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태인 할망구가그렇게 황홀해하는 꼴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무척 놀라는 것 같더니 곧 행복에 빠져들었다. 마치 천국에있는 듯 보여서 나는 아줌마가 다시 땅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될까봐 두렵기까지 했다. 나는 마약에 대해서는 침을 뱉어주고 싶을정도로 경멸한다.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 P99

땅바닥에 누워서 눈을 감고 죽는 연습을 해봤지만, 시멘트 바닥이 너무 차가워 병에 걸릴까봐 겁이 났다. 나는 마약 같은 너절한것을 즐기는 녀석들을 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행복해지기위해서 생의 엉덩이를 핥아대는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생을 미화할 생각, 생을 상대할 생각도 없다. 생과 나는 피차 상관이 없는 사이다. 법적으로 어른이 되면 나는 아마 테러리스트가 될 것이다.
- P116

아무도 어린애를 치어 죽이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을 겁주며 차들 사이를 달리면서 나는 내가 중요한 인물이라도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언제까지나 그들을 짜증나게 만들 수있을 것 같았다. 나는 차에 깔려 죽어 그들을 골탕먹일 생각은 없었지만, 아무튼 혼비백산하게 만들 순 있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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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아줌마는 동물들의 세계가 인간세계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동물들에게는 자연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라나, 특히 암사자의 세계가 그러하단다. 로자 아줌마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암사자를 칭찬했다. 나는 잠들기 전에 이따금 상상 속에서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열고 나가보면, 거기에는 새끼들을 돌보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암사자가 한 마리 있었다. 로자 아줌마는 바로 그것이 암사자들의 특성이라고 했다. 암사자들은 새끼를 위해서라면 절대 물러서지 않고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데, 그것이 정글의 법칙이며, 암사자가 새끼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암사자를 신뢰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했다.
나는 거의 매일 밤 나의 암사자를 불러들였다. 암사자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로 뛰어올라 우리들의 얼굴을 핥아주었다.  - P73

하밀 할아버지는 빅토르 위고도 읽었고 그 나이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경험이 많았는데, 내게 웃으며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는 박하차를 가져다주는 드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오래 산 경험에서 나온 말이란다." 하밀 할아버지는 위대한 분이었다. 다만, 주변 상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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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그 사건이 내 감정을 건드렸고, 나는 너무 열이 올랐다. 그런 감정은 내 속에서 치밀어오른 것이었고, 그래서 더욱 위험했다.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없다.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만 싶어진다. 마치 내 속에 다른 녀석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울부짖고 땅바닥에 뒹굴고 벽에 머리를 찧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 녀석이 다리를 가지고 있는건 아니니까. 아무도 마음속에 다리 따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기분이 좀 나아진다. 그 녀석이 조금은 밖으로 나가버린 기분이다. 여러분은 내 말을 이해하는지?
- P62

그리고 나서 아줌마는 마치 아주 먼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듯 내 머리 위로 시선을 던진 채 중얼거렸다.
"모모야, 그곳은 내 유태인 피난처야."
"알았어요."
"이해하겠니?"
"아뇨. 하지만 상관없어요. 그런 일에 익숙해졌으니까."
"그곳은 내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야."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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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적 다윈주의의 두드러지는 지적 복잡성이 뭉개지고 만 이유는 뭘까?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두 가지 믿음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는 ‘개념적 획일성이 일반적인 과학적 미덕‘이라는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극소수의 강력하고 광범위하고 두드러진 이론 법칙 틀이 과학 자체의 근본적 목표‘라는 믿음이다. 과학의 획일성은 간혹 큰 성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특별한 현상의 독특하고 새로운 속성들을 감소시키고 제거하고 무시함으로써 실패의 길을 걷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지적 콘텐츠의 상실은, 뭔가 복잡한 것을 적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건너뛸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 P86

나는 자연계에서 이 깃털의 환상적인 복잡함에 견줄 만한 디자인을 본 적이 없다.
깃털 하나하나가 얼룩말 한 마리, 표범 한 마리, 열대어 한 마리, 나비 떼, 난초 한 다발의 패턴 복잡성pattern complexity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각각의 날개깃마다 다채로운 점•띠•소용돌이•구역들이 빽빽이 자리 잡고 있어, 날개 하나하나에 대해 모노그래프를 발간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페르시아산 융단의 디자인에 맞먹을 만큼 복잡하고 화려한 문양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 P97

그러나 생물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짝짓기선호가 어떻게 진화했는가‘라는 점이다. 짝짓기선호는 정직하고 실용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장식물 때문에 진화할까, 아니면 (비록 기막히게 멋지기는 하지만) 무의미하고 임의적인 유행으로서 공진화할까? 솔직히 말해서 대부분의 생물학자는 첫 번째 가설에 동의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라펜의 개입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적응적 배우자선택은 일어날 수는 있지만 매우 드문 현상인 데 반해, (다윈과 피셔가 상상하고 랜드와 커크패트릭이 모델을 제시한) 배우자선택은 거의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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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 공변이 genetic covariation 의 결과, 주어진 형질을 보유하는 유전자와 그 형질을 선호하는 유전자는 공진화하게 된다. 암컷이 특정 과시형질(예: 긴 꽁지)을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할 때, 특정한 배우자선택 유전자 역시 간접적으로 선택된다. 왜냐하면 그녀들이 선택한 수컷들의 어머니 역시 같은 스타일의 꽁지를 선호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배우자선택이 짝짓기선호의 진화에서 선택 주체로 떠오르는 강력한 양성피드백 고리가 형성된다. 피셔는 이러한 자기 강화적 성선택 메커니즘self-reinforcing sexual selection mechanism을 폭주 과정runaway process, 즉 "특정 과시형질에 대한 선택이 짝짓기선호의 혁명적변화를 초래하고, 짝짓기선호의 혁명적 변화가 과시형질의 진화적변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무한반복 과정"이라고 불렀다. 미적 형태와 그에 대한 욕구는 공진화과정을 통해 서로를 형성한다. 피셔는 이러한 방식으로 ‘과시형질과 짝짓기선호가 함께 진보하는 과정‘에대한 유전적 메커니즘을 명백히 제시했는데, 이는 다원이 청란에 대해 처음으로 상정했던 메커니즘이었다.
- P64

 피셔의 이론에서 영감을 얻은 랜드와 커크패트릭은 서로 다른 수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성선택과 과시형질 간의 공진화역학 coevolutionary dynamics을 탐구한 결과, 매우 비슷한 해답을 얻었다. 그들은 "자손의 성적 매력이라는 이점 하나 때문에 형질과 선호는 공진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 다음, 한 걸음 더 나아가 "배우자선택 과정은 ‘특정과시형질의 유전자‘와 ‘그 형질에 대한 선호의 유전자‘의 공진화를 추동할 수 있다"라고 증명했다.
또한 랜드- 커크패트릭의 성선택 모델은 "과시형질은 자연선택과 성선택 간의 균형을 통해 진화한다"라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확인했다.  - P69

 만약 격리된 개체군들이 서로 멀리 분기한다면 미적 배우자선택의 과정은 완전히 새로운 종을 탄생시킬 수 있는데, 이것을 종 분화speciation 라고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미적 진화는 회전하는 팽이와 같다. 성선택 행위는 내적인 균형을 창조하여, ‘하나의 개체군 내부에서 성적으로 아름다운 것이 뭔지‘를 결정한다. 그러나 팽이에 무작위적 동요(예: 변이와 같은 내적 힘, 지리적 장벽에 의한 인구고립과 같은 외적 힘)가 일어나면 팽이가 비틀거리며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해 회전하게 된다.
이 내용을 종합할 때 도출되는 결론은, "성선택이 개체군과 종가운데서 지속적으로 확대• 다양화되는 미적 기준의 진화를 촉진한다"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며, 그 증거는 이 책에등장하는 새들 중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내가 그들을 미적극단주의자 aesthetic extremist라고 부르는 데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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