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는 모든 인생이여태까지 젊음이 흘러갔듯이 그렇게 조용히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눈을 감고 두 귀를 틀어막고 떠내려가면 가까운 개울 바닥에 솟아 있는 바위들도 보이지 않고 바위 밑에서 부딪치는 물소리도 들리지 않을 거요.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두시오. 이 말만은 잘 새겨주시오. 언젠가는 바위가 많은 물길에 다다르게 될 거요. 인생의 모든 흐름이 소용돌이치고 왁자지껄해지고 물거품과 소음이 부서지는 곳으로 말이오. 길은 두 가지밖에 없소, 험한 바위 너설에 부딪혀 온통 바스러져 버리든가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나처럼 커다란 파도에 실려 보다 평온한 물길로 나서게되든가.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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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이 일어났다가 내게서 떠나가버린 것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로맨스도 없고 흥미도 없는 평범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조한 생활의 한 시간에 변화를 갖다 준 셈이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하였고 희구되었고 또 나는 그것을 부여하였다. 무슨 일을 했다는 것이 내게는 기뻤다. 극히 하찮고 순간적인 행위였지만 어쨌든 그것은 스스로 한 일이었고 또 나는 시키는 일만 하는 생활에 싫증이 나 있던 터였다.
게다가 그것은 새 얼굴이었고 흡사 기억의 화랑에 집어넣은 새 그림과 같았다. 이미 거기에 걸려 있는 딴 그림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었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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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 년간의 습관이단지 반나절 사이에 진절머리 나는 것으로 변했다. 나는 자유를 원했다. 자유를 갈망했다. 나는 자유를 원해서 기도를 올렸다. 기도 소리는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흩어져버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기도를 그치고 좀 더 겸손한 탄원을 했다. 변화와 자극을 달라고 기원했다. 그 간절한 애원마저 막연한 공간 속에 휩쓸려 들어가버린 것만같았다. 나는 거의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게 새로운 고생살이를 하도록 해주소서!‘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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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나이지리아의 유언비어와 닮은 것처럼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이 주장은 좀더 쉽게 사실로 확인되었다. 미국 중앙 정보국CIA은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던 중 그의 소재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DNA 증거를 모으기 위해서 실제로 가짜 백신 접종캠페인을 벌였다. 진짜 B형 간염 백신을 제공하되 면역 형성에 필요한 3회 용량을 다 놓진 않는 식이었다. 여느 전쟁행위가 그렇듯이, 이 기만은 결국 여자들과 아이들의 목숨을 대가로 치를 것이었다. 파키스탄 여성 보건 인력은 방문 의료를 제공하도록 훈련받은 여성 11만 명 남짓으로 구성된 단체로, 그러잖아도 탈리반으로부터 잔인한 위협을받으며 버텨 온 터라 심지어 CIA와 연루되는 건 절대 사양할 일일 것이었다. 탈리반이 접종을 금한 지 오래지 않아, 소아마비 백신 접종원 9명이 조직적으로 계획된 일련의 공격에 살해되었다. 그중 5명은 여성이었다.
파키스탄의 소아마비 근절 캠페인은 살인 사건 이후 일시 중단되었으나, 캠페인이 재개되자 파키스탄과 나이지리아 양쪽에서 살인도 재개되었다. 2013년 나이지리아에서 소아마비 백신 접종원 9명이 총에 맞아 죽었고, 내가 이글을 쓰는 현재까지 파키스탄에서는 보건 노동자 22명이살해되었다.  - P134

 철학자 마이클 메리는 아동 비만을 통제하려는 각종 노력에 대해서 논하던 중, 가부장주의를 좋은영향을 끼치거나 피해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타인의 자유에 간섭하는 일로 정의했다. 그는 이런 종류의 가부장주의가 교통 법규, 총기 통제, 환경 규제에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규제들은 비록 선의에서 나온 것일망정 어쨌든 자유에 대한 제약이다. 메리는 비만 아동에 대한부모의 양육 방식에 타인이 개입하는 건 꼭 선의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위험 평가에는 위험이 따른다. 자칫하면 안 그래도 체형 때문에 낙인이 찍힌 아이가 더욱더 놀림감이 될 수도 있다. 비만 위험이 높다고 판단된 가족은 차별적 감독을 당할 위험이 있다. 위험 예방이 곧잘 힘의 강압적 사용을 정당화한다는 게 메리의 지적이다.
- P151

나는 아들의 수술에 여전히 감사한다. 그러나 마취 의사에게는 여전히 화가 나고,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 아이를맡겼던 나 자신도 여전히 실망스럽다. 철학자 마크 새고프는 이렇게 말했다. 〈신뢰가 있다면, 가부장주의는 불필요하다. 신뢰가 없다면, 가부장주의는 비양심적이다.> 우리는 이중 구속에 걸려 있다.
- P159

일단 수두에 걸리면, 수두 바이러스가 몸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신경 뿌리에 남아 있고, 면역계는 남은 평생 그것을 저지해야 한다. 그러다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바이러스는 신경을 감염시켜 통증을 일으키는 대상 포진으로 되살아난다. 깨어난 바이러스는 뇌졸중과 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데, 그보다 더 흔한 대상 포진 합병증은 몇 달 혹은 몇 년씩 이어지는 신경 통증이다. 수두의 경우, 실제 질병에 의해서 생성된 면역은 질병과 영원한 관계를 맺게 된다는 걸 뜻한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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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널리스트 티나 로젠버그도 <이 책보다 더 크게 세상을 바꾼 책은 별로 없다〉고 인정했으나,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DDT는 환경에 오래 잔류함으로써 흰머리 독수리들을 죽였지만, 『침묵의 봄은 대중의 뇌리에 오래 잔류함으로써 오늘날 아프리카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 이 비난은 『침묵의 봄』 자체보다는 그 책의 상속인인 우리에게 가해져야 옳겠지만, 어쨌든 더 이상 DDT를 모기 퇴치제로쓰지 않는 나라들 중 일부에서 말라리아가 되살아났다는건 사실이다. 요즘 아프리카 아동 20명 중 1명이 말라리아로 죽고, 그보다 더 많은 아이가 뇌 손상을 입는다. 효과 없는 치료법, 독성 강한 예방약, 환경을 망치는 살충제가 여태 쓰이는데, 왜냐하면 말라리아에 쓸 수 있는 효과적인 백신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DDT는 현재 그런 장소에서 말라리아를 좀더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몇 가지 수단 중 하나다. 
••••••
그러나 DDT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해법이다.
DDT를 생산하는 화학 회사가 거의 없고, DDT를 살 돈을 기꺼이 후원하려는 기부자는 없으며, 많은 나라는 딴 나라에서는 금지된 화학 물질을 쓰기를 꺼린다. 로젠버그는〈말라리아를 겪는 가난한 나라들에게 벌어진 가장 나쁜 일은 부자 나라들에서는 그 질병이 근절되었다는 점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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