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1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이상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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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결이 같은 사람을 만날 때 편안하고 즐거운 것처럼 책 역시 그렇다. 새로운 인식과 관점을 안겨주는 책도 좋고, 지혜와 용기를 선사하는 책도 좋지만 내 마음을 꿰뚫는 듯한 이야기를 통해 공감받고 위안을 얻을 때 적극적으로 책에 몰입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을 읽으면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과 너무도 닮아있음에 놀랐고 감탄했다. 전에는 그가 단순히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시선을 가졌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을 통해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쇼펜하우어는 행복과 인생에 대하여 내면의 깊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영혼들에게 가장 설득력있는 철학을 들려주는 위대한 철학자이다.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사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p063



쇼펜하우어는 이 책에서 사는 기술, 행복한 존재로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으로 항상하지 않고 언제든 변하는 것이어서 빨간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면 온 세상이 붉게 보이는 것처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리보인다. 그러므로 자신이 렌즈를 끼고 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틀 밖으로 나와 바라봐야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너무나 공감가는 말이다. 우리는 자신의 관점에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실제와 달리 과장되거나 왜곡된 관점때문에 깊은 고통을 느끼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또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라는 통찰을 통해 세상을 나의 주관적인 시선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우리는 행복한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이 가진 일반적인 어리석음을 없애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그 어리석음을 그 자체로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p092



그렇지만 책은 행복한 존재로 살아가려면 오히려 행복하려고 애쓰면 안된다고 역설한다. 부를 얻으려고,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려고,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으려고 애쓸수록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행복은 마음의 평화와 만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마음속 기대치를 낮춰야, 덜 불행하게 살려고 노력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단호하게 가르침을 전한다. 충분히 설득되는 말이다. 우리의 걱정과 두려움의 대부분이 타인의 의견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남의 시선을 신경쓸수록 행복과는 멀어지게 된다. 먼저 기술했듯이 나의 관점이 협소하고 제한적인 것처럼 남들의 의견역시 큰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 잘못된 의견과 오류투성이의 생각들 때문에 내 삶을 낭비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다.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에 따라

인간의 가치와 무가치가 결정된다면

그 존재는 아주 비참할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p101



책 속 많은 이야기들은 내가 찾던 말들이다. 익히 들어왔지만 행하기 어려워 모른척했던 말들인데 쇼펜하우어는 강력하고 명료하게 각인시킨다. 그동안의 걱정과 두려움의 원인이 외부의 문제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밑바닥에 깔려 있는 허영심과 가식, 과대망상 때문이었으니 더 이상 어리석게 살지 말라는 가르침이 특히 더 와닿았다. 내가 그토록 바라는 평안은 타인의 시선이나 상황의 개선이 아니라 존재의 가치를 부여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라는 단호한 그의 가르침을 매번 잊는 이 마음에 다시한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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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클래식 리이매진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티나 베르닝 그림,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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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을 찾아 읽곤 하면서도 유독 손이 안가던 책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드디어 읽게 되었다. 어쩌면 지금 타이밍에 만나야 할 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상하고도 기괴할 거라 생각했던 책은 전혀 부담감 없이 다가와 '나'라는 정체성을 다면적이고, 모순적인 시각으로 탐색해보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삶의 고통의 원인이라 여겨왔던 '자의식'이 '허상'일뿐이라는 진리는 밝혀졌지만 살아가면서 내면의 양가적 감정으로 충돌하는 자아의 전쟁은 생을 마칠때까지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내 안의 '지킬과 하이드'라는 본성과 마주해보는 것은 꼭 필요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삶의 숙명과 고통은 언제까지나 우리의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 것,

그것을 떨쳐 내려 하면 더욱 낯설고 더욱 지독한 압박감으로 돌아올 뿐이니까.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p163


책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이중적 본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킬 박사는 선과 악이라는 두 가지 인격 사이에서 벌어지는 고통을 벗어던지기위해 모순된 이중성을 분리하는 연구를 시도하다가 약을 발견하게 되고, 분리된 이중인격을 갖게 된다. 처음엔 그가 바라던 대로 희망적이었다. 서로의 의식에 개입이 없기 때문에 부정한 인격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있고, 올곧은 인격은 나름의 선행으로 온전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홀가분함은 잠깐이었다. 죄책감, 의무감, 양심 등이 점점 사라져 가면서 선이 없는 악은 걷잡을 수 없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결국 모든 일에는 끝이 있듯이 지킬 박사는 올곧은 자아를 서서히 잃게 되고 사악한 자아와 하나가 되어갔다. 악이 선을 집어삼키게 된 것이다.



나는 곁과 속이 다를지는 몰라도 결코 위선자는 아니었네.

내 안에 존재하는 두 인격 모두 진정이었단 말일세.

제약을 벗어던지고 망신스러운 짓을 벌컥 저지르는 나도,

대낮에 지식을 쌓거나 슬픔과 괴로움을 달래려 애쓰는 나도

진짜 나였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p162


지킬 박사의 내면에만 이중성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인간은 모두 이중인격 아니 다중인격을 갖고 있다. 한없이 선량해 보이는 사람의 내면에서도 이기적이고 추악한 마음은 존재한다. 친구가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면서도 질투가 나고 열등감도 느낀다. 좋은 것은 나만 갖고 싶기도 하고,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기도 하다. 이런 상반된 내면의 감정들을 알아차리고 균형감 있게 조율하면서 살아가면 괜찮지만 때때로 선과 악, 옳고 그름은 심한 갈등을 일으키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오만한 욕망과 저속한 쾌락의 나는 내 본성이라 인정하고 싶지 않고, 누군가에게 나의 이런 모습을 들키기라도 할까봐 감추고 위선적인 행동을 하며 힘겹게 살아간다.


지킬 박사는 말한다. 인간은 진정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고. 궤변이지만 문맥상 동의한다. 우리 마음속에는 '도덕적인 나'도 '이기적인 욕망을 가진 나'도 모두 존재한다. 더불어 이 극과 극의 쌍둥이들이 죽을 때까지 고뇌와 갈등을 거듭하며 하염없이 싸워나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킬 박사처럼 선과 악의 경계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나의 세속적 욕망을 인정하는 동시에 현실에 맞게 타협해가면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게 진정한 본성을 지키는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흥미와 긴장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고 강력한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분들이라면 일독하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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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 - 숲속 현자의 내맡김 수업
마이클 A. 싱어 지음, 이균형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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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이나 '알아차림'이라는 단어가 익숙하다면 대표적인 영성책 마이클 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을 읽어봤을 것이다. 숲속의 소박한 명상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자아'라는 개념이 우리가 알고있는 것과는 달리 복잡하고,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상처받지 않는 삶을 위해 생각과 감정, 경험을 알아차리는 참 본성인 '삶을 경험하는 관찰자'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접했을 때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때여서인지 낯선 내용임에도 상당한 해방감을 경험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경험하는 자'가 되기는 쉽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만 이해했지 삶에 체화되지는 않아서 '곤경'에 빠질 때마다 생각과 감정에 휘둘리고, 과거의 기억이 올라올 때마다 지금의 일처럼 느껴진다. 관성대로 살아가지는 답답한 현실에 속시원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당신의 내부에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그는 대체 누구인지를 알아야만 한다.

당신은 거울 속의 모습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자다.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 p025,026>


최신작<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는 <상처받지 않는 영혼>의 완결판답게 마이클 싱어의 '영적 가르침'을 좀 더 분석적이고 실질적으로 풀어 설명해 놓았다. 반복적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우리들에게 이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주어 힘들게 하는 것들을 조금씩 놓아보내는 법을 터득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마디로 이 책의 요지는 '어떻게 고통을 넘어설 것인가'이고, 해결책은 '내맡김'이라는 통찰과 지혜다. 시시각각 변하는 생각, 감정, 경험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변하지 않는 마음의 중심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다.


마이클 싱어의 가르침을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먼저, 내 눈앞의 현실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거울에 비친 내 몸을 포함해 눈앞에 모든 것들은 인과의 법칙에 의해 만들어진 무수한 요인들의 산물인 것이다. 지금의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고, 모든 순간들은 그저 지나갈 뿐이다. 다시 말해, 현실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며 만들 수도 없다. 나에게 주어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 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내맡김'이다. 진실이라 믿고 있었던 생각, 감정, 경험들을 놓아보내는 것이 '진정한 내맡김'인 것이다.


삶을 내맡기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삶에 대한 저항을 내맡기게 될 것이다.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 p80


하지만 마음속에 만들어 놓은 호불호는 비슷한 경험을 할 때마다 반사적으로 저항하거나 밀쳐낸다. 현실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과거의 기억에 매여 스스로 정신적, 감정적 고통을 일으키는 것이다. 즉, 고통은 눈앞의 현실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일어난 생각, 감정, 과거의 이미지 때문이다. 그때마다 쌓인 장애물과 에너지들이 현재를 결정하고 있고, 그대로 두면 미래도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해결책은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에너지의 패턴이 바뀌는 것이고, 그러려면 관성대로 따라가지 말고, 패턴들을 지켜봐야 한다.


다른 생각보다 더 당신다운 그 어떤 종류의 생각도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은 그 생각들을 경험하고 있는 존재다.

그 변덕스러운 에너지 패턴들 주변에는

당신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 p189


책은 현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 일이 발상하게끔 그 자리에 모여든 모든 에너지들의 합작품임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에너지 흐름을 그냥 지나가게 두지 않고 저항하면 에너지는 마음안에 갇히고 반복될수록 더 깊숙이 더 강하게 제멋대로 수시로 올라와서 고통을 일으키는 것이다. 나의 걱정하는, 불안해하는 습관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이번에 확실히 납득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내부의 장애물을 놓아 보내는 수행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어느때보다 강하게 올라온다. 매번 해결하고 싶은 욕망과 고통의 두려움때문에 에너지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저항했는데 힘빼고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여가야겠다.


'나는 그것을 붙잡고 매달리지 않는다. 그저 그것을 경험하고 있다. 

저항하면 그것은 나를 해치고, 그대로 두면 그 경험은 나를 풍부해지게 한다.

어떤 말로 속삭여도 어떤 감정으로 위협해도 올라오는 모든 것을 놓아보내자. 

그것은 단지 생각과 감정과 경험의 찌꺼기일 뿐이다.'

책을 되새길수록 마음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다. <상처받지 않는 영혼>에 이어 이 책을 읽어볼 수 있게 되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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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장자수업 2 -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 강신주의 장자수업 2
강신주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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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장자수업>은 저자 강신주가 자유의 철학자 장자를 통해 자신이 무용하다고 생각되거나 세상에서 버려졌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절망에서 빠져나와 희망의 빛을 볼 수 있도록 목청껏 소리내어 따뜻한 응원을 건네는 책이다. <장자>에 담긴 이야기들 중 48편의 가장 '장자적인' 것들만 엄선하여 고전의 간결하고 함축적인 글자 하나하나에 숨은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풀어 설명해줌으로써 장자의 사유와 통찰 그리고 장자 이야기의 탁월한 힘을 어렵지 않게 깨닫게 해준다. 더불어 진정한 자유인의 의미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유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 길을 제시함으로써 각자의 단독적인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선사한다.


자신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건

항상 그것이 나만의 꿈이 아닌지 의심하라.

<강신주의 장자수업 2> p037


장자는 우리에게 어떤 생각을 하든 '이것은 내 생각일 뿐이야"라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생각을, 판단과 행동을 꿈일 수 있다고 의심하면 타자들은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나 자신과 내 앞에 주어진 타자들을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존재로 바라보게 되고,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것으로 긍정할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정리해 보면, 장자의 가르침은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우리 존재에 대해 적극적으로 긍정하기. 그래서 비굴해하지 않고 품위를 유지하며, 지배와 복종에서 자유로운 새 길을 스스로 만들어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남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고 남이 싫어하는 걸 싫어한다면,

우리는 앵무새의 삶을 살 뿐 자기 삶을 향유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도 혹은 길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걷는 것, 즉 행입니다.

<강신주의 장자 수업 2> p162


장자가 말하는 소요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는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이 책 역시 무조건 떠나는게 능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떠날수도 있지만 머무는 것도 자유의 또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단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유일한 세계가 아님을 알고, 억지로 머물지는 않되 머물고 싶을 때 머물고, 떠나고 싶을 때 과감히 떠나라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소요유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면 세상의 속박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숨통이 틔이고 나름의 여유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주어진 길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단독적인 삶을 살아도 된다는 긍정적 태도를 장착하게 된다.


지금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으려고, 부족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살아왔고, 욕망과 허영의 노예로 살아왔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세상에 무용한 것은 없다는 것을, 모두가 나름의 쓸모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강하게 납득하게 되었다.또한 쓸모가 아닌 존재로서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것도. 무용하다는 것은 그렇게 보는 시선이 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쓸모 있고 매력적인 것으로 긍정될 수 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선 안될 것이다. 세상이 보라는 대로 보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일방적인 시선으로 남들 따라 보지말고 나의 눈으로 자유롭게 봐야 한다. 진실이 진실이 아닐수도, 정답이 오답일 수도 있으니까.


<강신주의 장자수업>은 평생 곁에 두고 볼 책이다. 언제든 삶이 나를 흔들려고 할 때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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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장자수업 1 -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 강신주의 장자수업 1
강신주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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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고통에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쓸수록 더욱 깊이 늪에 빠지는 것 같았고, 한고비 넘어가면 또다른 고비가 늘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다르게 살 수 있을까?'를 궁리하며 답을 찾아 헤맸지만 현실은 계속 두렵고 불안했다. 하지만 살아갈 날들을 위해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일까?'묻고 또 물었다. 그러나 책 속 밑줄친 글들을 따라해보고, 경험과 기억에 깨어있어 보아도 삶은 확연히 달라지지 않는다. 가슴깊이 자유로움을 느끼는 일이 내겐 어렵기만 하다.



통용되는 가치들, 우리가 목매는 가치들은

모두 당근과 채찍 논리의 변주에 불과하다.

강신주의 장자수업 1p007


장자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 책을 읽자마자 빠져들었고, 그의 철학은 나의 고정관념과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깨워나갔다. 그동안 내가 휘둘렸던 삶의 가치들이 얼마나 무가치한지 저자 강신주는 탁월한 글솜씨와 강력한 지성으로 심도있는 고전을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명료하게 설명한다. 타인의 욕망이 아닌, 체제의 쓸모가 아닌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향유하자'는 장자의 이야기는 헛된 몽상이 아닌 지금의 우리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철학임이 통렬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준 내용은 '쓸모'의 관점이다. 우리는 쓸모있는 사람,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위해 평생을 힘겹게 노력하며 살아간다. 쓸모없어지는 건 두려운 것이고, 낙오자가 되는 것으로 세상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자는 '쓸모없음'을, 즉 '무용'의 의미를 달리 해석한다. 개인의 쓸모를 자신이 아닌 국가가 결정하고, 지배와 착취를 위해 원하는 인간으로 개조되고 있음을 알아야 하며 쓸모가 사실은 우리 삶을 파괴할 수 있고, 쓸모없음이 오히려 우리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자신을 쓸모가 아닌 존재가치로서 생각하고 쓸모를 초월하라는 것이다. 나 역시 쓸모로 나를 평가했고, 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이 그러니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핑계일 뿐이다. 관점을 바꾸면 내 세상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무용과 유용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더 근사한 문맥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강신주의 장자수업1 p127



여기서 핵심은 '쓸모없음'을 하나의 단순한 문맥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장자는 세상에 무용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세상을 보는 관점은 복수적이고 다양하기 때문에 문맥에 따라 "개똥도 약에 쓸 수 있는" 법임을 알고, 자신이 쓸모있어지는 문맥을 찾거나 만들어서 삶을 긍정하고 향유해 나가야 한다고 이해시킨다. 그렇다. 쓸모의 절대적인 기준따위는 없다. 아니 알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쓸모있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쓸모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한계를 넘어 생생한 삶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야 쓸모없음을 알아야 비로소 쓸모에 관해 말할 수 있음을, 쓸모없음이 쓸모가 있다는 통찰을 발견한다. 이렇게 장자가 말하는 '무용'은 나 자신이 물질주의의 '도구'로서가 아닌 당당하고 경쾌한 나만의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꼭 필요한 삶의 가치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장자를 알게된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해방감이 느껴지는 듯 하다. 1권의 재독을 결심하며 2권으로 넘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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