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심제도가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되는 사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근래에 이르러 정치적 또는 사회적 문제에 관한 자신의 의사와 견해를 말이나 글로표명한 많은 사람들이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44호의 유언비어 날조유포라는 죄목으로 즉결심판에 회부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정치사회문제에관하여 표명된 사실적 주장이나 견해의 옳고그름이 즉결심판절차에서 판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즉심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부적절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경범죄처벌법 제4조는 "이 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국민의 권리를 부당하게침해하지 아니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다른 목적을 위하여 이 법을 함부로 적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백히 돼 있는데, 근대사회에 있어서의 개인의 자유의 중핵이자 민주정치제도의 근간이기도한 국민들의 의사표현과 여론형성의 자유를 제약하기 위하여 전혀 그 입법목적을 달리하는 경범죄처벌법을 동원한다는 것은 위 남용금지규정의 명백한 위반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 P28

연전에 미국에서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한 범인이 정신이상자라고 하여 석방된 일이 있었는데 이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근대 형법이론에 비추어보면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즉 근대적 의미에 있어서의 형벌은 자유의지에 의하여 저질러진 범죄행위에대하여 사후적 · 회고적인 비난과 응징으로서 주어지는 것이고, 그같은 일벌백계적 응징을 통하여 자유의지를 지닌 모든 시민들로 하여금 범죄행위를 스스로 회피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일반예방의 목적을 위하여 발동되는 것이다. 따라서 형벌은 범죄행위에 대한 윤리적 비난 가능성을 전제로 하며, 자유의지가 결여된 이른바 책임무능력자의 행위에 대하여는 발동될 수가 없는 것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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