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은 예술에 가까운 행위다. 뉴욕에서 한평은 차이나타운의 웨이터에게 원하는 요리를 말하는 데만 삼십분씩 걸린다. 가톨릭 성인들의 초상화를 보면 각자 가장 두드러진 속성을 상징하는 물건과 함께한 모습일 때가 많은데, 그렇다면 한펑은 메뉴판을 든 모습으로 그려져야 할 것이다. 그녀는 메뉴를 시처럼 읽고 편집이 필요한 시다 자신의 까다로움과 열정으로주방에 영감을 안긴다. 그녀는 재료가 얼마나 신선한지 묻는다. 뜨거운 요리와 차가운 요리와 미지근한 요리가 다 있도록, 매운 요리와 안 매운 요리가 다 있도록, 생선과 고기와 야채가 다 있도록, 무거운 맛과 가벼운 맛이 다 있도록 균형을 맞춘다. 식사 전체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중국인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수입 중식비 지출의 비율이 높다. 고전이 된 책 『중국 문화 속 요리』를 쓴 K. C. 장(장광즈)은 <사회적 언어로서의 음식>이 있고 <음식 언어학>이 있다고 말했다. 왕조 시대 중국에서는 하인이 있더라도 주인이 직접 요리해서 대접하는 것이 손님을 존중하는 행위였고, 모든 사람이 조상에게 드릴 음식을 만들어서 제사를 올렸다. 음식이 곧 사회다. - P506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법은 갈수록 엄격해지지만, 집행은 충분하지 않다. 많은 중국인들이 의심을 지우지 못한다. 이를테면 유기농으로 선전되는 제품이 실제로는 유기농이 아닐 것이라고 여긴다. 부자들은중국산보다 오염이 덜할 것이라고 믿는 외국산 신선 식품을 소비한다. 수입과일 시장만 1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애초에 정치적 연줄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팔고 보통사람들에게는 아예 팔지 않는 유기농농장들도 있다. 다른 한편, 서양 패스트푸드 음식점들이 속속 들어옴에 따라 건강에 나쁜 음식을 먹는 인구가 늘었다. 중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늘 아주 높았지만, 이제 중국인은 지방도 더 많이 먹는다. 쌀 판매는 줄었고, 옥수수가공제품 섭취는 치솟았다. ‘포장된 가공식품 구매량은 미국을 넘어서서 연간 25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시장이 되었다. 비만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그리고 중국 총 인구의 약 12퍼센트가 당뇨를 앓고 있어, 세계에서 당뇨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가 되었다.  - P517

재난관광이란 사라져 가는 장소로 사람들을 데려가서 그곳이 사라지기 전에 보여 준다는, 약간 미심쩍은 사업이다. 그런 곳을 직접 본 사람들은 그곳을 구하려고 애쓸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일이지만, 남극은 몹시 취약한 장소다. 남극의 거대한 얼음덩이들이 녹고 바다의 수온이 변함에 따라 전세계 생태계가 위기에 처했다. 위대한 인간이 몰락하는 모습은 하찮은 인간이 몰락하는 모습보다 늘 더 충격적이다. 우리가 역사적 비극을 몰입해서 읽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고, 셰익스피어의 주인공이 왕일 때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남극은 녹아내릴 위기에 처한 힘센 제왕과 같다. - P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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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기 전까지 프레드는 설마 그런 일이 있으랴 하고 생각했다. 다른 집 자식들은 다 그래도 자기네 자식들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맹문이라서 그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그는 그런 행동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노인들을 배척하는 운동이 점점 노골화되고 있었다. 정부는 처음에 노인들을 지지했다. 입에 발린 소리일지언정 노인 공경의 미덕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러더니 얼마 안 가서 노인들을 여론의 심판에 넘겨 버렸다. 한 사회학자가 텔레비전 저녁 뉴스에 나와서 사회보장의 적자는 대부분 70세 이상의 노인들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그러자 노인 배척 운동의 전선에 생긴 그 돌파구를 이용하여 정치인들이 공격에 가세하였다. 그들은 의사들이 너무 쉽게 약을 처방한다고 비난하였다. 의사들이 공익은 뒷전으으로 돌리고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마구잡이로 노인들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태는 갈수록 나빠지기만 했다. 학자들의 분석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폭적인 예산 삭감이 이어졌다. 먼저 정부는 인공심장의 생산을 중단시켰다. 그 다음에는 피부와 신장과 간의 대용물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동결시켰다. 대통령은 신년담화를 통해 <노인들을 불사의 로봇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생명에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는 존중되어야 합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노년기와 극노년기의 국민들은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함으로써 국가가 민심에 반하는 세금을 부과하게 하고, 프랑스사회가 퇴보하는 듯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나라의 모든 경제 문제가 노인의 증가와 연결되어 있음이 명백해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상한 것은, 그 담화가 75세 노인의입에서 나온 것이고 그의 뛰어난 임무 수행 능력> 자체가 상당부분 첨단 의학의 보살핌 덕분에 발휘되고 있는 것임에도 아무도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P77

7. 인간을 기르다가 싫증이 나면 어떻게 할까?
우리의 어린 세대는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애완 인간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점차 싫증을 낸다. 애완 인간을 사 달라고 조를 때와는 생판 달라진 모습이다(우리의 자녀가 <제게 애완 인간을 선물해 주세요. 잘 돌보겠다고 약속할게요>라고 말할 때, 우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녀석들의 그 말은 그저 나흘 동안만 잘 돌보겠다는 뜻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어린 세대가 애완 인간에 싫증을 낼 때, 우리가 보이는가장 간단한 반응은 인간들을 세면대나 쓰레기통이나 하수도에 버림으로써 그 골칫거리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만일그들이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우리의 하수도에 사는 인간들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지구에서 잡아와 길들인 인간들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단이 전혀 없다. 너무나 <유순한> 그들은 하수도 인간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수도 인간들은 그들보다 훨씬 빨리 달리며 끝까지 그들을 추격해서 목숨을 빼앗고 말 것이다. 우리의 귀여운 놀이 동무였던 그들을 그런 식으로 저버리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사람 우리 (특히 지구의 야생 인간을 기르던 우리)를 어떻게 처분해야 좋을지 모르는 어린 세대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것은 애완 인간들을 가난한 친구들에게 선물하라는 것이다. 그친구들은 아마도 애완 인간을 대신 맡아 기름으로써 큰 기쁨을 얻게 될 것이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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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기 전까지 프레드는 설마 그런 일이 있으랴 하고 생각했다. 다른 집 자식들은 다 그래도 자기네 자식들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맹문이라서 그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그는 그런 행동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노인들을 배척하는 운동이 점점 노골화되고 있었다. 정부는 처음에 노인들을 지지했다. 입에 발린 소리일지언정 노인 공경의 미덕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러더니 얼마 안 가서 노인들을 여론의 심판에 넘겨 버렸다. 한 사회학자가 텔레비전 저녁 뉴스에 나와서 사회보장의 적자는 대부분 70세 이상의 노인들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그러자 노인 배척 운동의 전선에 생긴 그 돌파구를 이용하여 정치인들이 공격에 가세하였다. 그들은 의사들이 너무 쉽게 약을 처방한다고 비난하였다. 의사들이 공익은 뒷전으으로 돌리고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마구잡이로 노인들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태는 갈수록 나빠지기만 했다. 학자들의 분석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폭적인 예산 삭감이 이어졌다. 먼저 정부는 인공심장의 생산을 중단시켰다. 그 다음에는 피부와 신장과 간의 대용물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동결시켰다. 대통령은 신년담화를 통해 <노인들을 불사의 로봇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생명에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는 존중되어야 합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노년기와 극노년기의 국민들은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함으로써 국가가 민심에 반하는 세금을 부과하게 하고, 프랑스사회가 퇴보하는 듯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나라의 모든 경제 문제가 노인의 증가와 연결되어 있음이 명백해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상한 것은, 그 담화가 75세 노인의입에서 나온 것이고 그의 뛰어난 임무 수행 능력> 자체가 상당부분 첨단 의학의 보살핌 덕분에 발휘되고 있는 것임에도 아무도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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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관료들은 좀처럼 안 된다고 말하지 않고 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리비아 사람들은 아랍권에서 널리 쓰이는 <IBM>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인샬라, 보크라, 몸켄>의 머리글자인 이말은 <신이 허락한다면 어쩌면 내일은>이라는 뜻이다. 모든 계획이 임시적이다. 정부 최고위층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영 석유회사사장을 한 시간 전에 연락해서 당장 만날 수도 있고, 사전에 몇 주동안 약속을 잡으려고 해도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 P460

리비아 총 인구의 약 20퍼센트를 고용하는 공무원 조직은 엄청나게 과잉 충원된 상태다. 국영 석유 회사의 직원 4만 명은 실제 필요한 인원의 두 배쯤 될 것이다. 임금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러 직장에서 봉급을 받는다. 그리고 만약 직장감독자가 같은 부족 사람이라면, 직장에 나타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편 식량에 국가 보조금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적은 생활비로도 살아갈 수 있는지라 사람들은 자기 수준에 못미친다고 여기는 일자리는 쉽게 거절한다. 고된 노동은 사하라 이남지역에서 온 이민자들이 도맡고, 그보다 좀 더 기술이 필요한 일은 이집트 사람들이 한다.
「우리 경제는 역설적입니다. 리비아인 중에는 실업자가 많죠.」공식 실업률은 30퍼센트에 육박한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는 또200만 명이나 됩니다. 이 불균형은 재앙입니다.」 가넴은 말했다. 높은 국내 실업률과 수입 노동력이라는 조합은 석유로 부유해진 모든 나라들의 특징이지만, 리비아는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가 한층 더 심각하다. 한 결혼에서 아이를 열네 명씩낳은 사람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인구의 약 절반이 15세 미만이다. - P462

『녹색서』는 내분을 피하기 위해서 한나라에는 하나의 종교만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그것이 이슬람교여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카다피는 자신의선언서에 코란의 기본 교리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고(이를테면 자신이 제창한 사회 복지 재분배 정책을 코란에 나오는 자선 개념과 멋대로 동일시했다). 따라서 자신의 선언서는 샤리아 법과 동등한지위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이슬람교와 카다피의 관계는 이중적이다. 그는 이슬람교를 끌어들여서 자신의 권위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지만,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경쟁자는 일절 허락하지 않기때문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는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어진 20년의 급진적 행보는 공개 교수형이 텔레비전으로중계되었고, 서양 책과 악기를 불태웠고, 사기업이 갑자기 금지되었고, 반유대주의가 심해졌고, 테러리스트나 게릴라 집단과 공식적으로 연대했다-국제 사회로부터 심한 반발을 샀다. 그러나 불량 국가라는 리비아의 지위 덕분에 카다피는 궁지에 몰린 국민들의 보호자 역할을 함으로써 오히려 권력을 다졌다. 그것은 그가 뛰어나게 잘해내는 역할이었다. - P465

 석유는 축복인 동시에 저주다. SPLAJ체제는 노동 윤리에 구애받지 않는 인구를 탄생시켰다. 리비아 사람들은 일주일에 닷새 오전만 일한다. 그게 전부다. 그조차 직업이있을 때의 이야기다. 즐리트니는 이렇게 엄하게 말했다. 「사람들이기꺼이 일하겠다고 하면, 가령 건설 현장 일을 하겠다고 하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부유한 나라라서, 젊은이들은 힘들게 일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석유 같은 자원에 기반을 둔 경제는 다변화하지 않는 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지 않는다. 내가 만난 많은 대학생들은 현재 개혁 논의가 왕성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재능은 결국 활용되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한 학생은 내게 불평했다. 「이 MBA 과정을 마쳐도 일자리를 못 구할 가능성이 높을 거예요. 온 나라가 고용이 아니라 석유로 굴러가죠. 열심히 일해서 얻을 수 있는 부는 없어요. 나는 열심히 일할 마음이 있지만, 무슨 소용입니까?」 재무장관 압둘가데르 엘카이르는 내게 말했다. 「석유가 없었다면, 우리도 개발을 했을 겁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차라리 물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 P479

나는 과거의 낙관주의가 잘못이었음을 깨닫는 뼈저린 경험을 숱하게 했다. 그러나 카다피의 불명예스러운 최후에 뒤이어 혼돈으로 빠져든 리비아의 경우만큼 씁쓸한 사례는 또 없었다. 서구가 카다피 타도를 지지했던것이 문제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서구가 그에 뒤이어 벌어질 일을 생각해 보지 않았고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던 점이다. 거악이 제거되더라도 그 빈자리를 메울 일관된 선이 없는 한 별다른 성과가 날 수없다.  - P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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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준 편지』를 한편씩 읽었습니다. 부산 원도심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시인 김수우씨와 그곳을 드나들던 스물다섯 법대생 김민정씨가 무려 10년간 주고받은 편지들이 달빛처럼 은은한 울림을 주었어요. 긴 인연의 폭과 흐름이담긴 이 서간집은 요즘 제 화두인 관계와 인연을 너른 폭으로 조망하게끔 해주었습니다. "잊은 듯 살다가도 문득 따뜻한 애정이 솟구치며 그리워지는 것, (...) 불가에서는 이를 좋은 인연이라 하더군요. 잊고 있다가도 만나면 더없이 기쁜관계 말입니다."
이런 대목에선 저의 이름 없는 관계들이 적합한 이름을부여받은 듯했어요.
사실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찬찬한 관계로 기우는 마음이, 나이가 들어가며 끈끈한 관계의 부침을 감내하지 못하는 저에 대한 정당화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떡볶이 먹고 시시콜콜 잡담을 나누는 소소한 사이도, 다글다글 뒤엉켜 사느라 못난이 같은 내 모습을 들킨 징한 인연도 있듯이, 이렇게 조금은 멀리서 서로의 일상을 애틋하게 바라봐주는 고고하고 너그러운 관계도 필요하구나, 참으로 근사한 인연이구나, - P73

너도 알다시피 내가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기 전까지는첫째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주말마다 박물관으로 미술관으로 과학관으로 데리고 다녔다. 극성깨나 부렸지. 그런 과거의 일면에 대한 부끄러움, 거기다가 자식 교육에 손놓은 엄마라는 미안함, 또 자식이 중산층 계급으로 안정된삶을 살길 바라는 아직 식지 않은 욕망의 잔열까지 고루 착종된 아주 복잡한 감정이 그들을 통해 건드려졌던 것 같아.
반면에 책은 현실의 안전한 도피처였다. 정돈된 단어와이론들 안에서 난 안정감과 고양감을 느꼈어. 적나라하고어지러운 세속에 가담하지 않고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지. 엄마라는 내 정체성이 비활성화되는 관계, 즉 비출산 비혼 동료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책 얘기 세상 얘기 나누는쾌락에 빠졌고 그것만으로도 하루는 빠듯했다. 그러니까 내가 너를 피한 게 아니라 너를 통해 상기되는 나의 결핍과 불안을 마주하기 싫었던 거 같아.  - P78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뒤처진 새」라이너 쿤체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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