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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 - 숲속 현자의 내맡김 수업
마이클 A. 싱어 지음, 이균형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마음챙김'이나 '알아차림'이라는 단어가 익숙하다면 대표적인 영성책 마이클 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을 읽어봤을 것이다. 숲속의 소박한 명상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자아'라는 개념이 우리가 알고있는 것과는 달리 복잡하고,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상처받지 않는 삶을 위해 생각과 감정, 경험을 알아차리는 참 본성인 '삶을 경험하는 관찰자'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접했을 때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때여서인지 낯선 내용임에도 상당한 해방감을 경험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경험하는 자'가 되기는 쉽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만 이해했지 삶에 체화되지는 않아서 '곤경'에 빠질 때마다 생각과 감정에 휘둘리고, 과거의 기억이 올라올 때마다 지금의 일처럼 느껴진다. 관성대로 살아가지는 답답한 현실에 속시원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당신의 내부에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그는 대체 누구인지를 알아야만 한다.
당신은 거울 속의 모습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자다.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 p025,026>
최신작<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는 <상처받지 않는 영혼>의 완결판답게 마이클 싱어의 '영적 가르침'을 좀 더 분석적이고 실질적으로 풀어 설명해 놓았다. 반복적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우리들에게 이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주어 힘들게 하는 것들을 조금씩 놓아보내는 법을 터득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마디로 이 책의 요지는 '어떻게 고통을 넘어설 것인가'이고, 해결책은 '내맡김'이라는 통찰과 지혜다. 시시각각 변하는 생각, 감정, 경험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변하지 않는 마음의 중심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다.
마이클 싱어의 가르침을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먼저, 내 눈앞의 현실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거울에 비친 내 몸을 포함해 눈앞에 모든 것들은 인과의 법칙에 의해 만들어진 무수한 요인들의 산물인 것이다. 지금의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고, 모든 순간들은 그저 지나갈 뿐이다. 다시 말해, 현실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며 만들 수도 없다. 나에게 주어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 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내맡김'이다. 진실이라 믿고 있었던 생각, 감정, 경험들을 놓아보내는 것이 '진정한 내맡김'인 것이다.
삶을 내맡기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삶에 대한 저항을 내맡기게 될 것이다.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 p80
하지만 마음속에 만들어 놓은 호불호는 비슷한 경험을 할 때마다 반사적으로 저항하거나 밀쳐낸다. 현실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과거의 기억에 매여 스스로 정신적, 감정적 고통을 일으키는 것이다. 즉, 고통은 눈앞의 현실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일어난 생각, 감정, 과거의 이미지 때문이다. 그때마다 쌓인 장애물과 에너지들이 현재를 결정하고 있고, 그대로 두면 미래도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해결책은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에너지의 패턴이 바뀌는 것이고, 그러려면 관성대로 따라가지 말고, 패턴들을 지켜봐야 한다.
다른 생각보다 더 당신다운 그 어떤 종류의 생각도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은 그 생각들을 경험하고 있는 존재다.
그 변덕스러운 에너지 패턴들 주변에는
당신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 p189
책은 현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 일이 발상하게끔 그 자리에 모여든 모든 에너지들의 합작품임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에너지 흐름을 그냥 지나가게 두지 않고 저항하면 에너지는 마음안에 갇히고 반복될수록 더 깊숙이 더 강하게 제멋대로 수시로 올라와서 고통을 일으키는 것이다. 나의 걱정하는, 불안해하는 습관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이번에 확실히 납득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내부의 장애물을 놓아 보내는 수행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어느때보다 강하게 올라온다. 매번 해결하고 싶은 욕망과 고통의 두려움때문에 에너지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저항했는데 힘빼고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여가야겠다.
'나는 그것을 붙잡고 매달리지 않는다. 그저 그것을 경험하고 있다.
저항하면 그것은 나를 해치고, 그대로 두면 그 경험은 나를 풍부해지게 한다.
어떤 말로 속삭여도 어떤 감정으로 위협해도 올라오는 모든 것을 놓아보내자.
그것은 단지 생각과 감정과 경험의 찌꺼기일 뿐이다.'
책을 되새길수록 마음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다. <상처받지 않는 영혼>에 이어 이 책을 읽어볼 수 있게 되어 행복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