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거적을 짜고 있을 때, 문득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기다랗게 꼬리를 끄는,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거칠고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소리였다. 나는 흠칫 놀라 자유의지의 공을 손에서 떨어뜨리고 벌떡 일어나, 그 소리가 날개처럼 내려오고 있는 구름을 쳐다보았다. 높은 돛대의 활대에는 그 미치광이 같은 게이헤드 출신의 타슈테고가 올라가 있었다. 그는 애타게 몸을 앞으로 내밀고, 손도 지휘봉처럼 앞으로 쑥 내밀고는 짧은 간격을 두고 연방 소리를 질러댔다. 그 순간 하늘 높이 솟은 수백 개의 포경선망대에서 똑같은 외침소리가 바다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을 테지만, 그귀에 익은 외침소리를 인디언 타슈테고만큼 놀라운 가락으로 끌어낼 수 있는 허파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머리 위 공중에 반쯤 매달린 채 흥분과 열정에 불타는 눈으로 열심히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보았다면, 그가 ‘운명‘의 그림자를 보고 그 격렬한 외침소리로 운명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는 예언자나 점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P277
바람은 더욱 거세게 윙윙거렸고, 파도는 서로 방패를 부딪쳤다. 으르렁거리는 질풍은 여러 갈래로 갈라져 대초원의 하얀 들불처럼 우리 주위에서딱딱 소리를 냈다. 우리는 그 들불 속에서 불타고 있으면서도 소멸하지 않고, 죽음의 아가리 속에 있으면서도 죽지 않았다! 다른 보트를 소리쳐 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폭풍우 속에서 다른 보트를 소리쳐 부르는 것은 활활 타오르고 있는 용광로 굴뚝에 고개를 들이밀고 밑에서 활활 타고있는 석탄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동안 바람에날려가는 구름과 안개는 밤의 어둠이 다가오면서 점점 짙어져. 이제 본선의 흔적조차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파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물을 퍼내려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노는 배를 움직이는 추진력으로는 아무쓸모가 없었고, 이제 구명판 역할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타벅은 성냥을넣어둔 방수통의 끈을 자르고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한 뒤 간신히 초롱에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것을 주위에 떠 있는 막대기 끝에 묶어서 퀴퀘그에게 넘겨주어 그를 이 가냘픈 희망의 기수로 삼았다. 그리하여 퀴퀘그는 그지독한 절망의 한복판에 그 가냘픈 촛불을 높이 쳐들고 앉아 있었다. 신앙없는 자의 표시이자 상징인 퀴퀘그는 절망의 한복판에서 어쩔 수 없이 회망을 치켜들고 앉아 있었다. - P290
하필이면 뱃사람이 마지막 유서나 유언을 어설프게 주물럭거리는 것이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뱃사람만큼 그것을 기분전환으로 즐기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내가 선원 생활을 시작한 이래 이것과 똑같은 일을 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였다. 이번에도 그 의식이 끝나자 나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고, 가슴에 얹혀 있던 돌멩이가 굴러 나간 듯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앞으로 내가 살 나날은 나사로가 부활한 뒤 살았던 나날만큼이나 즐거울 것이다. 앞으로 몇 달이나 몇 주를 항해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 나날들은 완전히 덤으로 얻은 나날이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살아남은 셈이다. 나의 죽음과 매장은 내 가슴속에 깊이 간직되었다. 나는 마음에 거리끼는 데가 전혀 없이 아늑한 가족 납골당 안에 앉아 있는 조용한 유령처럼 평온하고 만족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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