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법의학자는 어쩔 수 없이 시신을 통해 자살을 마주하기도 한다. 자살은 개인의 내밀한 결정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흐름과 무관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기도 하다.
- P92

죽음은 개인의 권리와 함께 사회의 윤리와도 맞닿아 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모든 삶은 함께 존중받고 보살펴져야 한다. 각자의 죽음이 삶과의 아름다운 이별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개인을 넘어선 사회적 노력이 절실함을 깨우쳐야 한다.
- P104

법적으로는 크게 민법과 형법이 있는데 형법에서 적용하는 대표적인학설은 진통설이다. 형법은 어떠한 행위의 범죄 처벌 여부와 그 처분의 정도나 종류를 규정한 법으로, 진통이 있다면그때부터 사람으로 보아 법을 적용할 수 있다. 만약 진통 전의 태아를 사망하게 하면 살인죄가 아닌 낙태죄를 적용하게 된다. 그러나 진통이란 여성의 자궁 경부가 열리면서 아기가 머리를 내밀기 전에 이미 시작된다. 따라서  만일 그때누군가가 아기를 해했다면 살인죄가 되는 것이다.
민법에서는 또 다르다. 민법은 사람의 권리와 의무를 지우는 법이다. 예를 들어 언제부터 내가 내 손자나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지는 민법에 따라 결정한다. 민법에서는 아기가 자궁 경부를 통해 완전하게 신체를 노출했을 때부터를 사람으로 본다. 이처럼 민법과 형법에서 적용하는 학설은 약간 다르며 관련 학설 또한 진통설, 일부노출설, 전부 노출설, 독립호흡설 등 여러 가지다.
- P107

지금은 누구라도 뇌사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뇌사가 자연스럽게 죽음으로 인정된 오늘날 새롭게 등장한 논쟁거리가 생명의 자기 결정권 문제다. 의사조력자살 또는 의사조력사망 문제 등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결정할 수있느냐 없느냐가 현재 우리 사회의 첨예한 논쟁거리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논쟁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과연 죽음이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질문해보게 된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자의 뒷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시 구절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죽음은 준비되고 예감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 P141

그런데 지금은 그때처럼 죽음의 순간을 가족이 모여 함께하기가 어렵다. 세상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의료 행위의 한복판에서 죽음을 처분당하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 죽음의 대세가 아닌가 싶어 씁쓸한 심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대세를 거슬러 이제 우리는 죽음을 당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쪽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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