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에서나 해상에서나 돛대 꼭대기 위에서 망보는 일은 매우 유서 깊고흥미진진한 일이므로 여기서 어느 정도 설명하기로 하겠다. 내가 알기로, 최초로 돛대 꼭대기에 올라선 사람들은 고대 이집트 사람이었다. 아무리조사해봐도 그들보다 앞선 사람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보다 먼저 바벨탑을 세운 사람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돛대 꼭대기를 세울 작정이었던 게 분명하지만, (마지막 장관"을 얹어놓기 전에) 그들의 거대한 석재 돛대는 신의 분노라는 무서운 강풍을 만나 뱃전 너머로 떨어져버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바벨탑을 세운 이 사람들을 고대 이집트인보다 앞세울 수 없다. 그리고 이집트인들이 돛대 꼭대기에 올라선 민족이었다는 것은 최초의 피라미드가 천체를 관측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는 고고학자들의 믿음에 근거를 둔 주장이다. 피라미드라는 거대한 건축물의 사면이 모두 독특한 계단식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 그 가설을 뒷받침해준다. 옛날 천문학자들은 다리를 놀랄 만큼 길게 들어 올려 피라미드 꼭대기로 올라가서 새로운 별을 발견했다고 큰 소리로 외치곤 했다.
오늘날 배에서 망보는 사람들이 다른 배의 돛이나 고래가 방금 시야에 들어왔다고 고함을 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 P205

본래의 돛대 꼭대기, 즉 바다에 떠 있는 포경선의 돛대 꼭대기로 돌아가자. 포경선에서는 세 개의 돛대 꼭대기에 해뜰녘부터 해질녘까지 계속 망꾼을 배치한다. 선원들은 교대로 키를 잡듯이) 교대로 돛대 꼭대기에 올라간다. 교대는 두 시간마다 이루어진다. 열대지방의 잔잔한 바다에서는 돛대 꼭대기에올라가는 것이 더없이 유쾌하다. 아니, 공상에 잠겨 사색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즐거운 일이다. 조용한 갑판에서 30미터나 올라간 곳에서서 돛대가 거대한 죽마라도 되는 것처럼 다리를 벌리면 당신의 몸 아래, 그리고 당신의 두 다리 사이에서는 바다의 거대한 괴물들이 헤엄을 친다.
옛날에 배들이 로도스 섬에 있었던 그 유명한 거상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간 것과 마찬가지다. 당신은 파도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끝없는 바다의 망망함에 몰두하여 거기에 서 있다. 배는 넋을 잃은 듯 나른하게 흔들리고.
무역풍은 졸음과 함께 불어온다. 모든 것이 당신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 열대의 고래잡이 생활은 대개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은 채 무사평온하게 지나간다. 뉴스도 듣지 않고, 신문도 읽지 않는다. 하찮은 사건을 대서특필한 호외에 현혹되어 쓸데없이 흥분하는 일도 없다. 가정에서 일어난 불행, 파산한 증권회사, 주가 폭락 등에 대한 소식도 듣지 못한다.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적어도 당신의 3년 치 식사는 통 속에 가득 채워져 있고, 식단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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