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런 환상은 환상의 대상보다는 환상을 품는 사람을더 규정한다. 그들은 그녀가 찬란한 과거 또는 가상의 현재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삶에 대한 보상을 구한다고 가정하고, 나아가서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현재 어떤 식으로든 결핍과 불만이 있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이것은사실이 아니었다. 우리 앞에 선 엘리자베스 핀치는 완성품이었다. 그녀 스스로 만들어낸 것, 그녀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낸 것, 세상이 제공한 것의 합이었다. 단지 현재 표현된 세상만이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 존재하는 세상이 제공한 것. 점차 우리는 우리의 엉성한 공상이 그녀의 독특함에 대한 초기의 불필요한 반응임을 이해하고 옆으로 밀어놓게 되었다. 그러자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그녀는 우리를 모두 정복했다. 아니, 그건 딱 맞는 말이아니다. 그보다 더 깊은 수준의 변화였다. 그녀는 단지 모범을 보임으로써-우리가 우리 내주에서 진지함의 중심을 구하고 찾게 했다. - P35

세월이 흐른 뒤 나는 점심을 먹으면서 그녀에게 이른바 모차르트 딜레마에 관해 물었다. 삶은 아름답지만 슬픈가요, 아니면 슬프지만 아름다운가요? 오늘의 파스타 두 접시를 사이에 놓고 그녀 맞은편에 앉아 있자니 마치 신탁을 구하고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삶은 필연적인 동시에 불가피하죠." 그녀가 대답했다. 그 유명한 질문은 현혹하는 망상에 불과하다는 뜻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엘리자베스 핀치만큼 자기 연민이 없는 사람은 안적이 없었다. 그녀는 자기 연민을 천하다 이것은 그녀가 도덕적 의미로만 사용하지 사회적 의미로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형용사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 자신에 관해 말하자면 자기 연민이 없는 것은 그녀가 삶을 대하는 스토아철학적 태도의 일부였다. 그녀는 로맨스에서의 실망, 외로움, 친구들의 배신, 심지어 공적 망신 주기(이이야기는 앞으로 나올 것이다)를 경험했지만 확실하게 알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런 것들을 차분하고 무관심하게 마주했다. "마주했다"라고 하면 겉모습, 또는 적어도 어떤 전략이 느껴질 수도있지만 그녀의 스토아철학은 그녀 존재의 핵까지 장악하고있었다. EF에게는 그것이 삶에 다가가는 유일한 정신적 그리고 기질적 방식이었다. 그녀는 완강하게 고통을 견디었고 절대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정신적 도움을. 그녀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받아 적을 수 있는 속도로 인용한적이 있는데 내 학생 시절 공책에 그 말이 적혀 있다. - P40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고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해볼 수 없다. 우리의 의견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고, 우리의 충동, 욕망, 혐오-간단히 말해서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모든것-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고, 우리의 소유나 평판이나 공적 직책도 마찬가지다. 즉, 우리자신에게서 비롯되지 않는 모든 것이 그렇다.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들을 하면 그 성격상 자유롭고 방해가 없고 막힘이없다.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일을 하면 약해지고 속박되고 방해받는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억하라. 본성상 속박하는 것이 자유를 준다거나 네 것이 아닌 것이 네 것이라고 생각하면 좌절하고 비참해지고 화가 날 것이며 신과 사람탓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네 것만을 네 것이라 생각하고 네것이 아닌 것은 그냥 있는 그대로 네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도 너에게 강요하지 않고 아무도 너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고, 너는 아무도 탓하지 않고 아무도 비난하지 않고 내키지 않는 일을 단 하나도 하지 않을 것이며, 너는 적이 없고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해치려 해도 너는 전혀 해를 입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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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메모도 책도 초조함도 없이 우리 앞에 서 있었다.
교단은 그녀의 핸드백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고 미소를 짓더니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 강의 이름이 ‘문화와 문명‘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겠죠. 하지만 불안해하지 마세요. 여러분한테 원그래프를 마구 던지지는 않을 거니까. 여러분 머리를 이런저런 사실로꽉 채우려 하지도 않을 거예요. 거위 배 속에 사료를 채우듯이. 그래봐야 간만 부어올라 건강에 나쁘겠죠. 다음 주에 여러분한테 참고도서 목록을 나눠줄 텐데 읽고 말고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선택에 맡겨요. 그걸 무시한다고 해서 점수를손해 보지도 않을 거고 맹렬하게 파고든다 해서 점수를 더따지도 못할 거예요. 당연히 여러분은 성인이고 나는 여러분을 성인으로 여기고 가르칠 겁니다. 교육의 최고 형태는, 그리스인이 알고 있었듯이, 협력이에요. 하지만 나는 소크라테스가 아니고 여기에는 플라톤이 모여 있는 게 아니죠. 그럼에도 우리는 대화를 나눌 거예요. 동시에 여러분은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나약한 사람을 달래려고 격려하거나 공허한 칭찬을 하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가운데 몇 사람에게 나는 당연히 최고의 선생이 아니겠죠. 여러분 기질과 성품에 가장 잘 맞는 선생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럴 사람들을 위해 미리 말해두는 겁니다. 물론 나는 여러분이 이 강의를 흥미롭게 여기기를, 사실 즐거워하기를 바라요. 그러니까 엄격한 즐거움이죠. 이 두 말은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또 나는 그 대가로 여러분도 엄격하기를 기대해요. 준비 없이 대충 하는 건 맞지 않아요. 내 이름은 엘리자베스 핀치예요. 고맙습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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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메모도 책도 초조함도 없이 우리 앞에 서 있었다.
교단은 그녀의 핸드백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고 미소를 짓더니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 강의 이름이 ‘문화와 문명‘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겠죠. 하지만 불안해하지 마세요. 여러분한테 원그래프를 마구 던지지는 않을 거니까. 여러분 머리를 이런저런 사실로꽉 채우려 하지도 않을 거예요. 거위 배 속에 사료를 채우듯이. 그래봐야 간만 부어올라 건강에 나쁘겠죠. 다음 주에 여러분한테 참고도서 목록을 나눠줄 텐데 읽고 말고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선택에 맡겨요. 그걸 무시한다고 해서 점수를손해 보지도 않을 거고 맹렬하게 파고든다 해서 점수를 더따지도 못할 거예요. 당연히 여러분은 성인이고 나는 여러분을 성인으로 여기고 가르칠 겁니다. 교육의 최고 형태는, 그리스인이 알고 있었듯이, 협력이에요. 하지만 나는 소크라테스가 아니고 여기에는 플라톤이 모여 있는 게 아니죠. 그럼에도 우리는 대화를 나눌 거예요. 동시에 여러분은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나약한 사람을 달래려고 격려하거나 공허한 칭찬을 하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가운데 몇 사람에게 나는 당연히 최고의 선생이 아니겠죠. 여러분 기질과 성품에 가장 잘 맞는 선생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럴 사람들을 위해 미리 말해두는 겁니다. 물론 나는 여러분이 이 강의를 흥미롭게 여기기를, 사실 즐거워하기를 바라요. 그러니까 엄격한 즐거움이죠. 이 두 말은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또 나는 그 대가로 여러분도 엄격하기를 기대해요. 준비 없이 대충 하는 건 맞지 않아요. 내 이름은 엘리자베스 핀치예요. 고맙습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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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가벼운 우울증에도 완전히 무능력자가 되는 반면어떤 이들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루어 낸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물질 남용에 대해 연구하는 데이비드 맥다월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들이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덜 고통스러워서가 아닙니다." 절대적인 평가를 내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다음은 런던대학교 아동심리학자 데버러 크리스티의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자살이나 고통, 슬픔의 척도는 존재하지 않아요. 우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아픈지, 어떤 증세들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가 없지요. 그저 환자의 말을 들어 주고 그들이느끼는 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뿐입니다." 질환과 성격은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어떤 환자들은 심각한 증세들도 잘 견디고, 어떤 환자들은 거의 아무것도 견디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우울증에 무릎을 꿇고, 어떤 이들은 그것과 맞서 싸운다. 우울증은 심각하게 의욕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견디려면 상당한 생존 욕구가 필요하다. 뭐니 뭐니 해도 유머 감각이 회복의 가장 강력한 척도이며, 그것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가장 강력한 척도이기도 하다.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다면 희망이 있는 것이다. - P707

인간의 표준이 곧 현실은 아니다. 우울증을 완화시키고 결국슬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들과 치료법들의 발전은 무엇을의미할까? 진화심리학자 랜돌프 네스의 말을 들어 보자. 이제 우리는 많은 신체적 고통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겪는 신체적고통 중에서 과연 어느 정도가 진짜로 필요한 것일까? 5퍼센트 정도? 상해에 대한 경보 역할을 하는 통증은 필요하지만 지속적인 통증은 꼭 필요한 것일까? 만성적인 류머티즘성 관절염이나 대장염, 편두통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물어보라! 그렇다면 우리가 겪는 심리적 고통 중에서 진짜 필요한 건 과연 어느 정도일까? 5퍼센트 이상?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 알약을 먹고 고통스러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어떨까?" 프랑스인 정신의학자 쥘리아 크리스테바는 우울증의 심층적인 심리학적 기능을 밝혀냈다. "우리를 압도하고 마비시키는 슬픔은 광기에 대한 방패 노릇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조다 더 많이 슬픔에 의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 P716

우울증의 최악의 상태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외로움이며 나는 그 체험을 통해 친밀감이라는 가치를 배웠다. 어머니도 암투병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모두 눈물이 날 정도로 잘해 주지만 내게 적대적으로 변한 이 몸뚱이 속에 혼자 있는 것이 너무도 끔찍하구나." 자신에게 적대적으로 변한 정신 속에 홀로 있는 것도 끔찍한 일이다. 당신은 그런 덫에 걸려 있는 사람에게 무엇을 해 줄 수있겠는가? 사랑만으로는 우울증의 덫에서 끌어낼 수 없다(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는 있겠지만). 용케 그가 있는 곳에 함께 있어 줄 수는 있지만 타인의 정신의 암흑 속에 꼼짝않고 앉아 있는 것은 (밖에서 지켜보는 것보다는 낫더라도) 유쾌한 일이 아니다. 당신은 멀리서 속을 태울 수도 있고 그에게 다가갈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그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침묵을 지키는 것일수도 있으며 심지어 냉담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외부인인 당신이 임의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야 할 문제다. 우울증은 그 무엇보다 외로운 것이지만 외로움의 반대 되는 것을 길러 낼수 있다. 나는 우울증으로 인해 더 사랑하고 사랑받게 되었으며, 이책을 위해 내가 인터뷰한 많은 사람들도 그러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린 친구나 친척을 위해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 물으면 나는 그의 고립감을 덜어 주라고 말한다. 함께 차를 마셔도 좋고 긴 대화를 나누어도 좋고, 말없이 곁에 앉아 있어도 좋다. 기꺼운 마음으로 상황에 맞는 방법을 택하면 된다. - P719

우울증이 사라지는 행복한 날이 도래하면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잃게 될 것이다. 만일 지구의 생명체들이 비가 내리지 않아도 살 수있다면, 만일 우리가 기상 현상을 정복하여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게 만든다면 구름 낀 날들과 여름의 폭풍우를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몇 개월 동안 음울한 날씨가 이어지는 영국에서 드물게 보는태양은 적도 지방의 태양보다 맑고 눈부시며, 내가 최근에 느끼는행복 또한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만큼 강렬하다. 나는 묘하게도나의 우울증을 사랑한다. 우울증 체험은 좋아하지 않지만 우울증 그 자체는 사랑한다. 나는 우울증이 지나간 뒤의 나를 사랑한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둔하고 무딘 만큼 만족을 느낀다. " 테네시 윌리엄스도 행복에 대해 정의해 달라고 하자 "무감각"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지옥을 체험하고 살아남았기에 다시 지옥에 가게 되더라도 살아남을수 있을 것임을 안다. 나는 좀 이상한 방식으로이기는 하지만)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만큼 자신감에 차 있다. 그것으로도 우울증은 거의 완전히는 아니지만) 가치를 지닌다. 나는 다시는 자살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며, 전쟁이 터지거나 내가 탄 비행기가 사막에 추락한다 해도 쉽게 목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무래도 나의 삶과 나는 서로 반대 입장에서 서로를 증오하며 서로에게서 벗어나기를 원하면서도 영원히 결합되어 있는 듯하다.
우울증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활력이며, 이 글을 쓰고 있는나의 삶은 슬플 때조차 생기에 차 있다. 어쩌면 내년쯤 나는 다시 무너질 수도 있으며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7년 전 지옥이 기습적으로 찾아오기 전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나의 일부분, 영혼이라고 불러야 할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멋진 발견이었다. 나는 거의 날마다 순간적인 절망감을 맛보며,
늘 다시 무너지기 시작한 건 아닌지 걱정한다. 그리고 번개처럼 스치는 것이기는 하지만 간담이 서늘한 충동들에 젖는다. 차에 치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뀔 때까지 이름악물고 참고 서 있어야 하고, 손목을 긋거나 입에 권총을 물거나 영원히 깨지 않는 잠에 빠져드는 상상을 한다. 나는 그런 감정들이 지긋지긋하지만 그것들로 인해 삶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살아야 할 이유들을 발견하고 그 이유들에 매달리게 되었음을 안다. 나는 지금까지의 내 삶을 한탄하지는 않는다. 나는 날마다 (가끔은 투계처럼 용감하게, 가끔은 그 순간의 논리에 반하여) 살아 있기로 선택한다. 그것이야말로 드문 기쁨이 아닐까?  - P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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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리가 우울증이라 부르는 것은 분명한 경계가 없는 상태들의 특수한 조합이라는 것이다. "기침도 항생제에 반응하는 경우(결핵), 습도의 변화에 반응하는 경우(폐기종), 심리치료에반응하는 경우(신경성 기침), 화학요법을 요하는 경우(폐암), 그리고 고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어떤 기침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고, 어떤 기침은 만성적이고, 어떤 기침은 일시적이고, 어떤 기침은 계절성이며, 어떤 기침은 저절로 사라진다.
어떤 기침은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기침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기침을 하나의 질병으로 보기보다 다양한 질병들의한 증세로 정의한다. 기침 그 자체에도 목이 아프고 잠을 못 자고 말도 잘 못하고 목구멍이 간질간질하고 호흡이 어려운 증세들이 따르지만 말이다. 우울증도 기침과 마찬가지로 질병의 한 종류라기보다증세들을 지닌 하나의 증세다. 만일 우리가 기침을 유발하는 질병들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난치성 기침"에 대한 이해의 토대를 가질수 없을 것이며, 왜 어떤 기침은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지에 대해 온갖 억측들이 나올 것이다. 현재로서는 우울증의 상이한 유형들과 그 각각의 의미를 가려낼 분명한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우울증은 다양한 원인들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여러 각도에서 연구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는 정신분석학, 생물학, 외적 환경에서 조금씩 취해 아무렇게나 버무려 놓는 식으로 우울증에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우울한 정신 상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데 뒤엉켜있는 우울증과 슬픔과 성격과 병을 분리해야 한다. - P662

우울증은 동요 상태의 동면이며, 에너지를 보존하는 침묵이자 위축이며, 모든 신체 조직들의 둔화다. (이것은 우울증이 과거의 잔재라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 환자들이 침대를 그리워하고 집을 나서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동면을 연상시킨다. 동물들은 들판 한가운데서가 아니라 아늑한 굴이라는 안전한 장소에서 동면을 취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안전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자연적인 위축이라는 가설도 있다. 국립정신건강연구소에서 잠에 대해 연구하는 토머스 웨어는 이렇게 말했다. "우울증은 잠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잠을 자는 곳, 집에 있는 것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새들이 몇 주씩 알을 품고 있도록 만드는 호르몬인 프로락틴(황체자극호르몬)의 수치 변화에 따른 것일 수 있다. 그것 또한 일종의 위축이며 비활동이다. 토머스 웨어는 가벼운 우울증에 대해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무리를 상대할자신이 없는 구성원들은 높은 곳에도 올라가지 않고 굴에도 들어가지 않고 혼자만 눈에 띄지도 않고 낯선 자들을 피했을 것이며, 위험을 감지하면 집에 숨을 것이다. 그들은 필시 장수했을 것이고 새끼들을 많이 낳았을 것이다." - P668

확실히 우울증은 견디기 힘든 부작용을 초래하는 행동들을 차단한다. 예를 들어 지나친 스트레스는 우울증을 유발하며 우울증은 스트레스를 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지나친 수면 부족은 우울중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우울증은 우리에게 더 많은 수면을 취하게 한다. 우울증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는 비생산적인 행동을 막는 것이다. 우울증은 우리의 자원이 잘못 투자되었으며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는 표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에 이런 사례는 많다. 바이올린 연주자로 성공하려 하는 여성이 있었는데 그녀를 가르치는 선생님들과 동료들은 그녀의 목표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래도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는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는데 약물치료도 다른 치료들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결국 그녀가 음악을 포기하고 자신이 재능을 갖고 있는 분야에 정력을 바치게 되자 우울증이 저절로 가셨다!" 이처럼 우울증은 끔찍한 것이긴하지만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P675

우울증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들 가운데 가장 설득력이 강한것은 우울증이 유익한 기능들을 수행하는 메커니즘의 불발이라는주장이다. 우울증은 대개 슬픔에서 생겨나는 슬픔의 변종이다. 멜랑콜리를 애도와 분리해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우울증의 원형은 슬픔 속에 있다. 우울증은 우리에게 유익한 메커니즘인 슬픔이장애를 일으킨 것일 수 있다. 심장은 우리가 다양한 환경과 기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온몸에 피를 공급한다. 우울증은 손가락과 발가락에 피를 공급하지 못하는 심장처럼 더 이상 고유의 장점을 갖지 못한 극단 상태다.
슬픔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나는 슬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애착의 형성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낄 만큼의 상실감을 겪지 않는다면 강한 애정을 가질 수 없다. 사랑이 깊고넓어지려면 슬픔이 개재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존재에게 해를 입히지 않으려는 (더 나아가 그들을 도우려는) 마음은 종의 보존에 기여한다. 사랑은 우리가 세상의 고난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살아 있게 만들어 준다. 만일 우리가 자의식만 키우고 사랑은 키우지않았더라면 인생의 돌팔매와 화살을 견딜 수 없었으리라.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결과를 본 적은 없지만, 사랑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삶에 대한 집착도 강하고 사랑받기도 쉬우리란 것이 나의 믿음이다. 케이 재미슨의 말을 들어 보자. "많은 사람들이 천국을문제가 없는 곳이라기보다 무한한 강렬함과 다양성이 있는 곳으로여긴다. 우리는 감정이라는 연속체의 극단을 제거하고 싶어 하기는하지만 그것을 두 동강 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고통을 겪기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감정의 폭을 갖지 않기를 원한다고말하는 것 사이에는 미세한 차이만이 존재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고, 그런 상태를 거부하는 것은 사랑을 거부하는 것이다. - P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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