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명의 비전 역시 공유 경제다. "소유로부터의해방" 이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종교적인 표현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앞으로는 경제적 비전이 될 전망이다. 디지털은 소유가 아니라 연결, 독점이 아니라 확산을 통해 작동하는 문명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유 경제의 스펙트럼은 점점 더 넓어질 것이다.  - P170

그렇게 방향을 바꾸면 뭐가 달라지나? 달라진다. 가장먼저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이란 예기치 않은 리듬의 발현, 곧 일종의 ‘엇박‘ 이다. 사람이건 풍경이건 타자들과마주칠 때 새롭게 구성되는 파동이다. 그것을 기록하면스토리가 된다. 요컨대, 여행이란 사건과 스토리가 창조되는 여정이다. 현대인은 여행에 대한 각종 정보에 빠삭하다. 그리고 노트북에는 엄청난 양의 사진이 보관되어있다. 정보와 사진, 그것뿐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라고 물으면 묵묵부답 아니면 동어반복, 그것은사건을 겪지 않고 스토리가 창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 P177

사람들은 다만 칠정(七情) 가운데서 오직 슬플 때만 우는 줄로 알 뿐, 칠정 모두가 울음을 자아낸다는 것은 모르지. 기쁨()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노여움)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슬픔(哀)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즐거움(樂)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사랑함(愛)이 사무쳐도 울게되고, 미움(惡)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욕심(欲이 사무쳐도 울게 되는 것이야.
근심으로 답답한 걸 풀어버리는 데에는 소리보다 더 효과가 빠른 게 없지.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우레와도 같은 것일세. 지극한 정(情)이 발현되어 나오는 것이 저절로 이치에 딱 맞는다면 울음이나 웃음이나 무에 다르겠는가?"
- 박지원 저, 고미숙 길진숙·김풍기 역,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상, 139쪽 - P191

길은 언제나 유동한다. 저들과 나 사이에서, 언덕과 물 사이에서, 또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이것과 저것이란 세상을 지배하는 이분법을 지칭한다. 거기에 포획되면 길을 잃는다. 삶이 증발하고 메마른공식구만 남기 때문이다. 하여, 길을 찾기 위해선 ‘사이에서 사유해야 한다. 그래야 이것 아니면 저것을 강요하는이분법에서 벗어나 제3의 길을 창안할 수 있다. 그것은늘 우발적이고 유동적이다. 현장마다 매번 다르게 생성되기 때문이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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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에는 하나의 문이 열리며 환한 빛 가운데로 나아가게 하는 순간이 있다. 당신의 마음을 굳게 걸어 잠갔던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 있다. 당신은 무중력 상태에서 두둥실 떠다니는 존재로 거듭난다.당신의 생은 한동안 장애물이 없는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선택은 분명해지고, 대답이 질문을 대체하고, 두려움은 사랑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우리의 생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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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천륜이다. 서로를 서포트해주는 최후의 보루이지, 자기 인생을 펼치는 무대가 아니다. 고로, 각자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 그 길을 가는 데 있어 가족은 든든한 빽이 되어주어야 한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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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는 이제 ‘가족이 전부‘ 라는 전제에서 탈주해야 한다. 가족은 베이스캠프지 귀환처가 아니다. 솔직히 가족은 서로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혈연적 유대, 정서적 애착으로 묶여 있어서다. 합리적 대화나 이성적 관계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집착 아니면 부채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성장한 다음에는 무조건 집에서 나와야 한다. 부모도 자식을 놓아주어야 한다. 아니, 내보내야한다. 그러면 오히려 인생의 좋은 길벗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야말로 애증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점점 더 헤어나기가 어렵다.
- P104

두려워할 것은 나 자신만한 것이 없다네. 내 오른쪽 눈은 용이 되고 왼쪽 눈은 범이 되며, 혀 밑에는 도끼를 감추고 있고 팔을 구부리면 당겨진 활과 같아지지. 차분히잘 생각하면 갓난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으나,
생각이 조금만 어긋나도 짐승 같은 야만인이 되고 만다네.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장차 제 자신을 잡아먹거나 물어뜯고 쳐 죽이거나 베어버릴 것이야. 이런 까닭에성인(聖人)께서도 이기심을 누르고 예의를 따르며, 사악함을 막고 진실된 마음을 보존하면서 스스로 두려워하지 않으신 적이 없었다..
- 박지원 저, 김명호 역,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민옹전, 28쪽 - P114

덧붙이면, 요즘은 예능이 대세다. 정치나 인문학도 예능이 되었다. 주제나 소재가 뭐가 됐건 예능은 재밌어야한다. 유머와 역설이 넘쳐야 한다. 신변잡기로는 한계가있다. 재미를 계속 창조하려면 지성이 필요하다. 정치나인문학이 예능과 접속하게 된 이유다. 한데, 또 이상한 일은 시대의 추세와는 달리 청년들의 언어 감각은 오히려 위축된 감이 있다. 자기 견해를 지적으로 표현하거나 경험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데는 영 서툴다. 그도 그럴 것이,
주로 구경꾼의 위치에 있을 뿐 서로 말을 주고받는 광장의 경험이 거의 없는 탓이다. 그러므로 백수에게는 이 현장의 확보가 절실하다. 지성과 유머를 갈고닦을 수 있는벗들이 있는! 좀 고상하게 표현하면, 자의식의 감옥을 벗어나 로고스의 향연을 누릴 수 있는!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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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년들의 말처럼 이제 청춘이 해야 할일은 불안과 외로움에 대한 탐구다. 그것을 탐구하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관계는 화폐에 선행한다는 것, 삶은 곧 관계의 지도 라는 것을, 물론 이때의 관계란 명성과 이익을 도모하는 ‘인맥‘ 이 아니라, 공감과 소통을 전제로 하는 ‘인복‘을 의미한다. 인맥은 불안을 부추기지만, 인복은 불안을 치유해준다 ‘인맥 쌓기‘ 에서 ‘인복 누리기‘ 로!
청년 연암이 바로 그러했다. 연암은 사람을 좋아했다.
어렸을 적엔 친구들과 같이 집을 짓기도 했고, 청년이 된 이후엔 여행과 공부, 술 등 모든 것을 친구와 함께 했다.
관계에 대한 탐구가 시작된 것도 그즈음이다.

‘귀에 대고 소곤거리는 것은 지당한 말이 아니요, 남에게 누설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것은 깊은 사귐이 아니요, 우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드러내는 것은 두터운 벗이아니다. •••(중략)•••사람을 사귀는 데는 서로 알아주는것이 가장 중요하고, 즐겁기로는 서로 공감하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지. 그리고 속 좁은 사람의 불만을 풀어주고 시기심 많은 이의 원망을 진정시켜주는 데에는 우는것보다 더 빠른 게 없어.
- 박지원 저, 김명호 역,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마장전), 56~60쪽

‘저자에서는 이익으로써 사귀고, 면전에서는 아첨으로써사귀는 법이다. 따라서 아무리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도세 번 손을 내밀면 누구나 멀어지게 되고, 아무리 묵은원한이 있다 해도 세 번 도와주면 누구나 친해지기 마련이야. 그러므로 이익으로써 사귀면 지속되기 어렵고, 아첨으로써 사귀면 오래갈 수가 없지.
대단한 사귐은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아도 되고, 두터운벗은 서로 가까이 지내지 않아도 된다네. 다만 마음과마음으로 사귀고, 그 사람의 덕을 보고 벗을 삼으면 되는 것이야. 이것이 바로 도의로써 사귄다는 것일세.‘
- 같은 책, (예덕선생전), 67쪽 - P90

"남들과 함께 거처하며 악의 싹을 미연에 막는 게 낫다(《나의 아버지 박지원》, 225쪽)"고 여겼다. 학교의 본래 의미도 여기에 있다.
학교는 단지 지식을 쌓는 곳이 아니라 공부란 본디 함께하는 것임을 터득하는 곳이다. 앎 자체가 소통이라는 사실을 깨우치는 곳이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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