가 퇴적물이 남세균이 생산한 유기물을 뒤덮어서 호흡을 통해분해되는 것을 차단하면서, 지구의 산소 축적 엔진은 본궤도에 올랐다. 상황은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이 견해에 따르면, 대산소화 사건은 단순히 지구의 물리적 발달의 산물이 아니었다. 진화적 혁신만을 반영한 것도 아니었다. 지표면을 변모시킨 것은 지구와 생명의 상호작용이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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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투, 원 투 스리 포"
스윙결스가 처음으로 연주하는 곡은 인 더 무드(In TheMood)」, 글렌 밀러 오케스트라의 아주 대중적인 곡목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 .…… 이었을 테지만 그녀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마치 장르도 국적도 판별할 수 없는 기묘한 민족음악 같았다. 일단 기타, 베이스, 일렉트릭 피아노는 그런대로 형태를 갖추었지만 드럼과 색소폰, 트럼펫은 최악의 불협화음을 내고 있었다. 음감이 우수한 가오리조차 강렬한 괴전파의 영향을 받아 음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모코, 요시에, 나오미는 합주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자신들의 소리가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도 모른 채 염치없는 기쁨으로 충만하여, 어쨌든 마음껏 소리를 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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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구에서는 일찌감치 판구조가 자리를 잡음으로써, 지표면을 조각하고 뒤에서 말할 지표면 환경을 유지하는 물리적 과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구는 일반적인 행성 차원을 넘어 대양과 대기, 산맥, 화산을 갖춘 생명을 지탱할 수 있는 행성이 되었다.
- P79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좀 더 진지하게 살펴보자. 우리 - 그리고 개와 참나무와 세균 를 산과 골짜기, 화산과 광물과 구분 짓는 것이 정말로무엇일까? 자신의 삶과 아이들의 삶에 비추어볼 때, 우리는 생물이자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그 말은 맞지만, 석영 결정(수정)자란다. 하지만 생물은 자랄 뿐 아니라, 번식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가 불어난다. 또 생물은 환경으로부터 성장과 번식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질을 흡수한다. 생물학자들은 이 과정을 물질대사라고 한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점은 생명이 진화한다는 것이다.
수정은 일단 형성되면 다이아몬드로 진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지구 최초의 단순한 생물은 수십억 년에 걸쳐서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가‘라는 대담한 질문을 하는 종을 포함하여 엄청나게 다양한종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생명은 성장과 번식, 대사, 진화라는 특징을 지닌다고 할수 있다. 이 말로 우리가 아는 생명의 범위를 어느 정도 합당한 수준으로 한정 지어 본다면, 최초의 생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빨도뼈도, 잎도 뿌리도 전혀 없었다. 현재 살고 있는 가장 단순한 생물은세균과 그 사촌인 고세균 Archaea이다. 성장과 번식, 대사, 진화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의 세포 안에 담은 아주 작은 생물이다. 현재 살고있는 모든 생물의 마지막 공통 조상은 세균 세포에 가까웠을 것이 틀림없지만, 가장 단순한 세균도 복잡한 분자 기계, 진화의 산물이다.
처음 출현했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 P86

답은 DNA도 단백질도 최초로 진화하고 있던 원시 생물에 없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에 내가 처음 생물학을 공부했을때, 뉴클레오타이드로 이루어진 또 다른 분자인 RNA는 대체로 세포의 산파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다. 즉, DNA의 명령문을 복사하여 단백질로 전달하는 일을 하는 매개 분자라고 보았다. RNA 에 리보솜이라는 작은 세포내 구조가 결합되어서 단백질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뒤로 RNA 분자가 놀라울 만치 다양하다는 것이 드러났고, 기능도 매우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RNA는 사촌인 DNA처럼 정보를 저장하지만, 일부 RNA는 효소처럼 작용한다. 이것으로 RNA가 예전에 오로지 단백질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 P91

스피츠베르겐에는 빙하에 깎여나가서 두꺼운 석회암 지층이 드러난 골짜기들이 많다. 그중에는 하얀 절벽에 있는 것과 같은 검은처트 덩어리가 박힌 곳도 있다. 처트를 종잇장처럼 얇게잘라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석화한 미생물 세계가 드러난다. 아주 작지만 아름다운 화석들이 가득하다. 특히 남세균cyanobacteria이 많다. 남세균은 광합성을 하는 세균으로써, 뒤에서 말하겠지만 지구 역사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처트에는 미세한 조류와 원생동물도 들어 있으며, 얕은 바다 밑에 쌓인 개펄에는 더많은 미화석들이 보존된다. 납작하게 짓눌린 오래된 케이크처럼 층층이 쌓인 지층 사이에 들어 있다. - P97

마지막으로, 고대 암식에는 때로 진짜 생명 분자가 들어 있곤 한다. 생물이 만든 분자가 그 생물이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암석에 보존된 것이다. DNA나 단백질이 보존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사실 오래된 암석에서 그런 소원이 충족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난 10년 동안 고대 DNA의 연구 쪽으로 놀라운 혁신이 이루어져 왔지만, 현재까지 믿을 만한 수준으로 DNA를 추출할 수 있는 뼈나 껍데기 화석은 200만 년 이내의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균과 곰팡이의 좋은 먹이인 단백질은 가장 최근의 암석에만 겨우 남아 있을 뿐이다. 보존되는 것은 지질, 즉 막의 질긴 성분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죽은 뒤에 먼 미래 세대가 살펴볼 수 있을 마지막 잔해는 여러분의 콜레스테롤일 것이라고 농담을 하곤 한다!  - P103

이 점은 그 자체가 수수께끼다. 별의 진화 모형은 40억 년 전 태양의 밝기가 지금의 약 70퍼센트밖에 안 되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태양이 흐릿했다면, 원시 지구는 왜 얼음덩어리가 되지 않은 것일까?
이유는 ‘온실가스‘ 때문이다. 온실가스는 21세기인 지금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취급받지만, 더 장기적으로 보면 지구의 서식가능한 기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대기의 이산화탄소는 지금보다 농도가 100배 이상 높았을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어린 지구의 표면에 액체 물이 유지될 만큼 지구를 따뜻하게 유지했을 것이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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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도둑

내가 어렸을 때는 시간이 한 달 단위로 흘렀다. 보물섬이라는만화잡지가 창간된 후부터 그랬다. 한 달 내내 그 잡지가 집으로 배달되기를 기다렸다. 우체부가 두툼한 잡지를 건네주면 방에 틀어박혀 단숨에 읽어치우고는 또 한 달을 기다렸다. 인터넷은커녕 TV 신호도 잘 안 잡히는 시골에서는 잡지가 구원이었다. 시간은 무한정으로 남아도는 것이어서 그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 P25

"뭐라고?"
"무지요. 가난에 대한 무지, 부에 대한 무지요."
정답이다. 부자를 정말 부자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가난에대한 무지다. 예를 들어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재벌집 아들 김주원은 가난한 배우 길라임에게 천진한 얼굴로 이렇게 묻는다.
"이봐, 길라임씨, 혹시 가난한 사람들은 뭐 사고 싶은 게 있거나 하면 오랫동안 저축도 하고 마음도 졸이고, 뭐 그러는 거야?"
그가 타고 다니는 수입 컨버터블이나 고급 양복, 대저택이 아니라 이런 천진한 무지가 그를 정말 타고난 부자처럼 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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