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몸 역시, 기억의 의견에 동의해왔다. 뚱뚱하고 크고 부드러운 펭수와는 감촉이 완전히 달랐다. 어린 나무의 가지처럼, 작고 가느다란 것이었다. 그가 숨만 크게 쉬어도 갈비뼈에 눌려 톡 부러질 것처럼 연약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익숙한 냄새가 났다.
무서운 직감이 그를 찍어 눌렀다. 귓가에선 본능의 목소리가 속살거렸다. 그냥 있어, 움직이지 마. 보지 마.
시간이 갔다. 하염없이 느리게 째깍 째각, 그의 턱 밑에선 피가 요동치고 있었다. 심장이 고약하고 섬뜩한 소리를 내며 질주했다.
머릿속에선 까마귀 떼가 뱅글빙글 돌았다. 그는 더 버틸 수가 없었다. 해치워버리는 심정으로, 한 동작에 몸을 뒤집고 일어나 앉았다. 눈을 내리떠서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노아였다. 펭수 배에 얼굴을 묻고 엎드린 노아, 사지를 늘어뜨린 채 움직이지 않는 노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노아, 숨 쉬지않는 노아, 맥이 뛰지 않는 노아, 몸을 흔들자 머리를 옆으로 툭 떨어뜨리는 노아.
세상이 훅, 사라졌다. 그의 머릿속은 까맣게 암전됐다. 어둠 속에서 그는 폭음처럼 터져나오는 자신의 비명을 들었다.
아냐. 아니야.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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