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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간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파리에 간 고양이

저자 피터 게더스

출판 MEDIA2.0

발매 200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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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만능 작가이자 출판인 피터 게더스가 직접 쓴 수필입니다. 어쩌면 기록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끼 고양이가 그의 삶에 등장하고 그는 자신의 아주 특별한 고양이를 기록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으니까요.

  “나는 고양이를 싫어한다작가는 그가 한 말을 몇 년 후 이렇게 평가합니다.

  “이제 그 말은 젊은 날의 어리석음 탓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너무 무지해서 나온 말이었다.”

  작가 게더스, 그는 고양이를 싫어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자친구 신디가 데려온 작은 고양이의 야옹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리게 되었죠.

“난 노튼을 바라봤다.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작은 고양이의 눈을 들여다보았고, 녹아버렸다. 죽어버렸고, 사라져버렸고, 완전히 나가떨어졌다.

  커뮤니티나 SNS에 종종 업로드 되는 고양이를 절대 데리고 오지 말라던 아버지, 어머니가 고양이와 즐겁게 노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게더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고양이가 함께 잘 상대로 나를 고른 것에 뛸 듯이 기뻐하고, 고양이의 사랑스러움을 만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레인코트 주머니에 고양이를 넣어 다니게 됩니다.

  게더스의 고양이 노튼은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새로운 장소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작된 게더스와 노튼의 여행. 비행기로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함께 바닷가를 노닐기도 합니다. 노튼은 게더스가 없다고 믿었던 진정한 사랑을 믿게 해줍니다. 아주 사랑스럽고 당돌한 고양이죠.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파리에 간 고양이>를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노튼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아시면 여러분 모두 미소를 띠게 되실 겁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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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 동길산 산문집
동길산 지음 / 헥사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6. 우두커니 - 동길산 산문집

우두커니

저자 동길산

출판 헥사곤

발매 201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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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오랜 시간을 달 아래에서 보낸 사람은 그 말에서, 그 손끝에서, 그 모습에서 세월의 향기가 난다.
이 책이 꼭 그렇다. 동길산 작가의 시간이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산문집다운 산문집이라고 말하고 싶다.
늘 그렇듯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들로부터 들려온 이야기들이 소담하게 적혀있다. 
  그가 써내려 간 문장들은 소소하지만, 그 문장이 나에게 준 것들은 결코 소소하지 않다.

하지만 꽃을 피워봐야 이름을 알게 될 나무가 있다.
줄기가 발갛고 쭉쭉 뻗어 준수하게 생긴 게 꽤 기대된다.
새 잎 나오기 바쁘게 옆집 새끼염소가 뜯어먹어 속상하지만
즐거운 비밀이 생긴 셈이다. p.15

  천하에 이름을 떨친 성인들은 자연을 가까이 했다. 그리고 그 자연에게서 우리네의 모습을 보며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삶의 이치를 찾곤 했다. 길가의 조약돌에서도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했던 그들의 말처럼 나는 오늘도 누군가가 쓴 한 문장으로 인해 많은 것을 얻는다.

  나도 아직은 꽃을 피우지 못한 상태인 것 같다. 내가 어떤 꽃을 피우게 될지에 대해 요즘들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동안은 그 생각으로 인한 감정이 '초조함'이었다면, 이 글로 인해 '기대감'으로 바뀌게 된 것 같다. 나에게도 '즐거운 비밀'이 생긴 셈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나와 같이 즐거운 비밀을 가지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전방만 주시한 게 화근이었다.
주위 시선은 아랑곳없이 앞만 보고 내달린 게 회복불능의 함정이었다.
사람살이가 으레 그렇지 않겠나마는. p.17

  현대인들은,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경쟁에 치여 앞만 보고 달리기 바쁘다. 심지어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자기 자신과도 경쟁하지 않는가. 요즘 빈번히 우리의 입에 오르내리는 TV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이 바로 이러한 것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멀게만 느껴졌던, 우리의 우상이었던 스타 한 인물이 화장기 없는 얼굴로 그의 남편과 함께 차를 마시고, 요가를 하고, 한가롭게 앉아 제주도의 청명한 하늘을 보며 기타를 치고, 손을 마주 잡고 춤을 추는.
그런 소소한 일상의 웃음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경쟁하느라 바쁜 현대인들의 삶에 돌을 던진 것이다.

그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부러움을,
누군가는 대리만족을,
누군가는 훌쩍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이다.
<효리네 민박>은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다음은 <우두커니> 속,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구절을 가져왔다.

향기를 캐는 사람은 열에 아홉이 아낙. 처녀는 얼굴이 탄다고 꺼리고 남정네는 동작이 불편타고 꺼린다. 아낙이라고 얼굴 타는 게 아무렇지 않고 몸놀림이 편할까. 삶의 향기가 몸에 밴 아낙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향기를 캐느라 구부린 등이 세상 어느 곡선보다 따뜻해 보이고 부드러워 보인다. p.35

차갑고 긴 산골의 겨울밤. 아궁이 불티가 사그라지고 촉 낮은 전등이 불티처럼 가물거리는 밤. 골바람 물바람이 문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가습기 대용으로 들여놓은 엽차 주전자는 식은 지 오래. 그러나 나는 믿는다. 아랫목은 절절 끓고 있단 걸. 웃풍이 아무리 매서워도 바닥은 따뜻하단 걸.
p. 46

사진은 길다. 사진에 담긴 기억도 길고 사진에 담긴 세월도 길다. 사진 하단에 손으로 쓴 연도를 보면 지나간 세월은 정확히 37년. 긴 기억이고 긴 세월이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만큼은 기억도 세월도 멈춘다. 살아계신 아버지, 그 곁에서 미소 짓는 젊은 엄아. 이젠 두 아이의 엄마인 막내 여동생은 태어나기 전이다. 다만 사진이 조금 낡고 조금 색 바랬을 뿐. p.55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따뜻함을 느꼈을까. 문득 화면 너머의 온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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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거기서 기다릴게 - 파리지엔 글쓰기
이은미 지음 / 푸른길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15. 내가 거기서 기다릴게 (파리지엔 글쓰기)

내가 거기서 기다릴게

저자 이은미

출판 푸른길

발매 20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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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에게 이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다면,
한낮에 커피를 마시며 햇살 아래서 여유를 부릴 때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라고 소개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를 발견하면 그문장에 빠져들어 '나'의 생각을 하게 되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다.
  책의 정체성이 가볍지만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것이라면 독특한 매력은 책 중간중간 삽입된 파리의 정경을 그린 삽화라고 할 수 있겠다. 러프한 맛이 있어 더욱 "소소한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준다.

  <내가 거기서 기다릴게>는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다. 여행 속에서의 상념을 통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행 글쓰기라기보다는 어쩌면 회고록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을 '나를 찾아가는 여행 글쓰기'라 이름 붙였나보다.
  책에서는 자신을 제 3자로 표현하는 부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객관화하여 타인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때문에 어떤 대목에서는 그 인물이 작가인 줄로만 알았다가 글의 말미에 가서야 작가의 할머니의 얘기였음을 알게 되기도 했다.

   

   가슴 한 구석을 시리게 만들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주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거기서 기다릴게"는 낯선 여행지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건물이나 나무, 혹은 조형물이 여행자에게 담담히 건네는 말이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학교와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본가는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며 부모님이 나를 기다려주고 있는 곳이다.

때로 일탈을 꿈꾸지만 냉정하게 제자리를 찾아 돌아올 줄 알기에
더 용기 있고 매력적이다. P.96

  우리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과감하게 혹은 정력적으로 임할 수 있는 것에는 '제자리', 즉 나를 기다려 주는 곳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집 마당 한켠, 넓게 가지를 드리운 나무가 떠오른다. 나무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때에 맞춰 옷을 바꿔입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수없이 많은 옷을 갈아입어도 나무의 본은 바뀌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도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적응하고 바뀌지만, 근간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변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나를 지지해주는, 기다려주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을 피해 멀리 돌아왔지만, 이곳에서도 생각지 않게 주어지는 낯익음은 여행에서 얻는 의외의 덤인 것 같다. P.12

  낯선 곳에서 느끼는 '낯익음'은 누구에게나 뜻밖의 반가운 존재일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공통점'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익숙함을 벗어나고자 떠나는 여행과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낯익음을 찾는 우리는 어떤 존재일까. '두려움'이라는 감정에서 기인하는 현상일까? 그도 아니면, 우리 모두 타인과 공통점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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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다정한 - 엄마와 고양이가 함께한 시간
정서윤 글.사진 / 안나푸르나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14. 무심한 듯 다정한

무심한 듯 다정한

저자 정서윤

출판 안나푸르나

발매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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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엄마와 고양이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고, 글로 순간을 기록한 책이다. 다음 강의까지 남는 시간이 있어 기분전환을 하고자 집어들었던 책이었다.

  필자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누군가 꿈이 무엇이냐 물어볼때면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커다란 창 앞에서
마스크를 끼고 하루종일 고양이 털을 빗겨주고 싶어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 모습은 입가에 미소를 달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과는 달리 작가의 여는 말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고양이 때문이 아니었다. "엄마"와 "여성" 때문이었다.

사진 속 백발의 엄마는 여전히 고왔고,
카메라 앞에 서면 미처 깨닫지 못한 여자의 모습으로 돌아가 예쁘게 찍히고 싶어 하셨다.

  그래. 엄마는 '엄마'라는 이름의 '여성'이었다. 왜 나는, 우리는, 엄마를 '여성'으로 보지 않고, 자식을 위해 희생해주는 위치에 서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이런 생각에서 시작 된 의문은 '모성애'와 '부성애'에서 멈춰섰다. 우리 사회는 부성애보다는 모성애를 더 강조하는 사회이다. 어떻게 보면 어머니의 사랑은 소중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등장하는 '모성애'의 모습은 항상 희생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지는데, 이것이 지속적으로 언론에 노출된다면 사람들의 사고는 자연스럽게 '모성애 = 희생'으로 보여질 수 있다. 또한 엄마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엄마'면서 왜 자식을 위해서 희생하지 않아?"
  언론 매체에는그런 말이 있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그림이 되는 컷을 뽑기 위해서는 '아기, 소녀, 여성'을 선택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그림이 되는 피사체를 선택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왜 사회는 여성을 시각적으로 대상화해서 바라보는 것일까.
 
  최근 등장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의 목소리는 '여성'의 목소리이다.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는 하나, 기본적인 셋팅이 여성으로 되어있다. 여성의 목소리여야 더 안정감을 느끼고, 명령을 하기에 편하다는 이유라고 한다. 시각을 넘어서 청각까지. 여성은 타자화되어지고 대상화된다.
  이 사회는 언제쯤 여성을 여성 그 자체로 봐줄까.


순돌이와의 예정된 이별에 대해서는 늘 생각하면서, 정작 나이 든 엄마와의 이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철없는 나는 엄마가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예정된 이별이라는 말이 가슴 와 박힌다. 벌써 본가에서 지내지 않은지 6년째다. 방학 때 가끔 내려가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함께할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새치는 염색약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어느 날은 엄마가 아빠의 새치를 염색해주고 있었다. 아빠는 원래 새치정도야 그냥 내버려두자는 생각을 하시던 분이었는데 말이다. 아빠도 이제는 염색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신다. 그만큼 아빠도 나이가 드셨다는 것이겠지. 나는 점점 자라나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엄마 아빠는 낙엽을 떨어뜨리고 계신다. 떨어지는 낙엽을 붙잡아 두고 싶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빠에게 전화를 해봐야겠다. 늘 통화 끝에는 "우리 큰딸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는 아빠의 목소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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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 가는 길을 탓하지 않는다
김상열 지음 / 예신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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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낙타는 가는 길을 탓하지 않는다

낙타는 가는 길을 탓하지 않는다

저자 김상열

출판 예신

발매 200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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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은 서평을 쓸 거리로 읽지 않았다. 과제에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서 도서관에 갔고,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다 문득 눈에 스친 것이 시작이었다.

  약간 톤 다운된 붉은 하드 커버와, 세로로 길게 늘어져 수면 위에 부서진 빛과 같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제목의 조화가 마음에 들었다.

  빛이 잘 드는 자리를 골라앉아 두터운 커버를 쓰다듬으며 책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읽은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있었다. 그리고 이 대목이 바로 이 책을 서평으로 쓰도록 마음 먹게 했다. 어쩌면 서평이라기 보다는 한탄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p.25 <낙타는 가는 길을 탓하지 않는다 >

  자신은 잘못이 없는데 부모가 심하게 대하는 데 대해서 힘들었던 순 임금. 그럼에도 부모와 사이가 좋을 수 있었던 이유는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감없이 말하자면 어이가 없었다고 해야할까. 저 대목을 읽는 순간 내 머릿속은 온통 혼란 뿐이었다. "왜?"라는 생각이 수도 없이 되풀이 되었다. 모든 일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심지어 잘못이 없는데.

  부모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자신을 다그치고, 몰아세우고, 억압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부모와의 관계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을 것이 아니라 부모와 직접 얘기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문화에서 부모 자식간의 관계는 종속적이다. 부모가 하는 말을 항상 그대로 따라야하는 것, 반항은 하면 안되는 것. 이 모든 것이 말해준다. 외국의 경우는 다르다. 부모는 자식을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바라본다. 부모가 아이에게 "네가 나에게 와주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한국은? "내가 너를 낳았다", "너는 내 아이이다." 얼핏 보면 비슷한 듯하나, 실상은 전혀 다른 문장들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유명한 책 제목이 그것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슬슬 취업 준비를 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취준에 대한 압박감과 막연함에 대해 주위 사람에게 토로하면 그들은 한결같은 대답을 들려준다. 
   "너만 힘든거 아니야. 어디가서 힘들다고 말하면 안돼."
 처음에는 동조했다. 그래, 나만 취업하는게 힘든 것도 아니고, 이 시대의 모든 청년들이 힘든데. 
 
  이런 생각은 얼마지나지 않아 눈 녹은 듯 사라져버렸다. 사회가 청년들에게 코르셋을 씌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도 기성세대가 그들이 겪었던 경험에 근거해서 현세대에게 조언한다는 측면에서 나온건데. 시대가 너무 급변했기 때문에 과거의 이야기를 지금의 상황에 대입해서 말하는 것은 세대의 간극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느끼고 생각하는 것인데 왜 말하지 말라는 것일까.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지 말라는 것은 그저 느끼기만 하라는 것일까.

힘든 걸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회는 대체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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