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는 가는 길을 탓하지 않는다
김상열 지음 / 예신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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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낙타는 가는 길을 탓하지 않는다

낙타는 가는 길을 탓하지 않는다

저자 김상열

출판 예신

발매 200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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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은 서평을 쓸 거리로 읽지 않았다. 과제에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서 도서관에 갔고,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다 문득 눈에 스친 것이 시작이었다.

  약간 톤 다운된 붉은 하드 커버와, 세로로 길게 늘어져 수면 위에 부서진 빛과 같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제목의 조화가 마음에 들었다.

  빛이 잘 드는 자리를 골라앉아 두터운 커버를 쓰다듬으며 책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읽은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있었다. 그리고 이 대목이 바로 이 책을 서평으로 쓰도록 마음 먹게 했다. 어쩌면 서평이라기 보다는 한탄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p.25 <낙타는 가는 길을 탓하지 않는다 >

  자신은 잘못이 없는데 부모가 심하게 대하는 데 대해서 힘들었던 순 임금. 그럼에도 부모와 사이가 좋을 수 있었던 이유는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감없이 말하자면 어이가 없었다고 해야할까. 저 대목을 읽는 순간 내 머릿속은 온통 혼란 뿐이었다. "왜?"라는 생각이 수도 없이 되풀이 되었다. 모든 일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심지어 잘못이 없는데.

  부모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자신을 다그치고, 몰아세우고, 억압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부모와의 관계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을 것이 아니라 부모와 직접 얘기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문화에서 부모 자식간의 관계는 종속적이다. 부모가 하는 말을 항상 그대로 따라야하는 것, 반항은 하면 안되는 것. 이 모든 것이 말해준다. 외국의 경우는 다르다. 부모는 자식을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바라본다. 부모가 아이에게 "네가 나에게 와주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한국은? "내가 너를 낳았다", "너는 내 아이이다." 얼핏 보면 비슷한 듯하나, 실상은 전혀 다른 문장들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유명한 책 제목이 그것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슬슬 취업 준비를 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취준에 대한 압박감과 막연함에 대해 주위 사람에게 토로하면 그들은 한결같은 대답을 들려준다. 
   "너만 힘든거 아니야. 어디가서 힘들다고 말하면 안돼."
 처음에는 동조했다. 그래, 나만 취업하는게 힘든 것도 아니고, 이 시대의 모든 청년들이 힘든데. 
 
  이런 생각은 얼마지나지 않아 눈 녹은 듯 사라져버렸다. 사회가 청년들에게 코르셋을 씌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도 기성세대가 그들이 겪었던 경험에 근거해서 현세대에게 조언한다는 측면에서 나온건데. 시대가 너무 급변했기 때문에 과거의 이야기를 지금의 상황에 대입해서 말하는 것은 세대의 간극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느끼고 생각하는 것인데 왜 말하지 말라는 것일까.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지 말라는 것은 그저 느끼기만 하라는 것일까.

힘든 걸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회는 대체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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