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라는 주제 덕분에 정신이 크게 팽창하고 고양되면, 별이 빛나는 하늘에서 거대한 고래 모습을 찾아내고 고래를 뒤쫓는 보트들의 모습도 반드시찾아낼 수 있다. 동방의 민족들이 오랫동안 전쟁에 여념이 없을 때 구름 사이에서 격투를 벌이고 있는 군대를 본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북극해에서 처음 나에게 고래를 알려준 반짝이는 별들과 함께 북극을 빙글빙글돌면서 리바이어던을 추적했고, 남극해의 빛나는 하늘 밑에서는 ‘아르고내비스‘호를 타고 ‘물뱀자리‘와 ‘물고기자리‘를 넘어 찬란하게 빛나는 ‘고래자리‘를 쫓아갔다.
군함의 닻을 계류용 밧줄을 매는 기둥으로 삼고 작살 다발을 박차로 삼아 저 고래에 올라타고 가장 높은 하늘로 뛰어 올라가서, 무수한 천막이 늘어선 가상의 하늘이 정말로 내 시야가 미치지 않는 곳에 진을 치고 있는지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344

그러나 육지 사람들은 대체로 바다의 원주민들에게 지독한 편견과 혐오감을 품어왔고, 우리는 바다가 영원한 미지의 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콜럼버스는 서쪽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기 위해서 무수한미지의 세계를 항해했던 것이며, 치명적인 재난 중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재난은 먼 옛날부터 바다로 나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무차별로 일어났으며, 잠깐만 생각해보아도 젖먹이나 다름없는 인류가 제아무리 자신의 과학과 기술을 자랑하고 장차 그 과학과 기술이 아무리 진보한다 해도, 바다는 최후의 심판일까지 영원히 인간을 모욕하고 살해하며, 인간이 만들 수 있는가장 당당하고 견고한 군함도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릴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느낌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인간은 바다가 처음부터 갖고 있는 그 최대한의 무서움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
기록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배가 뜬 바다는 복수심으로 전 세계를 삼켰지만 한 사람의 과부도 만들지 않았다. 그 바다는 지금도 굽이치고 있다. 그 바다는 지난해에도 많은 배를 삼켜버렸다. 오오.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노아의 홍수는 아직 물러가지 않았다. 아름다운 세계의 3분의 2는 아직도 홍수에 뒤덮여 있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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