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라는 주제 덕분에 정신이 크게 팽창하고 고양되면, 별이 빛나는 하늘에서 거대한 고래 모습을 찾아내고 고래를 뒤쫓는 보트들의 모습도 반드시찾아낼 수 있다. 동방의 민족들이 오랫동안 전쟁에 여념이 없을 때 구름 사이에서 격투를 벌이고 있는 군대를 본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북극해에서 처음 나에게 고래를 알려준 반짝이는 별들과 함께 북극을 빙글빙글돌면서 리바이어던을 추적했고, 남극해의 빛나는 하늘 밑에서는 ‘아르고내비스‘호를 타고 ‘물뱀자리‘와 ‘물고기자리‘를 넘어 찬란하게 빛나는 ‘고래자리‘를 쫓아갔다.
군함의 닻을 계류용 밧줄을 매는 기둥으로 삼고 작살 다발을 박차로 삼아 저 고래에 올라타고 가장 높은 하늘로 뛰어 올라가서, 무수한 천막이 늘어선 가상의 하늘이 정말로 내 시야가 미치지 않는 곳에 진을 치고 있는지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344

그러나 육지 사람들은 대체로 바다의 원주민들에게 지독한 편견과 혐오감을 품어왔고, 우리는 바다가 영원한 미지의 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콜럼버스는 서쪽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기 위해서 무수한미지의 세계를 항해했던 것이며, 치명적인 재난 중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재난은 먼 옛날부터 바다로 나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무차별로 일어났으며, 잠깐만 생각해보아도 젖먹이나 다름없는 인류가 제아무리 자신의 과학과 기술을 자랑하고 장차 그 과학과 기술이 아무리 진보한다 해도, 바다는 최후의 심판일까지 영원히 인간을 모욕하고 살해하며, 인간이 만들 수 있는가장 당당하고 견고한 군함도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릴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느낌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인간은 바다가 처음부터 갖고 있는 그 최대한의 무서움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
기록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배가 뜬 바다는 복수심으로 전 세계를 삼켰지만 한 사람의 과부도 만들지 않았다. 그 바다는 지금도 굽이치고 있다. 그 바다는 지난해에도 많은 배를 삼켜버렸다. 오오.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노아의 홍수는 아직 물러가지 않았다. 아름다운 세계의 3분의 2는 아직도 홍수에 뒤덮여 있다. - P3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 일주! 그 말에는 자랑스러움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담겨 있지만, 그 모든 세계 일주 항해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세계를 한바퀴 도는가? 세계 일주는 단지 숱한 위험을 겪고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우리가 안전한 출발점에 남겨두고 떠난 사람들은 그동안 내내 우리 앞쪽에 있었다. - P3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게 거적을 짜고 있을 때, 문득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기다랗게 꼬리를 끄는,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거칠고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소리였다. 나는 흠칫 놀라 자유의지의 공을 손에서 떨어뜨리고 벌떡 일어나,
그 소리가 날개처럼 내려오고 있는 구름을 쳐다보았다. 높은 돛대의 활대에는 그 미치광이 같은 게이헤드 출신의 타슈테고가 올라가 있었다. 그는 애타게 몸을 앞으로 내밀고, 손도 지휘봉처럼 앞으로 쑥 내밀고는 짧은 간격을 두고 연방 소리를 질러댔다. 그 순간 하늘 높이 솟은 수백 개의 포경선망대에서 똑같은 외침소리가 바다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을 테지만, 그귀에 익은 외침소리를 인디언 타슈테고만큼 놀라운 가락으로 끌어낼 수 있는 허파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머리 위 공중에 반쯤 매달린 채 흥분과 열정에 불타는 눈으로 열심히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보았다면, 그가 ‘운명‘의 그림자를 보고 그 격렬한 외침소리로 운명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는 예언자나 점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P277

바람은 더욱 거세게 윙윙거렸고, 파도는 서로 방패를 부딪쳤다. 으르렁거리는 질풍은 여러 갈래로 갈라져 대초원의 하얀 들불처럼 우리 주위에서딱딱 소리를 냈다. 우리는 그 들불 속에서 불타고 있으면서도 소멸하지 않고, 죽음의 아가리 속에 있으면서도 죽지 않았다! 다른 보트를 소리쳐 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폭풍우 속에서 다른 보트를 소리쳐 부르는 것은 활활 타오르고 있는 용광로 굴뚝에 고개를 들이밀고 밑에서 활활 타고있는 석탄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동안 바람에날려가는 구름과 안개는 밤의 어둠이 다가오면서 점점 짙어져. 이제 본선의 흔적조차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파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물을 퍼내려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노는 배를 움직이는 추진력으로는 아무쓸모가 없었고, 이제 구명판 역할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타벅은 성냥을넣어둔 방수통의 끈을 자르고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한 뒤 간신히 초롱에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것을 주위에 떠 있는 막대기 끝에 묶어서 퀴퀘그에게 넘겨주어 그를 이 가냘픈 희망의 기수로 삼았다. 그리하여 퀴퀘그는 그지독한 절망의 한복판에 그 가냘픈 촛불을 높이 쳐들고 앉아 있었다. 신앙없는 자의 표시이자 상징인 퀴퀘그는 절망의 한복판에서 어쩔 수 없이 회망을 치켜들고 앉아 있었다. - P290

하필이면 뱃사람이 마지막 유서나 유언을 어설프게 주물럭거리는 것이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뱃사람만큼 그것을 기분전환으로 즐기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내가 선원 생활을 시작한 이래 이것과 똑같은 일을 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였다. 이번에도 그 의식이 끝나자 나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고, 가슴에 얹혀 있던 돌멩이가 굴러 나간 듯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앞으로 내가 살 나날은 나사로가 부활한 뒤 살았던 나날만큼이나 즐거울 것이다. 앞으로 몇 달이나 몇 주를 항해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 나날들은 완전히 덤으로 얻은 나날이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살아남은 셈이다. 나의 죽음과 매장은 내 가슴속에 깊이 간직되었다. 나는 마음에 거리끼는 데가 전혀 없이 아늑한 가족 납골당 안에 앉아 있는 조용한 유령처럼 평온하고 만족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 P2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마에 주름이 잡혀 있고 아가리가 우그러진 고래를 발견하는 자, 대가리가 회고 오른쪽 꼬리에 구멍이 세 개 뚫린 고래를 발견하는 자, 그 흰고래를 발견하는 자에게 이 금화를 주겠다!"
"야호! 야호!" 선원들은 돛대에 금화를 못 박는 선장에게 방수모를 휘둘러 갈채를 보내면서 외쳤다.
"흰 고래다." 에이해브는 망치를 밑으로 던지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흰고래. 눈을 크게 뜨고 흰 고래를 찾아라. 하얀 물을 유심히 살펴라. 거품만보아도 소리쳐라."
그동안 타슈테고와 다구와 퀴퀘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강렬한 홍미와 놀라움에 찬 눈으로 선장을 지켜보았고, 선장이 주름진 이마와 우그러진 아가리를 언급하자 저마다 어떤 기억이 떠오른 것처럼 움찔했다.
"선장님." 타슈테고가 말했다. "그 흰 고래는 모비 딕이라는 놈과 같은 놈이 분명합니다."
"모비딕?" 에이해브가 소리쳤다. "그럼 자네는 그 흰 고래를 알고 있나?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꼬리를 좀 묘하게 놀리지 않습니까?" 게이헤드출신인 타슈테고가 신중하게 말했다.
"물을 내뿜는 것도 유별나죠." 다구가 말했다. "향유고래치고는 무성한 덤불처럼 넓게 퍼지고, 게다가 굉장히 빠르지 않나요?"
"그리고 하나, 둘, 셋.....쇠가 아주 많아!" 퀴퀘그가 외쳤다. "모두 비풀어, 아니, 비틀려 있어. 이렇게, 이렇게......" 퀴퀘그는 적당한 낱말을 찾으면서 더듬더듬 말하고, 병마개를 뽑듯이 손을 빙글빙글 돌렸다. "이렇게, 이렇게.
"마개뽑이!" 에이해브가 외쳤다. "그래, 퀴퀘그. 그 녀석 몸뚱이에 박힌 작살들은 모두 마개뽑이처럼 비틀려 있다. 그래, 다구. 그 녀석의 물보라는 곡식가리처럼 크고, 해마다 양털을 깎은 뒤 수북이 쌓아놓은 낸터컷 양털처럼 하얗다. 그래, 타슈테고, 녀석은 돌풍에 찢어진 삼각돛처럼 꼬리를 흔들지 제기랄! 자네들이 본 녀석이 바로 모비 딕이다. 모비 딕. 모비 딕이야."
스타벅은 지금까지 스터브와 플래스크와 함께 놀란 눈으로 선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침내 그 놀라운 일들을 어느 정도 설명해주는 열쇠라도 생각해낸 것처럼 말했다.
"선장님, 저도 모비 딕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 선장님 다리를 빼앗아간게 혹시 그 녀석 아닌가요?"
"누가 그따위 얘기를 하던가?" 에이해는 목소리를 높여 말하고 나서,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 스타벅. 그리고 모두 잘 들어주기 바란다. 내 돛대를 앗아간 녀석은 바로 모비 딕이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의지하고 서 있는 이 죽은 다리를 가져다준 놈도 모비 딕이었다. 그래, 그래."
그는 비탄에 빠진 사슴처럼 동물적인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래. 그래. 나를 파괴하여 영원히 의족에 의지하는 가엾은 신세로 만든 건 바로 그 가증스러운 흰 고래였다!" 그러고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려 헤아릴 수 없는 저주가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 "그래, 그래! 나는 희망봉을 돌고 혼 곳을 돌고 노르웨이 앞바다의 소용돌이를 돌고 지옥의 불길을 돌아서라도 놈을 추적하겠다. 그놈을 잡기 전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대륙의 양쪽에서, 지구 곳곳에서 그놈의 흰 고래를 추적하는 것. 그놈이 검은 피를 내뿜고 지느러미를 맥없이 늘어뜨릴 때까지 추적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항해하는 목적이다. 어떠냐? 나를 도와주겠는가? 다들 용감해 보이는데." - P214

그만두세. 저것 봐! 저기 있는 터키 녀석의 얼룩덜룩한 황갈색 볼을 보라구. 태양이 그린 그림, 살아서 숨 쉬는 그림이야. 살아 있는 이교도 표범들―분별도 없고 믿음도 없는 것들. 그저 느끼기만 할 뿐, 그 메마른 삶에 어떤 이유도 찾지 않고 어떤 이유도 주지 않아! 이 배에 타고 있는 선원들! 고래에 대해서는 그들 모두 에이해브를 지지하고 있잖은가? 스터브를 봐! 웃고 있네! 저기 칠레 녀석을 봐! 콧방귀를 뀌고 있어. 스타벅, 다들 폭풍처럼 날뛰고 있는데 자네 혼자 어린 묘목처럼 그 한복판에 흔들리며 서 있을 수는 없어! 그게 뭐지? 잘 생각해보게. 지느러미 하나 찌르는 것을 도와달라는 거아닌가. 스타벅에게는 그리 놀라운 묘기도 아니지. 앞갑판 선원들까지 작살의 날을 갈려고 숫돌에 달려들었는데, 낸터컷 최고의 작살잡이가 이까짓 시시한 사냥에서 꽁무니를 빼지는 않겠지? 아아! 자네는 꼼짝도 못하게 되었어. 그렇군. 파도에 떠밀린 꼴이야. 말해. 어서 말하라니까! 그래, 그래! 자네의 침묵이 자네 생각을 말해주고 있군. [독백으로] 내 벌어진 콧구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고, 녀석이 그것을 깊이 들이마셨어. 이젠 저 녀석도 내편이야. 반란이라도 일으키지 않고는 나한테 반대할 수 없을 거야."
"하느님이 나를 지켜주시기를! 우리 모두를 지켜주시기를!" 스타벅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 P217

오오, 인생이여! 내가 네 안에 잠재해 있는 공포를 느끼는 것은 지금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아니다. 그 공포는 내 바깥에 있다. 잔인하고 요사스러운 미래여. 나는 내 안에 아직 존재하는 인간다운 감정으로 너와 싸울 것이다. 오오, 축복받은 힘이여, 내 옆에 서서, 나를 붙잡고, 나를 지켜주소서! - P224

온갖 터무니없는 소문들도 더욱 과장되었고, 고래와 사투를 벌인 실화는더한층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믿을 수 없는 소문들은―죽은 나무에서 버섯이 자라듯-놀랄 만큼 끔찍한 사건 자체에서 자연발생적으로생겨난 것일 뿐만 아니라, 해상 생활에는 육지 생활보다 터무니없는 소문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소문이 매달릴 만한 현실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어디에나 소문이 퍼진다. 이 점에서 바다가 육지를 능가하듯이, 이따금 포경업계에 퍼지는 소문의 놀라움과 무서움은 다른 모든 종류의 해상 생활을 능가한다. 포경선원들은 모든 선원에게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그 무지와 미신을 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선원 중에서도 특히 고래잡이들은 바다에서 오싹할 만큼 놀라운 것과 가장 직접적으로 접촉할 가능성이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들은 바다에서 가장 경이로운 존재들과 얼굴을 맞대고 마주 볼 뿐만 아니라, 손과 턱을 무기로 그들과 맞서 싸운다. 고래는그렇게 외딴 바다에서만 살기 때문에, 고래잡이들은 먼 거리를 항해하고수많은 해안을 통과해도 조각이 새겨진 벽난로나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는곳에 다다르지는 못한다. 그리하여 위도와 경도조차 분명치 않은 바다에서일하기 때문에 고래잡이들은 갖가지 주문에 사로잡히게 되고, 거기에서 생겨난 공상은 더욱 부풀어 올라 터무니없는 소문을 낳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흰 고래에 대한 터무니없는 소문도 넓은 바다를 이리저리흘러 다니는 동안 차츰 늘어나 마지막에는 온갖 병적인 망상과 결합하여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태아를 잉태하게 되고, 그래서 결국은 모비 딕을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공포감으로 둘러싸게 되고 말았다. 따라서 조금이라도흰 고래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 고래잡이들은 그 위험한 아가리를향해 도전할 용기를 거의 상실하고 말았던 것이다. - P236

어떤 선장의 경우는 보트 세척이 주위에서 박살이 났고, 노와 부하들은소용돌이에 휘말려 빙빙 돌고 있었다. 선장은 단검을 빼들고 부서진 뱃머리에서 아칸소의 결투자가 상대에게 덤벼들듯 고래에게 덤벼들어, 한 뼘길이의 칼날로 한 길 깊이에 있는 고래의 생명에 닿으려고 애썼다. 그 선장이 바로 에이해브였다. 낫처럼 생긴 고래의 아래턱이 갑자기 바로 밑을 휙스치고 지나가는가 싶더니, 예초기가 들에서 풀을 베듯 에이해브의 다리를 싹둑 잘라버리고 말았다. 터번을 두른 터키인도, 베네치아나 말레이의 용병도 그보다 더 잔인하게 그를 공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의 죽을 뻔했던 그 결투 이후 에이해브가 그 고래에 대해 격렬한 복수심을 품고 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복수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에이해브가 광적일 정도로 과민해져서 결국에는 자신의 육체적 고통만이아니라 지적·정신적인 분노까지도 모두 흰 고래와 결부시켰다는 점이다. 흰 고래는 모든 사악한 존재의 편집광적 화신으로서 에이해브의 눈앞을 끊임없이 헤엄치게 되었다. 깊은 통찰력과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은 그 사악한 존재에게 자기 내부를 갉아 먹혀 급기야는 절반밖에 남지 않은 심장과 허파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악이야말로 태초부터 존재해왔고, 근대에 들어와서는 기독교도들조차 세상의 절반을 지배하는 존재로 인정했으며, 고대 동방의 배사교 신자들은 악마 상을 만들어 숭배했다. 하지만 에이해브는 그들처럼 무릎을 꿇고 그것을 숭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밉살스러운 흰 고래에게 모든 악의 근원을 돌려, 미친 듯이 날뛰며 불구의 몸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에 덤벼들었다. 사람을 가장 미치게 하고 괴롭히는 모든 것, 가라앉은 앙금을 휘젓는 모든 것, 악의를 내포하고 있는 모든 진실, 체력을 떨어뜨리고 뇌를 굳게 하는 모든 것, 생명과사상에 작용하는 모든 악마성 - 이 모든 악이 미쳐버린 에이해브에게는 모비 딕이라는 형태로 가시화되었고, 그리하여 실제로 공격할 수 있는 상대가 되었다. 에이해브는 아담 이후 지금까지 모든 인류가 느낀 분노와 증오의 총량을 그 고래의 하얀 혹 위에 쌓아 올려, 마치 자기의 가슴이 대포라도 되는 것처럼 마음속에서 뜨거워진 포탄을 그곳에다 겨누고 폭발시켰던 것이다. - P241

그가 바다에서 섬망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마저 사람들은 그와 비슷한 원인 탓으로 돌렸다. 그 후 ‘피쿼드‘호가 이번 항해를 떠난 그날까지 그의 이마 위에 내리덮여 날마다 점점 심해진 침울함도 역시 같은 뜻으로 해석되었다. 그 빈틈없고 타산적인 낸터컷 사람들은 에이해브가 우울증 때문에또다시 포경 항해를 떠나기에는 부적당하다고 믿기는커녕, 바로 그 이유때문에 고래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서 고래를 잔인하게 사냥하고싶어 할 테니까 포경 항해를 떠나기에 훨씬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가능성도있다. 속은 고통에 씹히고 겉은 햇볕에 그을리고, 불치병처럼 평생 고칠 수없는 집념의 무자비한 엄니에 꽉 물려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짐승을 향해 작살을 던지고•창을 휘두르기에 가장 적당한 인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런 사람이 어떤 이유로든 그 일을 하기에 신체적으로 부적합하다 해도, 고래를 공격하라고 고함을 치면서 부하들을 독려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적임자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에이해브가 전혀 약해지지 않는 분노의 비밀에 빗장을 걸고 열쇠로 잠근 채, 흰 고래 사냥을 유일무이한 목적으로 삼아 이 항해에 나선 것은 확실하다. 육지에서 그를 알던 사람이 당시 그의 마음속에 무엇이 숨어있는지를 조금이라도 눈치챘다면, 고결한 영혼을 가진 그들은 대경실색하여 그런 악마 같은 사람의 손에서 당장 배를 빼앗았을 것이다! 그들은 이익이 남는 항해에 정신이 팔렸고, 그 이익은 조폐국에서 찍어낸 달러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었다. 반면에 에이해브는 무엇으로도 누그러뜨릴 수 없는 대담하고 초자연적인 복수에 몰두해 있었다. - P244

여기, 신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백발노인, 증오심에 가득 차서 욥의 고래를 찾아 세상을 돌아다니는 노인이 있었고, 그의 부하 선원들은 주로 더러운 배반자와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 그리고 식인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게다가 스타벅은 미덕과 상식을 가졌으나 동조자가 없어서 별 영향력이 없었고, 스티브는 태평한 성품이어서 매사에 무관심했으며, 플래스크는 모든면에서 평범한 위인이어서, 이들 중에는 정신적인 지주가 될 만한 인물이없었다. 그런 항해사들의 지휘를 받는 선원들은 처음부터 에이해브의 편집광적 복수를 돕게 하려는 목적에서 어떤 악마적 운명에 의해 특별히 차출된 일당인 것 같았다. 그들은 도대체 왜 노인의 분노에 그토록 열광적으로응했던 것일까. 그들의 영혼은 도대체 어떤 사악한 마력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때로는 노인의 증오를 자신의 증오로 여기게 되었을까. 어떻게 흰 고래를 노인의 원수일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참을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로 생각하게 되었을까. 도대체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일어났던 것일까. 흰고래는 도대체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가. 그들의 무의식적인 인식 속에서흰 고래는 인생의 바다를 헤엄치는 거대한 악마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흰 고래를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거기에 대해 전혀 의문을 품지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설명하려면 이슈메일이 내려갈 수 있는 깊이보다 훨씬 깊은 곳까지 잠수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 모두의 마음속에서 광부가 일하고 있다면, 쉴 새 없이 달라지는 광부의 희미한 곡괭이 소리를 듣고는 그가 어느 쪽으로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누구든 거역할수 없는 힘에 이끌려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74문의 대포를 장착한 군함이 끌어당기는데 가만히 서 있을 수 있는 작은 배가있을까? 나는 그 시간과 장소를 탐닉하는 데 전념했지만, 그 고래를 만나려고 돌진하는 동안은 그 짐승에게서 지독한 악밖에는 볼 수 없었다. - P245

하지만 감미로운 것, 명예로운 것. 숭고한 것과 관련된 것들을 이렇게 모두 모아보아도 이 흰색의 가장 깊숙한 개념 속에는 좀처럼 포착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숨어 있어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붉은 핏빛보다 더 많은 공포를 우리 영혼에 불러일으킨다.
흰색이 좀 더 기분 좋은 연상에서 분리되어 본질적으로 무서운 것과 결합했을 때, 흰색을 생각만 해도 그 공포가 극한까지 높아지는 것은 바로 이 포착하기 어려운 성질 때문이다. 북극의 흰곰과 열대지방의 백상아리를 보라.
매끄럽고 유별난 흰색 외에 또 무엇이 그들을 유별난 공포의 대상으로 만드는가? 말없이 만족스럽게 바라볼 만한 그들의 생김새를 무섭다기보다 역겹고 혐오스럽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 송장처럼 창백한 흰색이다. 그래서 독특한 무늬가 새겨진 모피로 몸을 감싸고 사나운 엄니를 가진 호랑이도 하얀수의를 입은 곰이나 상어만큼 우리의 용기를 꺾지는 못하는 것이다. *신천옹(알바트로스)을 생각해보라. 그 하얀 유령은 모든 상상 속에서 구름속을 미끄러지듯 날아가지만, 초자연적인 경이와 창백한 공포를 자아내는그 구름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 매력을 최초로 노래한 것은 콜리지가 아니라 신의 위대한, 누구에게도 아침할 줄 모르는 계관시인, ‘자연‘인 것이다. - P2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육상에서나 해상에서나 돛대 꼭대기 위에서 망보는 일은 매우 유서 깊고흥미진진한 일이므로 여기서 어느 정도 설명하기로 하겠다. 내가 알기로, 최초로 돛대 꼭대기에 올라선 사람들은 고대 이집트 사람이었다. 아무리조사해봐도 그들보다 앞선 사람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보다 먼저 바벨탑을 세운 사람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돛대 꼭대기를 세울 작정이었던 게 분명하지만, (마지막 장관"을 얹어놓기 전에) 그들의 거대한 석재 돛대는 신의 분노라는 무서운 강풍을 만나 뱃전 너머로 떨어져버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바벨탑을 세운 이 사람들을 고대 이집트인보다 앞세울 수 없다. 그리고 이집트인들이 돛대 꼭대기에 올라선 민족이었다는 것은 최초의 피라미드가 천체를 관측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는 고고학자들의 믿음에 근거를 둔 주장이다. 피라미드라는 거대한 건축물의 사면이 모두 독특한 계단식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 그 가설을 뒷받침해준다. 옛날 천문학자들은 다리를 놀랄 만큼 길게 들어 올려 피라미드 꼭대기로 올라가서 새로운 별을 발견했다고 큰 소리로 외치곤 했다.
오늘날 배에서 망보는 사람들이 다른 배의 돛이나 고래가 방금 시야에 들어왔다고 고함을 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 P205

본래의 돛대 꼭대기, 즉 바다에 떠 있는 포경선의 돛대 꼭대기로 돌아가자. 포경선에서는 세 개의 돛대 꼭대기에 해뜰녘부터 해질녘까지 계속 망꾼을 배치한다. 선원들은 교대로 키를 잡듯이) 교대로 돛대 꼭대기에 올라간다. 교대는 두 시간마다 이루어진다. 열대지방의 잔잔한 바다에서는 돛대 꼭대기에올라가는 것이 더없이 유쾌하다. 아니, 공상에 잠겨 사색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즐거운 일이다. 조용한 갑판에서 30미터나 올라간 곳에서서 돛대가 거대한 죽마라도 되는 것처럼 다리를 벌리면 당신의 몸 아래, 그리고 당신의 두 다리 사이에서는 바다의 거대한 괴물들이 헤엄을 친다.
옛날에 배들이 로도스 섬에 있었던 그 유명한 거상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간 것과 마찬가지다. 당신은 파도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끝없는 바다의 망망함에 몰두하여 거기에 서 있다. 배는 넋을 잃은 듯 나른하게 흔들리고.
무역풍은 졸음과 함께 불어온다. 모든 것이 당신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 열대의 고래잡이 생활은 대개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은 채 무사평온하게 지나간다. 뉴스도 듣지 않고, 신문도 읽지 않는다. 하찮은 사건을 대서특필한 호외에 현혹되어 쓸데없이 흥분하는 일도 없다. 가정에서 일어난 불행, 파산한 증권회사, 주가 폭락 등에 대한 소식도 듣지 못한다.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적어도 당신의 3년 치 식사는 통 속에 가득 채워져 있고, 식단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 P2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