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은 조잡하고 몸짓에 불과한 의사소통 시스템으로 간주되었던 수화에 수화 특유의 논리적인 규칙과 체계를 바탕으로 한 복잡하고 심오한 문법이 존재한다고 증명했다. 수화는 대개 좌뇌 (언어를 관장하는 영역이며 수화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이 영역에서 소리와 문자화된 정보를 처리한다)의 영향을 받는다. 우뇌(시각적인 정보와 몸짓의 감정적인 내용을 처리한다)의 영향력은 훨씬 미미한 수준이다. 영어나 프랑스어, 중국어로 이야기할 때도 수화를 사용할 때와 동일한 핵심적인 능력들이 발휘된다. 물리적인 충격으로 좌뇌에 손상을 입은 청각 장애인은 여전히 몸짓 언어를 이해하거나 스스로 표현할 수 있지만, 수화를 사용하거나 이해하는 능력은 잃게 된다.‘ 좌뇌가 손상된 건청인이 이전처럼 표정을 짓거나다른 사람의 표정을 이해할 수는 있어도 말을 하거나 이해하는 능력은 잃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경 촬영법을 통해 확인해 보면 어릴 때 수화를배운 사람은 수화 능력이 거의 대부분 언어 영역에 보관되지만, 어른이 되어 수화를 배운 사람은 시각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신경학적인 생리 기능이 수화를 언어로 받아들이려는 생각과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P103
언어가 결여된 채 사고하는 행위를 상상할 수 없듯이 사고가 결여된채 언어를 구사하는 행위도 상상할 수 없다. 의사소통 능력의 부재는 정신병이나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난청이 있으면 언어능력이 부족하기 마련이고, 연구자들은 교도소 수감자 중 3분의 1 이상이 청각장애나 난청이 있다고 추정해 왔다. 청각 장애가 없는 보통의 두 살짜리 아기는 300개 정도의 어휘를 사용한다. 반면 건청인 부모 밑에서 자라는보통의 두 살짜리 청각 장애 아동은 30개 정도의 어휘를 사용한다." 부모가 높은 수준으로 개입하는 가정과 수화를 배우고 있는 가정을 제외하면이 수치는 더욱 극적으로 줄어든다. 아이오와 대학에서 문화사를 가르치는 더글러스 베인턴Douglas Baynton 교수는 <중증 청각 장애인이 어린 나이에 영어로 말하는 법을 배울 때의 어려움은 건청인이 방음된 유리 상자에갇혀 일본어로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수화를 금지한다고 청각 장애 아동이 발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언어능력을 저하시킬 뿐이다. - P105
청각 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청각 장애 아동은 건청인 부모를 둔청각 장애 아동보다 대체로 더 높은 수준의 성취도를 보인다. 흔히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듯이 청각 장애인의 청각 장애 아동은 집에서 제1언어로 수화를 배운다. 그들은 집에서 전혀 구어를 사용하지 않을뿐더러수업을 수화로 진행하는 학교에 다니지만, 건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집에서 구어를 사용하며 일반 학교를 다니는 청각 장애 아동에 비해 보다 유창한 문어 능력을 개발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청각 장애인의 청각 장애 아동은 수학을 비롯한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성숙함이나 책임감, 독립심, 사교성, 낯선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려는 의지에서도앞서 있다.
헬렌 켈러는 <시각 장애는 사물과 우리를 차단하지만 청각 장애는 사람과 우리를 차단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많은 청각 장애인에게 수화를 통한 의사소통은 들을 수 없다는 사실보다 훨씬 의미가 있다. 수화를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언어를 사랑한다. 설령 그들이 건청인 세계의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같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장애학을 가르치며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아이CODA>인 작가 레너드 데이비스는 다음과 같이 썼다. 「지금도 나는 수화로 <우유>를 언급할 때 발성을 통해 그 단어를 이야기할 때보다 훨씬 우유 같은 느낌을 받는다. 수화는 춤으로 표현하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손가락과 얼굴이 끊임없이 그들만의 파드되를 연출한다. 수화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동작이 그들과 동떨어진 의미 없는 몸짓으로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수화를 이해하는 사람은 어떤 몸짓을 보고 그 안에서 아주 미묘한 의미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건청인들이 이를테면 <마른>, <건조된>, <몹시 건조한>, <바싹 말라 버린>, <수분이 하나도 없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유사한 의미에 정도의 차이를 둠으로써 재미를 발견하듯이, 청각 장애인도 수화를 표현하는 동작에 미묘한 변화를 줌으로써 유사한 구분을 만들 수 있다. 재키 로스가 말했다「우리는 공개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항상 수화를 사용했다. 어면 이론으로도 우리의 언어를 죽일 수 없었다.」 - 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