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장자수업 1 -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 강신주의 장자수업 1
강신주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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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고통에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쓸수록 더욱 깊이 늪에 빠지는 것 같았고, 한고비 넘어가면 또다른 고비가 늘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다르게 살 수 있을까?'를 궁리하며 답을 찾아 헤맸지만 현실은 계속 두렵고 불안했다. 하지만 살아갈 날들을 위해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일까?'묻고 또 물었다. 그러나 책 속 밑줄친 글들을 따라해보고, 경험과 기억에 깨어있어 보아도 삶은 확연히 달라지지 않는다. 가슴깊이 자유로움을 느끼는 일이 내겐 어렵기만 하다.



통용되는 가치들, 우리가 목매는 가치들은

모두 당근과 채찍 논리의 변주에 불과하다.

강신주의 장자수업 1p007


장자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 책을 읽자마자 빠져들었고, 그의 철학은 나의 고정관념과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깨워나갔다. 그동안 내가 휘둘렸던 삶의 가치들이 얼마나 무가치한지 저자 강신주는 탁월한 글솜씨와 강력한 지성으로 심도있는 고전을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명료하게 설명한다. 타인의 욕망이 아닌, 체제의 쓸모가 아닌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향유하자'는 장자의 이야기는 헛된 몽상이 아닌 지금의 우리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철학임이 통렬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준 내용은 '쓸모'의 관점이다. 우리는 쓸모있는 사람,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위해 평생을 힘겹게 노력하며 살아간다. 쓸모없어지는 건 두려운 것이고, 낙오자가 되는 것으로 세상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자는 '쓸모없음'을, 즉 '무용'의 의미를 달리 해석한다. 개인의 쓸모를 자신이 아닌 국가가 결정하고, 지배와 착취를 위해 원하는 인간으로 개조되고 있음을 알아야 하며 쓸모가 사실은 우리 삶을 파괴할 수 있고, 쓸모없음이 오히려 우리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자신을 쓸모가 아닌 존재가치로서 생각하고 쓸모를 초월하라는 것이다. 나 역시 쓸모로 나를 평가했고, 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이 그러니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핑계일 뿐이다. 관점을 바꾸면 내 세상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무용과 유용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더 근사한 문맥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강신주의 장자수업1 p127



여기서 핵심은 '쓸모없음'을 하나의 단순한 문맥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장자는 세상에 무용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세상을 보는 관점은 복수적이고 다양하기 때문에 문맥에 따라 "개똥도 약에 쓸 수 있는" 법임을 알고, 자신이 쓸모있어지는 문맥을 찾거나 만들어서 삶을 긍정하고 향유해 나가야 한다고 이해시킨다. 그렇다. 쓸모의 절대적인 기준따위는 없다. 아니 알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쓸모있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쓸모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한계를 넘어 생생한 삶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야 쓸모없음을 알아야 비로소 쓸모에 관해 말할 수 있음을, 쓸모없음이 쓸모가 있다는 통찰을 발견한다. 이렇게 장자가 말하는 '무용'은 나 자신이 물질주의의 '도구'로서가 아닌 당당하고 경쾌한 나만의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꼭 필요한 삶의 가치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장자를 알게된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해방감이 느껴지는 듯 하다. 1권의 재독을 결심하며 2권으로 넘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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