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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평점 :
코로나19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던 작년 봄, 나도 '식물 키우기' 열풍에 동참했다. 큰 부담 없이 삭막한 집안을 산뜻한 분위기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았고, 덜 적적할 것 같아서였다. 시작은 좋았다. 물만 제때에 챙겨줬는데 잘 자라났고, 부쩍부쩍 커가는 모습에 자신감을 얻어 새 식물들을 더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경험을 쌓으면서 신중히 개수를 늘려가야 하는데 욕심대로 사들이니 초짜인 나로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식물들은 시들시들 말라갔고, 벌레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상황이 달라지니 나의 열의는 금세 사그라들었고, 남아있는 식물들조차 골칫덩어리로 보이기 시작했다. 계속 식물을 키워야 할지, 그냥 정리하고 깔끔한 베란다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식물은 느끼고 실행할 줄 안다.
두려움, 굴욕, 고마움, 창조적 상상, 계략, 유혹, 질투, 연민, 연대감, 기대감... 그리고 식물은 아주 단순한 수단과 더없이 놀라운 방법으로 스스로 느끼는 바를 전할 줄 안다.
<식물의 은밀한 감정> 015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이 책을 만났다. 책<식물의 은밀한 감정>은 식물에 대한 나의 무지를 일깨우고, 식물이란 존재를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다. 식물은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존재가 아니다. 식물은 놀라운 지능과 감각, 상상력, 생존본능, 인식 능력 등을 고루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통 수단도 겸비하고 있다. 한마디로, 식물은 동물이 느끼는 것과 똑같이 느낄 수 있고, 느끼는 바를 전할 줄 안다.
책에는 최고의 과학자들이 발견해 낸 식물이 가진 신비로운 능력들과 식물과의 경험담,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 그리고 동반자로서 우리의 역할 등이 설득력있게 담겨있어 뇌 없는 식물의 지능을 이해할 수 있게 돕고, 더는 함부로 대하면 안 되는 존엄한 존재임을 강력하게 인식시킨다.
식물은 스스로를 지키고, 공격하거나 유혹할 목적으로 제 구조를, 화학적 구성을, 외관을 바꿀 수 있다.그리고 <사이언스>가 최근에 확인해 주었듯이, 우리의 신경체계와 유사한 소통 메커니즘을 통해 제 기관들에, 이웃 식물과 동물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한다.
<식물의 은밀한 감정> 029
책<식물의 은밀한 감정>에는 신기하고 경이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몇 가지만 소개해 본다.
1. 식물은 정보를 관리하며 온 조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식물의 세포는 서로 소통하고 몇몇 신호는 인간의 뉴런과 닮았다. 이 능력을 통해 식물은 필요한 곤충들을 상대로 유혹하고 술책을 부린다. 인간에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식물은 생명유지와 개체 보존을 목적으로 기분 좋은 꽃을, 열매를, 향을, 색깔을 만들었고, 인간은 꽃을 퍼뜨리고 가꾸고 보호하는지도 모른다. (4. 유혹에서 술책까지 중에서)
2. 식물의 능력은 향기와 자외선, 화학 정보를 발산, 인간들이 발산하는 주의 깊은 호의를 수신, 사랑과 증오의 생각에 생리적 반응 등에 그치지 않는다. 식물은 텔레파시도 가능하다. 한 실험에서 식물과 고문자에게 전극을 연결한 후 고문자가 식물을 괴롭힐 방법을 시도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탐지기 바늘이 꼭대기까지 치솟았다. 이후 그 방법을 포기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그래프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실험을 수천 번 재현해도 결과는 같았다. (6. 식물과 인간의 소통 중에서)
3. 식물은 그저 생존본능만을 가진 모습으로 축소되어 왔는데, 자살까지 실행할 수 있다. 성장에 해로운 음악을 들려줄 때 촉발되는 자살 말이다. 그리고 자기 의지로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스스로 무용하다고 느끼게 되었을 때 식물들은 성장을 줄이고 시들어갔다. (11. 식물의 슬픔 중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원천을 제공해 주는 식물을 이해하려고
그들 자리에 서보려고 애쓸 때 우리는 더 인간다워진다.
<식물의 은밀한 감정> 196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식물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식물을 움직이지 못하고 무감각한 생물로 생각했는데 이는 인간 중심에서 나온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다. 식물은 상상이상의 복잡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알지 못했을 뿐.
식물을 키우면서도 무관심과 이기심으로 대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고 마음가짐부터 달리 가져볼 생각이다. 식물을 키우는 것 아니 식물과 함께 하는 것은 교감을 나누는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실천할 것이다. 이제 그들이 보내오는 이야기를 관심과 애정을 갖고 귀 기울여 들어볼 것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원천을 제공해 주는 식물을 이해하려고 그들 자리에 서보려고 애쓸 때 우리는 더 인간다워진다"<식물의 은밀한 감정 p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